2010년 HNS 개정협약의 주요 내용

HNS(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 화물은 해상운송 중에 화재, 폭발 또는 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재난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액 마련을 위해 1996년에 HNS 협약이 제정되었다. 10여년이 넘도록 해당 협약은 발효되지 못하여 국제해사기구가 2010년 개정의정서를 통해 실무적인 문제점을 보완하였지만, 아직까지도 발효요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최근 국제해사기구는 HNS 협약 가입 촉구를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2010년 HNS 개정협약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위험·유해물질(HNS: 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 관련 사고사례
가. 케미컬운반선 충돌 및 화재사고

2013년 12월 울산항을 출항하여 중국으로 항해 중이던 케미컬 운반선이 부산 앞바다에서 다른 화물선과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충돌 직후 두 선박 모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화재 진압에 성공한 충돌 상대선은 자력 항해가 가능하여 인근항으로 이동하였다. 그러나 충돌로 인하여 좌현 선체에 큰 파공이 발생한 케미컬선은 인화성 화물(paraxylene, acrylonitrile 등) 때문에 화재 진압에 실패하였다. 사고선박은 해류를 따라 표류하다가 일본 영해로 진입하였고, 충돌발생 후 일본 해상보안청이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까지 19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나. 컨테이너선 화재 및 침몰사고

2013년 6월 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싱가폴을 출항하여 사우디아라비아로 항해하던 중, 인도양에서 기상 악화로 인해 심각한 선체 손상이 발생하여 결국 선체가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선수부와 선미부가 20마일의 거리를 두고 각각 표류하다가 선수부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며, 결국 사고선박의 선수부는 사고 발생 약 1개월만에 컨테이너 2,400개 및 연료유 1,600톤과 함께 수심 3천 미터 해역에서 침몰하였다. 사고 발생 후 사고선박의 자매선 6척이 수리조선소에서 선체구조 검사를 받았으며, 그 중 3척에 대해서는 선체구조 보강 수리가 진행되었다.
 

2. 1996년 HNS 협약의 제정배경 및 문제점
HNS(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란 황산, 질산, 벤젠, 나프타 등 약 6,500여 종에 달하는 위험·유해물질을 의미하며, 이러한 물질들은 해상운송 중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높거나, 해상으로 유출될 경우 독성, 부식성 등으로 인하여 해양환경 및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상에서의 유류오염사고에 대비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어 왔으나, 상대적으로 HNS 화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HNS 화물 해상운송 중 화재, 폭발, 화물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액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1996년 위험·유해물질의 해상운송과 관련된 손해에 대한 책임과 배상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Liability and Compensation for Damage in Connection with the Carriage of Hazardous and Noxious Substances by Sea, 1996)’이 제정되었으며, HNS 협약은 유류오염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1992년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민사책임에 관한 국제협약CLC’ 및 ‘1992년 유류오염 손해보상을 위한 국제기금의 설치에 관한 국제협약(Fund Convention)’을 모델로 한 것이다.

HNS 협약 발효 여부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면, 예를 들어 총톤수 3만톤의 케미컬선이 위험·유해물질을 운송하던 중 해난사고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1976년 LLMC(해사채권책임제한협약; 우리나라 상법과 계산식이 같음)를 기준으로 계산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금액은 미화 약 2207만 달러(15,667,500SDR= 인명손해 10,574,000SDR+기타손해 5,093,500SDR)인데 반해, HNS 협약에 따라 계산한 책임제한금액은 미화 약 7323만 달러(52,000,000SDR; 2016. 4. 8. 환산율 적용)로 약 3.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제해사기구를 중심으로 여러 국제기관과 단체들이 HNS 협약의 조기발효를 위하여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 협약 제정 후 10년이 넘도록 발효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표류하였다. 협약 발효 실패에 대하여 국제해사기구 법률위원회가 분석한 결과, 1996년 협약은 크게 3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첫째, 포장형태로 운송되는 약 3천여 종의 HNS 화물에 대하여 각각의 수령자와 화물량을 파악하여 분담금을 부과하고 납부를 관리하는 방법이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었으며, 둘째, LNG 화물의 경우에는 보상기금 분담자가 수출자로 되어 있어서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셋째는 협약 가입국이 전년도 HNS 수령량을 보고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3. 2010년 HNS 협약 개정의정서 채택 및 최근 동향
1996년 HNS 협약의 문제점을 보완한 2010년 개정의정서에서는 포장형태의 HNS 화물에 대한 HNS Fund 분담금 납부의무를 폐지하였으며, LNG 화물에 대한 분담금 납부자를 수출자에서 수입자로 변경하였다. 또한 협약 가입국이 전년도의 HNS 화물 수령량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 가입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재조항을 신설하였다.
2010년 개정협약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총 12개국이 협약에 가입하여야 하고, 그 중에서 4개국은 각각의 선복량이 2백만톤 이상이어야 하며, HNS Fund를 조성하기 위한 화물량이 4천만톤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 시점으로부터 18개월 후에 협약이 발효되는데, 2011년 8개국(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터키)이 가입 서명을 한 이후로 현재까지 어느 국가도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상황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유럽과 아시아에서 HNS 협약에 관한 워크샵이 매년 개최되었으며, 최근 국제해사기구는 ITOPF 및 IOPC Funds와 공동으로 ‘THE HNS CONVENTION WHY IT IS NEEDED’라는 인쇄물을 제작하여 협약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HNS 화물의 위험성에 대한 업계의 관심과 협약 가입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였다.
 

4. 2010년 HNS 개정협약의 주요 내용
가. 적용 범위, 물질 및 선박

협약 제3조에 의하면, 협약은 체약국의 영해를 포함한 영토 내에서 발생한 모든 손해, 체약국의 배타적경제수역내에서 발생한 오염손해, 체약국의 등록선박 또는 기국선박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 당사국의 영토(영해포함) 밖에서 발생한 손해(환경오염에 의한 손해는 제외), 장소를 불문한 방제조치에 대하여 적용된다.

HNS 협약에서는 위험·유해물질의 목록을 직접 열거하지 아니하고 MARPOL, IMDG Code, IMSBC Code, IBC Code, IGC Code와 같은 국제협약이나 국제규칙을 원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물질이 수천 가지에 이르고 그러한 물질을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이나 국제규칙이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HNS 협약에서 자체적으로 적용물질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HNS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선박은 모든 형태의 해상 항행 선박이며, 각 체약국은 포장형태의 HNS 물질을 운반하는 총톤수 200톤 이하의 선박에 대해서는 동 협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나. 보상체계
HNS 손해보상체계는 기존의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보상체계(CLC + Fund Convention)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체계가 매우 유사하지만, CLC 및 Fund Convention은 각각이 독립된 협약으로 구성된 반면 HNS 협약은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제1단계 보상 및 HNS 화물의 화주가 조성한 기금으로 보상하는 제2단계가 하나의 협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HNS 벌크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책임제한액은 최고 100m SDR이며, HNS 포장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책임한도는 최고 115m SDR이다. HNS 화물의 포장형태에 따라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액을 다르게 정한 이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0년 개정협약에서 포장화물에 대한 HNS Fund 분담금 납부의무를 폐지하는 대신에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액을 15% 인상하였기 때문이다.
HNS Fund의 최대 보상한도는 선박소유자의 제1단계 보상한도를 포함하여 최대 250m SDR이며, HNS 화물로 인한 손해액이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나 선박소유자가 재정적으로 의무를 이행하기가 불가능한 경우 등에 HNS Fund가 보상을 하는 구조이다.
 

다. 선박소유자의 무과실책임 및 강제보험제도
HNS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소유자는 무과실책임(엄격책임 또는 strict liability)을 부담하며, 선박소유자의 면책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CLC에서처럼 손해가 전쟁행위, 손해를 의도한 제3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 정부기관의 부주의나 부당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화주 또는 그 외의 자가 화물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
또한 동 협약은 사고 발생 시 선박소유자의 변제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보험 등의 재정보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P&I 보험으로 해당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라. HNS Fund
HNS Fund의 특징은 일반회계와 독립회계로 구분하여 회계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HNS 물질에 따라 사고발생 확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LNG나 LPG 화물은 현실적으로 사고발생 확률이 낮아서 단일화된 회계시스템을 인정할 경우에는 다른 HNS 화물 분담금 납부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회계는 산적고체화물, 운영이 연기되거나 정지된 독립회계물질, 기타물질로 구성되며, 해당 회계에 속한 물질의 손해에 대해서만 보상책임을 부담한다. 독립회계는 유류회계, LNG회계, LPG회계 세 종류의 물질군으로 구성되며 각 물질별 손해에 대해서 각 물질의 화주들이 납부한 분담금으로만 보상책임을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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