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가칭)해사산업상생발전위원회 신설하자”

 
 
들어가며
세계 각국의 해운사 도산이나 구조조정이 일상적인 뉴스가 되고 있고 세계경제의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초대형선의 비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해운불황은 화물수요를 훨씬 초월한 선박 공급(조선)으로 인하여 수급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상태이고 여기에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해운시황의 3년내 회복이 어려운 장기불황 국면에 처해 있다는 매우 힘든 현실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의 위기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업계 전체가 대응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5년간 지속된 해운경기 침체로 한계 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조선, 건설과 함께 위험 업종으로 분류되어 시중 은행의 투자나 대출이 전면 동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운산업의 국가적 중요도와 실업과 관련 업계의 파장 등의 부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 산업의 생존과 미래성장을 위한 대책은 지금이 적기이다. 늦어질수록 지원 부담 규모가 커지게 된다.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외화획득을 위한 디딤판이자, 자주국방을 위한 안전판이 되는 해운항만 산업이 불황을 넘을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불황의 늪-자산의 저주
현재 국내선사들은 자산담보에 의한 추가대출 여력이 거의 없는 형편으로 대부분의 선사의 선박은 근저당 100%를 넘은 실정이다. 이는 보유선박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하여 팔고 나면 돈을 벌어줄 선박도 없어지고 빚만 남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대다수의 소형 벌크선사들은 대주주,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연대보증으로 걸려있어 사업청산도 어려운 실정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선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자산 가치 하락, 둘째는 사선 유지비용과다로 인한 경쟁력 하락이다. 사선 유지비용은 금융비 빼고 직접선비만 하더라도 5천불이 넘는데, 지금의 용선료는 케이프나 파나마 공히 2, 3천불 수준으로 선원비만 겨우 지불 가능한 수준이다. 선박을 빌려서 영업하는 용선사는 아무리 운임이 싸더라도, 싼 값에 배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으나 보유선사는 자산(선박)의 저주에 묶인 상태이다.

선박매각의 후속으로 고려할 수 있는 조치가 COA 등을 ABS와 연계하여 유동화하는 방안인데, 소형선사들은 ABS를 발행할 여력이 없고, 대형선사들은 이마저도 이미 다 활용한 상황하에서 자산담보를 근거로 한 유동성 확보도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대형선사들이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발행비용이 높고, 그나마도 대형선사에 한정된 방안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실제로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 하더라도, 무보증 신용대출과 같은 특단의 유동성 공급 외에는 다른 방안은 찾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특단의 조치만이 해운산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경영위기에 처한 하팍로이드의 지분을 함부르그시에서 매입하고 최대주주가 되어서 유동성을 공급,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에는 지분을 매각하여 2대주주가 되는 사례도 있다. 

 프랑스의 CMA CGM도 이와 유사한 사례이고 당사는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자 마자 경쟁사인 머스크가 주저하고 있는 틈을 타고 이란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시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국영해운기업과의 협력을 발표하는 등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후 불황에 빠진 해운과 조선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시중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해운기업을 대신하여 정부가 이자를 부담하는 이자보급을 통하여 자국해운과 조선을 동시에 살리는 계획조선사업을 장기간에 걸쳐 실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리먼쇼크로 인하여 신조수주가 제로에 처한 자국조선소를 돕기 위하여 선박수출촉진주식회사를 민관공동으로 만들고 자국선사가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하도록 지원하였다. 이에 장기불황에 빠진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도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시점에 서서 외국의 해운불황 극복시에 사용했던 정책도구를 벤치마킹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정책도구를 제안한다.
 

5가지의 정책도구
우리나라 해운정책의 문제는 장기적 시점에서 제시되는 정책(Policy Measures)이라기 보다는 단기적 시점에의 응급대책이 대부분이고, 관련분야를 아우르는 횡단적인(Transverse) 대책보다는 종단적인 대책이 많다는 점이다. 해운정책을 논할 때 당장 필요한 것에 치중하다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해운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모호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해운과 조선을 아우르고 정책의 실현시기를 20년 이후로 잡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업의 생존과 지속적 발전을 위한 5가지 방안으로 첫째 단기적인 운영자금 확보, 둘째 중장기적인 경제성 선대확충 대책, 셋째 저운임 과당경쟁의 완화, 넷째 해운업에 대한 투자 위험 감소를 위한 기구설립, 그리고 다섯째 종합적인 정책의 컨트롤타워의 신설 등 아우러진 종합적인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1) 단기운영자금 확보
 현재, 우리나라 선사가 생존을 위한 힘겨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정책도구의 첫번째는 선사의 운영자금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다. 선사운영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책도구 중에서 유효성이 발휘된 캠코의 선박매입펀드를 보완하고 해운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여 선사가 활용가능한 금융창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캠코의 선박매입 규모를 기존의 1년 1천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5년간 1조 5천억원으로 확대하고 선박매입시 조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또 선사의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캠코, 산업은행, 수은, 수협 등의 국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해운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해서, 경영건실성 평가를 통해 선사에 장기, 저리의 무보증 신용대출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선사는 유동성 공급을 받고, 시황 회복에 따라 저리지만 이자+원금을 회수할 수도 있고, 회사 주식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유와 운항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해운구조조정기금을 Tonnage Bank로 전환할 수도 있다.
 

2) 중장기적인 경제성 선대확충 대책
둘째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성 있는 선대확충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가가 높은 시기에 매입하고 하락시에 매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경제성 있는 선박 매입에 대한 장기적인 금융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과 해운업이 서로 분리되어 성장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신조선금융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따라서 해운업과 조선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리먼쇼크로 인하여 일본 조선소들이 수주 절벽을 맞이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활용하였던 일본선박투자촉진회사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12년에 이 정책으로 건조계약 제로를 극복하고 자국해운에는 금리 0.5%대로 100% 자금 지원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2011년 7월에 ‘종합신조선박정책’에서 수주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선박 수출을 위한 투자촉진제도를 제안하였고 이는 선박의 조달을 매입이 아니라 용선으로 행하는 해외 선주들을 위하여, 조선사에 의한 건조자금 출자와 주식회사 국제협력은행 (JBIC) 및 일본의 민간 금융기관의 협조 융자에 의한 수출 금융을 결합하여 일본조선소의 수주 확대를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조선과 해운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조선소, 선박펀드와 수출입은행이 참여하는 한국선박수출촉진펀드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파나마 등 편의치적국가에 우리선사가 세운 SPC가 선박수출촉진펀드를 활용하여 우리 조선소에 발주하도록 하여 경쟁력 있는 선대 확충이 안정적으로 가능한 구조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3) 저운임 과당경쟁 구조의 시정
세번째는 저운임 과당경쟁시장 구조의 시정을 위하여 코리아 트램프 풀(Korea Tramp Pool), 코리아 컨테이너 풀(Korea Container Pool)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외국선사도 상당수 POOL을 구성하여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운임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선사들도 경쟁력 있는 선박을 중심으로 선종별, 선박 사이즈별로 다양한 POOL을 구성하고 경제성이 없는 선박의 퇴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캠코의 선박매입 또는 해운구조조정기금의 지원, 그리고 한국선박수출촉진펀드의 지원조건으로 비경제선의 매각 또는 계선과 폐선 연계하고 코리아 트램프 풀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선사의 경영건전성 확보를 유도할 수 있다.
 

4) 해운보증기구의 역할 강화
네번째는 캠코나 한국선박수출촉진펀드가 지는 선가하락 위험을 헤징하도록 신설된 해운보증기구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해운경기의 과다한 변동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운산업에 투자하는 국책금융기관들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정책기구가 필요하다. 신설되는 해운보증기구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캠코의 선박매입규모 확대, 해운구조조정펀드 조성으로 선사운영자금 확보지원 - 선박수출촉진펀드로 경제성 있는 선박 확보 및 조선업과 해운업 동반성장 지원 - 코리아 트램프 풀 및 컨테이너 풀로 경제성 있는 선단 구성과 경쟁질서 구축 - 해운보증기구의 역할강화로 매입원가 이하로 선가가 하락할 경우의 위험감소라는 순환사이클이 형성된다.
 

5)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해사산업상생발전위원회 신설
해운과 조선은 쌍둥이 산업이다. 서로가 마주보고 협력할 때만 경기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산업기반 구축이 가능하다. 즉 해운과 조선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다. 선진국가에서는 다양한 선종의 많은 선복량을 가진 자국해운의 뒷받침이 없으면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상 임금증가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사양산업화하는 사례를 미국, 스웨덴,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강력한 자국해운이 있고 자국해운을 지렛대로 조선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우리 조선산업이 우리 해운산업과 연계하지 않으면 조만간에 스웨덴 조선산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동남해안 조선벨트에서 대량의 실업이 발생하는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해운과 조선을 함께 아우룰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산업자원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누어진 조선과 해운산업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위원회인 “(가칭)해사산업상생발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둘 것을 제안한다. 일본이 오늘날과 같은 해운조선대국이 된 배경에는 정부내에 총리직속으로 해운조선산업을 총괄하는 해운조선합리화심의회를 설치하고 재무, 통상, 조선해운 등의 정부부처 분만 아니라 의견조율과 통합을 위한 민간학식경험자, 금융기관, 업계대표, 노조까지 참여하여 해운조선과 관련된 체계적인 정책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세계 제1의 해운기업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일본이 세계제일의 상선대를 가지려고 노력한 이유 중 하나는 외화절약 및 외화수입 극대화였다. 자기나라 화물만 실어 나르려고 상선대를 가지려는 나라는 없다. 일본조선소가 세계적 조선소로 발돋움할 때 일본해운사도 돈이 없고 일본조선소에 발주할 여력이 없었고 그리스를 비롯한 외국선사만 자금력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민간이나 국책은행에 지불해야 할 신조선박금융의 이자까지 국가가 부담해서 자국 상선대의 자국조선소 발주를 도왔다. 이른바 계획조선이라는 제도이다. 덴마크가 자기나라 화물만을 수송하고 외화지출 절약을 위해서 머스크를 키운 것은 아니다. 제3국 항로에서 운임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키운 것이다.
우리는 우수한 해기사, 우수한 조선소까지 갖고 있는데 왜 세계 제1의 선사를 키울 수 없을까? 우리의 해운조선정책의 방점은 세계 제1의 해운기업을 갖는 것으로 방향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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