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기선사들이 시황의 비상국면에 대비한 특단의 조치들을 취하느라 부산하다. 그에 비해 우리 국적선사들은 여전히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에 뒷걸음질까지 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국영 양대선사인 COSCO와 China Shipping의 통합과 CMA CGM의 APL 인수, 그리고 이들 선사를 중심으로 한 얼라이언스 재편 조짐까지, 정기선 해운시장에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렁이고 있다.

알파라이너스는 중국 국영선사가 통합된 CCSC와 CMA CGM, Evergreen, OOCL이 연합해 (가칭) CCEO를 결성할 움직임이 있다고 전하고, 이같은 동향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재정난이 기폭제가 됐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견해도 내놓고 있다.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은 APL의 인수기업이다. 따라서 APL은 CMA의 의사결정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 자명하다. APL은 OOCL과 같은 G6 멤버사이고, COSCO와 Evergreen은 CKYHE의 멤버사이다. 업계에 회자되는 바대로, CCEO의 결성이 현실화된다면 CKYHE와 G6는 서비스 네트워크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와 현대상선이 멤버인 G6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고 나아가 이들 얼라이언스의 재편 가능성까지 예상할 때 우리선사들의 향방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렇듯 공급과잉과 저운임의 엄혹한 경쟁환경에 대해 글로벌 선사들은 합병과 협력, 신조투자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서비스 효율을 제고해나가고 있지만 국적선사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안게 된 유동성 부족 상황으로 에너지효율선박 확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과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 및 자구노력 강요로 수익성있는 자산과 사업들을 잇따라 매각하며 재무개선을 계속 추진해왔으나 형편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지난해말 나름대로 해운업 구조조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내용은 선사들의 각고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맞추기 힘든 조건을 달고 있어 ‘유명무실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해운업계는 국적선사간 합병설과 두선사 존치설 등 구조조정에 대해 설왕설래했으나 정부는 이렇다할 지원정책도 구조조정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흘러나온 중국 국영선사 간의 합병설은 사실로 드러나 급속한 통합작업을 거쳐 올 2월 통합사가 탄생했고 새 얼라이언스의 탄생설까지 불거져 나왔다. 같은 시기 NOL 자회사였던 APL이 CMA CGM에 매각되는 등 급변하는 세계 해운시장에 대항력을 갖추기 위한 선사들의 생존전략은 하루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이미 미래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국적선사들은 이러한 세계적 변화에 편승하기는 커녕 제몸하나 건사하기 버거운 형편이다. 위기초기 정부가 제공한 지원은 유동성 해소 차원에 그쳐 변화하는 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적선사들의 유동성 해소는 물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조선 확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고되고 있는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국적선사들이 ‘낙오될 가능성’ 마저 있다는 위기감이 해운업계에 팽배해 있다.

타 글로벌선사들이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를 맞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국정부의 도움을 적절한 시기에 받아 위기를 넘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덴마크,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등 여러나라에서 정부 (또는 금융기관)가 자국선사에게 자금 및 신용 제공을 전폭 지원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대표선사에 대해 신용등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채율을 낮추고 이자부담을 완화시켜줌으로써 신규투자를 가능하도록 지원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확고한 지원 의지가 중요하다. 해외선주와 투자자, 금융기관의 신뢰를 얻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연장지원하는 한편, 상환부담을 완화하고 발행금리를 개선하는 등 만기도래한 회사채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 긴요하다.

부채율 400%는 현재로는 해운기업이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적선사를 살릴 의지가 분명하다면 부채의 출자전환 등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을 통해 우리선사들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처를 취해주어야만 한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훗날 ‘만시지탄’으로 후회하지 않을 ‘시급한 조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