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화물을 잡기위한 국내 무역항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6년 연속 자동차 처리 1위를 달리고 있는 평택항이 자동차 수출부진으로 주춤한 가운데, 광양항이 막대한 환적물량과 전폭적인 정부지원을 발판삼아 고속성장하고 있다. 2010년 이전까지 최대 자동차 항만이었던 울산항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자동차 부두 확장에 나섰으며, 인천항은 중고차 특화항만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항만 중 자동차 화물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항만은 평택항이다. 연간 자동차 처리량 150만대를 웃돌며 6년연속 자동차 물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택항은 자동차 부두 5개 선석을 갖추고 배후에 기아, 현대, 쌍용 등 국내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의 생산라인이 집적해 있고, 수입차 출고 전 차량을 점검·보관하는 인도전 사전검사PDI 센터를 브랜드별로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매년 성장해왔던 평택항 자동차 물량은 지난해 처음으로 성장세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자동차 화물 처리량을 살펴보면, 2013년 144만 6,177대에서 2014년 150만 5,780대로 늘어났으나 2015년은 150만 2,883대로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평택항 2015년 150만 2,883대 처리...전년比 0.2% 하락
현기차 수출부진, 부두시설 부족이 원인

평택항의 자동차 처리실적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처리한 150만 2,883대 중 수출차는 87만 3,652대, 수입차는 26만 6,496대, 환적물량은 34만 279대이다. 수출차의 경우, 전년 90만 3,149대에 비해 3.2% 감소했으며, 수입차는 전년 20만 849대에 비해 32.7% 늘어났다. 반면 환적물량은 전년 38만 2,038대에 비해 10.9% 줄어들었다.


이처럼 평택항 자동차 처리량이 줄어든 이유는 표면적으로 전체적인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5년 자동차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량은 297만 6,000대로 전년대비 2.8% 감소했다. 수출물량 감소는 중국, 중남미, 동유럽 등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위축이 큰 이유로 꼽힌다.
 

이같은 현상은 올 1월 들어 더 심화되고 있다. 올 1월 자동차 수출액이 30억 3,5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21.5%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1월과 2월이 통상적인 비수기로 어느정도 수요감소는 예상했으나 20% 이상의 감소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1월 수출액은 38억 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4.7% 감소한데 그쳤다. 평택항만공사 측은 “평택항의 주요 수출 자동차 브랜드인 기아차와 현대차의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10%나 줄어들었다”면서, “수출물량과 환적물량이 줄어든 반면 수입차는 32.7% 상승했다”고 전했다.
 

평택항의 부두 및 야적장 부족도 물동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당초 생산됐던 자동차 물량을 일시적으로 보관해야 할 야적장이 부족해졌고, 이 물량이 고스란히 광양항으로 유입됐다. 자동차 생산라인과 인접한 평택항과 울산항이 협소한 야적장으로 물량이 감소한 반면, 생산공장이 없는 광양항이 전년대비 물량이 40.6% 급등한 이유이다. 평택항 업체 관계자는 “일시적인 야적장 부족 문제를 겪었으나 수출이 정상화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평택항만공사측은 “부두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1개 부두를 건설 중이며, 동 부두가 건설되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광양항 13년 39.6만대→14년 81.1만대→15년 114만대 고속성장, 100% 환적물량

넓은 야적장·부두시설 이점, 정부 ‘자동차산업클러스터’ 구축 지원
광양항은 최근 자동차 처리량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며 평택항을 추격하고 있다. 2013년 39만 5,816대를 처리한 것에 불과했던 광양항은 2014년 81만 808대로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더니, 2015년에는 114만 174대로 자동차 처리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광양항의 성장요인은 자동차 화물의 환적항만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35만㎡에 달하는 넓은 자동차 야적장을 보유하고 있는 광양항은 평택, 울산 등에서 생산된 자동차 화물을 수용했다가 미주나 유럽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두수심이 최소 16m 이상으로 20만톤급 초대형 선박 접안에 적합하고, 주·간선항로 및 국내 생산기지 중간 기점에 위치해 자동차 환적을 위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측은 “깊은 수심으로 자동차 대형모선이 상시적으로 입출항할 수 있고, 울산이나 평택에 비해 주·간선항로가 많아 자동차 화물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최대 4개 선석에 동시 접안이 가능한 부두 시설과 자동차 3만대 이상을 일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치능력도 큰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확대일로에 있는 광양항 자동차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YGPA는 올해 광양항의 자동차 인프라를 추가로 구축하는 등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광양항을 동북아 자동차 환적 중심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항만매립지 342만평을 물류 산업클러스터 거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수부는 광양항의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을 자동차 전용부두로 전환할 계획이며, 국적선에만 허용되던 자동차 운송의 연안운송을 외국적선에도 허용해 자동차 화물처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두 배후단지에는 왁싱, 도색, 수리, 옵션 설치, 인도전 사전검사PDI 등 관련 서비스 산업을 유치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는 통상적으로 국내외에서 신차가 반입되면 배후단지에서 인도전 사전검사와 왁싱절차를 마친 후 제 3국으로 수출한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수출전 배후단지에서 정비와 재조립을 마친 뒤 수출하게 되는데, 광양항에 이러한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우 연계산업을 합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YGPA는 정부 계획인 3-2단계 4선석 자동차부두 기능 전환 이전까지, 1단계 2선석을 자동차부두로 우선 임시운영해 수요를 맞출 예정이다. 여기에 자동차부두 운영 효율화를 위해 올 상반기 내로 운영사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미 유코카캐리어스. 현대글로비스 등 자동차 전문 운송사들이 광양항 자동차 전용부두 확보를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울산항, 야적장 부족 문제로 1위서 3위로 하락
지난해 12억 투입, 1만대 수용가능 야적장 조성

울산항은 2000년대 초반 국내 최대 자동차 항만이었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09년까지 국내 1위 자동차 수출입항이었던 울산항은 2010년이후 평택항에게 왕좌의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광양항에게 2위 자리를 빼앗기는 등 시련을 겪고 있다.


울산항은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신차 수출 물량을 기반으로 2010년 이전까지 대표 자동차 수출항만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단일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공장이 있어 안정적인 물동량 창출이 가능했고 이에 따라 세계 각지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선박을 상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자동차 수출이 하락하기 시작하며 울산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평택항에 자동차 1위 항만의 지위를 내줬던 울산항은 지난해 광양항에게도 추월당했다. 대형 장치장 부족으로 울산에서 생산된 수출차량이 대거 광양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울산항만공사UP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억원을 투입해 야적공간과 하역시스템을 갖췄다. UPA 측은 “야적장 부족 문제로 울산항 6부두에 일시로 1만대를 야적할 수 있는 야적장을 조성했으며, 올해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수출입 환적차량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항 중고차 특화 ‘친환경 자동차 수출 단지’ 조성 계획
인천항은 중고차 수출확대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천항을 통해 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연간 50~60만대 규모로 이 중 중고차의 비율은 40%를 차지하며, 전국 대비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비중은 2015년 기준 89.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 친환경 자동차 수출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IPA는 올 상반기 중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용역이 마무리 되면 시와 인천해수청과 MOU를 체결할 방침이다. 자동차 물류클러스터는 인천항 신 국제여객터미널이 오는 2019년 개장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기능을 이전할 기존 제1 국제여객터미널 인근 부두 배후부지 약 12만㎡와 석탄부두 일부 부지 약 6만 6,000㎡ 등 총 18만 6.000㎡에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건설과 관련한 환경기준을 마련하고 IPA와 함께 운영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IPA는 지난해 관계기관 및 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진행해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단지 구상을 세웠으며 올해 안으로 단지 조성 타당성 용역을 진행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타당성 용역에는 단지에 입주할 세부 업종을 조사하고 물류단지 최적지 선정, 자동차 수출사업 활성화 방안과 유휴 물류단지 활용방안, 경제적 효과 분석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전용부두는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단지 조성계획에 따라 유휴부두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는 자동차 전용부두가 생기면 현재 중고차 수출의 80% 이상을 책임진 인천항의 물류량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송도 불법 중고차수출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고차 수출단지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불만 해소이다. 기존 인천에 소재한 중고차 수출 단지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기피시설로 인식하는 문제가 있기 대문이다. 이를 위해 IPA와 인천시는 건축허가와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 자동차 수출단지 조성 계획이 조기에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 중고차 수출 단지가 영세해 불법으로 운영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인천 내항의 경우 파나막스급 선박까지 입항 가능해 대형 자동차운반선 입항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IPA는 중장기적으로 인천 외항에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자동차부두를 개발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정부, 고양시에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 계획에 자동차 항만 불만↑

한편 정부의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 계획에 경기도 고양시가 유력 후보지로 떠오름에 따라 자동차 수출입 항만도시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고, 자동차 관련시설의 집적화를 통한 산업발전과 자동차 서비스복합단지 조성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올해내로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동 계획에 따르면,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는 매매, 정비, 튜닝 뿐 아니라 자동차 관련 문화, 전시 등의 통합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국토교통부 측은 “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와 같은 유형의 자동차 테마파크가 활발하게 조성돼 왔다”면서, “독일의 아우토슈타트, 일본의 메가웹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 서비스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획이 발표된 상황에서, 유력 후보대상지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40만㎡ 부지가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2월 17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경기도 고양시가 추진 중인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자동차 수출입 도시를 제쳐두고 자동차와 아무 상관이 없는 고양시가 후보지로 선정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한 항만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집중된 수도권에 그린벨트까지 풀어주며 자동차서비스단지를 조성하는 속내가 궁금하다”면서, “대규모 자동차서비스단지를 조성하려면 자동차 생산공장이나 수출입 항만 등지에 조성해야 더욱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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