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비용 교육비 문제 해결은 중등 직업교육의 성공에 달려 있어
흙수저·금수저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흙수저는 부모의 신분이나 태생적 한계로 인해 경제적인 도움을 못받고 있는 자녀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동시에 금수저의 반대의 개념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열등감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내포하는 단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되었고, 이는 자녀 교육비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2016년 2월 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연간 교육비는 2014년 한해 평균 602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교육비는 평균 21만 1000원에 그쳤다. 금수저·흙수저간 지출 교육비가 약 28.6배 차이가 발생하고, 사교육비 차이는 무려 38.4배로 집계됐다.
흙수저가 하나의 기회라는 생각의 씨앗을 흙수저의 주체와 그를 둘러싼 사회가 품을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긴다. 이와 같다면 대졸 취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등 직업교육과정을 마친 고졸 해기사의 경로경력 관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할 문제임을 제기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비천하거나 약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그에 합당한 교육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 직업교육을 열심히 배우려는 사람이든 혹은 중등 직업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이든 배움의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계속 교육을 받을 권리는 충분하다. 교육에는 어떠한 규제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교육의 기본이다.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위한 성장경로가 마련되어야
수산·해양계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한 학부모는 이렇게 실토한다.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은 타 분야의 마이스터고 재학생 및 졸업생에 비해 졸업과 동시에 3무(無)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해 보면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조금 왜곡된 표현도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3무無의 첫 번째 이슈는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은 마이스터고 교육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선취업·후진학 정책에서 후진학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슈는 승선 근무하는 해기사에게는 박근혜정부에서 줄곧 강조하고 있는 핵심 의제의 하나인 일·학습병행제가 유명무실하다. 세 번째 이슈는 승선근무자에게 주어지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일명 병역특례제도의 적용에는 학력의 차별이 존재한다.
중등 직업교육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에게 계속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후진학의 일환으로 마련된 재직자 특별전형 선발제도가 있다. 그런데 정녕 해양계 대학은 동일학과에 재직자 특별전형 선발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첫 번째 이슈의 근거가 된다.

두 번째 이슈의 근거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관련법령에 의한 정책 자금을 지원받아 일·학습병행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필요한데 승선 근무 중에 있는 성인학습자를 교육시킬 교육자 양성이 어렵고, 산업분야의 특성상 해운기업은 부채비율이 높아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할 대상 기업으로 선발되기 어렵다고 한다.

세 번째 이슈의 근거는 병무청에서 연간 1,000명의 승선근무예비역제 근무인원을 해운기업별로 배정하는데 고졸·대졸 해기사에 대한 구분이 없어 해운기업에서는 이왕이면 대졸 해기사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고졸 해기사가 승선근무예비역제로 병역특례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종합하면 승선 근무 중인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계속 교육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해양 분야에 적합한 성장 경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형 제도를 바탕으로 한국형 산업마이스터 양성과정 도입 서둘러야
현재 마이스터고의 모델이 되었던 독일의 경우에는 마이스터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스터고 졸업생이 취업 이후 마이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경로가 구축되어 있지 않는 상태이다.
독일의 마이스터 학교와 같이 중견기술인 양성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학을 지정하여 산업체 경력 5∼7년에 해당하는 중견기술인을 양성 및 인정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중견기술인 양성과정은 전문대학, 폴리텍대학, 사내대학, 4년제 대학에 산업 부문별 특성을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자격시험을 거쳐 예비 산업마이스터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예비 산업마이스터 자격 취득 5∼7년 이후 거점대학에 개설된 산업마이스터 양성과정에 입학하여 과정 이수 후 ⑴ 창업경영자 ⑵ 최고기술자 ⑶ 기술전수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노동시장 이행 성과 분석」, pp.231∼232, 2015.12)

2008년에 시작된 마이스터고 육성 정책은 중등 단계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스터고 정책을 원활히 진행하는 데 필요한 평생 직업교육의 기반 조성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제도 개선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며 특히 해양 분야의 경우에는 경력 단절없는 승선 근무를 위한 원격교육 양성과정을 개설하는 등 승선 근무의 특수성과 직업 특성에 맞는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졸 해기사 경력경로 관리는 국가(학교) 주도형으로 이루어져야
2013년 6월 해사고·오션폴리텍 역량강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 자료를 살펴보면 중소형외항해운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해기사의 승선 실태 분석 결과, 우리나라 선박 척수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총톤수 20,000톤급 내외의 선박에 승선하는 선·기관장근무 경력자의 상당수는 여전히 고졸 해기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기 전승(해기사 등 전문기술자가 고도의 기술 역량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 개발하는 것)의 과업이 고졸 해기사에 의해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장기 승선 유인책을 강구하면 해기 전승이라는 전통적인 우리나라 선원정책의 올바른 방향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운역사는 한국 전쟁 이후 1960년대에 시작하여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서 선박조선분야 세계 1위국, 해운분야 세계 5위국으로 도약하였다. 해운물류분야는 과거의 단순한 해상운송분야가 아닌 글로벌 물류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육로가 막혀 있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한계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8%를 바다를 통해 수송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해운산업이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주역이 바로 선원들이다. 
특히 해기사는 전통적인 해기 전승은 물론 해운경영, 해상보험, 조선, 항만터미널 운영, 복합물류 등 연관 산업의 인재 공급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선원보다 자질과 근면성에서 우수하여 일본, 유럽 등 선진 해운국 선주들의 선호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주역으로 인식된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력 개발을 원하고 있으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국가 차원에서는 후진학제도의 유형인 재직자특별전형을 통한 대학 진학 정도의 대책만 강구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해양 분야의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경우에는 동일학과에 진학하는데 재직자특별전형 선발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재직자 또는 승선 근무자들을 위한 학사 운영 모형 역시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 졸업생인 고졸 해기사들에 대한 경력경로 관리는 국가가 체계적으로 운영하여야 함이 마땅하며, 당연하게 인식된다. 특히 중등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어린 나이에 직업 현장에 뛰어든 해기사가 해양 마이스터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여 주는 것이 시급하다.

해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승선할 수 있는 승선 매력화 방안 마련이 필요해
선원을 포함한 해기사들이 바다를 천직으로 삼고 안정적으로 승선할 수 있는 매력화 방안 마련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바다의 힘은 무한하다. 어린 나이에 바다를 천직으로 인식하고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이들이 졸업 이후에 지속적으로 승선 근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장기 승선자에 대한 우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선원문제는 선원 수급, 교육, 선원 복지 측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원 수급 문제는 임금 수준과 비례하겠지만 비단 월급 수준의 임금만으로 장기 승선 및 취업 의욕을 유도하기에 불충분한 수준이다. 해기사 양성교육은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지만 해양계 대학, 해사고교 졸업생 수를 고려하면 한국 상선대의 규모에 맞게 공급할 수 있는 적절한 해기 인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선원 복지 측면에서는 선원직의 특수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또는 충분한 혜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늦었지만 사학연금 수준의 선원연금이 조속히 도입되었으면 싶다. 20년 이상 바다에서 청춘을 바친 마도로스라면 누구나 국민연금 수준의 복지가 아닌 사학연금 수준의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안정적인 작업 환경 조성으로 장기 승선을 원하는 선원이 늘어날 것이고 바다에 꿈을 꾸는 젊은이가 더욱 많아지지 않을 까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선순환 흐름은 승선경력의 축적과 선박운영 노하우가 쌓여 적극적인 해양사고 예방으로 이어져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 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등 직업교육을 마친 고졸 해기사들이 바다에 젊음을 불태울 수 있는 혁신적인 선원 매력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이들이 계속 교육을 받기 위해 중도에 하선하거나 승선 근무를 포기하는 일이 없이 해양 마이스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경로경력 관리에 산·학·민·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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