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세계 4위, 천연가스 세계 2위 보유국... 원유·가스 수출확대 예상
노후선 교체 수요有...신조발주 규모 67억불 예상


1979년 시작된 국제사회의 對이란 경제제재가 올 1월 16일(현지시간)부로 해제됐다. 이란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기회가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수주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조선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도 비관할 수도 없는 상황. 이란의 상선 교체수요가 있으나 중국 저가선박과 경쟁해야 하고, 이란의 수출 증가로 인한 저유가 상황 지속은 해양플랜트 산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2015년 1월기준 1,578억배럴로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2014년 1월기준 33만 8,000㎥로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막대한 보유량과 함께 원유·가스 생산량의 성장률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오프쇼어 포커스(Offshore Focus)가 인용한 Douglas-Westwood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향후 5년간(2016~2020년) 원유 및 가스 생산량의 연평균 성장률이 4.3%에 달할 전망이다.


37년만에 풀린 이란 경제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선박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발주 가능성이 있는 이란 선사들과 접촉하며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후선박 교체를 비롯해 석유정제시설 확충에 따른 탱커선, 제품선, 컨테이너선, 가스선 등이 발주 물망에 올라 있다.


우리 조선사들이 이란 선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아직 이란 선사들은 구체적인 발주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선박의 노후화로 교체 수요는 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이란 선사들의 노후선 교체 방식이다. 중고선이나 신조선이냐 하는 문제인데 교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어느정도의 신조 발주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선사인 NITC는 약 25척의 선박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며, 또다른 국영선사인 IRISL도 약 30~40척의 선박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선사들이 밝힌 발주 규모가 약 67억달러에 달하며, 특히 IRISL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만 30척 이상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IRISL-SPP조선, 08년 중단됐던 선박 10척 재협상 추진 계획
조선 3사, 이란 선박수주 경험 풍부 기대

2010년 결의된 4차 제재 결의안 이전에 발주됐다 중단됐던 거래도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IRISL이 2008년 SPP조선에 발주했다 계약이 중단된 10척의 벌크선을 석유제품선(MR탱커)로 변경해 다시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상선 수주에 애를 먹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겐 ‘단비’같은 소식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과거 이란 선사들과의 거래 경험을 토대로 신규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2009년까지 약 35척의 선박을 이란 선사와 계약했으며, 현대중공업도 25척을 거래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총 3척의 초대형유조선(VLCC)를 수주한 전력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제제재가 이제 막 풀렸기 때문에 당장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분명 어느 정도 수요는 있으며 각 회사마다 그간 끊겼던 영업라인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저가수주 공세에 ‘근심’... 중대형 컨선, 탱커선 기술력 차이 적어
그러나 이란에 대한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가 만만치 않아 기대 속에서도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경제제재가 공식 해제되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란을 전격 방문하는 등 중국 산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이 발주하려고 하는 선박이 대부분 중대형 컨테이너선, 탱커선으로 우리와 중국 조선사들과의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 측면에서는 우리 업계가 확실한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우리 조선업계는 올해 ‘저가수주 근절’을 지상과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중국 조선업계와 경쟁하기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물량은 당해낼 수가 없다”면서, “그나마 기대해볼만 한 것은 이란내 중국 제품의 신뢰도가 전통적으로 매우 낮은 반면, 국내 기업과는 과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우리 업계의 경우, 품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란 원유수출 확대, 해양플랜트 시장에는 ‘악재’
신조발주보다 유지·보수·관리 서비스 분야 기회 多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 환경은 이전보다 더욱 안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 확대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거나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오일메이저의 신규 시설투자는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교체 수요 보다는 유지·보수·관리 등 서비스 분야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KMI의 오프쇼어 포커스와 Douglas-Westwood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4.3%에 달하는 이란의 원유 및 가스 생산량 성장률 중 해상유전의 성장률은 7.3%로, 육상유전 2% 대비 3배가 넘고, 시추 유정 수 역시 해상유전이 2.5%로 육상유전 1.1%보다 2배 이상에 달한다. 향후 5년간 생산량의 44.8%, 시추 유정수이 53.3%는 해양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란에는 2015년 말 기준으로 총 165기의 해양플랜트가 설치돼 운용 중이다. 용도별로는 시추용 12기, 생산용(고정식) 153기이며, 전 세계 9,129기의 1.8% 수준이다. 지난해 11월에 이란의 국영석유기업인 NIOC는 원유 생산량 100만배럴 증산을 달성하기 위해 11개 해상유전을 포함한 총 51개 유전을 국제석유회사를 대상으로 국제공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선 10월에 이란 석유부는 향후 6년간(2016~2021) 자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 1,85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Douglas에 따르면, 이란을 포함한 중동지역의 해양플랜트 개량 및 유지보수 시장은 향후 4년간(2016~2019) 116.13억 달러에 달한다.

해양플랜트 서비스 분야 국내 기업 진출 초기단계
해수부·수은, 국내 기업 이란진출 지원 계획 밝혀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이란 해양플랜트 서비스 시장 진출은 아직 초기단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MI 박광서 부연구위원이 오프쇼어 포커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인 사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많은 상황이었으며, 최근 들어 몇몇 기업들이 이란 시장 진출에 앞서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해부터 이란 진출을 희망하는 3개 기업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타당성 조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와 국책금융기관도 조선·플랜트 업계의 이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학배 차관 주재로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대응한 해양수산분야 이란 시장 진출 대책회의를 갖고, 해상운송, 선박검사,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설치, 항만·해양플랜트 개발 및 운영 등을 유망분야로 선정해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이란의 원유·천연가스 생산 및 수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해양플랜트 등 관련 시설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 노후화된 해양플랜트를 개량하고 유지·보수하는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도 2월 16일 ‘이란 진출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우리 건설사 및 해양플랜트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이란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영표 수은 전무이사는 “이란시장은 수출 부진 및 해외 수주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금융이 사업 수주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란 시장 개척의 최전선에서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이란, 산유량 동결합의 지지 선언... “해양플랜트 최악상황 면해”
한편 이란이 2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카타르가 합의한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하고 나서며 이란의 이같은 결정이 향후 해양플랜트 수주환경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월 중순 경,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국은 다른 대형 산유국이 동참하는 조건으로 석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이란이 2월 17일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의 지지 선언에 따라 조선업계는 현재와 같은 저유가 상황이 우려했던 만큼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우리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 급감은 물론 계약 중인 해양플랜트가 인도 지연되며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조선업계가 기술적 우위에 있는 고효율 선박의 수요도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4개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와 이에 대해 이란이 지지표명을 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 졌다. 국제유가가 당장 급등하지 않겠지만, 업계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지켜보는 우리 조선업계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이란 수출시장이 열리며 노후선박 교체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서도, 이란의 원유·가스 수출이 전체 조선시장에 미칠 악영향과 중국 저가선박과의 경쟁 등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빗장 풀린 이란의 경제시장이 우리 조선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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