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의 부적절한 항해계획 및 피항동작에 의한 충돌

 
 
이 충돌사건은 서로의 진로를 횡단하는 상태에서 피항선인 화물선 A호가 항해계획 및    피항동작을 부적절하게 하여 발생한 것이나, 유지선인 어선 B호가 경계를 소홀히 한 것도 일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내용
○ 사고일시 : 2013. 5. 23. 04:05경
○ 사고장소 :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등대로부터 약 095도 방향, 약 8.4마일 해상
 

1. 사고개요
화물선 A호는 주로 광양항과 동해항 사이의 국내 연안을 항해하며, 공선상태로 광양항을 출항하여 동해항으로 향하였다. 1등항해사는 2013년 5월 23일 03시 54분경 이 선박이 침로 351도 및 속력 16.2노트로 항해하던 중 레이더로 1시 방향, 약 3.0마일 거리에서 접근하는 상대선박을 초인하였으나, 침로와 속력을 유지한 채 항해하였다. 당시 이 선박의 선수 전방에는 조업 중인 많은 어선들이 산재해 있었고, 좌현 쪽에는 후포항에서 출항하는 어선들이, 그리고 우현 쪽에는 후포항으로 입항 중인 7∼8척의 어선들이 있었다.
1등항해사는 충돌 5분 전 기적을 울려 상대선박이 피해가도록 하였으며, 충돌 4분 전 상대선박이 약 1.0마일 가까이 접근하였을 때 좌현 변침을 하였고, 충돌 1분 전 우현 전타하여 킥Kick효과로 상대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하였으나, 양 선박 간의 충돌을 피하지 못하였다.

한편, B호는 경상북도 울진군 소재 후포항을 출항하여 약 4일 동안 오징어채낚기 조업을 한 후 2013년 5월 23일 02시 00분경 조업을 마치고 조업장소(제76-9해구)를 떠나 후포항을 향해 침로 270도 및 속력 약 8.0노트로 항해하였다. 선장은 조업 중 하루에 3∼4시간의 휴식을 취한다.
선장은 타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의자에 앉은 채 혼자 항해당직을 수행하였고, 초단파무선전화VHF의 볼륨을 낮추고, 단파무선전화SSB로 다른 어선 선장들과 가끔씩 교신을 하였으며, 졸음예방을 위하여 조타실 전방에 있는 TV 볼륨을 높여 시청하였다.

선장은 충돌 11분 전 상대선박을 초인하였으나, 이후 다른 어선 선장들과 SSB로 어획상황 등에 대해 교신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며 경계를 소홀히 한 결과, 상대선박이 울린 기적소리도 듣지 못한 채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양 선박이 충돌하였다.
당시 사고해역은 맑은 날씨에 시정이 3마일로 양호하였고, 남동풍이 초속 6∼8미터로 불며, 파고는 0.5∼1.0미터 정도이었다. 이 사고로 A호는 선체 외판 페인트가 25∼30미터 정도 벗겨졌고, B호는 정선수부가 파손되었다.
A호는 충돌 후 주기관을 정지하고, B호를 VHF로 호출하였으나 응답하지 아니한 채 후포항 쪽으로 이동하자 포항해양경찰서에 사고신고를 하여 사고 현장에서 해양경찰의 조사를 받은 후 동해항으로 향하였다.
 

 
 
2. 원인고찰
이 충돌사건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자주 발생하고 그 원인이 단순하다고 할 수 있으나, 해양사고 예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많은 개선이 필요한 사례이다.
 

1)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시정이 3마일 정도로 양호한 상태에서 침로 351도, 속력 약 16.3노트로 항행 중이던 A호와 침로 약 270도, 약 8.0노트의 속력으로 항행 중이던 B호 사이에 발생하였으므로 「해사안전법」제73조(횡단하는 상태) 규정이 적용되며, 상대선박을 우현에 두고 있는 A호가 피항선으로서 B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한다.
 

충돌상황도
충돌상황도
 2) A호의 부적절한 항해계획
A호는 호미곶에서 용추갑까지의 항로를 후포항과 왕돌초·후포퇴 사이로 항해하도록 계획하였다. 이 해역은 동해안 최대의 생태 및 오징어어장이 형성되고, 일일 조업에 종사하는 연안 소형어선들은 매일 03시경 어항을 출항하여 조업 후 잡은 고기를 이른 아침 수협 위판장에 판매한다. 즉 이 해역에는 야간과 이른 아침에 조업 중인 어선과 일일 조업 차 후포항 등 어항을 출입항 하는 어선들로 혼잡하다.
따라서 연안항해에 종사하는 선박들은 야간 및 이른 아침에 이 해역을 항해할 것이 예상될 경우 많은 어선들과의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왕돌초·후포퇴 동쪽의 넓은 해역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항해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3) A호의 부적절한 피항동작
1등항해사는 이 선박에 승선한 후 처음 우리나라 연안 항해에 종사하였고, 사고당시 광양항∼동해항 항로를 3항차 째 수행 중으로 아직 이 항로의 특성에 대해 익숙하지 아니한 상태이었다. 선장은 야간지시록에 당직항해사로 하여금 연안 항해 시 각별히 주의하고, 다수의 상선 및 어선이 있을 경우 충분히 우회하여 안전하게 항해하며, 의문사항이 있을 경우 지체없이 선장을 호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1등항해사는 자선 전방에 조업 중 어선, 후포항에서 출항하는 어선 및 후포항으로 입항하는 어선 등 많은 어선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에 ①어선들을 충분히 벗어나 안전하게 항해하거나 또는 선장을 호출하여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②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피항동작을 취해야 했으나, 충돌 4분 전 뒤늦게 소각도로 변침하였으며, ③피항선으로서 자선이 피항동작을 취해야 했으나, 침로와 속력을 유지한 채 기적을 울려 상대선박이 피해가도록 유도하였고, ④선수 좌현 쪽의 후포항에서 출항하는 어선들과 횡단하는 상태로 조우하여 유지선으로서 좌현 변침을 하여서는 아니 되나, 좌현 변침을 하였다.
 

4) B호의 경계소홀
B호 선장은 조업 후 후포항을 향해 침로 약 270도 및 속력 약 8.0노트로 항해 중 충돌 11분 전 상대선박을 초인하였으면 레이더 및 육안에 의한 경계를 철저히 하여야 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대선박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였고, 충돌할 때까지 상대선박이 울린 기적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한편 선장은 2012년 5월 26일 조업 후 후포항으로 입항하던 중 경계소홀로 일반화물선 C호(총톤수 2,977톤)와 충돌한 바가 있다.
 

가) 선장의 피로
선장은 충돌 4일 전 후포항을 조업 차 출항한 후 하루 3∼4시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항해당직과 조업 지휘·감독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피로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나) 선장의 텔레비전 시청

다) 부적절한 무선전화 사용
B호 조타실에는 초단파무선전화VHF가 설치되어 있다. 이 VHF는 충돌위험이 존재한 양 선박 사이의 적절한 교신 등 충돌예방을 위한 보조수단으로서 사용되며, 또한 충돌 후 사고수습 등을 위한 정보교환을 위해서도 용이하다.
그러나 선장은 VHF의 음량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추어 둠으로서 상대선박이 충돌 전후에 초단파무선전화로 B호를 호출하였으나 듣지 못하였다. 또한 선장은 SSB로 다른 어선 선장들과 어황 등에 대해 교신하며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였다.
5) B호의 항해 중 집어등 켜는 것에 대한 검토
따라서 오징어채낚기 어선이 항해 중 집어등을 켜는 것은 부적절한 조치이다.
 

3. 사고원인
이 충돌사건은 양 선박이 서로의 진로를 횡단하는 상태에서 피항선인 A호가 후포항과 왕돌초·후포퇴 사이의 해역을 조업 또는 이동 중인 어선들이 많은 시간에 통항하도록 부적절하게 항해계획을 수립한 것과 충돌 4분 전 소각도 좌현 변침하는 등 부적절한 피항동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나, 유지선인 B호가 충돌 11분 전 레이더로 상대선박을 탐지하고도 텔레비전 시청 및 단파무선전화 교신 등으로 경계를 소홀히 한 것도 일인이 된다.
 

4. 사고방지교훈
가. 연안 선박에 처음 승선하는 항해사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연안 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 처음 승선한 항해사는 해당 항로의 위험요소 등에 익숙해질 때까지 선장의 지휘·감독 하에 일정 기간 교육·훈련이 필요하고, 항로 상에 많은 어선들이 존재할 경우 즉시 선정에게 보고하여 선장이 직접 조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나. 연안 선박은 항해계획을 적절히 수립하여야 한다.
연안 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은 항해계획을 수립할 때 교통량이 많은 주요 항만 부근의 통항뿐만 아니라 어선의 조업형태 및 어장형성 등을 고려한 주요 어항 부근의 통항 시에도 연안에서 충분히 떨어져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 어선 선장은 조타실 전방에 텔레비전을 설치·시청하여서는 아니 된다.
어선 선장의 항해당직 중 텔레비전 시청은 항해당직에 대한 집중력 저하로 적절한 경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하여서는 아니 되며, 조타실 전방에 설치된 텔레비전은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 
 

라. 충돌사고 후 상호 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며, 도주 시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충돌사고가 발생한 경우 양 선박의 선장은 인명·선박의 피해 및 해양오염 발생 여부 등을 파악한 후 필요 시 응급조치 및 구조 요청을 하고, 서로 VHF 교신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여야 한다. B호 선장은 충돌 후 상대선박의 초단파무선전화 호출에도 응답하지 아니하고, 상대선박을 선회하여 피해상황을 확인한 후 후포항으로 향하였다. 이러한 선장의 행위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충돌사고 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자동차 등 도주사고와 마찬가지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의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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