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해운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4월부터 운임공표제를 강력하게 시행할 방침이어서 그 시행의 성공 여부와 실효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해양수산부는 1월 7일 ‘외항운송사업자 운임공표 업무처리 요령’ 개정안을 고시하고 1월 27일까지 선화주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에 개정된 ‘외항운송사업자 운임공표 업무처리 요령’은 운임공표 대상항만 확대와 공표제외 범위 축소, 공표횟수 축소, 공표대상 품목 단순화 등 이행부담 완화를 골자로 담고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해운불황 국면에서 과도한 운임인하를 방지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아래 이번에는 운임공표제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며 준비하고 있다. 우선 공표대상항만을 전항로 전항만으로 전면 확대 실시하는 한편, 공표운임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위반시에는 과징금 부과(2,000만원)와 등록 취소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통해 이번에는 운임공표제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으로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수렴된 의견을 검토한 뒤 2월안으로 규제심사와 법제심사를 마치고 3월초경에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 뒤 계도기간을 거쳐 4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고시한 관련 업무처리 요령 개정안에 따르면, 운임은 향후 매년 2회, 4월과 10월에 공표해야 하며, 공표된 운임의 1/10을 초과하여 변경되는 경우 이를 적용하기 5일 이전에 공표해야 하고 부대요금은 요율변경 시마다 공표해야 한다. 또한 관련 규정은 올해 7월 1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에서 그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련조항이 신설됐다.
 

이번 관련 규정 개정안에는 부대요금 대목에서 기존 항목(BAF, CAF, THC)이외에 서류발급비, 아덴만비상할증료, 수에즈운항할증료 등이 추가되어 수정됐으며, “공표운임은 공표 의무자가 실제 운송대가로 받는 최고운임과 최저운임을 감안한 기준운임이며, 화폐단위는 US달러로 한다..”는 내용과 “공표운임과 실제 운송대가와의 차이는 공표운임의 1/10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수입화물의 경우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종전의 조항은 삭제됐다.
 

또한 운임공표의 제외 규정에는 종전의 “특정 화주와 특정공표 의무자간에 6월 이상 기간을 정해 일정량 이상의 화물제공 및 그 안정적 운송을 약정한 계속적 계약관계에 의해 계약 당사자간에 한해 적용되는 운임..” 대목에서 계약운임 기간과 운임신고에 대한 대목이 “..3월간....운임으로 미리 해양수산부에 신고해 승인받은 운임”으로 수정됐다. 종전에 공표운임의 1/5 범위내에서 인하변경 운임을 공표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수입 컨테이너와 수출컨테이너 중 특수컨테이너(open top컨, flat rack 컨 등 운임..”으로 바뀌었다.
 

공표 방법도 종전과 다르다. 종전의 ‘KL-Net과 공표의무자의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공표하던 것을 ‘인터넷홈페이지...’와 ‘해양수산부(www.sis.go.kr)...’에 공지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운임공표제의 강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 한중해운회담에서이다. 이 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폭락하는 운임과 관련, 한중간 해상항로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운임공표제 시행을 진지하게 협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운임공표제의 강화를 위한 관련 규정의 개정안을 마련해서 새해들어 고시하고 시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2006년 6월부터 상하이항운교역소에 구간별 최저·최고운임을 신고하는 운임신고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신고 운임보다 낮게 받은 선사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시키고 있다.  중국의 운임신고제는 2013년 개정을 통해 최근 더욱 강화돼 시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 기항선사들의 운임신고와 관련한 벌과금 조치 뉴스를 최근들어 종종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운임공표제는 1990년 불공정 과당경쟁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운임신고제가 99년에 이름을 바꾸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지금까지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실은 얻지 못한 상태로 유지돼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운임공표제는 2006년과 2010년, 그리고 2014년 세 차례 개정됐으며 이번 개정이 네 번째이다. 운임공표제 관련규정의 네 차례 개정작업은 주로 해운업과 주변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에 추진됐다. 그중 해운의 호황기였던 2006년의 개정은 상승하는 운임의 적정화 수단으로 이 제도의 시행이 강화됐으며, 2014년 개정은 우리사회 전반에서 요구되던 규제완화 파고에 휩쓸려서 진행됐다.
 

불과 2년만에 또한번의 개정을 통해 강화되는 운임공표제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해운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사상 초유의 난국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2004년의 운임공표제 시행 때과는 상반된 환경에서의 운임 현실화가 추구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운임공표제에 대해서는 많은 선사들이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제도의 유명무실한 시행결과를 목도해온 관련업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입의지와 달리 도입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않게 존재하고 있다. 십수년간 존재한 정책이나 뚜렷한 실효를 거두지는 못한 바여서 실효성에 대한 냉소적인 견해는 일반적인 정서라 볼 수 있다.
 

정부 역시 운임공표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를 잘 알고 있다. 2006년 개정시 정부가 낸 ‘운임공표제도 시행 현황과 문제점’ 자료에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가 드러나 있다. 이 자료는 “운임공표제는 운임신고제에 비해 완화됐으나 공표 대상의 과다 설정과 공표업무 과중으로 인해 공표실적이 급감하고 정부 감독부실 등으로 제도적인 실효성이 약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99년에는 59개사가 227회 운임을 공표했으나 2002년에는 26개사가 101회, 2005년에는 6개사가 23회 공표하는 등 점차 공표선사와 공표횟수가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이번에는 전보다 강력한 제도 시행과 관리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강화된 운임공표제도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업계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운임공표제가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사상 초유의 극한시황에서 극심한 경쟁으로 빚어지는 마이너스 운임 등 비정상 시장의 해소에는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적선사의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추진되는 운임공표제가 모쪼록 소기의 정책목표를 거두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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