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추107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 X는 D개발 주식회사 명의로 등록되어 있던 준설선인 JDP 1호(총 중량 549.212t, 이하 ‘이 사건 준설선’)의 2010. 3. 4. 침몰사고 이후 이 사건 준설선의 본체와 부력체의 연결구조를 변경하고 일부 부력체를 없애고 침실 및 식당의 위치를 변경하며 선미船尾에 스퍼드(Spud, 선체 고정용 수직파이프)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준설선을 개조하였다.

(2) 그 후 이 사건 준설선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낙동강 제15공구 준설공사 현장에서 준설작업 중이었는데, 2011. 1. 22. 01:00경 선미가 1.95m 이상 침하되어 스퍼드와 스퍼드 지지대 사이의 틈새로 강물이 새어들면서 유입된 강물이 기관실까지 들어와 침몰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1.97t 가량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3)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12. 5. 8. “이 침몰사건은 준설선의 깊이에 영향을 미치는 스퍼드의 구조를 임의로 변경하여 감항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준설작업 중 관리소홀로 준설선의 선미가 침하되면서 강물이 스퍼드실과 본체로 유입되어 발생한 것이다. 해양사고 관련자 X에게 시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원인재결 및 권고재결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결’).
 

Ⅱ. 재판의 경과
1. X의 제소

X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의 대상은 선박으로 인한 해양사고인데,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에 따라 건설기계로 등록된 이 사건 준설선은 건설기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사고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재결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2012. 6. 12. 대법원에 이 사건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대상판결1)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자력항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준설선인 이 사건 준설선은 선박법상 부선에 해당하고, 부선인 이 사건 준설선이 침몰된 이 사건 사고는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라)목에 규정된 해양사고에 해당한다. 그리고 선박법 제26조 제7호는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에 따라 건설기계로 등록된 준설선浚渫船’도 선박법 제1조의2 제1항에 규정된 선박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선박법 중 선박의 등록에 관한 조항을 비롯한 일부 조항들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준설선이 건설기계로 등록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Ⅲ. 관련 규정
1.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앙심판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해양사고’란 해양 및 내수면內水面에서 발생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고를 말한다.
라. 선박이 충돌·좌초·전복·침몰되거나 선박을 조종할 수 없게 된 사고
2. ‘선박’이란 수상 또는 수중을 항행하거나 항행할 수 있는 구조물로서 대통령령2)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2. 선박법
제1조의2(정의) ① 이 법에서 ‘선박’이란 수상 또는 수중에서 항행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배 종류를 말하며 그 구분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기선: 기관機關을 사용하여 추진하는 선박[선체船體 밖에 기관을 붙인 선박으로서 그 기관을 선체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선박 및 기관과 돛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로서 주로 기관을 사용하는 선박을 포함한다]과 수면비행선박(표면효과 작용을 이용하여 수면에 근접하여 비행하는 선박을 말한다)
2. 범선: 돛을 사용하여 추진하는 선박(기관과 돛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로서 주로 돛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3. 부선: 자력항행능력自力航行能力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선박

Ⅳ. 선박의 개념
1. 선박개념의 중요성

선박은 해양과 더불어 해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박의 개념은 해사안전법, 선박법, 해상법(상법 제5편), 선원법 등의 적용범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상사안에서는 준설선이 해양심판법상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그런데 선박의 개념을 가장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선박법상 선박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면, 다른 법령상 선박의 개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선박법상 선박의 개념에 관하여 본다.3)
 

2. 선박법상 선박
가. 개념

‘선박법상 선박’이란 수상 또는 수중에서 항행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배 종류로서, 기선·범선·부선을 말한다(선박법 제1조의2 제1항). 선박의 종류에 관한 규정은 예시규정이 아니라 한정적·열거적 규정(numerus clasus)으로 보아야 하므로,4) 기선·범선·부선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예를 들면, 뗏목,5) 카누, 카약, 조정 등)은 선박법상 선박으로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선박의 정의는 선박vessel을 ‘수상운송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사용될 수 있는 모든 배 그 밖의 인공장치’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 연방법의 규정6)이나 독일 판례7)의 입장보다 다소 좁고, 항해용 선박을 의미하는 ‘해상법상 선박’(상법 제740조, 제741조 본문)이나 수상항공기를 포함하는 ‘해사안전법상 선박’(해사안전법 제2조 제2호)과는 구별된다.
 

나. 선박의 요건
(1) 선박구조물

사회통념상 선박이라는 구조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선박이란 사회통념상 물 위에 뜨거나 물 속에 잠겨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거나 일정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수상구조물을 말하므로, 수밀성과 부유능력을 가져야 한다.8) 그러므로 부유능력을 상실한 난파선이나 침몰선은 구조 또는 인양이 불가능한 것이면 선박의 멸실에 해당하므로 선박이라고 볼 수 없으나, 구조나 인양이 가능한 동안은 여전히 선박이다. 건조 중인 선박은 항행의 용도와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선박이라고 할 수 없으나,9) 건조 중인 선박이라도 진수 후 항행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비록 완성 전이라도 선박법상 선박으로 볼 수 있다.10) 또한 선박은 건조재질과 무관하므로, 강선·목선·특수재질로 만든 선박도 선박에 해당한다.
 

(2) 수상 또는 수중의 항행
선박은 수상 또는 수중을 항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중을 항행하는 잠수선, 수면상에 약간 떠서 항행하는 Hover Craft나 수중익선(Hydro foil)도 선박에 포함되나, 주로 비행을 목적으로 하는 헬리콥터, 수상항공기나 비행선은 선박이라고 할 수 없다.11)
 

(3) 항행능력
선박은 항행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자력으로 항행할 수 있어야 하느냐에 관하여 과거에 견해대립이 존재하였으나,12) 선박법 제1조의2가 부선을 선박의 개념에 포함시킴으로써 독항능력 불요설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13) 그러므로 구조물이 항행에 사용되는 이상 추진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력항행능력이 없어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하는 선박(부선14)이나 피예선, 외부에서 원격조정에 의해 항행하는 구조물)은 선박에 해당한다.
 

(4) 건조목적과 용도
① 특정구조물이 선박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은 선박의 크기·형태·적재능력·종류보다 그 구조물의 건조목적과 구조물이 사용되는 용도인데,15) 선박의 용도를 판단할 때 미국 법원은 구조물이 이동성과 수상운송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해양위험에 노출되는지 여부, 한 지점에 고정되었는지 여부, 구조물을 선박으로 인정하는 것이 법령이나 다른 정책적 필요에 합치되는지 여부를 고려한다.16) 선박법상 선박이 되기 위해서는 항행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② ‘항행용으로 사용하는 기구로서 선박’은 사람 또는 물건을 운반하기 위하여 이용되고 항상 이동할 목적과 능력을 갖춘 것이어야 하므로 해상에서 원하는 대로 위치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준설목적으로 기관을 장착한 해상시설17)이나 호퍼준선설,18) 예선19)도 선박에 해당한다.

③ ‘항행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구로서 선박’은 일시적으로 고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동하도록 설계된 구조물로서 항행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예인되어 이동할 수 있다면 선박에 해당한다.
④ 항구에서 특별한 기능을 하는 플랫폼이나 부유구조물이 선박인지 문제된다. 선박의 수리·건조를 위해 이용되는 부유건선거(floating drydock) 중 사용하는 동안에는 항해하지 않으며 계속 해안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항행용이 아니므로 선박으로 볼 수 없으나,20) 이동성이 있고 항행에 제공되는 건선거는 항해 도중에 일시적으로 특정장소에 정박하더라도 선박으로 볼 수 있다.21) 선착장으로 사용되는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도 선박이다.22) 더 이상 항해에 제공되지 않거나 육상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사선(dead ship)의 경우 완전히 항해기능을 상실하였다면 더 이상 선박으로 볼 수 없으나,23) 고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항해능력을 가지고 있거나,24) 수리를 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항해를 중지한 선박25)은 여전히 선박이다.
 

다. 준설선
(1)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 및 선박법의 개정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건설기계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2010. 5. 27. 대통령령 22172호)은 별표 1호 제25항을 “준설선: 펌프식·바켓식·딧퍼식 또는 그래브식으로 비자항식인 것. 다만, 해상화물운송에 사용하기 위하여 선박법에 따른 선박으로 등록된 것은 제외한다.”라고 개정하였다.26) 선박법(2007. 8. 3. 법률 8621호로 개정되어 2008. 2. 4. 시행된 것) 제26조는 선박법의 일부 조항의 적용을 제외하는 선박으로 제5~8호를 추가하였는데, 제7호는 “건설기계관리법 3조에 따라 건설기계로 등록된 준설선”이다. 선박법 제26조는 위 선박에 대하여는 등기와 등록(제8조), 등록사항의 변경(제18조), 말소등록(제22조)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였다.
 

(2) 준설선의 지위
위와 같이 준설선이 건설기계로 등록된 경우에는 선박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선박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준설선에 대하여는 부선과 별도로 건설기계등록이 되어 있으므로, 준설선은 건설기계임과 동시에 선박법의 규정이 일부 적용되지 않는 선박법상 선박으로 보아야 한다.27) 건설기계관리법은 준설선이라고 하여 항해에 필요한 선박 부분과 준설에 필요한 기계 부분을 포함하여 단일한 물건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선박부분과 준설기계부분은 처음부터 선체와 준설장비가 내부적으로 일체로 제작되어 이를 분리할 경우 어느 것도 독립적인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부선과 준설선은 하나의 물건으로 보아야 한다.28)
 

Ⅴ.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이 사건 준설선이 건설기계로 등록되었다고 하더라도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에 따라 건설기계로 등록된 준설선’은 여전히 선박법상 선박에 해당함을 전제로, 선박법 중 선박의 등록에 관한 조항을 비롯한 일부 조항들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선박법상 선박의 개념을 각종 법령상 등록제도의 유무나 등록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준설선이 선박법 제1조의2 제1항에 규정된 “수상 또는 수중에서 항행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배”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선박법상 선박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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