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조선 적자와 재편

2015년 한 해는 한국 조선업계에 있어서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조선산업을 호령했던 대형 조선사들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조선사가 독식했던 해양플랜트는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낮은 유가 등으로 발주됐던 해양플랜트가 인도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손실을 더욱 가중시켰고, 높은 품질의 중소형 선박들을 건조했던 중소 조선사들은 대형사에 합병되거나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의 2015년 3분기 누적 수주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2.5% 감소한 877만cgt, 수주금액은 19.4% 감소한 190억 5,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종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렇듯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국내 조선업계 역시 불황의 늪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조선사들이 대거 수주했던 해양플랜트였다. 전세계 해양플랜트를 거의 독식하다 시피했던 우리 조선업계는 당시 불황 속에서도 기록적인 수주를 달성하며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해양플랜트 수익의 핵심인 엔지니어링 분야는 해외 기업에 빼앗긴 채, 건조과정에서도 경험 미숙·납기일 지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게다가 국내 조선사간 과당경쟁은 해양플랜트의 선가하락을 부추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조선 3사의 누적적자는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하반기 2조원의 적자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약 5조 3,000여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3조 2,500억원의 적자를 냈던 현대중공업도 올해 1조 4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고, 삼성중공업도 1조 5,000여억원의 적자가 전망된다.


더욱 암울한 것은 선주사들의 일방적 계약해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과 드릴십 건조계약을 맺은 퍼시픽드릴링이 10월말 드릴십 건조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현대중공업은 최근 7,0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시추선에 대해 발주사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이었던 동 시추선은 당초 올 3월에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인도일정이 12월로 미뤄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발주사인 프레드 올센 에너지 측은 주문 취소와 함께 선수금 반환과 선수금 이자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선주사 발주 취소 사례는 해양플랜트에 국한되지 않았다. 올 초부터 연이어 발주된 초대형컨선의 발주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11월초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발주하려던 1만 9,630teu급 6척에 대한 옵션 계획을 취소했다. 대우조선 측은 기발주 선박 취소가 아닌 옵션계약 취소로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대 고객인 머스크와의 옵션계약이 문제없이 진행됐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사들의 최악 부진과 더불어 중소조선사들은 생사에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이다. 현재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는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4곳으로 이들은 한치앞도 알 수 없는 ‘풍전등화’의 신세가 됐다.


4곳 중 상황이 가장 나은 곳은 2010년 1월 자율협약을 개시한 대선조선으로 조단위가 넘는 지원을 받은 3곳과는 달리 5,189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지원규모가 비교적 작고 소형 선박에 특화된 조선사로 회생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9월초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 관계를 맺어 큰 위기는 모면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의 영업·구매·생산·기술 부문을 2019년까지 지원할 계획이며, 주 채권자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4년간 4,2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반면 STX조선해양과 SPP조선은 생존여부가 불투명하다. STX조선해양은 10월 17일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고 인력 30% 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2013년 4월 자율협약 이후 지원규모가 4조 470억원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도 265억원에 이르는 등 회생여부가 불확실하다. 현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사 결과에 따라 STX조선의 거취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SPP조선은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SPP조선 매각을 결정하고 신규수주를 중단시켰다. 11월 16일 매각공고를 냈으며 12월 인수의향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한편 과거 3번의 매각 시도가 불발된 신아SB는 현재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 모두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조선산업 전망도 밝지 않다. 이미 올해 연간 수주금액과 수주량이 두자릿수 비율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내년 수주량은 올해보다 25% 급감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연이어 발주됐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물량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올해 40여척이 발주됐던 LNG선도 내년에는 발주량이 반토막날 것으로 예측된다. 해양플랜트는 신규수주보다 수주분 취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내년까지 어려운 업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무리한 수주는 자제하고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해 생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해양플랜트의 경우, 수주량보다는 발주사 재무상태, 수주방식 등 수주의 질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조선산업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간 과당경쟁을 차단하고 대형-중소형 조선사간의 상생협력, 조선사-기자재 업계가 공동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조선산업은 2008년까지 기록적인 수주량을 기록하는 등 극 호황시기를 누렸지만 이후 뚜렷한 반등없이 장기간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체질개선을 진행한 반면, 우리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에만 온 힘을 쏟았다. 결국 해양플랜트는 엄청난 ‘손실덩어리’로 변해 우리 조선업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국책은행의 수차례의 자금지원과 수조원대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비도덕성이 밝혀지면서 조선업계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계간 과당경쟁 방지 등 조선업계의 뼈저린 반성과 정부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LNG 연료추진선의 부각과 향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뚝 끊겼던 상선 발주 시장이 다시 살아난 데에는 ‘에코십’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2010년부터 이어져 온 고유가와 환경규제의 압박은 선사로 하여금 연료효율성에 주목하게 했고, 머스크의 Triple E 컨테이너선 발주를 시작으로 글로벌 선사와 조선사들은 ‘그린십’ 혹은 ‘에코십’ 발주와 수주에 매달렸다.


연료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LNG 연료선으로 이어졌다. 이미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LNG를 연료로 한 소형 여객선, RO-RO선 등이 운항되고 있으며, 올 초에는 LNG 연료 컨테이너선이 시장에 등장했다. 또한 작년 7월에는 LNG를 연료로 한 LNG 운반선을 대우조선이 수주하는 등 LNG 연료선 기술은 이제 선종과 규모를 따지지 않는 상용화단계에 이르렀다.


LNG 연료선 상용화가 다가옴에 따라 주요 항만들은 LNG 벙커링 시설 마련에 나섰다. 현재 계획단계에 있는 LNG 벙커링 터미널만 35개 이상에 이르며, 우리나라는 부산신항 LNG 벙커링 기지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의 저유가 상황과 북미 셰일가스 개발, 선박의 공급과잉 문제 등은 LNG 연료선 시대의 도래를 늦추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듀얼퓨얼 엔진과 LNG 공급장치 개발 등으로 대형선박에 LNG 연료 시스템을 적용하는 기술적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시장성이다. 현재와 같은 저유가 상황에서 LNG 연료의 가격 경쟁력은 많이 희석됐다. 해운시장 불황으로 LNG 연료선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선사들도 제한적이며, 이미 시장에는 너무나 많은 선박들이 운항되고 있어 추가 발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NG 연료는 결국 현재의 HFO 연료를 대체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입에 있어 어느정도의 속도조절은 불가피하겠지만, 강화되고 있는 전 산업계의 환경규제에 해운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LNG 연료선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현재 개발되고 있는 LNG 연료선은 대부분 ‘LNG Ready' 선박으로 건조되고 있다. 기존 선박연료인 HFO 연료와 LNG 연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듀얼-퓨얼 엔진이 장착돼, LNG 연료선 본격 상용화 이전 단계까지는 기존 연료를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LN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LNG 연료선은 해운·조선·항만산업 등 해사산업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해운업계와 항만업계의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며, 많은 연구자들은 LNG 연료선 시대 도래로 해운·항만 시장의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확히 몇년 후에 LNG 연료선 시대가 도래할 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준비없이 LNG 연료선 시대를 맞이한다면 관련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선업종노동연대 출범과 위기속 노사 갈등

조선업계의 사상 최악의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잠재돼 있던 노사갈등도 터지면서 우리 조선업계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조선업계 노사갈등은 사실 묵혀있던 고름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2013년까지 ‘00년 연속 무분규 달성’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우리 조선사들은 2014년부터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오고 있었다. 경쟁적 해양플랜트 수주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수주실적 감소, 그로 인한 임금인상 동결 및 인상폭 하향 등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급기야 올 2월 25일에는 국내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9개 업체-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신아SB 노동조합·노동자협의회가 연대해 ‘조선업종노동연대’를 출범시켰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금속노조가 중심이 된 조선업종노동연대(이하 조선노련)는 △조선소 재해 근절대책 마련 및 제도개선 △중형 조선소 활성화 및 고용안정 △조선소 해외매각 및 해외이전 규제 등 3대 요구안을 확정했으며, 9월 9일 총파업을 결의해 조선업계를 압박했다.


이를 두고 정치계와 조선사측은 ‘쇠파이프 노조’, ‘파업은 핵폭탄’이라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조선노련을 압박했다. 수조원의 손실이 드러나며 회사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을 비난한 것이다.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들도 이러한 목소리를 그대로 내보내며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조선노련의 총파업은 반쪽짜리 파업으로만 진행됐다.


이렇듯 사상 초유의 조선업계 총 파업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조선노련 총파업 시도의 가장 큰 이유는 “사측의 경영실패를 노동자에게만 떠 넘기려 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업계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있어 분명한 경영 실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조선 연구자는 “오일메이저들이 기술력이 낮은 중국에서 먼저 견적을 받고 우리 업체들에게 가격을 제시한다. 절대 그 가격으로는 수익이 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해나는 가격에 계약을 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간의 과당경쟁을 지적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 이렇게 발생한 손해를 노동자 구조조정, 임금동결로 떼우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최근 조선 3사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인위적인 현장인원 감축은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 2년간 나타났던 노사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조선사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잘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를지 조선업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만teu 컨선 시대 국내-조선사 대량 수주

1월 29일 글로벌 해운업계 최초로 2만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발주되면서 본격적인 2만teu 컨선시대가 열렸다. 일본 쇼에이키센이 자국 조선사인 아마바리 조선에 1월 29일 2만teu급 11척을 발주했고, 3월에는 일본 MOL이 삼성중공업에 2만 100teu급 4척을 발주했다. 이와함께 MOL은 이마바리 조선에 2만teu급 선박 2척을 추가 발주했으며, 이후 CMA CGM이 한진중공업에 3척, OOCL이 삼성중공업에 6척을 발주했고 옵션 6척의 계약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MSC는 현대중공업에 2척의 2만teu 컨선을 발주했고, 머스크라인은 대우조선해양에 11척의 2만teu 선박을 발주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2만teu급 컨선 발주량은 39척이다. 그러나 기발주된 선박 중 쇼에이키센이 이마바리 조선에 발주한 2만teu급 선박은 1만 8,000~9,000teu로 재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머스크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2만teu급 컨선도 1만 9,630teu로 최종 발표돼 2만teu급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통계는 달라질 수 있다.


2만teu이상만을 2만teu급이라고 가정할 때, 확인된 2만teu급 선박은 총 17척으로, 이중 한국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은 15척, 일본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은 2척이다. 1만 9,000teu급까지 포함시킬 경우, 총 39척 중 한국 조선사 수주분은 26척, 일본 조선사 수주분은 13척으로 한국 조선사가 극초대형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 조선사들 입장에서 2만teu급 초대형 컨선은 올해 꾸준히 발주된 대형 유조선(VLCC)와 함께 ‘한줄기 희망’이었다. 그러나 2만teu급 컨선 시장이 지속적으로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미 1만 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선이 지난 3년간 꾸준히 발주되며 공급과잉이 심화됐고, 최근 컨테이너 시장의 운임 급감으로 세계 1위 선사 머스크가 대규모 인력감축과 선박 구매계획을 취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구조조정 소식은 우리 조선사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머스크가 대우조선해양과 계약했던 11척의 1만 9,630teu급 컨선 계약에는 추가로 동급 선박 6척의 옵션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 단행으로 머스크가 6척의 옵션을 포기하면서 그 충격이 대우조선에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대우조선 측은 옵션분에 경우 미계약 상황으로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옵션분을 감안해 건조단가를 계산하는 관행상 또다른 손해가 나타나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2만teu 선박을 대거 수주하며 불황 탈출의 희망을 엿봤던 우리 조선사의 입장에서 계속되는 해운시장 불황과 선주의 계약취소 사태는 희망의 불씨를 사그라지게 하고 있다. 2만teu 컨선의 대거 수주가 제 2의 해양플랜트 손실 사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E-내비,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등 조선계 미래사업

정부가 차세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한국형 E-내비게이션과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를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E-내비게이션(이하, E-내비)은 첨단 장비와 통신망을 활용해 선박 운항자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레이더와 풍향, 풍속, 수심, 전자해도 등 수십계 정보들을 한 화면에 디지털화해 구현하고, 선박 센서를 통해 수집된 각종 정보가 육상의 E-내비 정보센터로 실시간 전송되는 첨단 장비라고 할 수 있다.


해운과 ICT의 융합기술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E-내비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정부는 4월 14일 ‘E-내비게이션 포럼’을 발족했고, 7월 28일에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 전략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사업화에 들어갔다. 해수부 계획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1,30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술개발과 해상 LTE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내비 사업 선도에 있어서 가장 관건이 되는 부문은 E-내비의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E-내비 도입을 촉구하고 있어 시장을 선점하면 240조원 규모의 신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10월 19일 부산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E-내비게이션 국제표준회의를 개최하며 국제표준 주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신성장동력 사업인 선박평형수처리장치는 이미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다. IMO의 선박평형수 처리협약은 올해 11월 기준 44국, 총 선대의 32.89%가 비준한 상황으로 늦어도 내년에는 선대 35%의 요건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요건이 충족되면, 12개월이후 IMO 협약이 발효돼 전세계 5만여척 이상의 선박이 BWTS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 BWTS 산업은 최근 5년간 약 1조 4,000억원을 수주해 55%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협약 발효후 예상되는 시장규모는 5년간 50조원, 5년 이후에는 연간 1조 5,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우리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이에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도 생산설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인 테크로스는 10월 22일 부산공장을 준공했고, 파나시아는 지난해 12월 부산 미음 국가산업단지에 신사옥을 준공해 생산라인을 확대했다.


E-내비게이션과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사업은 우리 정부가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다. 날로 확대되고 있는 신사업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떠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갈지, 그리고 우리 기자재산업에 어떠한 효과를 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중국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약진하는 일본 조선

한국 조선산업이 극도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 조선국가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주도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가속도를 내며 조선산업 재편에 들어갔고, 일본도 인수합병,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약진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2008년 이전 극호황기 수백개의 중소형 조선소가 양산됐던 중국은 2013년 정부가 ‘선박(조선)공업 구조조정 업그레이드 실시방안’을 발표하면서 엄격한 통제와 투자 억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양대 국영 조선그룹인 CSSC와 CSIC를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CSSC 그룹은 대대적인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영조선사들도 소형 조선사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호황기 2,000여개에 달했던 중국 조선사는 현재 800여개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향후 20~30개 조선소만 남겨두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에게 조선산업 패권을 넘겨준 일본은 대기업간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공동 협력사업을 통해 조선사 규모를 키우고, 정부의 엔저정책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일본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설립한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일본 제2의 조선사로 성장했으며, 이마바리조선과 미쯔비시중공업이 공동 설립한 MI LNG는 LNG선 전문 조선사로 중형 LNG선 시장에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일본선사의 과감한 투자로 1만 8,000teu급 초대형 컨선 10척 이상을 수주한 이마바리조선은 수주잔량에서 한국 업체를 위협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중견 조선업체 나무라조선소가 사세보중공업을 인수했으며, 미쓰이조선과 가와사키중공업은 선박수리 협력계약을 체결하며 LNG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글로벌 조선산업의 불황이 지속되던 2012~2013년부터 빠르게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해 이미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자국 선사의 과감한 투자 등으로 초대형선, LNG선 등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선종을 대거 수주하는 등 구조조정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이다. 반면 우리 조선산업은 이들보다 한 발 늦게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 더 큰 미래와 건강한 산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중일 조선산업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린위크 성황과 국내 조선기자재산업계

전에 없던 불황으로 우울한 국내 조선업계의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대표 조선해양전시회인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마린위크)’은 사상 최대 규모로 10월 20~2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마린위크는 핵심전시회인 △국제 조선 및 해양산업전(Kormarine) △국제해양방위산업전(Naval & Defence) △국제항만물류 및 해양환경산업전(Sea-Port)이 마련됐으며, 세계해양포럼(WOF)과도 공동으로 개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전세계 45개국 1,000여개 업체가 참여해 2,200개 부스를 마련하며 2013년 7회 전시회에 비해 전시규모를 15% 늘렸고, 바이어 및 관람객도 80여개국에서 4만 4,000명 이상 모여 상담금액 10억달러, 계약성사 금액은 2억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 국내 중대형 조선사들은 이번 전시회에 불참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조선사 중 유일하게 참가한 업체는 현대중공업으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대형 부스를 마련해 세계 최대 원통형 FPSO와 스마트 친환경 선박 기자재를 선보였다.


국내 최대 조선해양전시회인 마린위크가 사상 최대 규모와 성과를 올리며 막을 내렸지만, 우리나라의 기자재 산업은 여전히 우울하기만 하다. 기자재 업계에서는 2009년 이후, 계속된 불황으로 국내 기자재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불황 이전, 이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브랜드화에 성공한 몇몇 기업들은 매년 매출이 오르고 있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은 버티기가 힘든 지경이다. 또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 E-내비게이션 등 국가 사업으로 지정된 기자재들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탓에 다른 기업들의 역차별도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국내 기자재 ‘공동 브랜드’ 작업에 착수해 세계 시장을 노크하기로 했다. 우리 기자재 업계 구조상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기술력은 갖췄으나 세계시장에 진출할만한 능력과 경험이 없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세계 전시회 참여,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선급(KR)도 올해 그린십 기자재 시험·인증 시설을 설립했고, 중·소형 선박엔진 및 관련 기자재 시험·인증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등 국내 기자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자재 업계들은 세계 시장에서 이른바 ‘후발주자’로 통한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경험 미숙과 실적 부족으로 독자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상황이다. 정부와 관련기관, 그리고 우리 대형 조선사의 측면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선과 조선 기자재 산업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때 우리 조선·기자재 산업의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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