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OS 조항의 유효성 및 적부과실로 인한 화물손상 클레임”

1. 서론
철재화물 등 완성품 화물의 해상운송과 관련하여 선창 내 적부과실로 운송 중 화물이 손상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비록 화물 손상이 해상운송 중 발생하는 경우이나 그러한 손상이 반드시 운송인의 과실로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화주와 운송인 중 누가 화물의 적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했는지 등 책임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여러 사항의 고려가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같이 화물의 적부과실로 발생하는 화물손상과 관련하여 FIOS1)와 같은 계약조항을 통해 운송인의 화물 적부의무를 화주에게 이전가능한지 여부 및 그 효력의 한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2. FIOS 조항을 통한 운송인의 적부의무 이전
운송인이 화물의 선적 및 적부의무를 화주에게 계약을 통해 이전할 수 있는지 여부 및 FIOS 조항만으로도 그 효과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국가마다 법리가 상이하다. 
 
(1) 영국법

영국법 상 해상운송계약에서 화물의 선적, 적부, 운송, 관리 및 양하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운송인에게 있다. 하지만, 운송 자체와 같이 해상운송계약의 근본적인 업무는 계약을 통해 화주에게 이전하는 것이 불가하나 선적, 적부 및 양하와 같이 해상운송계약에 보다 부차적인 업무는 계약을 통해 화주에게 이전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이미 1954년2)부터 성립되어 왔으나 보다 명확한 판례는 대법원의 “Jordan II 2004”3) 이다. 해당 사건에서 선주는 인도 철재화물 약 5,000톤을 스페인으로 운송했으나 부적절한 화물의 적부 및 고박으로 운송 중 화물손상이 발생하였다. 항해용선계약 상 선적 및 적부의무는 화주가 부담하기로 약정되었으며 (문구해석의 다툼 있었음) 해당 용선계약 조항은 선하증권에 편입되었다.

화주는 화물손상을 근거로 운송인 상대 클레임을 제기하였으나 1심, 항소법원 및 대법원은 모두 화주의 주장을 배척하고 선주가 화물 손상에 책임이 없음을 판결하였다. 해당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해당 운송계약에 적용되는 헤이그비스비 규칙 3조2항4)의 해석 상 해당 조항에 열거된 선적, 적부, 운송, 관리 및 양하 의무는 운송인이 모든 경우에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는 의도가 아니라 만일 운송인이 열거된 용역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하는 경우 그 인수한 의무에 대하여 충분히 주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물의 적부 의무를 화주에게 이전시키는 계약조항은 운송인의 책임을 헤이그비스비 규칙 보다 경감시키는 조항이 아니므로 헤이그비스비 규칙 3조8항5) (헤이그비스비 규칙보다 운송인 책임 경감시키는 조항 무효함) 에도 불구하고 그 유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운송인의 적부책임을 화주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계약 상 명확한 표시가 필요하며 단순히 운임조항에 포함된 FIOS 문구 (예: “freightU$XXperMTFIOST”)만으로는 화주가 비용만을 부담하며 그 책임까지 이전 받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당 사건의 용선계약서 3조는 “Freight to be paid at and after the rate of US$XX per MT FIOST - lashed/secured/dunnaged…”로 표기되었으며 17조는 “Shipper/Charterers/Receivers to put the cargo on board, trim and discharge free of expense to the vessel” 로 표기되었다. 법원은 두 조항을 같이 해석했을 때 화물의 적부의무가 화주에게 이전된 것으로 판결하였고 단순히 운임조항에 표기된 FIOST 문구만으로는 적부의무가 화주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화주에게 화물의 적부의무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Charterers are to load, stow and trim the cargo”6)와 같은 보다 명확한 조항이 필요하다. 한편, 대부분의 표준 용선계약서는 화물의 선적 및 적부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특히 Gencon 항해용선 표준계약서 5조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화물의 선적, 적부 및 고박의 책임이 화주에게 있고 선주는 책임 없음을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성약 시 해당 표준양식의 활용으로 책임여부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
 
(2) 한국법 
한국법도 영국법과 유사하게 해상운송계약의 적부의무를 계약을 통해 화주에게 이전하는 것이 유효함을 인정한다. 상법 795조 1항은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3조2항과 유사하게 운송인이 운송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 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다하지 아니하는 경우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7)은 상기의 영국법원 입장과 동일하게 해당 조항이 열거된 모든 용역의 의무를 운송인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열거된 용역 중 일정한 범위의 용역을 운송인이 인수하는 경우 그 인수한 용역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이행해야 함을 요구하는 조항임을 판결하였다. 따라서, 상법상 운송인이 반드시 화물의 적부책임까지 인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운송인의 책임을 상법보다 경감하는 조항은 무효가 된다는 상법 799조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에게 화물의 적부의무를 이전하는 계약조항은 유효하다.

해당 대법원 판례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3년 11월 국내 모 선사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철재화물의 해상운송을 의뢰 받아 수행했으나 송화주가 선임한 하역사의 적부과실로 화물손상이 발생하였다. 별도 항해용선계약서 없이 선하증권 전면에 “FIO BASIS” 가 표시되었는데, 해당 화주 (적하보험사)는 (a) FIO 조항이 단순히 비용만을 부담하는 조항이며 (b) 혹시나 FIO 조항이 책임까지 이전하는 경우에도 FIO 문구 만으로는 선적이 아닌 적부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며 (c) 화물의 적부의무를 화주에게 이전하는 것은 상법의 강행규정 위반임을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비록 FIO 조건이 문구자체만으로는 화주가 비용만을 부담한다는 조건이나 업계의 관행을 고려했을 때 다른 명시적 조항이 없다면 화주가 비용뿐만 아니라 위험과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화물의 선적뿐만이 아니라 적부의 의무까지 포함하기 위해서는 FIO 가 아니라 FIOS 의 표현이 필요하며 해당 사건에서는 비록 조항이 FIOS가 아니라 FIO 조항이었지만 실제 송화주가 하역사를 고용하여 화물의 선적 및 적부업무 전반을 통제했다는 사실에 근거 해당 운송계약에서는 화주가 적부상의 의무와 책임까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판결하였다. 또한, 적부의 책임을 화주에게 이전하는 것이 상법 799조 (상법보다 운송인 책임 경감하는 조항 무효) 에 위배되지 않음을 판결하였다.

 
(3) 미국/남아공/프랑스/중국 등
상기와 같이 한국법과 영국법에서는 화물의 선적, 적부 및 양하의 의무를 화주에게 유효하게 이전할 수 있으나,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지는 않으며 화주에게 적부책임을 이전하는 계약조항이 무효로 간주되는 국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헤이그비스비 규칙과 유사한 내용의 자국 해상운송법 (US COCSA, S1303(8))8)상 운송인은 화물의 선적, 적부, 관리 및 양하의 의무가 있으며 해당 의무는 계약을 통해 이전이 불가능한 의무로 인정하고 있다. 관련판례9)에서 선주는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철재화물을 운송하였고 선하증권의 FIOS 조항을 근거로 화주의 25만불 화물클레임을 방어하였으나 연방법원은 해상운송법에서 요구하는 운송인의 적부의무는 화주에게 이전될 수 없고 운송인은 여전히 적부과실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판결하였다. 또한, 남아공에서도 선하증권상 FIOS 조항이 운송인의 적부의무까지 화주에게 이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10) 특히, 해당 판결에서 남아공법원은 영국법원의 해석과 상이하게 FIOS 조항은 헤이그비스비 규칙 3조8항 (운송인의 책임경감의무 금지)에 위배됨을 판결하였다. 프랑스도 유사 법리를 가지고 있다.11) 중국에서는 용선계약 상 용선자에게 적부책임을 이전하는 것은 유효하나, 해당 용선계약의 제3자인 선하증권 소유자를 상대로 FIOS 조항을 통해 적부의무를 이전하는 것이 금지된다.12)
 
3. 클레임 대응 시 고려사항
(1) 선하증권과 준거법의 적용

상기와 같이 화주에게 화물의 적부의무를 이전하는 운송계약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운송계약의 준거법이 한국법, 영국법 또는 동일한 법리를 인정하는 국가의 법이어야 한다. 실무상 많은 경우에 항해용선계약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하여 용선자로부터 클레임을 받는 경우 선주는 적부책임을 이전하는 계약조항을 근거로 방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화물클레임은 선하증권 상 수화주로부터 제기되는데 해당 수화주는 기존 항해용선계약과는 무관한 당사자이다. 그러한 경우 수화주는 양하지 법원에서 해당 국가의 법을 근거로 선주에게 클레임을 제기하게 되는데, 해당 국가법원이 선하증권에 용선계약서가 편입되는 사항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는 경우에도 수화주 보호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편입유효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높은 수준의 편입유효 조건을 충족하고 최대한 수화주 상대 선하증권에 편입된 용선계약의 준거법 (영국법) 적용을 위해서는 선하증권 전면에 용선계약 편입사실과 해당 용선계약서 일자를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제소금지 가처분 소송 (Anti-Suit Injunction) 및 용선자 구상

상기와 같이 항해용선계약 상 적부의무를 화주에게 이전한 사실을 수화주를 상대로한 쟁송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항해용선계약의 영국법 및 런던중재 조항이 선하증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양하지 국가에서 화주의 클레임이 제기되어 현지법에 따른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선주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수화주상대로 영국법원의 제소금지가처분(Anti-Suit Injunction)을 신청하는 것인데 해당 명령은 계약 당사자가 배타적 관할권조항을 위반하거나 불필요하게 근거 없는 곳에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개인을 상대로 해당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을 영국법원이 명령하는 것이다. 선하증권에 항해용선계약의 배타적 런던중재조항이 편입된 경우 영국법원의 시각에서는 화물 클레임의 올바른 관할권은 런던중재이므로 해당 운송계약의 당사자로 간주되는 선하증권 소지자를 상대로 양하지 국가의 소송관련 제소금지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해당 명령은 법원의 재량권으로 관련자의 소재지, 증거자료 제출 편리성, 전체적 정황 상의 타당성 등이 고려 대상이 된다. 또한 해당 명령이 수화주에게 내려지더라도 양하지 법원의 관할권을 침해할 수는 없으며 여전히 양하지 법원은 유효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절차상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클레임 금액이 큰 경우 선주는 정당한 계약상의 권리보호를 위해 제소금지 가처분 신청 여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항해용선자 상대 구상 청구이다. 선주가 양하지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수화주 상대 적부과실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더라도 항해용선자와의 계약관계 상 적부책임은 여전히 용선자에 있으며 해당 과실로 발생하는 손해는 용선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항해용선자 상대 구상청구에는 실무상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화물손상이 황천조우 등 여러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을 수 있고 출항 전 선장 스스로도 선적화물 적부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확인을 하는 등 용선자가 적부상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과실을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종 선주가 수화주 상대 패소하는 경우 그 패소원인에 대한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적부과실로 인한 화물 손상 발생 시 초기에 양하지에서 전문가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확보가 중요하며, 클레임이 제기되는 경우 즉각적으로 항해용선자를 개입시켜 해당 클레임에 대한 직접적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선주의 감항능력 주의 의무 및 적부작업 개입
계약조항을 통해 화물의 적부의무를 화주 및 용선자에게 이전한 경우에도 여전히 선주는 발항 전 선박의 감항성 유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13) 따라서, 부적절한 적부로 항해 중 선박 및 화물에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선주는 출항 전 화주 또는 하역사에게 재적부를 요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주의 의무는 선박의 감항성을 위해 적부상태를 확인하며 주의노력을 다하는 것이지 해당 적부의 완벽함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14) 더욱이 화물의 특성에 따라 적부의 전문성이 화주에게 있을 수 있으므로 선장의 적절한 적부상태 검사에도 불구하고 적부 상 하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그 책임은 여전히 화주에 있다.

한편, 적부의무를 화주가 부담하는 경우에도 오히려 선장 및 선원이 적부작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화주의 적부계획을 변경하였고 화물손상의 원인이 그러한 선장 및 선원의 개입인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선주의 몫이다.15) 하지만, 단순히 하역사와 협의할 목적으로 적부계획(stowage plan)을 작성하거나 적부완료 후 해당 적부가 이상이 없다는 확인서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조항으로 이전된 화물의 적부관련 책임관계가 변경되지는 않는다. 중국 철재화물을 러시아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적부상 locking coil 을 사용하지 않아 화물손상이 발생한 2013년 영국법원의 판례에서 비록 locking coil 이 빠진 적부계획 (stowage plan)을 최초 선장이 작성하고 적부완료 후 해당 적부가 적절히 되었다는 확약서까지 발행했지만 법원은 그러한 선장의 행위가 기존 화주의 적부의무를 변경하지는 않았음을 판결하였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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