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기선 해운산업의 현황과 전망

이 글은 한국해사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제5회 ‘한일 해사포럼’의 초청연사인 양창호 교수의 주제발표내용 전문을 게재한 것이다.                                  -편집자 주-
 

 
 
1. 정기선 해운 시황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 기세가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알파라이너Alphaliner사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발주된 컨테이너선 선박은 100척, 104만TEU로, 2014년 상반기에 비해 60%나 증가했다. 발주 선박의 40%인 39척이 1만 8,000-2만TEU 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대형선 건조 경쟁의 영향은 공급과잉이라는 점이다. 세계 정기선 해운은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상태에 놓여 있다. 선사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운임경쟁뿐이라는 상태이다. 따라서 초대형선을 건조해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데, 모든 선사가 초대형화 전략을 취하면 산업 전체는 공급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반기 유럽항로 운임은 사상최저치로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상하이 발 북유럽 향 현물시장 운임은 올해 초 20피트 당 1000-1200 달러 안팎이었지만, 4월말까지 300 달러 대로 3분의 1 이하로 하락했다. 5월 인상을 시도해 800 달러 이상까지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해 20피트 기준으로 6월 초 243 달러, 10월말 231 달러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 근해항로 운임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 Container Trade Statistics(CTS)
사가 집계한 상반기 아시아-북유럽 수출 물동량은 65-75만TEU로 주당 20만TEU 내외다. 이에 비해  북유럽향 운항 선박량은 알파라이너 자료에 의하면 4대 얼라이언스의 21루프로 주당 총 23만-25만TEU로, 평균 3만~5만TEU의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 향 현물시장 운임이 사상최저치로 하락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 북미항로도 투입선박이 대형화하는데 비해 물동량은 정체를 보이고 있어 운임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발 미국 향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4년에 6% 증가한 이후 2015년에도 7%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투입선박의 대형화 진전으로 운임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년 1분기 중 상하이-북미서안 운임이 40피트 당 2,000 달러 내외를 기록했었지만, 6-7월중에는 1,400 달러 대 까지 하락했고, 10월말 기준으로 1,100 달러대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아시아-북미동안 항로도 투입 선박량이 늘어나면서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아시아-북미동안 운임이 금년 1/4분기에는 40피트 당 4,500 달러 수준이었으나, 4월 이후 하락하여 6월에는 3,000 달러, 10월말에는 2,100 달러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유럽항로 선사들이 금년 상반기 최악의 운임하락을 경험한 이후 선박 절감 대책을 내놓고 있어 7월 초 운임이 일시적으로 회복하였지만 곧 다시 하락하였다. 하반기 피크시즌에 따라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운임도 일정 부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그룹의 선박 감축 방법이 임시적이고 일시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계속 늘어나는 초대형선 투입에 대한 루프 수 삭감 등 구조적이고 과감한 조치에는 이르고 못하고 있다.

초대형선에 대한 계속된 발주와 인도에 따라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수 있어 2016년 이후 운임유지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작년 말, 금년 초에는 초대형선 인도가 피크를 보일 2015년을 지나면 내년 이후 초대형선에 의한 공급과잉이 진정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금년 들어 1만 8,000- 2만TEU 급 극초대형선의 발주가 크게 늘면서 2017년까지 초대형선 인도량 증가예상에 따라 공급 확대국면이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정기선 시황은 일반적으로 물동량보다 선박량 증감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중국경제의 침체, 그리스 문제 등으로 물동량도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그 결과 물동량도 아시아 발 유럽 향 항로는 2015년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항로의 수급 환경이 본격적으로 호전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북미항로도 투입선박 조정이 이루어 져야 운임 개선이 가능한 상황이다.
 

2.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
지난 20년 동안 컨테이너선의 진화는 슬롯 당 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지난 10년 동안 컨테이너선은 2006년의 최대선형 8,160TEU에서, 현재의 세계 최대 선형 1만 9,224TEU로 대형화되어, 크기로 135% 이상 증가했다.
Port Economics지의 분석에 따르면, 북유럽과 극동아시아간 취항 컨테이너선의 평균 선형은 1998년에 4,250TEU에서 2015년에는 1만2,200TEU로 대형화되었다. 세계 1-3위 선사인 머스크, MSC, CMA CGM사의 평균선형은 2014년에 1만3,032TEU로 증가해 1만3,000TEU를 상회하고 있다. 북미서안 항로의 경우도 2014년 기준으로 취항선박 평균선형이 8,000TEU에 육박하고 있다.

Drewry사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1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총 244척이다. 1만TEU 이상의 초대형선이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60척 이상 준공되어 초대형선 인도가 피크를 보일 것이다. 그리고 2016년에도 50척 이상 인도될 것으로 예상되어, 2016년 말에는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이 총 354척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년 들어 8월까지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이 또 다시 150여척 이상 발주되어, 이들 선박이 인도되는 2017년 말에는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이 총 600척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들어 2만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 발주가 크게 늘었다. 2015년 8월까지 발주된 1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150여척 중 2만TEU 급이 68척에 달한다. 에버그린이 11척, MOL사가 6척, CMA CGM사가 3척, OOCL이 6척(6척 옵션), 머스크 라인이 11척(6척 옵션), COSCO가 11척 등이다.

2015년 9월 9일 기준으로 1만 8,000TEU급 이상 선박은 기존 운항선박 31척 및 발주잔량을 포함하여 총 99척이며 옵션을 포함하면 100척을 돌파했다. 특히 금년에 발주된 2만TEU급 선박은 2017년에 대부분 취항할 것으로 보여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의 도래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금년 들어 2만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초대형선 시장 선점을 노리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유럽 항로의 운임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렇게 어려운 항로 여건에서도 머스크사는 실적 호조를 보였는데, 그 주된 이유로 1만 8,000TEU 급 컨테이너선을 제일 먼저 유럽항로에 취항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스크라인의 1만 8000TEU 형 ‘트리플 E’가 2014년 말까지 15척 준공되었다. 1만TEU 이상의 초대형선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매출이 증가하고 이익증가를 달성한 것이다. 머스크라인의 이익은 55% 증가한 23억 4,100만 달러로 2009년 리먼 사태 이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였다. 머스크는 비용 경쟁력이 높은 선박을 재빨리 대량 도입하면서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일본의 미즈호 은행은 2015년 6월 조사보고서에서 머스크라인의 리먼 사태 이후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조기에 수익 개선을 달성한 요인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운영에 들고 있다. 즉 머스크라인이 타사에 앞서 1만TEU 이상의 초대형선의 발주 및 취항을 진행시켜 선대규모의 확대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2만TEU 급 선박 투입 및 발주도 이러한 요인에 의해 경쟁적으로 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아직 2만TEU 급 선박을 발주하지 않은 정기선선사들의 발주 증가가 예상된다.
 

3. 초대형 컨테이너선 규모의 비경제 
Drewry사의 2014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의 1만 8,00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Triple-E 선박은 연료비와 운항비를 합치면 TEU 당 비용이 294달러로, 이전까지 초대형선의 주류였던 1만 3,100TEU 선박의 TEU당 비용 418 달러보다 124 달러 약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분석 자료는 여러 가지 가정을 두어 산출한 추정치일 뿐만 아니라, 일부는 선사에서 제시한 통계에 의한 것이고, 또한 수에즈 운하통과료나 항만이나 터미널비용, 피더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한 절감효과라고는 볼 수 없다.

Clarkson사의 CEO였던 Martin Stopford는 일찍이 초대형선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할 건조선가와 연료유가의 경우 실제로는 규모의 경제효과가 없다고 분석하였다. 자본비와 연료유가가 전체 선박비용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선가의 경우 4,000TEU 이상 선박부터는 거의 1천TEU 당 1천만 달러의 건조비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연료유가도 선형 증가에 소비 연료량 증가가 거의 선형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대형선에 의한 연료유가 절감은 기대할 수가 없다. 최근 Triple-E 선박 등의 연료유가 절감은 연료소비 절감형으로 설계된 선박과 그렇지 않은 선박과의 연료유가 차이로 보아야 한다.
또한 규모의 경제효과는 컨테이너선이 2,000TEU에서 4,000TEU로 증가하면서 7%의 비용절감, 4,000TEU에서 6,000TEU 로 증가하면서 4%의 비용이 절감되지만, 이후 18,000TEU 까지 선형이 증가해도 절감되는 규모의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초대형선박으로 운송하면서 추가되는 비용이 크게 증가된다. 특히 선박비용의 21%를 차지하는 항만 및 터미널 비용의 경우 규모의 비경제 효과가 나타난다. 항만하역 작업물량 증가로 크레인 투입증가에 의한 비용증가, 환적에 따른 피더운송비 및 항만에서의 양적하 횟수 증가에 따른 비용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실제로 Triple-E 제1호 선박인 Maersk Mc-Kinney Moller호가 로테르담 항에 기항했을 때 컨테이너크레인을 총 7대, 최대 8대까지 투입하여 시간당 총 생산성을 37개를 보일 수 있었다. 보통 1만 4,000TEU 선박의 경우 최대 6대만 투입해도 시간당 35개 이상의 생산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이밖에 컨테이너 비용 및 유지보수비용, 내륙운송비용, 컨테이너 리포지셔닝 비용 등은 선박비용 중 각각 18%, 25%, 13% 로 총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거의 모든 비용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에 따라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들이다.

외국의 선사들이나 컨설팅사에서 발표되는 18,000TEU 등 초대형 선박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살펴보면 정작 초대형선에 불리하거나 규모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분석이 초대형선을 건조하는 당위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50% 이상의 비용이 대형선과 관계없이 발생되는 비용이고, 더욱이 항만과 터미널 비용, 피더운송비용, 자본비 증가에 다른 금융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서 제대로 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1만 8,000TEU 선박의 최적 운항항로제약이나 최적기항 방식, 최대 기항시간제약 등을 감안한 초대형선의 운항경직성에 따른 선박 및 화주서비스 비용 증가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초대형선화를 통해 부담할 총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 선박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 러시를 보이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는 이와 같은 규모의 경제효과에 바탕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저선가 건조메리트와 연료절감형 에코십(Eco-Ship) 건조 때문일 것이다. 즉 해운경기 침체로 저선가 건조의 이익이 초대형선이 더욱 크다는 점과, 연료절감형 에코십 건조시 연료절감효과가 더욱 크다는 점 때문에 초대형선을 건조하고 있는 것이다. 
 

4.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리스크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초대형선에 따른 관련비용이 증가하는 리스크, 두 번째는 직기항을 원하는 화주에 대한 서비스 리스크, 그리고 개별 기업의 경쟁력 추구를 위한 초대형선 발주 전략이 군집적으로 나타날 경우 산업전체의 공급과잉이 되는 리스크이다.
컨테이너선 해운은 선사의 선박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선박이 비용에서 비교우위를 갖춘다는 것은 선박비용, 항만비용, 물류비용, 화주 서비스 비용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즉 연료비 절감과 선가절감 폭이 큰 초대형선을 건조하였으나, 여타 관련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초대형선 운항에 따른 항만체류 시간 증가에 따른 자본비용, 항만 및 터미널 비용, 화물집하 비용, 항만기항의 유연성 부족으로 증가하는 내륙운송비용 등이 그것이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소석률이 하락할 경우 이와 같은 비용증대로 인해 소석률 저하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두 번째는 화주서비스 리스크다. 후기산업사회는 규모의 경제 효과에 의해 획일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한 전기산업사회와 달리, 소비자나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기선 해운산업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추구하면서 화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화주들은 자신의 공급사슬관리SCM를 위해 대형 허브항만에 피더운송하면서 수출입을 하는 것보다, 인근 중소항만에 직접 기항한 선박을 통해 수출입하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나 선사의 초대형선 정책에 의해 화주들은 기항 항만이 줄어들거나, 기항 항만도 서비스 빈도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유럽항로 취항 컨테이너선이 2015년에 평균 1만2,000TEU를 상회하고 있지만, 취항 주간 서비스 수는 2006년에 주당 30개 서비스를 피크로 2015년에는 그 수가 20개로 축소되었다. 즉  주간 정요일 서비스에 포함되는 기항 항만은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를 보여, 규모의 비경제를 우려하게 하는 반면, 서비스 루프수를 줄여, 전체적으로 기항하는 대상항만이 줄어들거나, 기항하는 항만도 기항 횟수가 줄어들어 서비스를 악화시킨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머스크 라인 등 유럽의 대형 선사, 아시아 선사 등이 중심이 되어 4개의 초대형 얼라이언스alliance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당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운임붕괴에 화주들도 이익이 되는 한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고 있지만, 다보스 포럼 등을 통해 일부 화주들은 장기적으로는 이 과당경쟁이 원거리 해외생산의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과당경쟁 및 군집행동에 따른 정기선산업 리스크이다. 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것은 건조 및 운항의 규모의 경제효과라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학에서 가격경쟁밖에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선사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운임경쟁뿐이라는 상태이다. 선사가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전략이기 때문에 자체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또한 선사는 시황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원가경쟁력이 있는 선박을 요구하지만, 이런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도 군집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산업전체의 공급과잉만 초래하는 결과만을 초래하는 ‘합성의 오류’에 빠지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결국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는 해운산업의 혁신이 아니라 경직된 운영과 고정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짐(white elephant)이 된 것이다. 초대형선화가 가져오는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이 선박감축 등 일시적인 선복조정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5.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한계
초대형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1만 4,000TEU 선박까지는 1개 엔진으로 건조하였으나, 1만 8,000TEU 이상 초대형선은 2개 엔진으로 건조되고 있다. 엔진수 증가에 따른 규모의 비경제를 극초대형선화로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11월에 준공한 현대중공업의 1만 9000TEU 선박은 다시 한 개의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정기선 산업의 감속운항 추세에 맞추어 저출력 엔진을 장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선박은 기술적으로는 2만TEU를 넘어서, 2만 4,000TEU 혹은 3만 TEU 까지 선박도 가능해졌다.

영국의 해운항만 컨설턴트인 OSC(Ocean Shipping Consultants)사는 2014년 TOC Container Supply Chain Conference에서 2만 2,000TEU, 2만 4,000TEU 선박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Drewry사도 2018년경에 2만 2,000 TEU 급 선박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VLCS)으로 불리며 원양 정기선 항로의 주력으로 활동하던 10년 전까지만 해도 2만 TEU급 컨테이너선은 실용성 자체가 의문시되던 선박이었다. 그 크기 때문에 기존 항만, 운하 등 인프라로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선박 폭과 흘수가 커지면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는 물론 말라카 해협도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파나마 운하는 확장에도 불구하고 1만 3,000TEU 이상 선박은 통항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돌아 유럽으로 가야 한다. 말라카 해협의 통항 한계를 넘는다면 인도네시아 자바섬 이남까지 돌아가야 한다.
2014년 11월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1만 9,000TEU 급 컨테이너선의 제원을 보면 길이 400m, 폭 59m, 만재흘수 16m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3년에 머스크라인에 인도한 1만 8,000TEU 급 선박도 폭과 길이, 만재흘수가 거의 동일하다. 1만 9,000TEU 급 컨테이너선의 폭은 기존 1만TEU급에 비해 5m정도만 넓어졌고, 적재열수도 23열로 대형 허브항만들이 기존 1만TEU 급 컨테이너선에 대비해 설치한 24~25열 급 안벽크레인으로도 작업이 가능하다.

또한 과거에는 말라카 막스Malacamax라고 하여 1만 8,000TEU 선을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최대선형으로 불렀다. 말라카 해협의 안전수심이 20m정도이고 1만 8,000TEU 이상 선박의 만재흘수가 20m를 넘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1만  9,000TEU 선박의 흘수는 16m에 불과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수에즈 운하 통과 사양이다. 초대형선이 주로 취항하는 아시아-유럽항로가 기존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데, 이 수에즈 운하를 항해 가능한 선박은 선박길이 400미터, 선폭 60미터로 제한되어 있어, 2만 TEU 급 선박이 이 한계에 임박한 선박이다. 따라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도 2만TEU 정도가 거의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는 2만-2만 4천TEU 수준에서 그 한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에즈 운하 폭이 더욱 확대되거나, 희망봉을 돌아가는 대안이 상업화될 수 있다 해도 그 정도의 크기(예, 3만TEU)의 선박은 항만에 입항할 수 있는 흘수, 크레인의 작업열수 등의 제약으로 여러 항만에 기항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갖게 되어 쉽게 상업화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 선사들의 대응 전략 : 경영혁신 및 화주요구에 부응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에 대응하는 선사의 전략은 간단했다. 경쟁선사에 뒤지지 않도록 선박을 초대형선으로 대체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 초대형화의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몇 년 후부터는 이제 대형화를 통한 비용절감도 그 한계에 달할 것이다. 그동안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서 손쉽게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었던 선사들이 다른 곳에서 더 어렵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워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의 경쟁력은 경영혁신에 의한 비용절감에 달려있다. 비용경쟁력이 선박이 아닌 인력 및 조직 감축,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글로벌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야만 할 것이다. 선사별 인력, 조직 감축 및 운영효율을 제고하는 일도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경영혁신의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를 추구하기 위해 자발적인 선사간 인수 합병(M&A)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확대, 과잉 항로 축소, 서비스 개선, 관리부문의 통합 등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빅2 정기선사의 통합이라는 이슈도 경영혁신의 필요성으로 볼 문제이다. 일본의 정기선 3사간 통합, 혹은 한일간 정기선부문 통합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의 1-3위 선사, 그리고 물동량을 쥐고 있는 중국선사를 제외한 MOL, NYK, K Line, OOCL, APL, 양밍,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이 모두 선사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초대형선 경쟁시대에는 재무적인 부담이 있지만 선박의 대형화만 이루면 어느 정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한계가 도래한다면 이제부터 경쟁은 혁신을 통한 서비스 차별화를 해나가야 할 것이고, 범위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4년 범태평양 해운컨퍼런스(TPM Conference)에서 Seaintel Maritime Analysis사의 CEO인 젠슨(Lars Jensen)은 2020년에 세계 컨테이너 산업이 10개 선사, 혹은 이보다 적은 수의 선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얼라이언스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정 부분 얼라이언스가 M&A를 통해 초대형 공룡기업으로 흡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선사들은 화주에 대한 해운서비스 경쟁이라는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경쟁은 화주가 요구하는 운송서비스의 차별화, 고도화에 따른 가치 창출이라는 공급사슬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화주들의 니즈를 살펴보면 그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화주들은 세계 각지에서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하고, 세계적으로 분업화된 생산활동을 원활하게 연결하고, 전 세계 판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고도의 공급사슬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시장에서의 가치창조는 제품의 생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치밀하게 대응하는 해운 등 물류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화주들은 허브항만에 자신의 수출입 화물울 가져가고 찾아오는 것을 워하지 않는 다. 실제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본격 취항하면 메가 허브 항만에 기항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대형 선박으로 기항하던 방식인 여러 항만에 기항하는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Drewry사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유럽항로에 기항하는 선박의 크기가 두 배 이상 대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항 항만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모선이 화물의 최초 출발지 혹은 최종목적지에 가능한 가까운 곳까지 가야 한다는 해운의 오래된 격언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초대형선이라도 여러 항만에 직 기항하는 해상물류는 화주의 요구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선사들은 생존을 위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도외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고객별, 지역별, 시장별로 차별화되고 고도화된 해운서비스 경쟁에 한층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당경쟁 시대에 운임이외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일이 선사에게는 수익성 리스크를 줄여 주고, 화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는 진정한 컨테이너선 해운의 혁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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