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2009. 10. 16.자 2009카합1834 결정1)-

 
 
Ⅰ. 사안의 개요
(1) 채권자들은 선박예선업을 주로 하는 채무자들에게 고용되어 채무자들이 소유하는 예선의 선장으로 근무하는 사람들로,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다.
(2) 채무자들은 2009. 8.초경 이후 채권자들에게 채권자들은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채권자들이 승선하는 예선은 대형선박이 항만에 입·출항할 때 이안 및 접안을 보조하는 선박으로, 총톤수는 100~200t 정도이고, 항해구역은 연해구역(단, 국내항해에 한함) 또는 평수구역 제9구(부산 영도구 생도 북위 35도 11분 동경 129도 14.6분을 지나 기장군 대변리 동남단에 이르는 수역)로 되어 있으나, 사업구역을 부산항으로 하여 항만법상 예선등록을 마쳤고, 예인 작업은 대부분 부산항에서 행하여지며, 울산·거제도 등 다른 항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S의 경우 2008년에 43일, T의 경우 2007년에 8일로 그 횟수가 많지는 않다.

(4) 이 사건 예선의 경우 대형선박의 입·출항 회수나 시간이 일정치 않아 채무자들의 취업규칙은 예선 선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승선 근무함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선장·갑판원·기관장 등 3~5명의 승무원이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24시간 격일제 맞교대 근무를 함에 따라 주거지에서 이 사건 예선으로 출퇴근 근무를 하고 있다.
(5) 채권자들은 이 사건 예선에 승선하는 선원의 근로시간과 당직시간을 배정하지만 선원의 인사고과에 대한 평정을 할 권한은 없으며, 선장은 본선의 정원에 결원이 생겼을 때 회사에 그 보충을 요청하면서 해당 선원을 추천하지만 선원을 채용할 권한은 선주에게 있다.
(6) 채권자들은 2009. 8. 18. 부산지방법원에 “채무자들은 채권자들에게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의 탈퇴를 요청하는 등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조합원지위보전가처분2)을 신청하였다.

Ⅱ. 단결권과 결격사유
1. 단결권의 의의

헌법 제33조에 규정된 단결권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권을 가진 단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권리를 말한다. 자주적인 권리이므로 비자발적·타율적·강제적 단결은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나 독자적인 운영 능력을 갖지 못한 경우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단결권은 단결의 자유로서 넓은 의미에서 결사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사의 자유는 18~19세기의 자유주의 사상을 기초로 하여 승인된 자유임에 반하여 단결권은 자유주의 사상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생성된 것으로 사회권적 성격으로 인해 특별한 보호가 강구되므로 양자는 원리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결권은 대사용자 관계와 근로자 상호간의 관계에서의 적극적 성격 때문에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와 구별된다.3) 단결권의 인정은 근로자들의 결사가 사용자 등 제3자의 침해와 방해로부터 보호를 받고,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 활동을 사용자로 하여금 적극 용인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노동조합의 결격사유로서 사용자의 참가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제2호, 제4호 단서 (가)목에 의하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와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는 노동조합 참가가 금지되는데, 그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4)

(2)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하고,5)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과 같이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6)

(3) 따라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형식적인 직책이나 직함에 따를 것이 아니라 기업경영의 실태와 구체적인 담당업무의 내용, 근로조건의 결정이나 업무상의 지휘감독에 관한 권한유무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 노조법 규정의 취지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하고,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에 기하여 근로자 개인은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가입할 수 있으며,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에서 배제되어야 할 자를 자주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여기에 해당하는 자의 범위에 대하여는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7) 또한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고, 업무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하여 업무 수행과 조합원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8)
 

3.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고용노동부 행정해석9)에서는, 직원의 채용·면직·징계·포상 등 인사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결정하는 인사위원회 위원과 인사·노무·예산을 담당하는 자, 경리·회계를 담당하는 자, 그리고 노사협의회 또는 단체교섭시 사용자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하거나 그러한 업무를 지원하는 자와 그 직상급자 등이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외 다른 행정해석에서도 노동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의 결정 등과 관련하여 사용자를 지원하고 사용자의 기밀에 속하는 사항을 접할 수 있는 일정 직군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일률적으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과 같이 단순히 직책이나 직급만으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되고, 실질적인 담당 업무의 내용 및 직무권한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직무상의 의무와 책임이 노동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저촉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될 것이다.10)
 

Ⅲ. 선장의 단결권 인정 여부
1. 문제의 소재

선장은 선원에 포함되므로(선원법 제2조 제1호, 제3호), 노조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근로자인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선장은 해원에 대한 지휘명령권, 징계권을 보유하고, 특히 상법상 선장은 해원의 고용·해고권 및 광범위한 상법상의 대리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노조법 제2조 제4호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여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지 문제된다.
 

2. 적극설
위 견해는 ① 선박권력은 선박이 고립적인 공동위험체로서 해양노동의 특수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으로 단순히 선박소유자의 경제적 이익 보호를 위한 사적인 의무가 아니고 공적인 의무인 점, ② 선장의 대리권은 지배인과 같이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니고, 선박의 운항책임자로서 항해를 위하여 필요한 활동을 위한 것인 점, ③ 선장이 해원을 고용·해고하는 권한(상법 제773조 제2항)도 운항책임자로서 선박의 안전을 담당하는 해원의 적부適否를 선택하는 것으로, 기업의 경제적 판단에 의한 채용·해고와는 성격이 다른 점 등을 이유로 선장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11)
 

3. 소극설
위 견해는 ① 선장은 선박소유자의 선내 대리인으로서 해원의 계약위반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보유한 해제권을 행사하는 점, ② 선원근로계약의 당사자는 해원과 선박소유자인데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서 선장이 당사자의 외관을 지닌 것은 양자가 법률상 동일한 측면에 있는 점, ③ 선원법은 선장에게 선내 지휘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해원이 선내에서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대응하는 선박소유자 보유의 권리인 점 등을 이유로 선장은 선박소유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라고 주장한다.12)
 

4. 절충설
이는 연근해만을 항행구역·조업구역으로 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선박소유자가 입항·출항시 직접 지휘·감독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선박의 선장에게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위에서 열거한 선박 이외의 선박에 근무하는 선장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13)
 

5. 행정해석
(1) 선장은 선원에 포함되므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나, 선장은 일반선원과 달리 선원법 제6조 내지 제26조에 의하여 선박운항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해원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권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장은 형사소송법, 검역법, 관세법, 선박안전법, 구 호적법14) 및 경찰관업무집행관련법 등에 의해 선박의 최고관리자로서 지위를 가짐과 동시에 사용자로서의 지위도 가지고 있으므로, 선원관계법령에서 노조원 자격여부를 정할 사안이 아니고 노조법에 의거 자격부여 여부가 규정되어야 할 사항으로 사료된다.15)
(2) 선장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상실할 수 있으므로, 선장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16)
 

6. 일본
일본은 1945년 전全일본해원조합이 결성되어 선장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인지 여부는 선장의 자유의사에 맡겼다가, 1949년 6월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제2조 제1항의 ‘감독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 기타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와 관련하여 선장이 이에 포함되는지 문제되었다. 1948년 12월에 제정된 공공기업체등노동관계법 제4조가 ‘관리 또는 감독의 지위에 있는 자 및 기밀사무를 취급하는 자’의 조합참가를 금지하였고, 이에 해당하는 자에 관하여 공공기업체등노동위원회는 선장, 1등항해사, 기관장, 1등기관사, 통신장 및 사무장을 지정하여 고시하였다.17)

그 후 1954년 10월 전일본해원조합과 일본선주협회는 Union Shop 협정을 체결하면서 선장에 대하여는 위 제도의 적용을 제외하기로 하였으나, 선장의 조합원 자격이 계속 문제되었는데, 1965년 11월에 선장의 Shop제 문제에 관하여 선원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의하면 총톤수 3,000t 이상인 선박, 승무원이 30명 이상인 선박, 주로 원양 또는 근해 제2구·제3구의 해역에 취항하는 선박(해역의 구분은 노동협약 제106조 제2항에 규정된 바에 따른다)의 선장은 비조합원으로 하고(주문 제1항), 제1항 이외의 선장으로서 임원에 준하는 자, 또는 선원의 고용·해고·배승·승진 또는 이동에 관한 인사관계의 처리권을 가지거나 또는 이에 직접 참여하는 자, 조합과의 노동관계에 관하여 기밀사무를 취급하는 자에 해당하는 선장은 비조합원으로 하고, 위 어디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 선장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제2항)고 판정하였다.
 

7. 검토
생각건대, ① 선박권력은 인명·선박·화물의 안전과 공공의 안전을 위하여 법이 선장에게 특별히 부여한 공법상의 권한이지 선박소유자의 경영목적 달성을 위한 권한이 아닌 점, ② 선장은 선박소유자를 위한 대리권뿐만 아니라 선원, 여객, 적하의 이해관계인에 대한 대리권도 보유하고 있고 선장의 대리권이나 해원 고용·해고권은 항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항해 전후에만 인정될 뿐이므로, 선박소유자를 위한 대리권 및 해원 고용·해고권의 보유만으로는 선장이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점, ③ 현대에는 통신기술의 발달과 대리점제도의 발달로 인하여 선장의 근로조건결정이나 해원의 고용·해고에 관한 재량이 매우 제한적인 점, ④ 선장도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인 단결권을 보유·행사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적극설이 타당하다고 본다.18)
 

Ⅳ. 대상사안의 검토
① 이 사건 예선의 선장은 본선의 정원에 결원이 생겼을 경우 선주에게 그 보충을 요청하고 사실상 적절한 선원을 추천하기도 하나, 선원의 채용 여부는 선주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어서 선장을 포함한 선원의 임면권은 선주에게 있을 뿐, 선장은 선원의 임면권 및 인사고과에 대한 평정을 할 권한이 없는 점, ② 선원법에 의하면 선장은 선원에 대한 징계권이 있고,19) 취업규칙에도 선장을 포함한 선원에 대하여 선주가 징계권을 갖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어 선장이 선원에 대한 징계권을 갖는다고 할 수 없는 점, ③ 채무자들의 취업규칙에 의하면 선장은 해원의 근로시간과 당직시간을 배정하고 휴일근무 여부를 결정하며, 선원은 선장의 사전 허가 없이 하선 또는 이탈하여서는 아니 되고,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당직근무에 임하지 못할 경우 사전에 선장에게 보고하고 그 지시에 따라야 하는 등 선원의 근무조건을 일부 결정할 권한이 있으나, 이는 선박 내 근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고 최종적인 승·하선 및 이동 명령권은 선주에게 있는 점, ④ 기타 후생·노무관리에 관하여도 선장에게 별다른 권한이 없는 점 등 이 사건 예선 선장의 구체적인 직무실태, 실제 담당하는 업무 및 권한·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채권자들은 선상 근무의 특성상 예선에 승선하는 선원들의 일부 근무조건을 결정할 권한은 있으나 선원의 임면권, 보직권, 징계권 등에 관한 사항들을 최종 결정할 권한은 선주에게 있으므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부산지방법원도 위와 같은 점을 근거로 예선 선장인 채권자들이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채권자들에게 채무자들이 이 사건 노동조합에서 탈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어 이유 있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였다.
이 같이 선장이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단결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고, 이 사건 이후 법원은 일관하여 선장의 단결권 주체성을 긍정하고 있다.20) 대상사안은 선장의 단결권 주체성을 최초로 확인한 사안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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