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간하는 ‘해운시황 포커스’에 실린 글을 필자와의 협의하에 게재한 것이다.  -편집자 주-

 '2015 무역안보의 날'행사에서 산업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는 김태훈 한진해운 상무(우측)
 '2015 무역안보의 날'행사에서 산업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는 김태훈 한진해운 상무(우측)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화물선 시장은 여러번의 등락은 있었으나 추세적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공급과잉 상태에서 물동량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어 BDI가 사상 최저점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불황을 겪었고, 중국 등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맞물려 향후 건화물선 시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조선능력 과잉은 언제라도 공급과잉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형화주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성약 건수가 증가하면서 현물운임이 상승하던 수급원리마저 깨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 케이프 성약건수는 예년 수준을 넘었으나 운임이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불황 속에서 2015년 초에 유럽계 선사들을 중심으로 건화물선 풀Pool이 결성됐다.  건화물선 풀(Pool) 관리경험을 축적한 덴마크계 선사인 Clipper社가 올해 1월 Genco社와 협력하여 수프라막스 16척으로 구성된 ‘Clipper Sapphire Pool’을 구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Clipper社는 선대 대형화에 따른 선박관리의 이점은 물론, 선대운영의 효율성 제고 및 규모의 경제 활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Clipper社는 이미 핸디사이즈 풀Pool로 ‘Emerald Pool’, ‘Trader Pool’, ‘Clipper Logger Pool’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스계 선사인 Star Bulk社는 올해 2월 Bocimar, CTM, Golden Union Shipping, Golden Ocean Group 등과 함께 Capesize Chartering이라는 케이프 풀(Pool)을 결성했다.

이를 통해 화주에게는 보다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주들은 공선운항, 연료비, 선박대기시간, 선박배치 비용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한편 동 풀(Pool)은 별도로 사무실을 개설하지는 않고 풀Pool 참여사들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COA 계약 추진 등의 업무를 풀Pool에서 수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화물선 시장보다 선박의 유사성이 상대적으로 큰 유조선 시장에서는 선박 풀Pool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선박 풀Pool은 여러 선주들의 유사한 선박을 하나로 모아 운영하는 일종의 공동기업체이며 Joint Venture이다. 통상적으로 선박 풀Pool은 ‘풀관리회사’(Pool Management Company)가 각 선주로부터 모은 선박들을 단일의 통합된 운영단위와 같이 마케팅을 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미리 확정된 배분체계에 따라 각 선주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이러한 풀Pool을 활용할 경우 다양한 기대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먼저 풀Pool을 통해, 풀Pool 형성 이전에는 수행이 불가능했던 장기운송계약 등을 체결할 수 있다. 소수 개별 선박으로는 장기운송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곤란하나 풀Pool 형성으로 선박이 많이 모이면 장기운송계약의 수행이 가능해진다. 또한 풀Pool을 통해 운영 단위가 커지고 재무적, 운영적 측면의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화주의 풀Pool 참여선사에 또한 풀Pool을 통해 규모가 커진 선대를 장기운송계약, 기간용선계약, 스팟운송계약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하여 선대 운영에 있어 포트폴리오 관리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선대의 수익성이 향상될 뿐 아니라 수입revenue의 안정성까지도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풀Pool을 통해 규모·범위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풀Pool을 통해 운영선대가 커지면 선박연료유 구매 등에서 교섭력(bargaining power)이 증가하여 보다 저렴하게 연료유를 조달할 수 있고, 선박관리 측면에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운영선대 대형화와 그에 수반되는 선대운영의 유연성 확대로, 화주(고객)가 원하는 선박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하게 됨으로써 공선운항, 연료비, 선박대기시간, 선박배치비용 등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풀Pool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약하면, 건화물 선사들은 풀Pool 결성을 통해 선대운영 단위를 대형화하여 다양한 비용감소는 물론이고, 대화주 서비스 능력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 건화물 선사들이 풀Pool을 활용하여 불황 국면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풀Pool의 혜택에 대한 건화물선 업계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중소형 선주들은 개별적으로 선박을 운영할 경우 떠안게 되는 높은 시장 리스크를 풀Pool에 참여함으로써 수입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성 향상도 가능하다. 한편 대형 운영사들은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 없이 선대운영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풀Pool 결성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풀Pool 구성의 범위를 국적선사로 한정할 필요 없이, 특히 물동량이 많은 중국의 선사와도 풀Pool 결성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100개사가 넘는 우리나라 건화물선 업계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들 업계의 노력이 조직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풀Pool 활용의 기대효과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중소형 선주와 소수 대형 운영사의 입장을 반영한 다양한 채널의 협의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협회의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건화물선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풀Pool 활용을 추진해 나간다면 금융권에서는 풀Pool에 참여하는 중소형 선주에 대한 원리금 부담 경감, 상환 지연, 필요하다면 긴급 유동성 지원 등의 금융지원을 제공하여 풀Pool 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량화물 화주 또한 풀Pool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풀Pool 결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시장재편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운송서비스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화주가 새롭게 결성된 풀Pool에게 장기운송계약, 스팟운송계약 등을 적극적으로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건화물선 풀Pool 활용이 오픈open 선박이 많은 유럽계 선사들의 과제일 뿐아니라 중소형 선주가 많은 우리나라 건화물선 업계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풀Pool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국내 건화물선 업계에서는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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