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방제선박의 위탁배치 제도개선 논란이 본격화되었다. 지난해 7월 민간 해상방제업체들의 협의체인 (사)방제협회가 해양환경관리공단의 방제선 위탁배치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를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개선 과제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방제선 운영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에게 요구하고 있는 규제개선의 주요쟁점은 방제선의 위탁배치의 민간 개방(관련법 제67조) 및 위탁배치 수수료 면제규정(령 제93조) 삭제, 방제분담금 일부를 위탁배치 수수료로 전환 등이 골자이다.

공정위의 규제개선 추진내용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수용 불가의 입장이고 국민안전처는 수용한다는 입장이어서 관계부처간 이견과 갈등상황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관계부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방제선의 위탁배치 제도개선 사안은 지난 9월 국무조정실로 이관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국무조정실에서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공정위의 협의를 통해 조정단계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도 방제관련 법제 운영부처인 해수부는 수용불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안전처와 공정위는 관련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방제업체들이 등록돼 있는 국민안전처는 방제선의 위탁배치를 공단이 독점하고 민간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다면서 현행 방제분담금과 관련해서도 시장개방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분담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전환해야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해양환경관리공단(이하 공단)은 해수부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방제선의 위탁배치는 “현행제도에 대한 공정·불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안전 및 국민 편익과 관련한 규제대상이라는 당초 법 제정취지와 전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아울러 “방제업무는 수익을 담보하는 시장경쟁이 필요한 사무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국가가 방제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단순한 법 개정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방제분담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민간방제업체에 양분하라는 요구는 “95년 씨프린스호 사고이후 현재까지 유지해온 국가방제정책에 상반되며 이는 국가방제체제를 씨프린스호 사고 이전 상태로 회귀시키는 것”이라고 규제개선 요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공단은 “위탁배치 수수료는 납부 대상자의 반대로 시행령 제정시 면제조항으로 규정됐다”면서 “향후 법령정비를 통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공정위의 규제개선 요구사항이 국가방제정책에 상반되어 부당하다”면서 “불가피하게 방제선 위탁배치 민간개방 및 수수료 면제조항 삭제를 수용하더라도 방제분담금 제도는 현행 요율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제정책은 95년 7월 발생한 씨프린스호 유류오염사고를 계기로 태동했다. 이 사고이후 정부는 고위당정협의에서 민간방제회사 설립방침을 확정하고 정유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총리실 주관의 회의 등을 거쳐 관련 법적 근거의 신설과 이를 토대로 한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해양오염방제조합은 조합원(기름저장시설, 국적선박)에 대한 분담금과 비조합원(외국적선박)에 대한 수수료로 방제사업의 재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2008년 1월부로 해양환경관리법이 제정되어 동조합이 해산하고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재출범함에 따라 수수료를 없애고 분담금으로 징수체계가 일원화됐다. 공단에 따르면, 해양환경관리법 제정시 방제선 등 위탁배치 수수료를 신설했으나 이해관계자(산업자원부)의 반대로 공단에 방제분담금을 납부한 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방제선의 위탁배치 제도개선 논란은 표면상으로는 공단의 독점적 사업권에 대한 민간 방제업계의 개방 요구건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방제사업을 둘러싼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의 관할영역 갈등과 다툼의 단면임을 알 수 있다.

공단은 해수부 관할법인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해수부 산하 기관이고 민간 방제업체들은 국민안전처에 등록돼 있다. 세월호 사고이후 해수부 산하 기관이던 해양경찰 조직이 국민안전처로 이관하면서 민간 방체업체들도 함께 옮겨갔다. 또한 해상에서의 방제업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해경에 있다. 따라서 공단은 주무부처는 해수부이지만 방제선의 현장 배치에 대해서 해경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간 방제업체에게 방제선 위탁배치가 허용되고 분담금을 나누게 될 경우 공단의 방제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징수하는 방제분담금을 양분받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민간에서 방제선 위탁배치 업무를 하게 될 경우 주무부처와 유착관계를 갖게 될 가능성 또한 지적되고 있다.

이와관련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방제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는 방제수혜자 측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만약의 경우 방제선 위탁배치가 민간에 개방되고 방제분담금을 나누게 되더라도 현행 분담금 요율체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해상에서의 방제 지휘감독권을 쥐고 있는 해경이 해수부 산하에서 빠져나가면서 공단의 방제사업 향방에 대해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근거법을 운영하고 있는 해수부로서도 현장 지휘권이 없는 상태여서 공정위의 개선요구대로 추진된다면 공단의 방제력 약화를 커버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민안전처 산하의 또다른 방제조합이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소리마저 들려온다.

방제선 배치의 개방과 분담금 양분에 대한 개선 논란은 방제업계 발원도 있겠지만 국민안전처 신설로 정부 부처간 업무조정이 애매하게 정리됨으로써 크게 발현된 문제로 보인다. 관련법 운영과 현장 지휘감독권이 서로 다른 부처에 있으니 관련업계간 또는 부처간 갈등과 이견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유류오염사고 방제에서도 제2의 언딘이 생겨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이제까지의 국가방제정책에서도 드러나 있듯, 방제는 관련산업계는 물론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공익성이 고려돼야 할 사업임은 틀림없다. 조정에 나선 국무조정실은 방제사업권의 개방문제가 근본적으로 정부 조직재편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고 ,부처간 이해관계 차원을 넘어선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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