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동일영역 경쟁 벗어나 차별화해야”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중국 일본 및 유럽 조선업계의 동향은?
-우리와 세계 조선 1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은 그간 시장규모에 비례해 높은 성장을 보였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자국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했으나 여전히 벌크선 비중이 높고, 최근 벌크선 시황이 위축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제조 2025 전략’에서 알 수 있듯이 고부가가치선, 해양플랜트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의지, 그리고 자국의 풍부한 물량은 중국의 정책적 발전기반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강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기술수준과 생산성 등은 국내 중소조선업계보다 뒤쳐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조선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이 초대형 도크를 신설하고, 1만 8,000teu 이상급 극초대형 컨선 수주잔량을 13척 확보했으며, 일본 전체의 LNG선 수주잔량도 23척에 이른다. 일본 조선업체의 자국내 초대형 도크 신설이 18년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본 조선산업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추진해온 비용절감을 위한 표준설계 건조전략이 전문인력 배양을 저해하고 있어 숙련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써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은 크루즈선과 OSV 등 오프쇼어 물량을 통해 수주 점유율 10%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럽지역 조선사 및 기자재 업체, 선주사들이 주축이 돼 친환경선박기술을 개발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 ‘Leanships(Low Energy And Near To Zero Emissions Ships)’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네덜란드 Damen 조선그룹이 주도해 유럽 13개국의 46개 선주사, 조선사, 기자재 업체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조선업계의 경영위기를 진단하면?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소조선에 이어 대형 조선업체들도 저선가, 해양플랜트 설계 변경에 의한 추가비용 증가와 투입인력의 숙련도 부족, 출혈 경쟁 등으로 대규모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수요자 맞춤형 계약이 진행되면서 손실이 가중됐고 기본설계, FEED설계 부문의 역량부족으로 프로젝트 컨트롤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여지며 특히 해양부문 전문인력이 부족하여 대거 투입된 협력업체 인력의 숙련 부족도 문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대형 Offshore 프로젝트, LNG선 등은 국내 업체 간 경쟁인데 발주량이 줄다보니 국내 업체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했고 이는 결국 국내 업체들의 수익 악화로 귀결됐다.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해양플랜트 손실을 꼽고 있는데, 우리 업계가 과거와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국내 조선업계의 발전방향은 업체별로 해양플랜트 및 고부가가치선박 부문에서의 차별화와 범용 선박시장에서의 집중화로 대응해야 한다. 해양플랜트는 유가 급락으로 시장이 침체되고 있으나 진행 중인 다수의 프로젝트를 감안해 사업전략 방향을 중장기에 맞춰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취약한 Feed설계 등 부족한 부문의 사업역량을 강화하되 단기적으로는 수익 실현이 가능한 사업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격 못지않게 기술 중심으로 형성되는 친환경 상선시장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 경우 벌크선을 기반으로 다른 범용상선 부문의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월등한 ‘빅3’의 경우 계속 동일 영역에서 경쟁을 하기보다 해양 엔지니어링을 강화한 해양플랜트(주력)+고부가가치 선박(보조), 고부가가치 선박(주력)+해양플랜트(보조), 고부가가치 선박(집중)+범용 다수요 시리즈 선박(보조) 등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과당경쟁을 막고 업체별 지속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선업계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최근 글로벌 조선시장 침체 속에서도 세계 전체의 선박발주 감소에 비해 우리의 수주물량 감소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계속 40% 대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경쟁력이 1위 수준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반증이다.


언급했듯이 각 조선업체별로 특화할 수 있는 주력선종에 집중해, 대형 3사도 사업영역을 조금씩 차별화하여 국내 업체간 경쟁강도를 낮추고 수익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도 아직 역량이 부족한 기본설계, FEED설계 등의 보완과 확실하게 수행가능한 사업영역의 설정과 추진,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비숙련 인력의 투입을 자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형 조선사와 중소조선사의 상생방안이 있다면?
-현재와 같은 침체 시황과 치열한 경쟁, 열악한 금융조달 여건 등 상황에서는 중소조선이 대형조선과 연계할 때 가장 높은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조선사의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범용선 수주량을 확대하고, 선주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자재구입 역시 대형조선사와 협력해 5~1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특히 그룹 계열화로 자재 구입시 규모의 경제효과를 감안하면 원가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조선사의 60%에 불과한 생산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고, 대형조선사는 그동안 고부가가치선,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면서 공백이 생긴 범용선 부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타 우리 조선업계나 정부에게 전할 의견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른 고부가가치화·차별화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R&D, 인력양성 및 인프라 지원을 추진하고, 상선시장 대응을 위해 중소조선 정상화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대형 조선사의 차별화는 전략적인 지향방향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환경 조성을 정부가 추진해야 하고, 중소조선사와 기자재업계가 세계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 범용선의 친환경선박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소조선과 기자재 부문이 이러한 점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특히 현존선을 친환경선으로 개조하는 부문에 신경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금융기관 외에 민간부문도 참여할 수 있는 선박금융 유인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하고, 국내 해운부문의 유동성 부족 해소를 지원해 조선부문에 효과 확산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전후방 상생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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