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물류업계에 부는 ‘M&A 열풍’

 
 
하팍로이드-CSAV, 페덱스-TNT 등 대형 M&A 본격화
CJ대한통운 中물류사 인수, 中 국영해운사간 합병 추진

최근 전 세계 해운물류시장에 초대형 인수합병(M&A)이 계속되면서 시장경쟁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2014년 독일선사 하팍로이드가 칠레선사 CSAV와 합병하여 세계 4위 선사로 부상한 것과 올 4월 미국 물류업체 페덱스가 네덜란드 물류업체 TNT를 인수하면서 거대 공룡 물류기업으로 재탄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차이나십핑과 CSCL 등 중국 메이저 선사들간 합병 추진소식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심각한 적자경영에 시달린 업체들이 M&A 매물로 계속 쏟아지고 있으며 전략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장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전문>

해운물류시장에 인수합병M&A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보유 현금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저금리와 주식시장의 활황도 M&A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사업확대, 경영합리화, 시너지 효과 등을 이유를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 선사들은 중소형 선사의 지분 전체를 사들이거나 정기선 사업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사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선사들의 M&A에는 선대 통합, 네트워크 확보, 낮은 간접비, 운영비 절감 등 다양한 목적이 있으며 공통적으로 수익성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는 저유가로 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면서 M&A 실탄을 위한 자금 확보가 수월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에 이어 인수합병 돌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전 세계 수송 및 물류산업 부문에서는 272억달러 규모의 M&A 거래 54건이 이뤄졌다. 이중 10억달러 규모 이상의 대형 M&A는 총 5건이 진행됐다. 2분기에는 초대형 M&A가 36% 가량 증가했다. 초대형 M&A는 총 9건이 이뤄졌으며 거래규모는 23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거래규모의 69% 수준이다. 평균 M&A 거래규모는 5억 6,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유럽선사들을 중심으로 한 굵직굵직한 M&A가 지난해부터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팍로이드는 칠레선사 CSAV의 인수합병을 마무리 짓고 단숨에 선대 약 200척(100만teu)을 갖춘 세계 4위의 선사로 뛰어올랐다. 양사는 하팍로이드의 아시아, 북대서양 경쟁력과 CSAV의 남미지역 경쟁력을 합쳐 최소 3억달러의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다.

 
 
유럽 美 선사들, 해외기업 인수 활발
CMA CGM은 지난해 11월 독일 피더선사 OPDR(Oldenburg-Portugiesische Dampfschiffs-Rhederei)을 인수했다. OPDR은 북유럽, 카나리아제도, 이베리아반도, 모로코 지역에서 피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독일 선사다. CMA CGM은 올 5월에는 인도 물류업체 ‘LCL Logistix(LLX)’를 인수하고 신흥 물류시장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올 2월에는 독일 함부르크 수드가 칠레선사 CCNI(Compania Chilena de Navegacion Interoceanica)의 정기선 부문을 1억 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CCNI는 남아메리카 지역 2번째 규모의 선사로 2013년 매출액 8억 4,147만달러, 순이익은 16만달러를 기록했다. 함부르크 수드는 CCNI 정기선 부문이 구축한 남미 서안, 아시아, 유럽, 북미 항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뿐 아니라 강력한 양사 조직력을 구축하여 서비스 질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미국 물류업체 파샤그룹(The Pasha Group)은 미국 선사 호리즌라인(Horizon Lines)의 하와이 사업부를 1억 4,150만달러에 인수했다. 호리즌라인의 알래스카 사업부와 푸에르토 리코사업부는 또 다른 경쟁업체인 맷슨(Matson)이 각각 4억 5,600만달러, 6,920만달러에 인수했다.

탱커선사들의 M&A 사례도 있다. 올 2월 탱커선사 제너럴마리타임은 Navig8의 주식 전량을 인수하여 ‘Gener8 Maritime Inc’라는 신규 탱커선사를 뉴욕에서 출범시켰다. 낮은 탱커 운임으로 고전해온 양사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46척의 선대를 통합하고 운영비를 절감하며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싱가포르 NOL 매물 나오나
싱가포르 선사 NOL(Neptune Orient Lines)의 매각설도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NOL은 해운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만성적인 부채와 적자로 시달려왔으며 지난 5월 물류부문 APL로지스틱스를 일본 킨텐츠익스프레스KWE에 12억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올 7월 주요 외신을 통해 NOL의 대주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Temasek Holdings)’가 NOL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NOL은 세계 12위에 랭크된 컨테이너 선사로 92척(57만teu)의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총액 17억달러로 추정된다. 1968년 싱가포르 국적선사로 설립됐으며 테마섹 지분 외 나머지 35%의 주식은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NOL은 과거에도 하팍로이드, OOCL과의 개별적인 합병진행 소식이 들렸으며 이번에는 UASC와의 합병설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NOL은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했다.

 
 
中 COSCO-CSCL, 시노트란스-CMES 합병하나
가장 최근에는 중국 해운선사들 간 합병이 추진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 해운분야 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8월부터 메이저 국영선사들의 합병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국영해운사인 Cosco그룹과 차이나십핑(China Shipping)은 최근 양 그룹 내 상장사들의 합병운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Cosco Limited, Cosco Shipping, China Shipping Development, China Shipping Container LinesCSCL 등 주요 상장사들은 8월 7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대형 구조조정 거래 계획을 위한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양 선사의 통합 시 총 자산은 약 83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중 해외 자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Cosco그룹과 차이나십핑의 합병추진에 이어 또 다른 해운메이저들의 합병이 예고되고 있다. 9월 2일 중국 정부는 시노트란스&CSC그룹과 CMES(China Merchants Energy Shipping)의 합병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트란스와 CMES는 지난 2014년부터 ‘차이나 VLCC’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탱커사업을 통합운영해왔다. 현재 시노트란스와 CMES 및 자회사들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대형 구조조정 거래계획을 위한 거래정지 상태이다. 드류어리는 양사의 합병은 기존 선사 얼라이언스와 선사 간 합병의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시장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해운시장에서는 선사간 자율적인 M&A 보다는 해운경기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해운업체들이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계속됐다. 대한해운, 팬오션 등 M&A 시장 매물로 나온 선사들을 재무적 투자자나 사모펀드 혹은 자금여력이 있는 비해운그룹이 사들이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경영난으로 LNG 및 벌크선, 터미널 사업부 등을 매각한 바 있다.

글로벌 항만터미널 M&A도 치열
항만터미널 시장도 M&A가 치열한 곳 중 하나이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들은 유럽과 북미, 극동아시아 등 성숙한 시장 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미, 이란 등 신흥 터미널시장에 M&A를 확대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APM터미널은 최근 스페인 터미널운영사 ‘Grup Maritim TCB’를 인수하고 11곳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이번 인수건은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며 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Grup Maritim TCB는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지중해연안과 터키, 멕시코, 과테말라 등지에서 430만teu가 처리가능한 11개의 컨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처리 물동량은 350만teu이다. 2016년에는 태평양 연안의 콜롬비아, 브라질에 컨터미널을 개장할 예정으로 있다.

중국의 Cosco는 최근 차이나머천트, 중국 국영펀드 CIC와 공동으로 터키의 3대 컨테이너터미널을 인수했다. 9월 17일 3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룩셈부르크의 특수목적회사는 터키 이스탄불의 쿰포트Kumport 컨터미널 지분 약 65%를 15억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Cosco는 그리스 피레우스항에서도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사는 800척 이상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60개국에 1,600개 항에 기항을 하고 있다. 홍콩 기반의 차이나머천트그룹은 자산가치 1,310억달러이며, CIC는 약 7,50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쿰포트항은 유럽 이스타불 인근에 위치했으며 2007-2013년 컨테이너물동량 2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3년 터키 총 컨테이너 물동량의 16%인 130만teu를 처리했다.

미국 컨터미널 M&A 증가 전망
중동의 항만운영사 DP월드는 올 하반기 캐나다 페어뷰터미널의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기반 운영사인 ICTSI(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 Services, Inc.)는 멕시코 항만운영사 ‘TMT(Terminal Maritima de Tuxpan)'의 지분 100%를 5,450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는 DP월드의 중국 연태터미널 지분 51%를 인수하기도 했다.

러시아 Global Ports는 2013년 자국 2위 터미널 운영사인 ‘NCC’를 2억 9,100만달러에 인수하며 러시아 최대 운영사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프랑스 Bollore Africa Logistic는 2013년 인도 컨터미널 운영사인 ABG Container handling의 지분 49%를 인수하며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Bollore는 현재 아프리카 15개 항만에서 12개 컨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컨터미널에 대해서도 향후 활발한 M&A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드류어리에 따르면, 인프라 및 금융투자자들은 미국 터미널의 저가격과 저리스크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검토 증이며 재정난에 처한 선사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보유한 터미널의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내년 상반기 본격화되는 그리스 항만 민영화사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중국의 Cosco와 덴마크 APM터미널이 피레우스항만공사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계의 ‘빅딜’, 페덱스-TNT 인수
올 4월에는 물류업계에서 초대형 빅딜이 성사됐다. 항공운송분야 세계 1위인 미국의 대형 물류업체 페덱스FedEx가 네덜란드 물류업체 TNT익스프레스를 48억달러에 인수키로 하면서 거대 물류공룡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페덱스는 TNT인수로 유럽 4위에서 2위로 시장점유율이 오르게 됐다.

페덱스와 TNT익스프레스는 4월 7일 인수합의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내년 상반기 인수완료를 목표로 현재 EU의 합병 규제 절차에 따라 면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와 브라질 경쟁당국 등 다른 국가의 반독점 기구들도 이번 거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배송물량 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TNT익스프레스는 2년전 라이벌 업체 UPS에 의해 인수가 추진됐으나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에 막혀 최종 인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TNT익스프레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과 브라질 법인을 매각하고 4,0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정리한 바 있다.

페덱스는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함으로써 유럽 항공과 육상 운송망을 확충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TNT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DHL익스프레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페덱스 측은 “우리는 TNT익스프레스의 인수가 경쟁을 촉진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2016년 상반기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규제과정을 지속해서 진전시키고 양사의 통합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물류기업들도 국제적인 M&A를 통해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 2월 일본의 킨테츠익스프레스KWE는 12억달러에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했으며, 일본우정사업청JP은 호주의 대형 물류기업 톨홀딩스(Toll Holdings)를 64억 9,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양사의 인수작업은 5월말 모두 마무리됐다. 이밖에도 올 4월 미국 물류업체 XPO 로지스틱스는 프랑스 물류업체인 노어베르를 35억달러에 인수했으며, 9월에는 경쟁사 콘웨이를 3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국내 동부·대우 인수전 ‘오리무중’
국내에서는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의 인수전이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시작했으나 주요 기업들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오리무중이다. 현재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는 7곳의 인수적격후보들이 있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현대백화점만 본입찰에 단독입찰한 상태다.

9월 1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주간사는 이날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현대백화점이 현대홈쇼핑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와 계열사 물류비용 절감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유력후보로 꼽히던 CJ대한통운과 신세계이마트는 최종적으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선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가격을 7,000억~8,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월 초 입찰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나 현대백화점이 인수철회를 선언할 경우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는 애초 최대 1조원의 매각가를 기대했으나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은 약 5,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부익스프레스는 해외매각이 추진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로지스틱스의 본입찰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대우로지스틱스 예비입찰에는 CJ대한통운과 한국타이어, 동원그룹, 삼라마이더스SM, IMM프라이빗에쿼티, KTB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으나 본입찰은 여러 차례 미뤄졌으며, 한국타이어와 포스코에 이어 유력인수자로 꼽히던 CJ대한통운이 최근 불참을 선언하면서 맥이 빠져버렸다. 대우로지스틱스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끝난 뒤 본입찰을 재개하고 연내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나 흥행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의 인수전에는 불참을 선언했으나 최근 해외 물류사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9월 국민연금과 공동 출자한 SPC(CJKX Rokin Holdings Limited)를 통해 중국 최대 규모의 냉동물류회사인 룽칭물류ROKIN의 지분 71.4%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4,550억 1,792만원으로 지난해 자산총액대비 99.2%에 해당하는 규모다. CJ대한통운은 중국 냉장·냉동물류 선두기업을 인수해 기존 중국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과 글로벌 사업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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