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연료선(추진선)이 친환경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조선사들은 이미 LNG연료선 건조 준비를 끝마치고 수주에도 성공하고 있다. 기존 연료유 대비 안전성 우려가 나타나는 가운데, IMO는 LNG연료선에 대한 (안전)규정을 2017년부터 발효할 예정이고 글로벌 선급들도 관련지침을 마련했다. 업계는 “기존 선박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상용화 이전에 철저한 리스크 측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편 우리 정부는 LNG연료선 및 벙커링 산업 육성을 우선과제로 선정하는 등 글로벌 시장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황산화물 배출량을 제한하는 배출규제해역(ECA, Emission Control Areas)은 유럽의 북해, 발틱해, 미국 연안에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ECA를 운항하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이 기존 1.0% 이하에서 0.1% 이하로 대폭 규제강화됐다. 홍콩도 올 7월부터 자체적으로 0.5% 미만을 의무로 하는 ECA를 선포했다.
 

선박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트렌드는 새로운 선박 연료유의 수요를 일으켰다. 그 중 가장 각광받는 선박 연료유는 LNG이다. LNG는 기존 선박 연료유인 MDO(Marine Diesel Oil) 대비 질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의 배출이 80~90% 저감되고, 이산화탄소(CO2) 배출은 15~20% 감소시킨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증가가 LNG 공급을 안정화시키고 있어 LNG연료선의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드선급에 따르면, 2014년까지 신규 LNG연료선 및 LNG연료선 개조시장의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한다. 2025년까지 LNG연료추진선 신·개조시장은 148.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환경규제가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강화될 경우 2025년 한해에만 650척의 LNG연료선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DNV GL은 2015년 5월 기준 전 세계에 총 63척의 LNG연료선이 운항하고 있으며, 2018년까지 80척의 선박이 추가 건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부터 2014년 동안 LNG연료선은 연평균 28.9% 증가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LNG연료선의 수요 확대가 단지 LNG연료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더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LNG연료선 수요가 늘어날 수록 LNG벙커링 수요도 동반 상승한다. 이에 항만 터미널 등을 이용한 LNG벙커링 시설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며, LNG연료선에 가스를 공급하는 선박인 LNG벙커링선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세계최초 LNG연료 LNGC 등 50여척 수주... 3,100teu 컨선 내년 6월 인도
한진重·STX조선, LNG벙커링선박 수주 성공
이러한 추세에서 우리 정부와 조선업체들은 LNG연료선 및 LNG벙커링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우리 조선업계는 이미 수년전부터 LNG연료선 관련기술 개발을 마쳤고, 수주 실적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올 7월 LNG연료선 개발과 LNG벙커링 기반 인프라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우리 기업의 시장선점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LNG연료선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선두주자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은 현재까지 약 50척의 LNG운반선 수주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20일에는 세계 최초로 그리스 선사 찬드리스로부터 LNG를 연료로 LNG를 운송하는 LNGC 1척을 수주했다. 2013년 미국 TOTE가 발주한 세계 최초의 3,100teu LNG연료 컨테이너선은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디섹(DSEC)이 엔지니어링은 맡아 미국 나스코 조선소가 건조해 운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LNG연료선 수주가 아직 없는 상황이지만, 관련 기술은 이미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 LNG연료선인 ‘에코누리’호를 건조해 주목을 받았고, 동 선박은 현재 인천항 홍보선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2012년 LNG연료 공급시스템과 함께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적 준비는 마쳤다.
 

우리 조선사들은 LNG연료선과 함께 LNG벙커링선도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진중공업은 일본 NYK로부터 5,100㎥급 LNG 벙커링선 2척을 약 1억달러에 수주했다. 동 선박은 세계 최초 범용 목적의 LNG벙커링선으로 추가 충전없이 5,000㎥의 액화천연가스를 한번에 공급할 수 있다. STX조선해양도 지난해 12월 영국 오일메이저인 로얄더치쉘Shell로부터 6,500㎥급 LNG벙커링선 1척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HiVAR-FGSS 연료공급장치 특허 기술 확보
현대重 Hi-GAS, 삼성重 S-FUGAS 개발 성공

우리 조선사의 LNG연료선에 대한 대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한 특화 기술 개발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연료선을 대비해 HiVAR-FGSS와 PRS를 독자 개발했으며, 현대중공업은 Hi-GAS, 삼성중공업은 S-FUGAS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HiVAR-FGSS는 탱크에 저장된 천연가스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로, 천연가스연료 추진선박의 핵심 기술이다. 만디젤 & 터보(MAN Diesel & Turbo)사의 천연가스 엔진인 ME-GI(MAN Electronic Gas-Injection Engine)에 연결되는 연료공급 시스템으로 LNG연료선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있다. 만디젤은 2013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동 기술에 대한 특허료를 지급하고 있다.
 

PRS는 대우조선이 독자 개발한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다. 통상 LNG운반선은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수송하는데, 운항 중 가스 일부가 자연 기화되어 버려지는 양(natural boil off gas)이 발생한다.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가스를 다시 액화시켜 화물창으로 돌려보내는 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PRS는 재액화에 필요한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화물창에서 발생한 증발가스를 냉매로 활용하는 장치다. 추가 동력과 냉매압축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선박 소유주는 초기 투자비용과 유지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LNG연료공급시스템 Hi-GAS를 동사의 힘센엔진을 패키지화하는데 성공했다. 동 기술은 LNG를 기화해 이를 이중연료 대형엔진과 발전기, 보일러에 공급하는 통합 패키지이다. 삼성중공업도 LNG 탱크와 연료공급 시스템 패키지인 S-FUGAS를 개발했으며, 동 시스템은 인천항만공사 홍보선인 ‘에코누리’호에 탑재됐다.

 

안전성 “기존 LNG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 vs “확실한 리스크 측정 필요”
IMO 가스연료선박 안전 국제코드IGF 2017년 발효
LNG가 차세대 선박연료유로 각광받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안전에 대한 문제도 같이 제기하고 있다. MDO를 사용하는 기존 선박에 비해 폭발력이 높은 LNG를 이용하는데 대한 우려섞인 시선이다. 이에 따라 기관실 이중벽 배관, 가스탐지장치 등 추가적인 안전요건을 요구하는 위험요소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09년 선박의 가스연료사용에 따른 안전요건에 대한 잠정지침서를 채택하고, 가스연료선박의 안전을 위한 국제코드(IGF Code) 및 이를 강제화하기 위한 SOLAS 협약을 해사안전위원회MSC 94차에서 승인했다. 올 6월 열린 MSC 95차 회의에서는 94차에서 승인된 내용들이 통과돼 2017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규제가 발효될 예정이다.
 

개정된 SOLAS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소유·운영하는 선박들의 IGF Code 강제적용을 면제하고 △한 선박에 한가지 코드만을 적용해 LNG연료를 이용하는 LNG운송선LNGC의 경우, LNGC에 적용되는 IGC Code를 적용한다. 또한 △IGF 적용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에 대한 교육 등을 담은 STCW.7/Circ.24를 승인했으며, △IGF Code 초안에서 위험성 평가, 연료탱크에 대한 돌발하중, 연료탱크 온도의 모니터링, 연료탱크 보호를 위한 거리요건 등에 대한 사항들이 개정·수정됐다.
 

한편 동 회의에서는 LNG연료선 리스크 측정에 관한 대한 강제기준도 명시됐다. 안전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Air lock을 이용해 가스위험 공간을 격리시키고 가스유출을 방지해야 하며, 충돌·좌초 등 우발적 사고를 고려한 멤브레인 탱크의 추가 안전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벙커링 스테이션, 탱크연결 스테이션, 가스측정기기 등에 대한 규정이 요구됐다.
 

세계 선급들도 LNG연료선에 대한 주요 지침사항 및 규정을 마련하고 LNG연료선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DNV, GL, NK 등 국제 선급들은 이미 LNG연료선 및 LNG벙커링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한 상태이며, 한국선급(KR)도 올해 ‘액화천연가스연료 준비선박 지침’을 발표하며 2015년 9월 1일 이후 건조 계약되는 관련선박에 적용시킬 계획이다.
 

이와 관련 가장 많은 LNG연료선을 수주하고 있는 대우조선측은 “안전과 위험에 대한 고려사항의 경우 기존 LNG운반선과 크게 다를바 없는 체계와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산업부 측도 “한국선급을 비롯한 세계 선급들이 이미 LNG연료선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고,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등 우리 조선사들이 이에 대한 검증을 끝낸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형 LNG연료선의 상용화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검토할만한 부문이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육상지역의 LNG벙커링 시설과, 선박에 의한 벙커링 작업에 대한 사항은 IMO 규정에 언급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조선 연구자는 “벙커링 관련 규정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는 LNG연료선 개발과 진행과정에 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선박이 장기간 묘박할 경우 가스연료 증발로 인한 대기 중 유출, 선박 좌초시 연료탱크 처리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아직 남아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형 LNG연료선이 유럽 등지에서 운항되고 있으나 상선의 경우 본격 상용화되지 않은 관계로 100%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LNG연료선에 탑승하는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교육이 우선돼야 하며, 상용화에 대비한 다양한 리스크 측정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부 LNG연료선·벙커링 산업 육성나서... 신·개조시장 및 관련 기자재 육성 목표
포스코 석회선 운반선 LNG연료선으로 신조, 국산 기자재 탑재 기회 제공
한편 우리 정부는 LNG연료선 건조와 LNG벙커링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15일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등 50개 기관과 함께 ‘에코십 상생협력 네트워크 구축’ 협약을 체결하고 우선과제로 LNG연료선 개발과 LNG벙커링 기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이 눈길을 끄는 부문은 LNG연료선과 LNG벙커링선 수주확대와 함께 국산 기자재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년 LNG연료선 수주율 70%를 목표로 기술단계별 이행안에 따라 해외 의존도가 큰 핵심기자재에 대한 국산화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산화 이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자재에 대해 성능인증절차와 실선탑재 기회를 제공하고자 LNG 기자재 성능인증 센터를 구축하는 등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석회석 운반선과 가스공사의 예인선을 LNG연료선으로 신조해 국산화기자재 탑재를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포스코 신조선의 경우 현재 초기 계획단계로 기존 석회석 운반선을 신조선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조가 추진되면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국내 기자재를 탑재해 국산화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8년으로 예상되는 LNG연료추진선 상용화 시점에 맞춰 관련 규정정비와 벙커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형조선소-중소형조선소-기자재업체간 기술공유 협력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벙커링 정책도 진행된다. 산업부는 벙커링산업 환경구축을 위해 가스공사 소유의 통영터미널을 벙커링 겸용 터미널로 우선 개발하고, 향후 광양, 보령, 인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해수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신항 LNG벙커링 기지 구축사업도 항만기본계획이 수정되는 대로 부처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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