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秘로운 풍광에 홀리고, 이를 정복한 중국에 놀라

원가계 떠 있는 산
원가계 떠 있는 산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 중국인 사이에 회자되는 장가계(張家界,장자제)의 비경에 대한 예찬으로 ‘살아서 장가계에 올라보지 않으면, 백살이 되어도 노옹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여행객에게도 기암괴석들을 품은 비경秘境으로 생전에 꼭 가볼만한 명소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영화 ‘아바타’에 나온 ‘떠있는 산’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장가계는 중국 후난성 북쪽에 위치한 무릉원武陵園 관광지구의 하나이다.

최근 우리는 EBS에서 방송하는 세계기행 및 견문 프로그램 덕에 집에서도 세계 각곳의 숨어있는 비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드론은 사람의 시야로는 미처 다 볼 수 없는 풍광의 전경을 한 화면에 담아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렇게 생소한 세계의 비경과 다양한 이색 문화들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憧憬을 품고 있던 요즈음 잠시라도 일상日常을 벗어나고픈 마음에 휴가여행지로 장가계를 택했다.

내륙지방이어서 무척 더울까봐 겁이 나기도 했지만 풍경지구이니 얼마나 더우랴는 생각으로 무더위가 한참이던 8월 6일-10일 5일간 중국의 후난성을 찾았다. 중국의 연해지역들은 취재차 여러차례 방문했지만 내륙지방은 제남 외에 가본 적이 없는 지라 사뭇 설레었다. 중국의 내륙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궁금하고 그림보다 더 그림같다는 장가계의 비경은 더욱 궁금했다.

장가계 여행은 상해와 북경 등 중국의 다른 여행지와 함께 묶여있는 경우와 직접 장가계 공항을 통해 들어가는 경우, 후난성(호남성) 성도인 창사長沙를 경유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경우 등 크게 3가지 유형의 다양한 일정의 상품이 나와 있다. 장가계로의 직기항 루트는 청주공항에서 출발하는데, 성수기에 띄우는 장가계 전세기 여행이다. 장가계 공항이 규모가 작아서 주요 항공사의 큰 항공기는 기항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천공항 출발 항공기는 대부분 창사공항으로 입항한다.

후난성 경제·문화 중심지 창사,
공항규모 크고 깔끔 통관은 신속
인구 800만명의 대도시인 창사를 들러 버스로 장가계에 들어가는 여행경로를 택했다. 창사는 과거 우리나라의 임시정부청사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중국 방송활동을 하는 근거지이기도 하다. 중국인에게는 그들의 영웅 마오쩌둥(모택동)의 활동지로 유명해 커다란 바위를 깎아 조각한 청년 마오쩌둥상이 있는 곳이다. 창사는 약 2,000여년 전의 미라가 1972년 발견되어 이를 보려는 관광객이 모여드는 후난성의 경제·문화 중심지이다.

8월 6일 아침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2시간 50분여간의 비행을 통해 창사에 도착했다. 창사공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도 현대화된 깔끔한 모습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창사공항은 중국에서 6번째로 큰 국제공항이다. 그러나 창사공항은 규모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시아권과의 루트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서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창사와 장가계에서의 여정에서도 한국 관광객과 중국 내국인 이외의 외국인 관광객은 드물었다. 창사공항에서의 세관절차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였는지 별로 신경쓰이는 일 없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메르스 여파로 한국 관광객에 대한 까다로운 검역을 예상했으나 원활하게 세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함께 한 일행은 우리가족 4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이었다.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대전, 제주, 세종 등 전국에서 합류한 가족, 친구, 동료 등으로 구성된 일행은 현지 가이드와 합류해 창사에서 간이 관광길에 올랐다. 점심이후 임시정부청사와 중국인 열사들을 기린 열사공원 두곳을 들러 장가계로 들어가는 게 첫날 일정이었다.

먼저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식당을 들러 점심을 했는데, 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식당 진입문이 마치 궁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처럼 화려하고 커 그 스케일이 놀랍다. 후난성의 음식은 매콤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별 무리가 없는 듯하다. 요즈음은 한국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향도 많이 넣지 않아 음식 때문에 여행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말대로 여행중 음식으로 인한 어려움은 거의 없었다.

창사에서 처음으로 간 곳은 열사공원, 중국 근대사의 열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탑을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한 곳이다. 공원을 잠깐 들러보던 중에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창사시에서 내건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이 쓰여진 현수막이었다. ‘자유, 평등, 공평, 법치, 문명, 부강, 애국, 성신....’등 12개 항목들이 표기돼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호들을 사회주의의 표상인 중국에서 보는 기분은 ‘사람 사는 곳은 다 같구나’하는 생각으로 묘한 기분을 갖게 했다.

창사시내 임시정부청사
창사시내 임시정부청사
창사 임시정부청사 여행객의 입장료로
근근히 운영 아쉬워
다음 일정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필수코스인 임시정부종합청사였다. 일본군에 의해 상해에서 쫓겨난 임시정부가 이곳 창사에도 청사를 두고 활동을 했는데, 지금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임시정부청사가 있는 지역은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개발하지 않아왔으나 언제까지 미개발지로 우리 유적을 보전하고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는 김구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 있고 그곳에 머물던 독립투사들의 집무실과 침실, 부엌 등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다. 우리나라 임시정부청사의 중국내 이전 등에 대한 동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 관광객이 1인당 4,000원의 관람료를 내고 입장하며, 이를 경비로 근근히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여서 관광수입만으로 운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 정부도 이 지역에 대한 개발압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모른다고 조선족 가이드가 부연 설명했다. 수년전 상해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바 있어서 중국에 소재한 우리 유적 관리에 대한 정부의 관심 부족이 아쉽게 느껴졌다.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동료의식일까? 일제에 강점을 당하고 임시정부를 꾸려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조상들의 활약과 고난사를 되새기는 자리에서 중국인의 대 일본 혐오감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후난성에서는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이 더 크다. 남경 대학살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은 일본인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곳을 찾은 일본 관광객에게 폭력이 가해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창사와 장가계에서 일본 관광객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여행 첫날 창사의 기온은 35-6도 가량 됐다. 서울보다 훨씬 더 덥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마침 그 전날 비가 와서 기온이 좀 낮아진 것이라고 했다. ‘여행은 날씨운이 반’이라 했던가? 수시로 비가 오는 것으로 유명한 장가계의 풍광여행을 즐기기 위해 우산과 우비를 필수품으로 준비했는데, 일행이 찾았던 5일의 일정 중에는 우산을 양산으로만 이용하는 행운을 가졌다.

창사에서 고속도로 4시간 30분,
장가계 풍광지구에 도착
임시정부청사를 둘러본 일행은 숙박지이자 여행의 목적지인 장가계를 향해 버스로 4시간 30분여를 이동했다. 서울-부산간 KTX 운행시간보다도 길었지만 이용버스가 우리네 우등 시외버스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중국의 버스는 낡고 좁을 것으로 예상했던 일행은 2층 높이의 신형 전속버스를 대면하며 안도했다.

고속도로에서 버스는 100km이상의 속도를 내지 않았다. 중국정부가 최근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버스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버스의 주행속도를 체크하고 100km가 넘으면 원격으로 당장 지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속도를 위반하면 회사는 정부로부터 제제를 받는다. 운행중 휴게소에서 쉬지 않아도 회사에서 휴식을 원격조치한다. 엔진과 운전기사의 적정한 휴식을 유도하는 중국정부의 안전정책이 놀라웠다. 중국이 이제 경제의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에도 돌입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정부의 안전과 환경에 대한 정책은 호텔에서도 확인된다. 호텔의 TV를 켜면 제일 먼저 화재 및 비상시 이용객의 대피요령이 나오고 나서 방송이 나오도록 셋업돼 있다. 창사의 호텔에는 일회용품의 이용 자제를 위해 칫솔 치약 등 일회용품이 없고 실내 실리퍼는 고무재질의 제대로 된 슬리퍼이며 패브릭 슬리퍼도 룸밖으로 가져가면 비용이 지불된다.

창사에서 장가계로 가는 고속도로변은 꽤 오랜 시간 지평선만 볼 수 있다. 산이 없어서인지 구름도 뭉쳐 있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 있거나 아예 없거나 했다. 장가계 인근지역에 들어서니 작은 봉우리들이 마치 산소 봉분처럼 즐비한 산능성이가 이어지고 구름도 뭉게뭉게 모여 여러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이 예쁘고 인상적이어서 감탄했더니 가이드가 “장가계 사람들은 이 정도는 언덕이라 한다”며 음식으로 치면 “밑반찬에 불과하다”고 기를 죽였다. 그만큼 장가계의 풍광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은 세계적 비경을 대면할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고 장가계로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장가계는 장가계시의 삼림공원 일대를 말한다. 이 곳의 주요 관광지로는 천문산과 천문동, 보봉호수, 장가계와 원가계, 황룡동굴, 십리화랑 등이 있다. 4억년전 바다였던 장가계 일대는 지구의 지각운동에 의해 육지로 솟아올라 오랜 시간 침수와 자연붕괴 등의 과정을 겪으며 기이한 형상의 봉우리와 수직각의 계곡, 용암동굴 등이 형성되어 인간세상이 아닌듯한 신비한 자연의 절경을 이루어내고 있는 곳이다.

천문산 정상
천문산 정상
장가계의 성지, 천문산 7.45km 케이블카로 정상 올라
여행의 둘째날, 장가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해발 1,600여m의 천문산을 오르기 위해 시내에 있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갔다. 시내 한 복판의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천문산 정상의 종착지까지 7.45km의 세계 최장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40분가량 걸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3시간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시내에서 보는 천문산은 마치 조각을 해놓은듯 웅장하고 기괴한 봉우리와 기암절벽들이 우뚝 서있는 형상이어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장가계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봉우리의 기세가 하늘에 닿을 듯 장대한 산으로 신성해보이기까지 하다. 휴가철과 방학시즌이어서 중국인 여행객이 많은 시기라 대기시간이 길다고 한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곤돌라형 케이블카에 올라타 시내에서부터 천문산 정상까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처음엔 그저 그런 시내와 산의 초입 풍경이다. 그러나 산위로 올라 갈수록 천문산의 깎아지르는 아찔한 기암절벽과 봉우리들을 지나게 된다. 저 아래 협곡을 보면 다리가 저릿저릿하다. 천문산은 산세와 봉우리의 모습이 워낙 웅장하고 장대해 원가계 쪽의 산세에 비해 남성적이라고들 한다. 케이블카의 사람들은 뭐라 표현하지 못한 채 “와-우! 와-! 으!” 연신 탄성만 내뱉는다. 천문산의 장쾌한 풍광도 그렇지만 이렇게 긴 케이블카를 놓은 중국에 대한 감탄도 절로 나왔다.

깎아지는 절벽
깎아지는 절벽
아찔한 절벽의 길 ‘귀곡잔도’ ‘유리잔도’
인간의 한계는?
정상 케이블카 종착장에서 하차하면 다시 2인용 리프트를 타고 ‘천문산사’라는 절로 내려 간다. 음악까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리프트에서 산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너무 상쾌해 머리가 다 맑아지는 느낌이다. 장가계의 기온이 35도를 넘었으니 무더운 날씨이지만 천문산은 쾌적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대규모 절을 지어놓다니...태산의 정상에 놓인 거리를 보며 놀랐던 첫 중국여행에서처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천문산사를 잠시 둘러보고 깎아지른 수직절벽 측면으로 1m 가량 길을 내어놓고 여행객들에게 절벽을 체험하게 하는 ‘잔도’위를 걸었다. 그 유명한 ‘귀곡잔도’와 ‘유리잔도’. 도저히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절벽 측면의 길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걸어본다. 잔도에서 보는 절벽이 아찔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와중에 ‘참,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잔도를 만든 사람들이 치렀을 노고에 대한 애잔함과 경외감도 들었다. 유리잔도는 유리로 길을 높아 마치 허공위를 걷는 듯하게 만들어놓았는데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들 걸어다니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아마 특별한 풍광과 경험에 사람들은 고소공포라는 감각도 잊은 듯했다.

잔도 산책이후 840여m 에스컬레이터로
‘하늘 문’ 천문동으로
두 잔도를 체험한 뒤에는 부근의 에스컬레이터 승강장으로 향했다. 천문산에는 70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가 12단계로 총 연장 840여m규모로 놓여져 있다. 산속을 뚫어서 만들었다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올해 5월 개통돼 아직 기네스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세계 최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을 타고 중간정도 내려오면 천문산의 명소중 하나인 천문동이 있다. 천문동은 절벽에 벼락이 쳐서 뚫린 것이라는데 위쪽에 길쭉하고 긴 구멍이 나 있어 하늘로 올라가는 문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이 곳은 천문동을 통과하는 에어쇼가 있은 뒤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에서 중간에 내릴 수 있게 돼 있어 천문동의 앞뒤경치를 모두 관람할 수 있게 돼 있다. 중간지점에서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천문동으로 오르는 999계단의 시작지점, 천문산을 버스로 오를 수 있는 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내려갈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가 개통되기 전에는 계단으로 천문동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버스로 99개의 굽이굽이 도로를 타고 천문동까지 오르는 여행객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천문동에서 하산길에 버스를 이용했다. 아찔하게 굽이치는 도로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듯한 속도로 내달리는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등산시 케이블카에서 올려다보고 정상에서 내려다보았던 천문산의 병풍처럼 펼쳐진 장대한 기암절벽과 산세를 다시금 도로의 고도에 따라 내려보고 올려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그야말로 천하 일품’이다. 이 굽이치는 도로에서 카레이스가 열리고 각종 익스트림 경기가 열린다니... 사람이 하는 일이 참으로 놀랍고 무모해보이는 데 현실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기아자동차 광고도 이 도로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양가계 케이블카
양가계 케이블카
1600m 험준한 바위산 각종 탈것으로
관람케 한 중국 놀라워
걸어서 오르내리기에도 힘겨울 해발 1,600m의 험준한 바위산을 케이블카와 리프트, 에스컬레이터, 버스 등 각종 탈 것을 이용해 5-7시간 정도에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놓고 관광객을 맞고 있는 중국은 장가계의 비경 만큼이나 놀랍고 신기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날 저녁 천문산 기슭에 마련돼 있는 천문산쇼 공연무대에서 ‘나무꾼과 구미호’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관람했다. 장가계의 2대 무대중 하나라는 천문산쇼는 천문산을 배경으로 야외 세트를 마련해놓은 곳이다. 등장 인물의 수와 무대의 규모 등 스케일에서는 기가 죽을 정도이다. 유치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천문산에 조명을 설치하고 세트를 세워놓는 등 자연을 무대의 세트로 활용한 발상과 스케일은 사회주의 중국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뮤지컬은 한글자막도 제공된다. 그정도로 장가계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

천문산이 장가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지만, 장가계는 아기자기한 기암괴석과 봉우리를 품고 있는 원가계와 양가계를 보고서야 그 비경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장가계 여행의 둘째날 일행은 자연반 인공반으로 이뤄졌다는 ‘보봉호’에서 뱃놀이를 하고 원가계로 향했다. 보봉호에는 이곳 거주 소수민족인 토가족의 관습을 보여주기 위해 처녀 총각이 호수 중간중간에 나와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호수에서 보이는 기괴한 바위와 풍광, 그리고 뱃놀이도 힐링여행으로 제격이었다. 이동 중간에 버스에서 보이는 수직 협곡의 경치도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장가계 여행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즐기는 여행’이라고 하는 가이드의 말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가이드는 이 지역에 대한 역사와 문화 설명은 거의 하지 않아 조금 답답했다.

원가계 300m절벽 1분 28초에 오르는
아시아 최대 초고속 ‘백룡엘리베이터’
원가계는 300여m의 수직절벽에 대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고 1분 28초만에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백룡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가 절벽을 수직상승하기 시작하면 이용객들은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수백미터 높이의 아찔한 기암괴석들의 산세와 함께 정상에 자리를 잡고 있는 토가족의 마을을 멀리서 볼 수 있다. 미처 사진 찍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승강기의 상승속도가 빠르다.

원가계와 양가계, 십리화랑 등은 그 일대의 입장료로 우리돈 4만원짜리 카드를 구입하면 4일간 이곳을 드나들 수 있다. 장가계국가삼림공원일대인 이 곳은 걸어서 전체를 관람할 수가 없어서 구간구간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버스는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내 엘리베이터나 모노레일, 케이블카 등을 이용할 경우에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와 같은 해외관광객은 대개 장가계 일대의 무료이용권을 구입하고도 각종 탈 것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수단을 선택하고 있고 중국 내국인이나 장가계의 풍광을 좀더 여유있게 만끽하고 싶은 이들이 버스만을 이용해 구간구간을 이동하고 걷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 패키지 여행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때론 여유있게 산책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원가계를 오르기전 ‘십리화랑’을 먼저 들렀다. 아기자기한 기한 봉우리와 괴석들을 프리뷰pre view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십리정도 되는 거리에 모노레일을 놓아 여행객들이 기차를 타고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모노레일의 궤도 바로 옆으로는 인도가 마련돼 있어 걸어서 십리화랑의 풍광을 여유롭게 만끽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연신 감탄의 탄성을 내뱉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길도 바쁘게 움직인다. 모노레일의 종착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시작점으로 와서 셔틀버스로 백룡엘리베이터 탑승을 위해 이동한다.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 원가계 듣던대로
산수화 같은 풍광, 탄성만 연발
아바타의 일명 떠 있는 산
아바타의 일명 떠 있는 산
아시아 최대이자 초고속이라는 엘리베이터로 원가계에 오르면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는 산위의 평화로운 산길이 나타나고 그 길을 따라 죽 가다보면 영화 ‘아바타’에서 외계 행성의 비경으로 보았던 촬영지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여러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첫 전망대는 봉우리 사이에 철교를 놓아 그곳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그 다리 위에서 원가계의 신비한 경치를 감상하면 온몸으로 그곳의 공기와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아찔한 높이에 구멍 뚫려있는 다리여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저릴 정도지만 사람들은 모두 인간세상의 풍경같지 않은 원가계의 모습에 정신이 홀려 높은 곳이라는 공포마저 잊는 듯했다. 관람길을 따라 계속 신선이 살듯한 풍광이 펼쳐지는 원가계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속 떠있는 산도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이 너무 많아 여유있게 신비한 경치를 완상할 수 없었던 점이 정말 아쉬웠다. 중국인들의 휴가시즌과 명절을 피해오면 조금 낫다고 한다. 많은 중국인들과 그들 특유의 시끌벅적함은 원가계의 신령스런 산수화 같은 풍광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감흥을 반감시켰다. 그러나 워낙 날씨가 좋아서 한눈에 그곳의 풍광을 ‘멀리 그리고 자세히’ 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위안했다.

여유로운 관람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하산을 위해 양가계 방향으로 이동해 케이블카를 타고 또한번 기암괴석의 봉우리와 절벽을 감상하며 행복한 마음을 가득 담고 하산했다. 산을 관람하도록 설치된 각종 탈 것의 운영에 대해 자연훼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반면 사람이 등반하면서 훼손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일정한 관람로와 이동수단으로 등반하도록 하는 것이 크게보면 자연훼손을 덜 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일리가 있어 보였다.

장가계의 중요한 여행지를 이틀에 걸쳐 관람한 이번 여행의 일행은 장가계 마지막 여정으로 황룡동굴을 찾았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로 꼽히는 황룡동굴은 10만평방미터의 규모로 총 길이는 7.5km이며 높이는 140m이다. 여행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 동굴은 5km이며 4개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동굴에는 석순과 석주, 종유석이 다양하면서도 규모가 상당히 크다. 동굴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개인이 보유,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석순이 있는데 이는 30년간 보험에 들어있다.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서 있어 부러지거나 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황룡동굴에서는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구간도 있다. 보트로 이동해야 기이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걸어서 거대한 규모의 황룡동굴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규모와 다양성에서 가히 중국 최고라고 할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굴의 관람시간은 얼추 1시간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여름의 무더위에 서늘한 동굴의 비경 관람은 ‘피서 잘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창사공항에 발을 딛은 지 4일째 오후에는 장가계를 떠나 다시 창사로 이동했다. 역시 고속도로 이동시간은 4시간 30분. 안전운행을 위해 실시간으로 속도제한이 이루어지고 있어 크게 오차가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장가계 여행의 일정에서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여정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움직이는 일행에게는 오히려 느긋함을 선사하는 비였다. 그날은 창사에서 묶었다. 장가계 호텔에서는 투숙객이 온통 중국인과 한국인이던데 비해 창사호텔에서는 다양한 외국인을 볼 수 있다.

‘장가계 여행은 일정이 빡빡해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시간여유가 조금 있을 것 같은 일정의 상품을 선택해서인지 4박 5일의 여행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풍광은 물론 공기가 좋은 곳이어서 오히려 좋은 기운을 받고 힐링이 돼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

‘一場春夢’과 같았던 장가계 여행을 뒤로 하고 적당한 아쉬움을 안은 채 일상으로 복귀했다. 장가계 여행은 신이 내린 비경에 놀라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각종 문명의 이기로 자연을 정복한(?) 중국인의 발상과 실행력에 더욱 놀란 시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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