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A호와 어선 B호 충돌사건1)-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제한된 매물수도 통항분리수역의 통항로 안에서 유조선 선장이 직접 조선하지 아니한 채 2등항해사가 당직근무 중 경계를 소홀히 한 것과 어선이 주기관 수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종불능상태에 놓이게 한 후 경계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했다.-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14. 8. 7. 00:27경
-사고장소 :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소재 맹골도 남서방, 약 8.3마일 해상
-사고개요
강조 유조선 A호는 2014년 8월 6일 01시 00분경 일본국 모지항에서 공선상태로 출항하여 우리나라 대산항으로 향하였다. 이 선박은 예정된 항로를 따라 항해하였고, 다음 날인 8월 7일 00시 10분경 매물수도 통항분리수역에 진입한 후 같은 날 00시 12분경 침로를 304도로 정침하였으며, 속력 약 12.6노트로 항해하였다. 항해당직자 2등항해사는 해도실의 커튼을 열어놓고 주기적으로 레이더 영상을 보며 해도실에서 작업을 하던 중 충돌 직전 상대선박의 불빛을 보고 전타하였다.
어선 B호는 2014년 8월 6일 18시 19분경 통항분리수역 안에서 정선한 후 정류2)하였고, 이후 같은 날 23시 00분경 주기관 노즐 수리를 위해 주기관을 정지하고 조종불능상태로 표류3)하고 있던 중 2014년 8월 7일 00시 27분경 통항분리수역 통항로 안에서 A호의 정선수부와 B호의 좌현 선미부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충돌하였다. 사고당시 시정은 안개가 국지적으로 끼어 약 300미터에서 2마일 이내로 제한되었다.
 

 
 

<사고발생 원인>
1) 항법의 적용
사고해역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장이 통항분리제도로 지정한 곳이었고, 이 지정된 통항분리제도 내에서 항법은 「해사안전법」제68조(통항분리제도)의 규정에 의한 통항분리수역에서의 항법에 따른다고 할 수 있으며, 모든 시계상태에서의 항법이 적용된다.

양 선박의 항법 상 법적 지위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양 선박은 디젤기관이 설치되어 기관을 사용하여 추진하는 선박이기 때문에 동력선에 해당한다. A호는 통항분리수역에 진입한 후 충돌 사고당시 15분 전 속력 약 12.6노트인 상태에서 침로 304도로 정침하며 항행하였기 때문에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 B호는 충돌 6시간 08분 전 통항분리수역 진입구에서 정선한 후 정류하였을 때에는 항법 상 ‘대수속력이 없는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 그리고 B호는 충돌 1시간 27분 전 주기관을 정지하고 수리를 한 때부터 「해사안전법」상 ‘조종 불능선’에 해당한다. 다만 B호는 이때 통항분리수역을 이용하지 아니한 선박으로서 될 수 있으면 통항분리수역에서 멀리 떨어져서 항행하여야 하나, 통항분리수역의 통항로 안에서 주기관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사전 기관수리 및 예방차원에서 주기관을 수리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조종불능 상태에 놓이게 한 것이다.

따라서 B호는 우선적으로 통항분리 수역을 이용하지 아니하는 선박으로서 될 수 있으면 통항분리 수역에서 멀리 떨어져서 항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A호는 통항로 안에서 정하여진 진행 방향으로 항행하고, 분리선이나 분리대에서 될 수 있으면 떨어져서 항행하며, 통항로의 출입구를 통하여 출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통항로의 옆쪽으로 출입하는 경우에는 그 통항로에 대하여 정하여진 선박의 진행 방향에 대하여 될 수 있으면 작은 각도로 출입하여야 한다. 또한 A호는 통항로를 횡단하여서는 아니 되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그 통항로를 횡단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통항로와 선수방향船首方向이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횡단하여야 한다.

양 선박은 기본적으로 「해사안전법」제63조(경계), 제64조(안전한 속력), 제65조(충돌 위험) 및 제66조(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 등 모든 시계상태에서의 항법을 준수하여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맞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경계를 철저히 하고, 양 선박 사이에 충돌의 위험이 있는 경우 규정된 항법에 따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여야 하며, 피항동작은 될 수 있으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적극적으로 조치하여 선박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관행에 따라 취해져야 한다.
사고당시 시정은 안개가 국지적으로 끼어 약 300미터에서 2마일 이내로서 양 선박의 길이를 고려할 때 제한된 시계상태이었다. 그러므로 양 선박은 위의 사항에 추가하여 「해사안전법」제77조(제한된 시계에서 선박의 항법) 및 제93조(제한된 시계 안에서의 음향신호)의 규정에 따른 제한된 시계에서 선박의 항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2) A호의 운항 상황
가) 2등항해사의 부적절한 경계

항해당직사관은 항해당직 중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항상 적절한 경계를 하여야 한다. 특히 안개로 인해 시계가 제한된 경우에는 경계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 2등항해사는 사고전일 23시 45분경 선교에 올라와 3등항해사로부터 항해당직을 인계받은 후 갑판수 등 경계원을 배치하지 아니한 상태임에도 해도실의 커튼을 열어 둔 채 해도실에서 해도의 정리 및 소개정작업을 하였고, 또한 작동 중인 레이더는 장거리 주사走査, 탐지된 물체에 대한 작도作圖, 그 밖의 체계적인 관측을 하여야 하나, 레이더를 탐지거리 3마일에 맞추어 놓고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보는 등 레이더의 장거리 주사 및 체계적인 관측과 시각 및 청각에 의한 경계를 소홀히 하였다. 참고로 A호의 해도실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교 좌현 후부에 위치하고 있고, 선장 및 항해사가 선미 쪽을 보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나) 무중항법 위반
A호는 사고전일 20시경부터 충돌할 때까지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제한되었다. 따라서 이 선박은 「해사안전법」제77조의 규정을 준수하고, 특히 경계를 강화하며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선박은 같은 법 제93조의 규정에 따라 ‘2분을 넘지 아니하는 간격으로 장음 1회’의 기적을 울려야 한다. 그러나 이 선박은 연안항해를 하며 주변에 선박 통항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무중 신호를 울리지 아니하였고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았으며,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경계를 소홀히 하는 등 제한된 시계에서 선박의 항법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다.
 

다) 선장의 직접조선의무 불이행
선장은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직접 지휘하여야 한다(「선원법」제9조). 그리고 선장은 A호의 안전관리체제 상 ‘선박 시스템운영 절차’에 따라 교통밀집해역이나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항해하는 경우 선교에서 직접 조선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장은 사고전일 21시 30분경 안개로 인해 시정이 0.5마일로 제한된 상태에서 3등항해사에게 항해당직을 맡기고 선교에서 내려갔고, 또한 이후 A호가 사고당일 00시 10분경 통항분리수역에 진입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집무실에서 대산항 입항 시 선박검사에 대비한 서류, 선박안전관리체제에 따라 월말에 제출하여야 할 서류 및 회사에서 요구하는 서류 등을 작성하며 선교에 올라오지 않아 선장의 직접 조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4) B호의 운항상황
가) 통항분리제도항법 위반

B호는 통항분리수역을 이용하지 아니하는 선박이었다. 따라서 B호는 될 수 있으면 통항분리수역에서 멀리 떨어져서 항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B호는 충돌 6시간 08분 전 통항분리수역 진입구에서 정선한 후 충돌할 때까지 통항분리수역의 통항로 안에서 정류 또는 표류하며 「해사안전법」제68조(통항분리제도)의 규정에 의한 통항분리수역에서의 항법을 위반하였다.
 

나) 경계소홀
B호는 시계가 제한된 통항분리수역의 통항로 안에서 정류 중 경계를 철저히 하여야 하고, 레이더로 선박을 탐지하였을 경우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측을 하여 충돌의 위험을 안고 접근하고 있는 선박에 대하여 주의환기신호를 울리는 등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1등항해사는 충돌 57분 전 본선의 7시 방향, 약 12마일 거리에서 접근하고 있는 상대선박을 레이더로 탐지하였으나, 본선이 작업등과 집어등을 밝게 켜고 있어 상대선박이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측을 소홀히 하였으며, 상대선박이 충돌 10분 전 약 2마일로 가까워졌을 때 뒤늦게 충돌의 위험을 느껴 기적을 울리고, 탐조등을 비추었으나 양 선박의 충돌을 피하지는 못하였다.
 

다) 무중항법 위반
B호는 안개로 시정이 2마일 이내로 시계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해사안전법」제77조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특히 B호는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나, 충돌 1시간 27분 전 고장이 나지 않은 주기관을 사전 기관수리 및 예방차원에서 작업이 빨리 끝마칠 것으로 알고 주기관 노즐교체작업을 실시하여 인위적으로 조종불능상태에 놓이게 함으로써 무중항법을 위반하였다. 또한 이 선박은 정류상태에 있을 경우 ‘대수속력이 없는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하므로 「해사안전법」제93조의 규정에 따라 ‘2분을 넘지 아니하는 간격으로 장음 2회’의 기적을 울려야 하고, 표류상태에 있을 경우 ‘조종불능선’에 해당하므로 ‘2분을 넘지 아니하는 간격으로 연속하여 3회’(장음 1회에 이어 단음 2회를 말한다)의 기적을 울려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라) 부적절한 등화 표시
B호 선장은 충돌 6시간 08분 전 통항분리수역 진입구에서 정선한 후 통항분리수역의 통항로 안에서 정류할 경우 야간에 장등, 현등 및 선미등 등 항해등을 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장은 정류 중 항해등을 표시하지 아니하고, 흘수제약선이 표시해야 하는 홍색 전주 등 3개를 표시하였다. 또한 선장으로부터 항해당직을 인계받은 1등항해사는 충돌 1시간 27분 전 주기관 수리를 시작하였을 경우 B호가 ‘조종불능선’에 해당하기 때문에 홍색 전주등 2개를 표시하여야 하나, 충돌할 때까지 홍색 전주등 3개를 표시하였다. 따라서 선장과 1등항해사는 이 선박이 정류 중 또는 조종불능선일 때 이에 상응하는 등화를 표시하여야 하나, 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등화를 표시하였다.
 

6) A호의 피항동작에 대한 고찰
 A호는 충돌 15분 전 통항분리수역에 진입하여 침로 304도로 정침하였을 때 작동 중인 레이더에 의해 상대선박을 충분히 탐지할 수 있었고, 상대선박 주변에 통항하는 선박이 없고 충분히 넓은 가항수역이 있었다. 따라서 A호 2등항해사는 경계를 철저히 하였을 경우 조기에 레이더와 육안으로 상대선박을 확인하였을 것이다. 이때 A호는 비록 B호가 통항분리제도에서의 항법을 위반하고 있다지만, A호와 B호 사이에 충돌의 위험이 존재할 경우 자신만의 동작으로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수 있다면 이를 이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 2등항해사는 경계를 소홀히 하여 충돌 직전에 상대선박의 불빛을 보고 전타하였으나 양 선박의 충돌을 피하지는 못하였다. 참고로 전라남도 진도군 소재 서망항에 위치한 진도VTS센터는 사고당시 B호와 거리가 약 25마일이었으나, 사고당일 00시 15분(충돌 12분 전)경 진도VTS센터에 설치된 레이더 영상에는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B호가 선명하게 탐지된 것을 알 수 있다.

<시사점>
-통항분리수역을 이용하지 아니하는 선박은 될 수 있으면 통항분리수역에서 멀리 떨어져서 항행하여야 하고, 통항분리수역에서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박은 통항로를 따라 항행하는 다른 선박의 항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항해사는 항해당직 중 해도의 소개정을 위해 해도실에서 머무르며 경계를 소홀히 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 연안항해 중에는 선위를 구하거나 확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해도실에 오래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
-선장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추자군도 및 매물수도 등 통항분리수역이 설정되어 있는 우리나라 연안을 항해할 경우 선교에서 직접 조선하여야 하고, 무중항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항해사는 야간에 항해당직 중 선교 내부의 해도실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커튼을 치는 등 적절한 경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어선 선장은 선박의 상황에 맞는 등화를 표시하여야 한다. 선박이 정류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수속력이 없는 항행 중인 선박’에 해당하므로 야간에 장등, 현등 및 선미등 등 항해등을 표시하여야 하고, 기관 또는 타기고장으로 표류하고 있을 경우에는 ‘조종불능선’에 해당하므로 홍색 전주등 2개를 표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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