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뒤흔들고있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는 해사관련 업계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 해운관련 각종 국내외 행사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으며, 크루즈 등 해양관광 시장에는 더 큰 타격을 주었다. 항만 터미널 등의 검역이 보다 강화돼 중동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선박·선원에 대한 검역이 강화됐으나, 전 세계를 항해 중인 선원들의 선상 안전에 대한 방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메르스 확진판정이 나온 것은 5월 20일로 국립보건연구원은 1번 환자에 대해 국내 최초로 메르스 최종 확진을 내렸다. 한달여가 지난 6월 25일 현재 보건복지부 브리핑에 따르면, 메르스로 인해 격리됐거나 격리경험된 환자는 1만 4,578명, 메르스 확진환자는 180명이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총 29명으로 치사율은 16.1%에 달한다.

 

여행업계 직격탄, 성수기 예약건수 전년대비 80% ↓
고공 성장 중 크루즈 산업 위기, 6월 15일까지 총 21척 국내입항 취소
메르스로 인해 국내 산업계는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특히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으로,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여행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3일까지 방한예약을 취소한 외국인은 13만 680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성수기인 7~8월 한국 여행상품 예약건수도 작년 동기대비 80% 가량 떨어지는 등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인이 81만 628명에서 13만 2,132명으로 83.7%, 일본인은 17만 7,190명에서 2만 7,641명으로 84.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남아와 미국·유럽도 각각 69.8%, 70.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따라 국내 여행업계에는 1,085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다 보니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던 국내 크루즈 산업도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6월 1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외국 크루즈선 21척이 부산항과 인천항의 입항 계획을 취소했다고 통보했다. 부산 기항 크루즈 5항차, 인천기항 크루즈 16항차가 취소됐으며. 관광객 수로 따지면 4만 9,000여명, 1인당 평균 지출액 117만원씩, 총 573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눈에 보이는 입항취소는 물론 실질적인 크루즈 관광객 감소도 나타나고 있다. 입항 스케쥴대로 국내에 크루즈선이 입항하더라도 관광객이 하선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 크루즈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공포로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단 한명도 하선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선사 입장에서도 한국 기항을 취소하거나 일본 등 대체 기항지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도 “6월 한달동안 크루즈 16척, 관광객 10만명의 인천 관광이 취소됐다”라면서, “인천항을 기항한 크루즈에서 관광객이 하선을 하지 않아 관광객이 선상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3년 준비한 세계 최대 크루즈 행사 하루전 전격 취소
인천신항 개장식, 각종 세미나 줄지어 취소·연기
부산의 크루즈산업 육성을 위해 부산항만공사BPA 등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제1회 부산국제크루즈박람회(Seatrade Cruise Asia 2015)’도 행사 하루전 전격 취소됐다.


동 행사는 BPA와 부산광역시, 한국관광공사, 한국해양레저네트워크 등이 공동 주최하고 영국의 조선·해운·크루즈 전문지 Seatrade社가 주관하며, 크루즈선사국제협회와 Medcruise가 후원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크루즈 박람회다. 그간 홍콩과 상하이에서 개별적으로 개최돼온 ‘All Asia Cruise Convention’과 ‘Cruise Shipping Asia-Pacific’이 통합돼 열릴 예정이었던 만큼 전 세계 크루즈 관련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행사로 2012년 8월 BPA의 ‘크루즈 국제행사 유치계획’ 수립과 함께 추진돼 준비기간만 3년을 가질 정도로 공을 들인 행사였다.


동 박람회는 개막전야인 6월 10일 VIP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11일부터 13일까지 해운대 벡스코에서 각종 전시회와 컨퍼런스 등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막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메르스 전염 우려 때문에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당초 지난해에 열릴 예정이었던 동 박람회는 ‘세월호 사건’ 여파로 1년 연기됐으나 올해 역시 메르스 악재가 겹치며 2년 연속 연기되는 불운을 맞이하게 됐다.
 

Seatrade Cruise Asia를 비롯해 6월 한달 예정돼 있던 해사관련 세미나 등 행사들이 줄지어 취소되거나 연기되기도 했다. 당초 6월 26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인천신항 개장식은 메르스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다. 인천항만공사IPA는 “개장식 참석을 초청받은 해외 선사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의 메르스 영향으로 개장식에 참석하지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주최측은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에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NCT 측은 “시기가 적절치 않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으며, 개장식 일정을 추후 다시 잡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초 인천신항 개장식을 준비했던 SNCT는 개장식을 위해 인천-미주항로를 연결하는 G6 소속 입항선박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이외에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6월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15 상반기 해운시황 및 이슈 세미나’도 취소돼 발표자료로만 대체됐으며, 한국선주협회가 6월 12~13일 양일간 열 예정이었던 ‘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도 잠정 연기됐다.
 

반면 한국-노르웨이 그린십세미나 등 몇몇 국제 세미나들은 일정대로 열린 가운데 인천광역시와 국민안전처가 공동 개최한 ‘제2회 국제해양안전장비 박람회’는 개최를 강행했으나 대규모 박람회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과 바이어의 참여율이 저조했고, 몇몇 참가업체들도 “고객과 회사 구성원의 안전을 고려해...” 불참하는 등 무리한 행사강행에 대한 씁쓸한 뒷 맛을 남기기도 했다.

 

국립검역소, 주요 항만도시 선원 발열감시 밀착감시로 전환
선상선원 메르스 대책 無 “선원은 배 안에 격리돼있으니 더 안전하다?”
항만 터미널과 선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립검역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5월까지 중동-부산으로 들어오는 선박은 1~2척에 불과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부산, 인천 등 주요 항만도시 지방 검역소는 선박에 대한 선원 발열감시를 한차례에서 3차례 밀착감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선사와 선사 대리점 등에 검역체계 강화에 따른 협조공문을 발송해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항만 터미널에도 마스크와 열감지기, 손소독제 등을 집중 비치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검역관리 이상의 특별한 정부 대응은 특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원의 경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고 길게는 수개월 이상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질병관리에 취약할 수 있다. 입항시 검역 체계 마련과 함께 선상에서의 선원 질병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특별한 선상 질병관리는 아직 부족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선원들의 메르스 관리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선원 중 현황파악은 하고 있지만 선원들이 질병에 노출될 일이 많이 없어서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신종플루나 사스SARS는 공기만으로도 전염이 되니까 선원들이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메르스는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고 하니 격리된 생활을 하는 선원들이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선원의 권익을 대변하는 선원노조의 대응도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선원노조 관계자는 “과거 전염병에 대한 특별대책을 정부에 요구한 적은 있지만 이번 메르스의 경우는 아직까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출항전 건강검진 바이러스 면역력 강하지만, 걸리면 집단노출 위험”
선원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 외항상선 3척, 원양어선 3척 대상
이러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원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 교수는 “선원들도 분명 보호대상이다. 과거 신종플루와 사스가 유행했을 당시 타미플루 등 백신이 선상에 보급이 안돼 문제가 컸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정비가 된 상태지만, 메르스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안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 교수는 “실제로 선원들은 출항 전에 건강진단을 필수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력은 오히려 일반인들보다는 강하다. 그러나 오랜 선상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로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선박 자체에서 격리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의 확산은 막을 수 있지만 선원 전체에 집단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책이 분명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는 선상에서도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을 빠르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선박에 들어갈 의료장비에 대한 입찰계약이 완료된 상태이고,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외항상선 3척, 원양어선 3척 등 총 6척에서 선원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그러나 지상 의료기관에서도 치료에 애를 먹는 메르스와 같은 질병은 원격의료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모 교수는 “선원 원격의료가 시행되며 선원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만 하다”면서도, “선원 건강관리를 위해 정부와 선사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전염병 백신이나 치료제를 기항지에 적절히 배치해 선원에게 원활히 보급되도록 하는 사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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