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22801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A는 2004. 8. 24.부터 원고 X에게 고용되어 유양A-1호(총톤수 47t, 길이 21.17m, 추진기관 디젤기관 2대, 최대승선인원 3명,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기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4. 11. 14.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인천제철 앞 해상에 있는 이 사건 선박에서 잠을 자기 위하여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음날 07:00경 선장이 나와 보니 A가 보이지 않아 실종신고를 하고 수색작업을 벌인 결과, 2004. 11. 28. 07:15경 인근 해안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고 원인은 명확하지 아니하나, 야간에 취침 중 소변을 보기 위해 선실 밖으로 나왔다가 발을 헛디뎌 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2) A의 처 B는 A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 Y(근로복지공단)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Y는 이 사건 선박이 선원법의 적용을 받을 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2005. 5. 3. B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 이 사건 선박의 2004. 8. 16.자 선박검사증서에는 항행구역이 연해구역(다만, 국내항해에 한함)으로 되어 있다. X는 인천항 항만구역 안의 인천제철 앞 약 200 ~ 500m 사이 해상을 공사구역으로 하는 인천 북항 항로준설공사(이하 ‘이 사건 준설공사’라 한다)를 S로부터 재하도급받아, 2004. 4. 27.경 T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2004. 5. 27.부터 1년간 임차하여 자체 항행능력이 없는 준설선과 작업선단을 이루어 위 준설선의 닻을 크레인으로 이동시켜 주는 작업선으로 사용한 후 2005. 4.경 이 사건 준설공사가 완료되자 T에게 반환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준설공사 기간 동안 항만구역을 벗어나 연해구역 등 항외로 항행하는 일은 없었다. 한편 이 사건 선박은 당초 U 소유 선박으로서 옥계항, 광양항, 인천유통기지 등의 준설공사에 사용되다가 2004. 4. 27.경 T에게 매각되었다.
 

Ⅱ. 재판의 경과
1. 제1심1)의 판단

 X는 Y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선박이 ‘항내港內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된다고 보아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1) 선박이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재해보상책임 및 보험가입의무를 지는 각 개인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 만일 이와 같이 한정하지 않고 재해보상책임을 지는 선박소유자 또는 임차인 등의 변동에 관계없이 선박이 최초로 진수된 이후 전 기간을 통틀어 한 번이라도 항내를 벗어나 항행한 사실이 있으면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할 수 없다고 볼 경우에는, 해당 선원에 대한 재해보상책임주체와 상관이 없는 이전의 소유자 또는 임차인 등이나 그 이후의 소유자 또는 임차인 등이 항내를 벗어나 항외로 항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의 우연한 사정에 따라 선원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관계가 서로 엇갈리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이러한 결과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와 선원법에 의한 재해보상으로 각 전보되는 위험의 영역을 합리적으로 조절하여 규율하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의 사망사고에 대하여 적용될 법률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이 사건 선박이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A를 고용하여 그에 대한 재해보상책임을 지게 된 선박임차인인 X를 기준으로 하여 살펴보아야 하고, X나 A의 고용관계와 상관이 없는 다른 소유자인 U, T가 이 사건 선박을 항외로 항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요소로 삼을 필요가 없다.
(2) X는 이 사건 선박을 임차하여 이 사건 준설공사에 사용하는 동안 인천항의 항만구역을 벗어나 항외로 항행한 사실이 없었고, 그 밖에 T로부터 임차하거나 T에게 반환할 당시 이 사건 선박을 항외로 항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더라도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선박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여 선원법이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므로, 이와 달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항소심 및 대법원의 판단
가. 항소심과 상고심의 경과

항소법원2)은 제1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引用하여 Y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Y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의 요지3)
구 선원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선원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선박의 객관적인 항행실태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지 선박검사증서에 지정된 항행구역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선원법이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경우에는 항내를 벗어나 연·근해구역을 항행하는 선박과는 달리 자연재해 등의 위험성이 적고 선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나면 가정과 사회에 쉽게 복귀할 수 있어서 육상의 사업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으로 보이므로, 어떠한 선박의 주된 임무가 항내에서의 항행에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항만구역 밖으로 항행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선박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한다.
 

Ⅲ. 관련 규정
1. 선원법 제3조 제1항 2호4)

이 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박법에 따른 대한민국 선박(어선법에 따른 어선을 포함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용선傭船한 외국선박 및 국내 항과 국내 항 사이만을 항해하는 외국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게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2. 호수, 강 또는 항내港內만을 항행하는 선박(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른 예선은 제외한다)
2. 일본 선원법 제1조 제1항, 제2항 제2호
① 이 법률에서 선원이란 일본선박 또는 일본선박 이외에 국토교통성령國土交通省令이 정한 선박에 승무한 선장·해원 및 예비선원을 말한다.
② 전항에 규정된 선박에는 다음의 선박을 포함하지 않는다.
2. 호수, 하천 또는 항港만을 항행하는 선박
 

Ⅳ.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개념
1. 취지

선원법이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제정되어 선원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주된 이유는 해양노동의 특수성 때문인데, 판례5)와 다수설6)은 해양노동의 특수성을 긍정하고 있다. 선원들은 선박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사회에서 격리된 채 바다를 항해하는 고립공동체, 해양의 위험과 조우할 수 있는 위험공동체, 폐쇄공간인 선박에서 함께 생활하는 생활공동체이다.7) 이에 따라, 해양노동은 바다라는 위험한 해양환경 속에 생활과 직장이 놓여 있고(위험성), 선박이라는 철물구조의 좁고 밀폐된 인위적 폐쇄공간을 생활과 작업장으로 이용하고 있으며(공간의 폐쇄성), 근로의 성질상 인간이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터전인 가정생활과 분리되어 있고(가정분리성), 자연적 위험과 인위적 위험에서 탈출할 수 없는 상태에 있으며(고립성), 언제라도 직무에 투입될 위치에서 생활하여야 하고 생활할 수밖에 없는(광의의 직무항시수행성) 특성을 가지고 있다.8)

선원법이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대하여는 선원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경우에는 항내를 벗어나 연·근해구역을 항행하는 선박과는 달리 자연재해 등의 위험성이 적고 선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나면 가정과 사회에 쉽게 복귀할 수 있어서 육상의 사업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9) 즉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경우에는 해양노동의 특수성이 전면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2. 항내의 개념
항내는 개항질서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의 항계, 항만법 시행령 [별표 1] 제1호의 해상구역을 의미한다.10) 다만 법령에 규정되지 아니한 항의 범위는 관할 해양항만관청이 선원노동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항만법의 규정을 준용하여 그 구역을 결정하여야 한다.11)
 

3. 항행의 개념
‘항행 중’이란 선박이 (i) 정박(해사안전법 제2조 제22호 가.목), (ii) 항만의 안벽岸壁 등 계류시설에 매어 놓은 상태[계선부표繫船浮標나 정박하고 있는 선박에 매어 놓은 경우를 포함한다. 나.목], (iii) 얹혀 있는 상태(다.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정박항에서 작업이 있는 항만으로의 출항 및 귀항, 작업 중 연료 및 생필품 보충 등을 위한 항행은 위 선박 본래의 용도인 준설작업을 위한 준비 및 마무리 행위로 작업에 수반되는 필요적 부수행위이므로, 이러한 목적으로 선박이 이동하는 것도 그 선박에게 자력항행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선박법 소정의 항행에 해당한다.12)
 

4. 판단기준
가. 실질설과 형식설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선원에게는 선원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데, 현재 선박의 항행 실태에 의하면 선박은 화주의 요청에 의하더라도 항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로 항내를 항행하는 선박이 예외적으로 항내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선원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13) 또한 선박이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인지 여부는 선박의 객관적인 항행실태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지實質說, 선박검사증서의 항해구역(선박안전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形式說은 아니므로, 연해구역을 항행구역으로 하는 선박이라도 항내만을 항행하는 경우에는 선원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14)
 

나. 선박이용자의 범위 : 제한설과 무제한설
제1심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쟁 법률관계의 당사자만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制限說. 그러나 선원법의 적용대상 여부를 선박을 이용하는 사람의 일시적·주관적인 이용실태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므로,15) 위와 같은 견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선박이 최초로 진수되어 첫 출항할 때부터 계쟁 법률관계가 발생한 시기까지 전 기간에 걸쳐 모든 선박이용자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항행실태를 파악하여 선원법의 적용대상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無制限說.

5. 예선의 지위
가. 판례

구 항만법상 예선16)(현재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에서 예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이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 여부에 관하여, 종래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판례,17) 선원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판례18)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 행정해석
구 국토해양부는 2009. 8. 25.자 질의회신에서, 다른 항의 예선업무 지원을 위해 항외를 항행하는 경우(항행시간 제한 없음)나 예선활동(통상적인 예선업무, 긴급구조, 오염방제, 향도업무 등 포함)을 위하여 항외를 항행하는 경우19)로서 총 항행시간(정계 출항 시부터 복귀까지 소요시간)이 4시간 이상20)인 경우에 그 횟수가 1년 이내 2회 이상 또는 월 1회 이상인 예선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지 않아 선원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21) 당시 예선의 근로관계에 관한 법적용 문제는 선박의 운항형태에 따라 선원법과 근로기준법 적용의 이원화 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으나, 단일 법령을 적용하도록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에는 관계부처와 협의 하에 법령개정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다. 선원법의 개정
항만예선의 경우 항내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항계 밖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선원법이 적용되는 등 항행장소에 따라 각각 다른 법률이 적용됨에 따라 법 적용이나 해석을 둘러싸고 상당한 분쟁 발생 소지가 있는바, 항만예선의 경우 항행장소에 관계없이 선원법의 적용을 받도록 함으로써 법 적용 내지 해석을 둘러싼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선원법을 개정하여 2012. 2. 5.부터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른 예선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선원법이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다(선원법 제3조 제1항 단서 2호 괄호).

Ⅴ. 대상판결의 검토
1. 취지

대상판결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을 선원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하는 취지를, 위와 같은 선박의 경우에는 자연재해 등의 위험성이 적고 선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나면 가정과 사회에 쉽게 복귀할 수 있어서 육상의 사업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의 경우에는 위험성과 가정분리성이라는 해양노동의 특수성이 전면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선원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최초로 명확하게 설시한 것으로 그 의미가 있다.
 

2. 실질설의 채택
대상판결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선박의 객관적인 항행실태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지 선박검사증서에 지정된 항행구역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 실질설을 채택하였다. 따라서 선원행정이나 법원에서는 대상선박의 항행실태를 명확히 조사·심리하여 선원법의 적용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3. 무제한설의 채택
대상판결은,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준설공사에 사용되기 이전에도 다른 항만구역 안에서 준설공사22)에 작업선으로 사용되어 왔던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선박은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위와 같이 대상판결은 이 사건 준설공사 이전에 다른 선박소유자가 이 사건 선박을 이용한 실태를 인정사실로 적시함으로써, 계쟁 법률관계의 당사자만을 기준으로 하여 선원법의 적용대상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제1심의 견해(제한설)를 배척하고, 선박이 최초로 진수된 이후 계쟁 법률관계가 발생한 전 기간에 걸쳐 모든 선박이용자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항행실태를 파악하여야 한다는 무제한설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