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선사 4년간 3,000→100개로 통합

日 대형 조선사간 합병, 조인트벤처 설립

 
 
조선산업의 고강도 구조조정의 트렌드는 비단 우리 조선업계 뿐만이 아니다. 세계 조선산업 1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는 이미 수년전부터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시행해오고 있으며, 일본 조선업계도 최근 몇년간 자국 조선사 통합 등 구조조정을 시행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국내 조선 기자재 업체도 최근 몇년간 국내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업황 침체 장기화로 인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M&A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조선산업은 올해 말까지 1,000여개에 달하는 자국 조선소를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영·민영기업 등이 난립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는 정부에 의해 올해 말까지 높은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우량기업만이 조선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은 민영 조선소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국영 조선소를 우량한 국영 조선소에 통합하는 작업이다. 현재 우량기업으로 선정된 조선기업은 약 50여개로 중소 조선사의 정리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많은 중소 조선사들을 10여개의 초대형 조선소로 통합하는 것.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중국 내 조선소 2,700여곳이 문을 닫았으며 약 300여개의 조선소로 축소됐다. 이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며 중국내 조선사는 3월 기준 100여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총 50개 조선소를 우량 조선소로 선정했으며, 이 중 국영 조선사는 22개, 민영조선사는 28개사이다. 이들 조선소들은 지난해 상반기 신조선 계약 및 준공량이 중국 조선업계 전체의 80%, 상반기 기준 수주잔량은 전체의 88.3%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후속 선정작업을 통해 총 71개사의 우량 조선사를 선정하겠다는 복안이다.
 

中 정부 50개 우량조선소 선정, 고강도 구조조정 계속 “2~3년 이후,
20~30개 조선소만 살아남을 것”

이처럼 중국 조선산업의 활발한 구조조정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대형 조선사의 인수합병설도 계속되고 있으며, 파산된 조선사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원저우Wenzhou에 소재한 Judger Shipbuilding이 파산했다. 동 조선사는 2012년 이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원저우 지방정부는 그간 동 조선사를 살리기 위해 재정지원을 계속했으나 부채가 워낙 큰 관계로 파산을 결정했다.

또한 중국 3대 조선산업 기지 중 하나인 장수성 지방 정부는 지역 금융기관에 조선업 M&A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장수성은 중국 내 가장 큰 조선산업 단지로 동 지역의 조선사들은 지난해 262척, 1,238만dwt를 인도했으며 이는 중국 조선산업의 31.7%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조선산업 M&A 지원을 요청할 만큼 중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 초에는 중국 최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중공집단CSIC와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합병설이 제기돼 세계 조선업계의 이목을 끌었었다. 양 조선 그룹은 중국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2013년 기준 중국 선박 건조량 10대 업체에 속한 기업 중 양 그룹에 속한 기업이 6개 기업에 달할 만큼 거대 조선그룹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SIC에 속한 기업은 Dalian Shipbuilding, Bohai Shipbuilding 2개로 Dalian Shipbuilding은 2013년 기준 70만cgt를 건조해 전체 1위를, Bohai Shipbuilding은 27만cgt를 기록해 10위를 기록했다. CSSC에 속한 기업은 Shanghai Waigaoqiao(58만cgt, 3위), Jiangnan Changxing(40만cgt, 4위), Hudong Zhonghua(34만cgt, 7위), Chengxi(29만cgt, 9위)로 이들 국영조선그룹은 중국 전체 수주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떠들썩했던 중국의 거대 그룹간 인수합병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3월 25일에는 Hu Wenming 전 CSSC회장이 CSIC회장에 선임되고 Dong Qiang 전 CSIC 총경리가 CSSC회장으로 선임돼 경영진 맞교환이 이뤄졌다. 양 측은 당장의 인수합병에 대해 공식 부인했으나 경영진 맞교환을 통한 공동 운영의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중국 대형 민영조선사인 Yangzijiang Shipbuilding이 또 다른 대형 민영 조선기업인 Rongsheng중공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3월부터 나오고 있는 가운데, Reuter통신에 따르면 Yangzijiang 조선의 Ren Yuanling 회장은 6월말까지 Rongsheng중공업 인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Ren 회장은 “정부와 은행, Rongsheng의 대주주들이 이번 거래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Rongsheng 이외의 다른 회사 인수는 관심이 없으며, 인수가격 등을 심사숙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 조선사업의 구조조정 상황은 ‘인수합병 러시’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 Ren 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수합병으로 향후 2~3년안에 중국내 20~30개 조선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바이자 중국 조선시장의 최종 목적지”라고 밝혔다. 이는 분명 우리 조선업계에게는 큰 위협이다. 한 국내 조선 전문가는 “중국의 중장기적 구조조정은 조선산업의 과잉해소와 우량 조선소들의 대형화를 이끌어 한국 대형조선소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면서, “중국 정부주도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우량 조선사의 대형화는 분명 우리 조선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日 자국 조선사간 인수합병 통해 ‘과거 영광
재현’ 의지, 2013년 JMU, MI LNG 탄생,
작년 미쓰이-가와사키 협력 결정

일본 조선업계 또한 ‘아베노믹스’ 엔저효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 회복에 힘을 얻고 자국 조선사간 M&A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미쯔비시중공업은 조선사업부를 분리하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사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조선사업을 분리해 자국 조선사와 통합을 수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미쯔비시중공업은 이미 다수 LNG선 및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작업에서 자국 이마바리조선과 협력하고 있고, 오시마조선소에도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미쓰이조선과 카와사키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말 선박수리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과거 인수합병설이 돌았던 양사는 북미 셰일가스 붐에 따른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리 공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협력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도에는 일본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재팬유나이티드JMU가 탄생해 이마바리 조선에 이어 일본의 제2조선사로 규모를 키웠다. 같은해 4월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LNG선 전문기업인 ‘MI LNG’를 공동 설립해 대규모 LNG선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클락슨 2015년 5월 리포트에 따르면,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대 조선사에 한국 조선사는 현대중공업(1위), 대우조선해양(2위), 삼성중공업(3위), 현대미포조선(5위) 등 4개 업체, 중국 조선사는 Guangzhou SY(7위), Hudong Zhonghua(8위), Shanghai Waigaoqiao(9위), Yangzijiang Holdings(10위) 등 4개 업체, 일본 조선사는 Imabari Shipbuilding(4위), JMU(6위) 등 2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마바리 조선의 경우 547만 4,000cgt의 수주잔량을 남겨 3위인 삼성중공업(5,68만cgt)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2014년 신규 수수량에 있어서는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본잠식 위기 벗어난 STX중공업, 제일종합기술 흡수합병,
비엔그룹 핀란드 바칠라캐빈, 삼건세기 대산엔지니어링 인수 등

한편 국내 조선기자재 업계들의 경우, 일부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진행된 가운데 최근 조선업황 침체로 인해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어난 조선기자재업계의 인수합병 사례는 STX중공업의 제일종합기술 흡수합병, 지난해 비엔그룹의 바칠라캐빈 인수, 삼건세기의 대산엔지니어링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올 초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STX중공업은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위기를 벗어난 후 5월 15일 화공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인 제일종합기술을 흡수 합병했다. 지난해부터 자본잠식과 상장폐지 위기 등 어려움을 겪었던 동사는 자율협약 하에서 각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STX엔진과의 합병 가능성도 불거졌다. 양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며 합병 가능성이 크게 대두됐으나, 감자와 출자전환이 진행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고 채권단도 양 회사의 합병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STX중공업은 회생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STX조선해양에 임대했던 진해조선소 플로팅도크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제일종합기술을 흡수 합병했다. STX중공업 측은 이번 합병을 통해 “화공 플랜트 EPC 통합으로 인한 설계역량 및 영업력 제고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플로팅도크 매각과 관련 “플로팅도크를 빌리는 비용을 아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나을지, 다시 플로팅도크를 임차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기자재 선실 분야 세계 1위 기자재 업체인 부산 향토기업 비엔그룹은 지난해 초 핀란드 바칠라캐빈을 인수했다. 비엔그룹은 2013년 12월 조선산업 특구인 고성군과 대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해 바칠라캐빈 4개 공장과 3만㎡ 규모의 공장용지를 인수해 해양플랜트 특화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작년 2월에는 바칠라캐빈의 지분을 완전 인수한 뒤 작년 6월 동 공장의 사명을 비아이피(주) 고성공장으로 변경하고 본격 가동했다. 비엔그룹은 비아이피(주)를 해양플랜트 사업의 본거지로 육성하는 등 전략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세계적인 조선, 해양 복합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 따르면, 비아이피(주)는 이미 조선기자재 시장에서 국내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고성공장 가동으로 물량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현재 45%에서 60% 이상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등 수처리장치 전문기업인 삼건세기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대산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삼건세기가 인수한 대산엔지니어링은 1992년 설립된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로 Tank Top Unit, Purifier Unit 등 수처리 장치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왔다. 삼건세기는 대산엔지니어링 인수로 해양플랜트 수처리장치 분야의 수주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8년 동화뉴텍을 인수한 동화엔텍은 M&A를 통해 조선기자재 생산 품목 확대등의 효과를 보며 세계 열교환기 시장의 강자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