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끊긴 중소조선사 M&A설 ‘솔솔’ 최악의 경우 줄도산 가능성도..

 
 
우리 조선산업의 경영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핵심 사업을 제외한 사업분야의 매각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업체간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율협약 중인 중소 조선사들의 회생 여부이다. 채권단들의 자금 지원이 끊겨버린 상황에서 인수합병 등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이들 조선사들이 파산할 수 있는 상황. 최악의 업황부진 속에 우리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선업계와 우리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STX그룹 계열회사의 인수합병 가능성이다. 과거 세계 4위 조선사였던 STX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과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STX조선해양의 크루즈 전문 자회사인 STX프랑스는 대우조선해양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BIG3’ 조선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STX 계열회사와의 연결고리가 강한만큼 STX조선해양과 STX프랑스 인수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과 STX조선 모두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데다 지난 5월 1일 정성립 전 STX조선해양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맞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대우조선, STX프랑스 인수 추진.. ‘기존 사업에 크루즈 신사업 시너지 기대’
STX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공동 운영 체제 가능성

가장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시나리오는 STX유럽 계열사인 STX프랑스를 대우조선이 인수하는 방안이다. 최근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STX프랑스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자율공시를 통해 “STX프랑스 지분인수 추진과 관련해 매각주간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그 내용을 검토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아직 검토하는 단계라는 설명이지만 대우조선의 STX프랑스 인수 추진은 대주주인 산은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실행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한 대우조선에 크루즈선이라는 신사업이 더해져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STX조선해양은 STX프랑스를 매각하면서 재무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소재의 야드 통합이 아닌 해외 야드를 갖고 있는 STX프랑스의 인수는 노조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계속 제기돼 왔던 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간 M&A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산은이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대우조선이 STX조선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당장 두 회사를 합쳐서 나타날 수 있는 시너지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 STX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 신임 사장도 취임직전인 4월 29일 대우조선 노조와 만나 인수합병 계획이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

다만 전임 STX조선 사장이 대우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양사의 협조체제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STX조선을 떠나기 전인 4월 30일 STX조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같은 대주주하에 있고, 우리 회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양사가 협조·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를 낼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대우조선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활용한다면 STX조선의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공조 여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양사간 기술지원이나 공동 영업·구매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성동조선해양, 안정적 수주 불구 채권단 반대로 자금줄 ‘뚝’, 수주계약 취소, 파산 위기 속
STX조선해양과 합병설

오히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반대로 추가자금 지원이 불가능해진 성동조선해양과의 합병설이 재차 피어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의 합병설은 올 초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STX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성동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올 2월 각 조선사의 경영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양사간 인수합병 논의도 어느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010년부터 자율협약에 들어가 어느정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단계였고,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인 수주활동을 펼치며 2017년 이후에는 흑자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데 반해, STX조선해양은 구조조정 시작단계로 경영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성동조선해양의 추가 자금지원 방안이 채권단 등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다시금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수면위로 나타나고 있다. 성동조선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에 3,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채권단에 제안했지만 5월 11일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당장 수주선박을 건조해야 하는 성동조선은 자금 부족으로 조선소 운영은 물론 기존 계약까지 무산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안정적인 수주활동을 지속했고 지난해에는 월별 최고 수주기록도 세우는 등 경영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만일 자금 부족으로 수주계약이 취소된다면 사실상 조선소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두 회사의 상황이 절박해지면서 합병을 통해 원가절감을 꾀하고 자금조달을 원활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자율협약 중인 중소형 조선사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수합병과 함께 대형 조선사들의 위탁경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은 인수합병보다는 위탁경영 쪽에 무게가 더 실려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조선은 이미 STX조선해양과의 공동 운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성동조선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감하고 있어 위탁경영에 선뜻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의 인수합병과 위탁경영이 우리 정서상 쉽게 일어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그룹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ENG의 인수합병도 막판에 주주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부실조선사를 인수합병하면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협약 중소조선사 4곳에 10조원 이상 투입..
채권단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에 한계,
자금지원 중단 위험

이처럼 인수합병설이 나오고 있는 대상은 자율협약중인 중소조선사가 대부분이다. 현재 자율협약 중인 조선사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4개사로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은 2010년에 STX조선해양은 2013년에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대한조선, 신아SB, 진세조선, 오리엔트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매각이 진행 중이고, 세광조선, C&조선, 녹봉조선, 21세기조선 등은 이미 매각되거나 파산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율협약 중인 4개 조선사에 투입된 자금은 10조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성동조선의 금융권 여신규모는 5조원에 달하고, SPP조선은 2조 9,000억원, 대선조선은 1조 670억원을 채권단으로부터 조달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3조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와 대주주의 인수합병 및 공동운영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마음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성동조선과 같은 경우에도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자체 지원팀까지 꾸려 회생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채권단 자체에서 중견 조선사 지원에 대한 회의감이 나타나고 있다. 10조원 가까이 퍼붓고 있는데도 살아날 기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승적인 논리’에 기댄 자금지원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거듭되며 중소조선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조선업체들이 장기 불황에 따른 수주 가뭄과 실적 부진으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채권단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이 현실화되면 부실 조선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은행들은 그동안 부실 조선사들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보다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모색해왔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고용 및 전후방 산업효과를 고려한 조치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이로인해 해당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채권단이 성동조선이나 SPP조선 등 부실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실제로 SPP조선에 대한 자금지원은 이뤄졌다. 그러나 성동조선은 분위기가 달랐다. 겉으로는 저가수주 문제였지만 중견 조선사 지원에 대한 회의감이 반영된 것이다. 2011년 국민은행이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이탈한 적은 있어도 공기업이거나 정부가 최대주주인 금융기관들이 연이어 자금 지원을 거부한 경우는 드물었다.

문제는 중견 조선사의 몰락이 대형 조선사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중견 조선소의 몰락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게 중소형선박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빅3’만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조선 연구자는 “중소 조선소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대형 조선사의 생존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며 “중견조선사의 몰락은 한두개 회사의 몰락이 아닌 국내 조선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이는 글로벌 조선업계 주도권이 중국과 일본에 넘어갈 수 있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BIG 3' 조선사 풍력사업 등 비핵심 사업분야
정리 가속화, 현대重 대대적 구조조정·희망퇴직
시행, 삼성重 신규투자 중단

한편 대형 조선사들은 비핵심 사업분야를 정리하기 위한 구조조정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속된 업황 침체로 과거의 몸집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업에 충실해 위기를 버텨나가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가장 먼저 ‘칼’을 대고 있는 분야는 풍력발전 분야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잇따라 풍력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해도 풍력사업은 조선업체들에게 미래의 먹거리로 각광받았다. 해상풍력발전기와 해양구조물의 경우 유사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풍력사업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풍력사업의 손실이 계속되면서 우리 조선사들은 더 이상 풍력사업을 끌어안고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인수한 풍력발전 업체 드윈드를 매각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미 미국 드윈드의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R&D 인력 등은 정리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 침체로 더 이상 손실만 내고 있는 풍력사업을 안고 가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드윈드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손실을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풍력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내 풍력사업부를 해체하고 팀단위로 축소했으며, 유럽의 R&D센터도 폐쇄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관련사업부의 청산을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동사는 2011년 독일 풍력발전 부품업체인 야케社를 인수했지만 야케社는 2012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비핵심사업 정리와 함께 전사적인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현대중공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부터 임원의 31%를 감축하고 과장급 이상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영업조직을 통합하고 플랜트부문을 해양부문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보다는 신규투자 중단에 들어갔다. 업황 침체로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했다. 인건비를 낮추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상선 건조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에서 였다. 그러나 동 프로젝트는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지난해 입은 경영손실과 삼성ENG와의 합병무산으로 회사내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조선업황 침체는 우리 조선업계의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게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한 업계 재편 가능성이 엿보이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우리 조선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소조선사의 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선업계에 우려섞인 시선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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