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현장의 ICT 융합 기술.. 스마트십, 스마트조선소

 

글로벌 조선산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 조선업체는 ICT 융합기술에 있어서도 이미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2010년부터 우리 조선업계는 스마트십 개발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뛰어들어 ICT가 결합된 최첨단 선박과 자동화를 넘어서 언제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야드, 안전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로봇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조선 3사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형 조선사의 조선-ICT 융합기술이 국내 중소조선소와 기자재업계에도 공유되어야만 국내 조선업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해양산업은 2009년 정부가 발표한 ‘ICT KOREA 5대 미래전략’에서 10대 IT융합 전략산업으로 조선산업을 선정할 만큼 ICT 융합과 관련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박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이 강조되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ICT 융합기술은 조선산업에 이미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 선박을 제조하는 조선사와 야드 현장에서도 ICT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 조선사들은 수년전부터 스마트십Smartship 개발에 착수했으며, 보다 효율적인 야드 생산성을 갖추기 위해 조선소내 다양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조선소가 진행하고 있는 ICT 융합기술은 △스마트십 연구개발 △디지털 십야드(Digital Shipyard) 구축 △자동화 로봇 개발 △첨단 선박 자동설계시스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해 기초개발 연구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것. 조선업과 ICT 기술 접목으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ICT 융합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스마트십 현대重 스마트십 2.0 개발. 대우조선 스마트십 체험 시스템 구축
선박 자체 제어에 주변선박 운항정보, 연비조절, 육상서도 운항선박 제어 가능
우리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스마트십 개발에 집중해왔다. 스마트십이란 선박의 종류를 뜻하는 용어라기 보다는 최첨단 ICT 기술이 적용된 선박을 가리키는 것. 조선산업 특성상 선박을 발주하는 발주처의 입맛에 따라 선박의 설계와 내부 시스템이 결정되고 있는데, 최근 발주되는 선박들은 모두 스마트십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조선업계에서 스마트십 개발에 가장 먼저 나선 업체는 현대중공업으로 동사는 2011년 선박에 I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십 1.0’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스마트십 1.0은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 등 운항 정보를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선박을 점검·분석하고 원격으로 선박 내 통합시스템을 진단·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그러나 선박운항시스템을 IT로 제어하는 수준에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점을 보이기도 했다.
 

동사는 ‘스마트십 1.0’ 개발 이후 조선-IT융합 혁신센터를 구축하고, 2013년에는 IT융합 추진부를 신설해 현재 ‘스마트십 2.0’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까지 완료될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십 2.0’은 기존에 가능했던 선박 자체 정보 분석·제어 기술과 더불어 주변 선박의 운항 정보, 항해계획, 항로 주변의 기상상황 분석, 연비·배출가스 조절 등의 기능이 추가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현대중공업은 최근 ‘힘센엔진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동 시스템은 선박에 탑재된 힘센엔진의 운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원거리로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엔진의 이상 유무를 기관실과 지상 관제소에 알려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도 2011년 부터 스마트십 연구·개발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고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동사는 작년 말 서울 본사 중앙연구소에 스마트십 관련 기술을 시연·실습할 수 있는 스마트십 체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동사의 연구인력들은 실내에서 배를 조종하면서 연비 효율성과 환경오염 물질 배출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동 시스템은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스마트십 기술을 연계한 장비로 선박 모형조종과 운항정보의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주요 시스템인 LiNGC(Locally iNtegrated & Globally Connected)는 선박 내부는 물론 육지에서도 기계 작동 상황, 항해 성능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선박 모니터링 장치이며, NAPA-DSME POWER은 연료소비량을 최적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설비 관리 솔루션인 CMMS(Computerized Maintenance Management System)는 상황 별로 운항 관련 적정 수치를 제공해 선박의 효율성은 높이되 유지·운영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IP 기반 네트워크 통합시스템인 DIPS(DSME IP Network System) 또한 적용됐다.

스마트 조선소  조선소내 LTE망 구축, 언제 어디서든 업무 가능
현대重 해양레이더 국산화 빅데이터 수집 분석, 대우조선 LTE 기반 시운전 통신 시스템
스마트십과 함께 우리 조선업계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실시간으로 선박건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자재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각종 로봇을 발명해 보다 안전하고 생산적인 야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선사의 경우 선주의 요구에 부합하는 설계능력과 함께 납기일에 맞춰 인도할 수 있는 생산능력도 중요하다. 이에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안전하면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작업 현장을 구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SK텔레콤, KT 등 통신업체와 조선소간 협력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SK텔레콤, 삼성중공업은 KT와 협력해 조선소 내에 LTE망을 구축하고 실시간 품질관리·자재 추적 등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으로 작업인력들은 물품반출, 자재추적, 실시간품질관리, 해양펀치 및 검사결과 처리 등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사무실에 가지 않고도 전자결재처리가 가능하다.


ICT 융합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 조선소도 해를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양 레이더를 국산화하면서 한 단계 발전된 스마트십과 스마트조선소를 구축했다. 배의 ‘눈’에 해당하는 해양 레이더는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군사 기술이란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는 품목이다. 해양 레이더를 이용하면 육상 관제소에서도 배를 둘러싼 훨씬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자신들이 건조한 모든 배가 항해할 때 생기는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배가 항해하면 항해 속도와 위치, 물에 잠긴 상태는 물론 각종 부품의 작동 상태나 주변 선박의 움직임 등 다양한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이런 데이터를 쓸 곳이 없었지만 최근 모든 게 바뀌었다.


우선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막대한 양의 이른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선박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분석하면 특정 기간에 특정 무게의 배가 가장 적절한 속도로 빠르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항로를 통계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제 항로’를 분석하면 연 3%의 연료비가 절약된다. 대형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연 8억원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은 LTE 기반 원거리 해상 시운전 선박 통신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 선박 통신서비스는 LTE망을 활용해 해상에서 최대 100㎞ 떨어진 원거리 해상에서도 음성통화는 물론 LTE급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용 원거리 신호기술을 적용해 '해상LTE 라우터'를 개발했고, SK텔레콤은 LTE인프라 구축 및 운용기술을 접목해 통신 신호 도달거리를 해상 최대 100km까지 확장했다.


서비스 개발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품질 향상 △해상 시운전 필요인력 최소화 △ LTE기반 초고속 무선 인터넷망 활용을 통한 선박 건조 데이터 전송 및 이에 따른 공기 단축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선박 내부에서 뿐 아니라 육상에서도 기계 작동 상황, 항해 성능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선박 모니터링 장치, 연료소비량을 최적화하는 프로그램 등 선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경제적인 운항을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차세대 로봇과 설계시스템 삼성重 생산자동화 로봇 개발, 자동설계시스템 설계 오류 차단
현대重 해양설비 용접로봇, 대우조선 전선포설 로봇과 ‘입는로봇’ 개발
로봇의 활용과 차세데 선박 설계 시스템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생산 자동화 로봇을 개발해 작업 현장에 투입, 공정 자동화율 68%를 유지하고 있다. 선박 생산공정에 IT를 접목함으로써 조선소 전체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선박의 재료가 되는 강재의 가공에서부터 절단, 조립, 조립된 블록의 운반과 탑재 등 전 과정이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제어된다. 여기에는 RFID, 바코드, 무선통신, GPS 등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또 선박 자동설계시스템인 ‘GS-CAD’는 △인공지능방식 설계 △투입물량 자동산출 △설계안 조기확정 △현장근로자 작업 편의 제공 △생산 자동화 로봇과 정보공유 등 선체 설계와 의장 설계가 하나로 통합된 3차원 도면상에 구현함으로써 설계상 오류를 사전에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설비 제작에 사용되는 용접로봇을 개발했다. 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설비에 사용되는 특수 파이프 용접을 담당하는 ‘핫와이어(Hot-Wire) 티그로봇 용접기법’이다. 특수 파이프의 핫와이어 티그용접을 자동화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해양설비용 특수 파이프는 해수와 원유에 노출되는 특성 상 부식에 강하고 강도가 센 듀플렉스강을 사용하며, 이 재질에 적합한 티그용접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기존 티그용접은 용접재인 용접봉을 수동으로 공급해야 하는 데다 자주 교체를 해야 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핫와이어 티그용접은 와이어(금속선) 형태의 용접봉을 고온으로 가열해 연속 공급하기 때문에 동일한 시간 내 더 많은 금속을 녹이면서 용접을 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과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전선을 자동으로 설치하는 ‘전선 포설 로봇’을 최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바깥지름 40㎜ 이상인 굵은 전선(태선)을 설치하는 태선용 로봇과 40㎜ 미만 전선(세선)을 설치하는 세선용 2가지가 있다. 압축공기에 의한 압력을 이용하는 공압 방식으로 안전성을 높였고, 날씨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다. 드릴십의 경우 전체 태선량 90㎞의 약 30%를 로봇이 설치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입는 로봇(Power Suit)
대우조선해양의 입는 로봇(Power Suit)

동사는 2013년 ‘입는 로봇’(Power Suit)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중앙연구소는 옷처럼 몸에 착용하고 동작 의도에 따라 근력을 증폭해 작업능력을 더해주는 이른바 ‘입는 로봇’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이 로봇의 특징은 마치 아이어맨의 ‘수트’처럼 사람이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 30㎏의 물체를 들더라도 이 로봇을 착용할 경우 작업자가 느끼는 총 중량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설치하는 작업이 많은 조선소 현장에서 착용로봇을 본격 도입하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중소조선사 ICT 융합기술 전수 필요
산업부, 중소조선사 스마트 육성정책 발표
이렇듯 조선업계의 스마트십과 스마트조선소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대형조선사들 이외의 중소 조선사들은 이러한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업체들이 퇴출, 매각, 자율협약 등으로 구조조정됨에 따라 ICT 융합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취약해진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조선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대형 3사와 중소조선업계·기자재 업계간의 기술 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만한 전문인력이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계에 부족한 상황이며, 인력이 있어도 당장 수주=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는 업체들의 경우 신규 투자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조선해양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ICT기술융합을 관련 IT 중소·중견업체 및 조선 IT 기자재 업체에 확산시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스마트십의 경우, 중소 업체와 조선IT 기자재 업체에 확산·적용하도록 유도해 향후 동종 선박의 수주·건조 성과를 고루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과 같은 조립산업의 경우 후방산업의 생태계가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격차가 벌어지면 생태계 자체가 파괴돼 경쟁력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소 조선사의 스마트화를 위해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 조선소에 정보기술과 에너지 절감 기술 등을 적용해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고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원하기로 하고 5년간 16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중소 조선사가 주로 건조하는 탱커, 벌크선, 중소형 컨테이너선 및 연안여객선의 적합한 특화선형 개발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업부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학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중소조선연구원 등과 협력해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동 계획을 통해 대형 조선 3사는 그린십, 에코십, 여객선 등 자사 보유 핵심특허 750여개를 중소조선사에 제공할 계획이며, 조선학회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중소조선연구원은 기술지원 자문단을 구성해 중소 조선야드의 ‘스마트’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조선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는 ICT융합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국과의 기술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조선 3사에 편중되지 않은 국내 전체 조선업계의 기술력 강화가 요구된다. 대형 조선사가 기술력을 이끌어주고 그 뒤에 든든한 중소 조선업체와 기자재 업계가 후방산업을 지원한다면 조선과 ICT의 융합기술 발전과 우리 조선업계 발전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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