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만teu급 초대형컨선 30척 이상 발주

국내 조선사 대량수주 예상.. ‘득’될까 ‘독’될까

대우조선이 건조한 현존 최대 컨선 1만 9,224teu급 MSC '오스카'호
대우조선이 건조한 현존 최대 컨선 1만 9,224teu급 MSC '오스카'호

연초부터 2만teu 선박발주가 이어지면서 이를 수주하기 위한 조선업계의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주춤했던 1만 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컨선 발주가 올해는 기발주분을 포함해 약 30척 이상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발주된 초대형컨선 수주를 대부분 우리 조선업계가 차지했고, 건조경험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대량발주의 몫도 국내 조선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저가수주와 업체간 과당경쟁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어 조선업계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2011년 2월 머스크Maersk가 1만 8,270teu급 컨테이너선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하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머스크는 2011년 한해동안 1만 8,000teu급 컨선 20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하면서 동 선박 시리즈를 ‘Triple-E급(Class)’라고 이름지었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에너지 효율성(Energy Efficiency), 친환경성(Environment Friendly)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뜻으로 동 선박 발주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 개막과 함께 에코십 발주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국내 조선학과의 한 교수는 “1만 8,000teu 발주 이후 현 상황에서는 초대형 컨선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보통 8,000teu 이상 선박을 VLCS(Very Large Container Ship)으로, 1만 3,000teu 이상급 선박을 ULCS(Ultra Large Conatainer Ship)으로 칭했는데, 1만 8,000teu 등장과 최근 2만teu 선박이 등장하면서 ULCS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 졌다. 한마디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있다”고 설명했다.
 

 
 
1만 8천teu 이상 66척 발주, ’11년 20척, ’13년 20척, ’14년 9척, 올해 17척+@
해운업계 합종연횡, 규모의 경제 실현 위한 시장지배력 강화 목적

최근까지 발주된 1만 8,000teu급 이상 초대형컨선은 총 66척으로 확인된다. 올해들어 일본선사 MOL과 쇼에이키센(Shoei Kisen)이 2만teu급 컨선을 발주하면서 초대형컨선 시장은 2만teu급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의 2만teu 컨선 3척 발주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2011년 1만 8,000teu급 시대를 열었던 머스크를 비롯해 OOCL과 하팍로이드 등도 연내 2만teu급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컨선은 2011년 머스크가 대우조선해양에 Triple E 20척을 발주한 2년 후인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주되기 시작했다. 2013년에 발주된 초대형컨선은 총 20척으로, 차이나시핑그룹이 현대중공업에 1만 8,400teu급 선박 5척, UASC가 1만 8,000teu급 6척을 발주했고, MSC가 대우조선에 1만 8,000teu 6척을 발주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CSSC가 자국조선사인 Jiangnan Changxing 조선에 1만 7,859teu 3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총 9척의 초대형컨선이 발주됐다. 중국 BoCom(Bank of Communications Financial Leasing)이 대우조선에 1만 9,224teu급 3척을 발주했으며 모나코의 퀀텀 스콜피오 박스(Quantum Scorpio Box)는 삼성중공업에 1만 9,200teu급 6척을 발주했다. 이들 선박은 모두 스위스 선사 MSC가 운영 중이거나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日 쇼에이키센 2만teu 이마바리에 11척, MOL 2만 100teu 삼성重에 4척·이마바리에 2척
지난해 줄어들었던 초대형컨선 발주는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월 29일 일본 쇼에이키센이 자국 조선사인 이마바리(Imabari) 조선에 2만teu급 11척을 발주했으며, 3월에는 일본 MOL(Mi
tsui O.S.K Lines)이 삼성중공업에 2만 100teu급 4척을 발주했다. MOL은 이마바리 조선에 2만teu급 선박 2척을 추가 발주한 것으로 알려져 3월 현재 이미 17척이 발주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최소 15척 이상의 초대형컨선이 추가 발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초대형 컨선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데에는 해운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형 얼라이언스와 업체간 M&A 등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대형선 투입을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컨테이너 선사들의 실적흐름도 2013년 이후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2012년 이후 낮아진 컨선 신조선가도 발주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2015년을 컨선 발주 반등구간으로 보고 있으며 전체 컨선 예상발주량 규모는 133만teu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에따라 한국 BIG3 조선사들은 올해 컨선에서 각각 15~20억불씩 수주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CMA CGM 한진重 2만teu 3척 협상 중, OOCL, 하팍로이드, 머스크 추가발주 계획
66척 중 50척 우리업계 독식, 1만 8천 이상 中·日 건조경험 ‘전무’

2만teu급 컨선의 추가발주 소식은 머지않아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CMA CGM이 한진중공업에 3척의 선박을 발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3월 13일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CMA CGM과 한진중공업이 2만teu 건조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LOI(투자의향, Letter of Intent) 단계로 만약 신조발주가 결정되면 2017년부터 인도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홍콩선사인 OOCL과 CSAV와 합병한 하팍로이드도 초대형컨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OOCL은 작년말부터 1만 8,000~2만teu급 6~8척 발주를 검토 중이며, 하팍로이드도 신조선 발주를 고심하고 있다. 1만 8,000teu 시대를 열었던 머스크도 추가 발주를 계획 중이다. (관련기사, 해양한국 2015년 1월호 ‘정기선사의 초대형컨선 발주 레이스’)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당초 1만 9,000teu급 선박 발주를 검토했으나 최근들어 2만teu 이상 선박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글로벌 선사들의 초대형컨선 발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조선사들은 지난해 부진했던 수주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1만 8,000teu 이상 초대형컨선은 그간 국내 조선사가 거의 독점해왔던 분야이기 때문에 추가 발주분도 대부분 우리 조선사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2011년 이후 발주된 초대형컨선 66척 중 50척을 우리 조선사가 수주했다. 해외 조선사 수주분은 2013년 중국 Jiangnan Changxing 조선이 1만 7,859teu 3척과 올해 일본 이마바리조선이 수주한 2만teu 13척으로 이마바리 조선 발주분의 경우 모두 자국 선사가 발주한 것이다.
건조경험에 있어서는 국내-해외 조선사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국내 조선사들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2개사만이 1만 8,000teu 이상 컨선 건조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조선사들은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중국이나 일본조선사들은 아직 초대형컨선 경험이 전혀 없다. 중국과는 초대형컨선에 대한 기술 격차가 아직 벌어져 있고 일본은 이마바리 조선이 최근 2만teu를 수주했고 JMU(Japan Marine United)에서도 수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선형개발이 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그나마 기술력이 비교적 높다는 일본 조선사들도 9,000teu이상 건조경험이 없다”면서, “중국과 일본 모두 설계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량수주가 ‘득’만 될까? 낮은 선가 “흑자나기 힘든 상황”,
2011년 1만 8천teu 1.9억불 → 2015년 2만teu 1.5억불

그러나 글로벌 선사들의 초대형컨선 대량발주가 과연 우리 조선사들에게 ‘득’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초대형컨선 대량 수주가 과연 조선사의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박의 가격이다. 2011년 대우조선이 머스크로부터 수주한 1만 8,000teu급 Triple-E 선박의 경우 척당 1억 9,000만불에 달했다. 하지만 올 3월 삼성중공업이 MOL로부터 수주한 2만 100teu급 선박은 1억 5,489만불(4척, 6억 1,957만불)로 커진 규모에 반해 가격은 오히려 약 3,500만불 내려갔다. 이에 대해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수치상으로 지난해까지 선가방어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더 내려간 것으로 나온다”면서, “2만teu급 선가가 평균 1억 5,000만불 정도인 현 수준으로는 흑자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선박사이즈와 선박가격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선박 사이즈가 커졌다고 선박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선주의 요구가 다르고 들어가는 기자재에 따라 선가가 결정될 수 있으며, 2011년에 비해 지금은 전체 선형의 선박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우리가 스스로 高선가 포기했다” 업체간 과당경쟁 지적
하지만 우리 업계가 주도권을 잡고 이끌고 나갈 수 있었던 높은선가 기준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의 소리도 들린다. 한 학계 관계자는 “시장 흐름도 있지만 초대형 컨선은 우리 조선사간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진 측면이 분명 있다. 중국과 일본의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우리 업체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먹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증권가 연구원도 “모 회사는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컨선을 수주하고 설계능력이 없어 결국 경쟁사에 설계를 요청해 손해를 입었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싼 가격에 수주해서 경쟁사에 비용은 별도로 지불하고, 건조기간도 길어졌던 웃지 못할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해외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2만teu 수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CMA CGM과 협상 중인 동 계약건의 척당 가격은 1억 4,000만불 수준으로 삼성重이 수주한 척당 가격보다도 1,500만불 싼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도 문제지만 과연 한진重이 동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한 연구자는 “한진중공업에 초대형 컨테이너를 설계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가격만 크게 내려가게 하는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한진중공업의 컨테이너선 수주 경험은 올 1월 9,000teu급 선박 1척을 제외하면 6,900teu급 선박이 최대 규모”라면서, “9,000teu급 선박도 6개월 인도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운업계의 초대형컨선 발주가 분명 우리 조선업계 수주가뭄에 ‘단비’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일감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수주는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경쟁으로 지난해 우리 조선업계는 최악의 실적을 냈다. 초대형컨선 대량발주의 ‘기회’를 우리 조선업 재도약의 ‘진정한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업계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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