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벌크시황이 BDI 509P를 찍는 등 기록적인 침체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심각한 침체국면에 처해있는 케이프 사이즈 선박시장이 해체와 계선, 선종변경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월 유럽의 리딩 벌크선사 5개사가 해운역사상 처음으로 케이프사이즈 풀을 결성한데 이어, 케이프 선박을 신조 발주해놓은 선주들이 줄지어 시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탱크선박으로 변경하고 있고 케이프선박의 해체매각과 계선 소식도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본 칼럼에서 이미 보도(3월호)한 바대로 시황악화로 인해 금융위기에도 살아남은 주요선사들이 앞장서서 공동배선을 통해 운항과 비용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제를 채택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시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외 선주 케이프선박 유조선으로 변경
여기에 케이프 시황이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으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신조 발주된 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선형 변경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들어 스콜피오벌커즈가 케이프 벌크선 3척을 LR(대형제품운반선)형으로 선종변경을 했으며, 국적선사인 동아탱커와 장금상선도 최근 신조발주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박 각각 4척을 제품운반선LR과 아프라막스 탱크선박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전해졌다. (외신 참조)

부정기선 부문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존 프레드릭슨도 올해들어 신조 중인 벌크선박에 대한 선종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며 곡물유통업체인 카길 역시 동형선박을 유조선으로 변경할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선사들의 케이프 벌크선의 탱크선형으로 변경은 조선소에도 가능여부에 대한 고민과 대책에 고심하도록 하며 선주와 조선소간의 선종변경에 대한 논의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주가 신조 발주해놓은 선박의 선형을 시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경하는 일은 예전에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금융위기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컨테이너해운부문의 시황이 악화되자 컨선의 벌크선박으로 변경이 이루어진 바 있고, 역시 비슷한 시기 유조선해운부문의 시황이 최악으로 악화되자 유조선이 벌크선박으로 변경된 사례도 많았다. 신조 발주선박의 선형 변형은 관련시황에 대한 전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벌크해운 부문에서 케이프선형의 시황과 전망이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가늠하게 한다.

하루 평균운임 3월중순 작년치의 1/3 수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자료에 따르면, 케이프 시황은 올해 운임지수가 311P까지 내려가는 등 3월중순 기준 올들어 평균 569P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4년 최저치 472P와 평균치 1,974P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용선료를 살펴보면, 1년 용선의 경우 같은 기간 케이프선형의 용선료는 최저 7,500불 올해 평균 8,552불로서 2014년의 최저치 8,550불과 평균치인 1만 7,934불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루 운임수준의 하락세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3월중순 기준 최저 2,594불 평균 4,763불로서 2014년의 최저치 3,670불 평균치 1만3,802불에 비해 현저히 악화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선사들은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해체와 계선 등 자구노력을 모색하고 있다. 클락슨Clarckson 3월 자료에 의하면, 올해 2월까지 해체scrap를 위해 매각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박은 20척에 달해 2014년 전체 해체선 25척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올해 2월까지 해체매각된 선박은 총 148척이며 이중 벌크선박이 90척으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해체 매각된 케이프선박 20척중 11척은 선령이 20년 이하의 선박이며, K-Line의 14.8년 된 케이프선형 ‘케이프 플로라’는 최근 3년간 해체된 선박중 최저연령 선박으로 기록됐다. 일본에서는 이 선박의 해체매각에 대해 관련시장의 수급 개선을 위해 해운업계의 자구노력을 재촉하는 상징적인 조처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2월까지 케이프 20척 해체, 유럽선주 계선 줄이어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들어 해체매각된 케이프선형의 벌크선 선령은 평균 20.4년으로 2014년 한해 평균 23.5년보다 3년가량 더 젊어졌다. 올들어 2월까지 해체매각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박의 총톤수는 170만gt이며 2014년 한해(220만gt)의 해체선복톤수의 7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전반적으로 470만gt의 케이프 벌크선복이 해체매각될 것으로 클락슨은 전망했다.

케이프사이즈의 수주잔량orderbook은 2014년 374척·1,220만cgt에서 올해 2월까지는 333척·1,090만cgt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들어 벌크선의 신조수주는 극히 미미한 가운데 동형선의 신조수주가 전무한 상태로 2014년 141척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2007년이후 최근 8년간 신조계약체결 현황은 시장의 심각성과 위기감의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2월까지 인도된 케이프선박은 22척·70만cgt 선복규모이다.

한편 케이프 시황의 극심한 침체는 주요 벌크선주들의 케이프선박을 계선의 행렬로 향하게 하고 있다. 3월들어 카오슝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해역에는 조디악을 비롯해 이스턴 패시픽, 아난겔 마리타임 서비스 등 유수의 유럽계 부정기해운 선주들의 케이프선박이 계선되어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져오고 있다. <이앤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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