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항의 관점에서 본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 시대

북극항로의 개척 시대에 즈음하여
수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해 해빙의 가속화라는 기후적인 변화에 선박 건조 능력 및 선박 운항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지면서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의 이용 가능성과 그 상업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와 관련된 기술적, 정책적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북극항로 운항은 상업화를 논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향후 북극해 해빙의 가속화 추세에 비추어 상업적 이용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 있으므로 선주들 또한 북극항로에 대하여 더 높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박의 운항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윤을 창출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충돌, 기름유출 사고 등 대형 해양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선주들은 북극항로에 대한 상업적 이용 가능성 뿐만 아니라 그 운항에 따른 해양사고에 대한 측면들 또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북극항로 이용 현황
1) 북극항로의 정의 및 경제성

북극위원회가 200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북극항로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북아메리카와 캐나다의 북극군도를 연결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 NWP), 북유럽과 노르웨이의 노스 케이프(North Cape)에서 북부 유라시아 및 시베리아를 연결하는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NEP), 그리고 북동항로의 일부 중 베링해(Bering Strait)에서부터 카라관문(Kara Gate)에 이르는 구간인 NSR(Northern Sea Route)이 그것이다.1) 이 중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는 항로는 북동항로라고 할 수 있다.
운항일수로 볼 때 부산항에서 인도양 및 수에즈운하를 거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르는 거리는 약 22,000Km에 이르는 반면 부산항에서 북극해를 거쳐 로테르담에 이르는 거리는 약 15,000 Km이다. 운항일수 측면에서는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30~35일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인도양 및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때는 약 40~45일이 소요되므로 약 10일 정도의 운항일수 단축 효과가 있다. 선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운항일수 단축 효과를 항로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길 것이다.

 
2) 운항 성공 사례
북극항로 운항은 2009년 독일 벨루가쉬핑 소속의 화물선을 통해서 처음 시도되어 운항에 성공하였고, 국내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65,000톤급 유조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용선하여 국적선사로서는 처음으로 2013년 10월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석유화학제품인 나프타 44,000톤을 선적 후 광양항까지 운송시킴으로써 북극항로 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북극항로 이용의 경제적 장애요인2)
1) 짧은 해빙기와 얕은 수심

현재 북극해의 해빙기간을 고려한 북극항로의 경제적 이용 가능 기간은 7월에서 10월 사이로 1년 동안 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운항에 있어서의 시기적 제약으로 인하여 벌크화물을 운반하는 화물선 등 비정기선 운송항로로만 이용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등 정기선을 북극항로에 투입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러한 제약은 2030년쯤이면 북극해 해빙 속도 가속화에 따라 정기선 운항에 필요한 최소 운항일수가 보장될 경우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수심 10미터 구간을 지나게 되므로 대형 컨테이너선들을 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수심 20미터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 쇄빙선 사용료 등
내빙선에 의한 운항은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므로 북극항로 운항 시에는 화물선보다 앞에서 빙하를 깨면서 화물선의 항로를 열어주는 쇄빙선과 빙하가 많은 지역을 피해가도록 안내하는 아이스파일럿(Ice Pilot)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쇄빙선과 아이스파일럿은 러시아를 통하여 현지에서 수급 및 조달 받아야 하고 그 사용료에 대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선주에게는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극항로의 안정성 측면에서의 위험요인3)
1) 유류오염(Oil pollution)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선주들은 북극항로 운항에 있어서 경제성 측면에서의 장애요인와 함께 안정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다. 북극항로 운항 중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은 Oil pollution 문제라 할 수 있다. 북극해의 기후 조건 하에서는 유출된 기름은 해양에 작용하는 형태, 오염 지속성 등의 면에서 온대해역(Temperature climate)에서의 기름 유출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기름 유출 사고 예방과 유출 시 효과적인 방제 처리를 위한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북극항로 운항 중 빙하 등과의 충돌 등에 의한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과 관련한 기술적 자료는 축적되어 있지 않고 ITOPF(International Tanker Owners Pollution Federation Limited)에서 북극 및 한대기후에서의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시 기술적인 조언을 담은 자료가 일부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4)

 
2) 구조 및 비상 대응 센터와의
거리 제약 및 SAR 진행의 한계

운항 중 선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사상 등에 대한 구조 및 비상 대응 센터와의 거리상의 제약 또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며, SAR(Search and Rescue) 작업 진행 시 효과적인 수색 구조 작업이 진행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육·해상간 상당한 기술적, 인력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3) Safe port 정보 및 빙하 관련
세부적인 해도 부족 문제

앞서 언급한 과거 일부 선사의 북극항로 운항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축적된 운항 사례는 충분하지 않으며 북극항로 운항 시 안전항에 대한 정보 및 선박에서 빙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부적인 해도(Chart)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이 또한 운항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북극해 지역의 해양특성과 조건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제한적이고, 급속화되고 있는 해빙에 따른 ice berg 수 또한 증가될 것이므로 선박의 안전운항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4) 북극운항에 숙련된 선원의 공급 문제
북극항로에 투입할 선박을 용선하는 경우 관련 경험이 있는 선주가 고용하고 있는 선원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향후 선주가 용선이 아닌 자사선으로 직접 북극항로 운항을 하게 될 경우에는 그와 관련한 숙련된 항해 기술과 운항 경험을 보유한 선원들을 충분히 갖추기 힘들 것이므로 이러한 선원수급 문제 또한 선박 안전 운항에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5. 선체보험자와 P&I 보험자의 문제
북극항로의 운항과 관련하여 선체보험의 경우 선주는 선체보험약관에 따른 항행제한구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극해 항해는 선체보험약관상 항행제한 구역에 해당되어 담보가 제외될 수 있다. 따라서 북극해로 항해를 위해서는 사전에 선체보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및 그에 따른 보험계약조건 변경(추가보험료, 공제금 인상 등)에 따라야 한다.
통상적으로 P&I 보험자는 world-wide운항에 투입되고 있는 선박에 대해 특정한 항행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해당 선박의 통상적인 운항 형태에 북극해 항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북극해로의 항해는 예측하기 어려운 중대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P&I 보험에 가입한 선주는 변경된 항해관련 정보를 사전에 P&I 보험자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P&I 보험자는 해당 선주가 안전하고 적법한 항해를 성취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6. 북극항로 시대의 안전한 정착을 꿈꾸며
그동안 북극항로 운항의 안정성 측면은 이제까지 주로 논의되어온 북극항로의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 비하여 주목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상업화의 길은 기후요건의 변화추이에 따라 본격적인 항로 이용의 시기가 언제가 될지, 그 이용 규모가 어떠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북극항로의 운항이 시도를 넘어 상용화 될 경우에는 그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들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선주들로서는 특히 해양오염과 관련한 문제와 비상 상황에서의 수색 및 구조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북극항로의 시대에 대비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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