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부산지법 2014. 4. 18. 선고 2013나13167 판결

 
 
Ⅰ. 사안의 개요
(1) Y(해상운송업에 종사하는 법인)는 2012. 1. 13. 이 사건 선박 P(기선, 화물선, 총톤수 3,763t)를 매수하여 수리하였다.
(2) Y는 2012. 1. 13. 항해사 면허를 가진 X와(X는 P의 수리기간 동안 P에 승선하여 선박경비업무를 수행) P의 수리가 완료되어 운항이 가능해지면 X를 P의 선장으로 정식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구두로 맺었다. X는 2012. 1. 13. P에 승선하여 선박경비업무를 수행하였고, Y는 승선기간동안 X에게 약정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였다.
(3) Y는 2012. 2. 23. X에 대한 별도의 하선예고 없이 후임 선장을 대동하고 와서 X에게 하선을 지시하였고, 같은 날 X는 하선하였다. X가 하선한 뒤 Y는 후임 선장을 바로 채용하였고, P는 2012. 3. 27. 수리가 완료되어 2012. 3. 31. 출항하였다.
 

Ⅱ. 재판의 경과
X는 2012. 6. 25. 부산지방법원에 Y를 상대로 실업수당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은 X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1) Y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Y의 항소를 기각하였다.2) Y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Y의 상고를 기각하였다.3)
 

Ⅲ. 관련 규정
1. 선원법 제37조
선박소유자가 선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제1호),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달라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제2호), 선박의 침몰, 멸실 또는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제3호)에는, 선박소유자는 선원에게 제55조에 따른 퇴직금 외에 통상임금의 2개월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실업수당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2. 국제노동기구ILO 제8호 협약4) 제2조
선박이 멸실·침몰된 경우 선박소유자는 그 선박에 고용된 선원에게 그로 인한 실업에 대하여 보상금을 지불하여야 하고(제1항), 보상금은 계약상 임금과 동일한 비율로 선원의 실제 실업일수에 대하여 지급하되, 다만 그 총액은 2개월분의 임금액으로 제한할 수 있다(제2항).
 

3. 독일 선원법Seemannsgesetz 제66조
선박이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멸실되거나 전쟁, 전투상태, 출항정지, 봉쇄 등으로 출항할 수 없거나 항해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선박소유자는 적당한 기간 내에 선원근로계약의 해지통지기간을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고 해지할 수 있고(제1항), 이 경우 선원은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2개월의 범위 내에서 실제 실업일수에 대하여 1일당 기본급 비율로 계산한 금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제2항 제1문).5)
4. 일본 선원법 제45조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멸실, 침몰되거나 전혀 운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2개월의 범위 내에서 선원의 실업기간동안 매월 한 번 그 기간에 따라 급여액 상당의 실업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Ⅳ. 실업수당의 의의
1. 실업수당의 성격과 역할

실업수당은 선원의 귀책사유에 기하지 않고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될 경우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선원의 보호차원에서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하여 인정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이다.6) 즉 임금을 받기 위하여 승선근무를 유일한 생계의 수단으로 하는 선원이 귀책사유 없이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된 경우 임금상실의 위험으로부터 선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상의 위험부담 등 일반 법리와는 다른 특수한 법리에 기초하여 실업수당제도를 마련한 것이다.7) 계속근로기간이 6개월 이상의 선원에 대하여는 실업수당과는 별도로 퇴직금이 지급되지만(선원법 제55조), 선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연근해어선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계약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고, 고용보험법은 어업 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선원에게 적용되지 아니하므로(고용보험법 제8조, 동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1호), 위와 같은 경우 실업수당은 선원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2. 구별개념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에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달라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는 선원은 실업수당과 별도로 근로조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선박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선원법 제28조 제1항).8) 선박의 침몰·멸실로 선원이 행방불명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는 실업수당과 별도로 선원법 제101조 제1항에 규정된 행방불명보상을 하여야 한다.9)
 

3. 법정실업수당
선원법상 선원에게 인정되는 실업수당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법정수당이다(선원법 제26조).10) 이와 관련하여 선박소유자가, 선원이 선박소유자의 폐업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미지급 임금 등에 관하여 모두 확인하고 동의한 후에 해고되었으므로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선원의 청구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11)
 

4. 약정실업수당
(1) 선원법이 적용되지 않는 선박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선원법상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약정이 성립한 경우, 실업수당에 관한 규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기준보다 더 나은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유효하다.12)
(2) 외국선박에 근무하는 선원과 선박소유자 사이에 선원근로계약에 관한 준거법을 대한민국 선원법으로 하기로 한 경우,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 선원법이 선원근로계약의 준거법이 된다. 따라서 선원은 선박소유자에게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13)
 

Ⅴ. 성립요건
1. 선원의 귀책사유 없이 선박소유자가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

선원근로계약의 종료사유로는 선박소유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따른 선원근로계약의 해지, 선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따른 퇴직, 선박소유자와 선원의 의사합치에 따른 합의해지, 계약기간의 만료·선원의 사망·정년의 도래 등으로 인한 당연종료 등이 있다.

선원법은 그 중 선박소유자가 선원의 귀책사유 없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14) 실업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① 선박임의경매개시결정 후 집행법원의 선박감수·보존결정에 따라 선원들이 하선하자 선박소유자가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15) ② 선박회사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선원들과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16) ③ 선박이 기관고장으로 수리를 요하게 되자 육지에서 대기 중이던 기관장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후임 기관장을 새로 고용하였다는 이유로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17) ④ 2척이 1조를 이루어 쌍끌이어업에 종사하던 대형기선저인망어선 중 1척이 조업 도중에 다른 선박과 충돌하여 침몰하자 선박소유자가 더 이상 조업을 할 수 없게 된 나머지 선박의 선원들의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18) ⑤ 선장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박소유자가 하선조치를 한 경우,19) ⑥ 선박소유자가 선박정기검사를 이유로 선원의 하선을 지시한 경우,20) ⑦ 선원이 선박수리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근무하던 중 선박소유자가 선박을 매도함에 따라 선박소유자의 요구로 하선하게 된 경우21) 등이 있다.

이와 달리 선박소유자가 선원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는 실업수당지급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선원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된 경우로는 ① 선원이 직무상 재해로 인하여 시력이 약화되어 선원 및 항해사의 자격을 상실한 결과 더 이상 동일 직종에 근무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22) ② 선장이 선박의 직접지휘의무를 위반하여 지나치게 직무를 게을리 하거나 직무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23) ③ 선원이 외국의 항구에서 직무에 관한 선장의 정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쟁의행위를 한 경우,24) ④ 기관장이 선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hold bilge(선창의 찌꺼기)의 배출금지를 지시하여 선창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등 비행사유가 있는 경우25) ⑤ 1항사가 직무상 질병이 아닌 뇌경색에 걸린 경우26) 등이 있다.

 
2.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달라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
제1호의 유추해석상 선원이 선원의 귀책사유 없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퇴직)에도 실업수당이 인정되어야 한다.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달라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는 선원의 귀책사유 없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전형적인 예시에 해당한다.
판례도 ① 단체협약서 및 임금협정서에 선박소유자가 매월 말일에 선장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로 규정하였음에도 두 달간의 임금이 체불되자 선장이 하선한 경우27) ② 선박소유자가 선원의 동의 없이 임금 20%를 삭감하기로 하자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28) ③ 임금체불 및 선박운영자의 행방불명으로 선박운항이 중단된 상황에서 선원이 불가피하게 하선한 경우29) 등에는 선원의 실업수당청구권을 긍정하여, 예시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선박의 침몰, 멸실 또는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
선박소유자의 귀책사유 없이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어 선박소유자 또는 선원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도 실업수당이 인정된다. 선박의 침몰·멸실은 부득이한 사유의 전형적인 예시에 해당한다.30) 선박의 폐선, 포획이나31) 독일 선원법 제66조 제1항에 규정된 전쟁, 전투상태, 출항정지,32) 봉쇄 등도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
선박소유자에게 실업수당지급의무가 인정된 사례로는 ① 2척이 1조를 이루어 쌍끌이어업에 종사하던 대형기선저인망어선 중 1척이 조업 도중에 다른 선박과 충돌하여 침몰하자 선박소유자가 침몰한 선박의 선원들과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33) ② 특정선박에 승선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어로계약을 체결한 어선원의 경우, 선박소유자에 의한 사정으로 선박이 매도되거나 조업 중 선박이 침몰하여 선박소유자가 어선원들에게 그 선박소유자가 소유하는 다른 선박에 전선轉船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어선원들이 이를 거부하여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된 경우34) 등이 있다.
 

4. 실업수당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선박소유자의 실업수당지급의무가 부정된 사례로는 ① 선박소유자와 선원의 합의에 따라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합의해지)35) ② 선박소유자가 부도가 나자 임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선원이 조업을 계속할 것을 요구하는 선박소유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임의하선한 경우36) ③ 선원이 선박소유자에게 보합금 외에 별도의 퇴직금지급을 요구하면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승선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후 선박소유자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선원이 임의로 승선하지 않은 경우37) 등이 있다. 또한 하선조치가 무효임을 전제로 선원과 선박소유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보고 그에 따른 임금 등의 지급의무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실업수당은 인정되지 아니한다.38)
 

Ⅵ. 형사책임
선박소유자가 실업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선원법 제173조 제1항 제1호). 위와 같은 형사책임은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박소유자에 한하여 적용되고, 약정실업수당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선박소유자나 사용자에게는 위 조항상의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한다.39)
 

Ⅶ. 대상사안의 검토
대상사안에서 Y는 X에 대한 별도의 하선예고 없이 후임 선장을 대동하고 와서 X에게 하선을 지시하였고, 같은 날 X는 하선함으로써 선원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 이는 선박소유자가 선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Y는 X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대상판결도 위와 같이 이유로 X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였는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권창영, “선원의 근로관계”, 사법논집 제33집(2001)
서병기, 개정 선원법 해설, 한국해사문제연구소(1987)
송윤근, 선원법해설, 연합출판사(1975)
조귀연, “선원법상의 실업수당”, 해양한국 제217호(1991. 10)
藤崎道好, 船員法總論(改訂初版), 成山堂書店(1975)
Wilfrid Bemm/Dierk Lindemann, Seemannsgesetz und Manteltarifvertrag fur die deutsche Seeschifffahrt
Kommentar, 5. neubearbeitete Auflage, Becker Verlag(Uelzen, 2003)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