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은 전통적으로 모험사업Venture이라고 불릴 정도로  변화무쌍하고 기회와 위협에 대한 적절한 분석과 대처가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약간의 외부충격에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해운시황, 조선기술의 발전과 금융 산업의 글로벌화,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의 범람, 각종 대형사고의 증가 등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해운기업 경영의 최고의 덕목이 된지 오래이다.

가장 오래된 글로벌비즈니스인 해운업은 리스크의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해운업계의 리스크매니지먼트의 대가인 윤민현 박사는 저서인 ‘해운과 리스크매니지먼트’에서 해운기업의 리스크관리의 기본방향은 육해상 전 조직에 잠재하는 인적요소이며 사후개념보다도 사전적 예방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흔히 말하는 해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리스크관리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대외적 사명과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리스크이며 해기적인 측면보다도 육해상을 망라한 잘못된 의사결정, 판단착오, 불합리한 절차, 비효율적인 소통 내지는 실수를 유발하는 조직구조적인 문제점 등 인적 요인에 기인하는 리스크가 더 크게 주목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운기업에는 어떤 리스크가 있는가? 200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NYK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해운업을 영위하는 자사가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 해운업의 리스크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당사가 제시한 리스크는 육해공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사고에 따른 리스크, 물동량 변동 리스크,  타사와의 경쟁리스크, 환율변동리스크, 유가변동리스크, 글로벌 사업전개에 따른 각 지역의 변동리스크,  시스템개발운용에 따른 사고 리스크, 환경보전 및 안전보안 규제강화 리스크, 항공운송사업 리스크, 거래처와의 관계관리 리스크, 사업재편 리스크, 중기경영계획 리스크, 투자계획변화 리스크, 금리변화 리스크, 선박매각 리스크, 투자리스크, 퇴직금 리스크, 세금 리스크, 법정 소송리스크 등 19가지 리스크로 세분화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해운의 경우, 여기에 하나 더 하여야 하지 않는가? 우리 해운업이 겪고 있는 작금의 어려움의 근본적 배경에 하나 추가해야 하는 리스크는 바로 오너 리스크이다. 오너 리스크는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오너의 부적절한 행동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사전적 의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오너의 독단 경영이 인수합병M&A을 포함한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오너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오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기업에 끼칠 수 있는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필자도 우리가 단기간에 세계 5위의 해운국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오너의 존재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강력한 오너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가지고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빠른 속도로 기업성장을 가능케 하였다.

하지만 극히 일부 오너의 치고 빠지기 식의 무리한 인수합병, 해운업에도 충실하지 못하면서 무리한 사업 분야 확장, 해운업에 필수적인 삼국간 거래를 악용한 비자금 조성 등 윤리경영이 미흡한 것은 비단 해운업만의 문제는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경영 전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해운기업의 대다수는 오너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그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에 견제하기가 힘들다. 오너들의 독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인 오너 리스크가 큰 것이다. 특히 횡령, 배임, 분식회계 등의 범죄 행위는 기업신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권력에 의해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해운에서 두드러지는 오너 리스크는 선대에서 후대로 경영권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경영능력이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너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세습이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틈도 없이 새로운 오너가 최고경영인으로 등장하는 데 따른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너경영체제의 특성상 오너 리스크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이다. 해운기업 오너들은 ‘기업은 내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경영능력과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너리스크는 우리 해운만의 문제는 아니고 일본이나 그리스와 같은 외국에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오너의 투자실패로 인한 사적영역의 실수로만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우리 해운에는 있다. 왜냐하면 해운업의 생존을 위하여, 또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국민의 수많은 혈세를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여 부채를 탕감한 기업을 인수한 기업이 오너의 무리한 사업 확장의 희생양이 되어 다시 금융지원을 받게 되고 새 인수자를 찾아 헤매고 그 과정에서 종업원뿐만 아니라 해운 정책 당국자, 해운업 종사자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오너의 권력이 기업 내부에서 제어되지 못한다면, 외부기관이 나서야 한다. 해운정책당국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오너리스크 최소화도 지원의 고려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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