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관리 공공기관 이전, 선령·처별규정 강화, VDR 탑재, 교육·훈련 강화
정부 직접 관리비중↑, 업계 책임↑, “이중·삼중 안전 방어막”
1년새 급격한 변화에 ‘우왕좌왕’ 모습도.. 업계는 “부담” 토로

 

정부가 마련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이 대부분 올 하반기(15년 7월이후) 시행된다. 운항관리자 업무와 조직을 공공기관으로 이전하고 안전위반 처벌 수위와 안전 점검 및 설비 기준을 강화하는 등 각종 대책이 마련됐으며, 주로 자율적으로 진행됐던 선원 교육과 훈련도 정부가 직접 감독하는 등 연안여객 전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본격 시행을 4개월여 앞둔 아직까지 일부 연안여객 선사들은 정부 대책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정부와 현장사이의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선박교체, 고가설비 탑재 등에 대한 정부지원이 전무해 부담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해양수산부가 연초 발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마련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안전한 여객선 이용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운항관리자를 기존 해운조합에서 공공 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한다. △해사안전감독관을 채용해 운항관리자와 선사·선장의 안전관리를 지도·감독하며 △연안 카페리의 선령이 기존 30년에서 25년으로 줄어든다. △여객의 신분확인 절차가 강화돼 전 승객 전산발권과 신분증 확인이 의무화되고 △대형 여객선의 경우 선장자격이 1급으로 강화됐다.


△과거 선장이 점검하고 운항관리자가 형식적으로 확인했던 출항점검은 선장과 운항관리자의 합동점검으로 의무화되며 △고박장치 및 규정도 차량과 화물은 4곳 이상 고박을 의무화하는 등 강화됐다. △선박용 블랙박스로 불리는 항해기록장치(Voyage Data Recoeder)는 500톤 이상 연안여객선과 300톤 이상 신조·도입중고선에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한다. △관련규정이 미비했던 비상사다리나 구명뗏목 등의 규정이 명문화됐고, △구명설비와 구명동의, 탈출장치도 확대된다.
 

안전 교육과 훈련에 대한 내용도 보강됐다. △선원제복 착용이 의무화되고 △비상훈련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안전 재교육 면제가 폐지되고 교육 프로그램은 실습 위주로 개편된다.

 

운항관리자 선박안전기술공단 7월 이관.. 운항점검 선사·기관 합동 실시
연안선사도 안전관리책임자 선임 의무화
눈에 띄는 변화는 선박·운항 안전관리에 있어 정부의 감독기능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그간 업계 자율에 맡겨왔던 안전점검·관리를 업계와 정부가 합동으로 시행하고, 이에 대한 감독을 해사안전감독관을 통해 실시한다. 우선 올 7월 해운법 개정에 따라 운항관리자 업무와 조직이 해운조합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된다. 세월호 사고 당시 부실했던 운항점검과 운항관리자였던 해운조합의 일부 담당자가 부실한 운항점검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데 그치거나 부실 점검을 눈감아주는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 이에 정부는 운항관리자를 선사단체인 해운조합에서 정부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시키고, 그 위에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해사안전감독관을 둬 이중·삼중으로 선박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해양수산부 주도로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해운조합간 운항관리업무 이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선박안전기술공단은 2월 16일 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며 중소형선박 안전성 제고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등 선박안전 토털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전규정 위반시 과징금 최대 10억원, 선박용 블랙박스 탑재 의무화
선사의 책임도 더욱 늘어났다. 정부는 선사의 안전관리 책임성 강화를 위해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을 의무화한다. 외항 선사의 경우, 선박·운항의 안전관리 업무를 전문 담당하는 안전관리자가 있는데 반해 연안 선사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선사가 안전관리 책임자를 직접 고용하면서 안전성 강화의 책임감을 더욱 고취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 관리는 선박을 직접 운영하는 선박소유자가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선사가 직접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수 있게 유도하고, 정부는 선사의 안전관리를 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 이중·삼중의 안전 보호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전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과징금이 기존 최대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늘어나 벌금 폭탄을 맞게 된다. 규정이 미비했던 비상사다리, 여객선 구명뗏목, 구명설비, 구명동의 등의 내용도 명문화됐다. 탈출장치가 기존 각 현 1개 이상에서 각현 2개 이상(신조·중고 도입선)으로 늘어나며, 500톤 이상 연안여객선과 300톤 이상 신조선·도입 중고선은 의무적으로 항해기록장치VDR를 탑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항해기록장치를 새로 탑재해야 하는 선박은 대략 21척 정도에 이른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정부-업계간 소통 ‘엇박자’
‘혁신대책’이라는 명칭에 맞게 연안여객선의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규정이 바뀌는 만큼 정부는 동 대책으로 인해 연얀여객의 안전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행될 7월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은 지금까지도 연안여객선 업계와 현장의 분위기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연안여객선사 대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워낙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데다 명확히 정리된 것이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연안선사 단체인 해운조합의 한 관계자도 “정부 안전혁신 대책에 대해 우리는 운항관리자 이관하는 것 말고는 하달받은 것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영세한 사업체로 운영되는 연안업계의 특성상 정보 전달이 쉽지 않은데, 정부와 선사단체, 개별업체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안전교육과 안전훈련에 대한 시행여부도 정부와 현장 사이의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혁신대책’ 이후, 연안여객선 선원의 제복착용을 의무화하고 비상훈련시 선장이 동영상을 기록해 보관하도록 했다. 여객들에게 비상시 탈출 요령 등을 설명하는 동영상이나 홍보물을 제작해 모든 탑승여객이 시청할 수 있도록 체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측은 “훈련시 동영상 기록과 선원 제복착용은 이미 실시되고 있는 부문이며, 비상시 탈출요령 홍보영상도 예전부터 있었으나 승객들이 관심이 없다보니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사별로 훈련 동영상을 기록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고, 탈출요령 홍보영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훈련 동영상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으나 곧 확인할 계획이다. 홍보영상은 항공과 자꾸 비교를 하는데, 항공과 선박은 분명 차이가 있다. 비행기를 타면 모두 좌석에 앉고 기내 방송과 스튜어디스 등을 통해 영상을 보거나 설명을 듣지만, 선박은 승객 한명한명을 통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 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TV나 모니터 등도 설치되지 않은 선박이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안선사 관계자도 “보통 음성방송을 통해 탈출요령을 설명하는데 이를 제대로 듣는 승객이 몇명이나 되겠는가”라며, “훈련 동영상 기록은 잘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노후 카페리 2척 교체, VDR 탑재 대상 선박 21척.. 정부 지원 無

“안전혁신 깊이 공감하지만, 업계 부담도 덜어줘야”
한편 이번 대책으로 늘어나는 업계 부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바뀌는 법령에 따르면, 선령 25년이 지난 노후 카페리선은 올 7월까지 모두 교체돼야 하며, 500톤 이상 연안여객선과 300톤이상 신조·중고선은 의무적으로 VDR을 탑재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선령 25년 이상 카페리선이 2척, VDR을 새로 탑재해야 하는 선박은 21척으로 파악된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연안선박 현대화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3년도부터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14년 500억원→’15년 1,250억원) 연안선 현대화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2015년도에 국내 조선소와 신규 건조하는 연안선박으로 여객선은 1,000억원, 화물선은 25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으며, 대출 가용액은 총 투자액(건조금액)의 80% 이내로 대출금리 4.19% 중 정부가 3%를 지원하고 업계는 1.19%의 금리를 부담하게 되는 방식이다.


업계가 아쉬워하는 점은 동 사업이 국내 조선소 건조분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 연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 신규발주분에만 이차보전사업이 적용되는데 대형 카페리나 초쾌속선은 국내 신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내 건조가 불가한 경우가 있어 이 부문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7월부터 시행되지만 협의를 통해 유예기간을 마련할 것이고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항해기록장치VDR 탑재에 대한 부담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VDR 탑재에 대한 비용은 1척당 최소 3,000만원 이상으로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이 될 수 있어 정부 지원을 바라고 있다. 올 7월 1일 이후로 선박검사가 예정된 대상선박은 VDR을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에 따라 유예기간이 짧을 수도, 1년가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천지역에서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한 선주는 “세월호 사건으로 연안선사들도 본의아니게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만큼 안전강화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업계도 요구하고 있는 부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업체에만 금액적인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것 같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해수부 측은 VDR 탑재에 대한 정부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연안여객 활성화 동시 추진, 승선전 승객대상 안전교육 필요”
기자와 만난 몇몇 연안여객 선사 대표들은 혁신적인 안전대책도 중요하지만 연안여객 활성화 방안과 함께 연안여객을 이용하는 승객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한 선사 대표는 “의견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작년 사고로 인해 여객이 더 줄어들었다. 안전강화 대책과 함께 연안 여객선 활성화 대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하지 않나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2월 10일 ‘연안여객선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연내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수부 관계자는 “탄력운임제 등을 도입해 운임체계 개편, 우수선사 시장 진입 유도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연안선사의 규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선전 여객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선사 관계자는 “여객 대부분이 도서지역 주민들이나 단체 여행객들이다. 배를 타보면 알겠지만 배에 타자마자 누워서 자는 사람, 여럿이 모여 술판을 벌이는 사람, 갑판에 나가서 사진찍기 바쁜 사람 등 천태만상이다. 승무원들이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연안여객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안전의식도 바뀌어야 하고, 승선 전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도 “승객 교육에 대한 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면서, “안전관리 요원이나 스마트폰 앱App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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