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배출권거래제 실시, 15~17년 배출총량 15억 9,800만톤
업계 반발.. 해사업계서는 조선 8개사 대상기업으로 지정

 

 
 

정초부터 우리 산업계가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cheme) 시행으로 떠들썩하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2015년 1월 12일부터 전격 시행함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가 시장원리에 기반한 ‘비용 효과적’인 방식으로 우리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부담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산업계는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정부의 무리한 감축 목표로 산업전반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편 해사업계(해운·조선·물류)의 경우, 조선 8개사 만이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으로 지정된 가운데 적극적인 입장발표보다는 시장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해 사업장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만약 할당량을 초과했는데도 배출권을 사지 않으면 모자란 부문에 대해 3개의 과징금이 부담된다. 정부가 제시한 배출권 기준 가격은 1만원/CO2·톤이다.  
 

우리 정부는 2009년에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의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2012년 5월에는 배출권거래제의 근거법령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배출권거래제와는 별도로 2012년부터는 에너지·목표관리제가 시행되고 있다.

 

총 525개 업체에 할당량 통보, 해운·물류기업 미포함
정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를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동안 배출허용총량은 15억 9,800만톤으로 정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는 최근 3년(2011~2013)의 온실가스 연평균 총 배출량이 12만 5,000 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2-eq) 이상인 업체 또는 2만 5,000tCO2-eq 이상인 단위 사업장을 보유한 업체로 지난해 환경부는 총 525개 업체에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다.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대상 업체는 총 5개 부문 23개 업종으로 구분되는데, △발전·에너지 △광업 △음식료품 △섬유 △목재 △제지 △정유 △석유화학 △유리·요업 △시멘트 △철강 △비철금속 △기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건물 △통신 △항공 △수도 △폐기물이 포함됐다.


해사 분야에서는 조선업종만이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종으로 포함됐으며, 대상업체는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신아에스비,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환경부 고시순) 등 8개 업체이다.
 

반면 물류기업과 해운기업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종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2012년부터 시행돼왔던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기업(14.9.23 기준)에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이상 종합물류), 쌍용해운, 씨월드고속훼리(이상 해운 운송), 건화, STX중공업 창원1공장, 고성조선해양, 삼강엠엔티, 삼우중공업, 신한기계, 제이와이중공업, 한진중공업(이상 조선)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외항해운의 경우 국제부문과 엮여있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나 이전 단계인 관리제에 포함되지 않으며, 종합물류회사는 목표관리제에 2개 회사가 포함돼 있어 이들 회사가 배출량 기준을 초과할 경우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로 의무지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39개국서 도입, 美·中·日은 부분 시행, 탄소세 도입국 늘어나
현재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한국과 EU 32개국을 포함해 총 39개국이다. 스위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한국이 국가 단위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호주는 탄소가격제를,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배출권거래제를 지자체 단위로 일부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근간이 된 1997년 교토의정서를 주도한 일본이 국가단위가 아닌 일부 지자체(동경도, 사이마타현, 교토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도 자국 경제 피해를 우려해 도입을 미루다가 역시 일부 지방에 한해 시행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반면 배출권거래제 대신 탄소세를 적용하거나 병행 실시하는 국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북유럽 4개국(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과 영국, 아일랜드는 탄소세를 병행 실시하고 있으며, ETS와의 중복규제를 방지하기 위해 ETS 참여기업들에 대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탄소세 면제, 스웨덴은 탄소세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호주는 2011년 7월 탄소세를 도입해 시행했으며, 프랑스도 2014년부터 탄소세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2년 11월 전국단위의 ETS를 폐지하고 지구온난화대책세를 도입했다.

 

산업계 반발.. 배출권 빈부격차 우려 “시장상황 비정상적”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에서 우리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제조업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관련업계의 부담이 12조 7,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탄소거래제 도입도 부담이지만 당초 기업들이 요청한 20억 2,100만톤의 총량에 터무니없이 못미치는 15억 9,800톤이 할당된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 할당대상 525개 업체에게 할당량을 통보하고 1월 3일까지 이의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243개 업체가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필요한 배출량에 비해 적게 할당받았기 때문에 추가반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실은 1월 12일 개시된 실거래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월 12일 첫 거래를 시작한 배출권거래는 1월 19일까지 총 1,380톤(거래대금 1,155만원)이 거래됐다. 12일 7,860원으로 시작한 가격은 13일 9,500원, 16일에는 9,60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가격 1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태선 글로벌탄소배출권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시장 초반이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팔려는 기업은 없고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기업은 많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이 일주일만에 10% 이상 크게 올랐다”고 평가했다.
 

철강산업 큰 피해 예상 속 조선업
직간접 피해 가능성, “철저한 배출량 관리 속 배출권거래 시장은 우선 관망”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철강업종이다. 업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 업종에 할당된 배출량이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에 배정된 총량이 약 2,000만톤 모자란 것으로 알고 있다. 톤당 1만원으로 계산하면 2,0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철강산업의 부담은 곧 조선산업 등 기타 제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조선산업의 직접피해도 우려된다. 시운전시 예상범위 이상의 연료소모로 배출량 예측이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안전이슈가 부각되면서 선주의 과도한 시운전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엔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 게다가 중국과 일본은 배출권거래제를 부분 시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이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철강, 정유산업에 비해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산업의 간접피해를 받을 수 있으며, 할당량이 크지 않아 수주량이 늘어나면 배출권거래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단 조선업계는 상황을 관망하자는 분위기이다. 글로벌 선주, 오일메이저들의 까다로운 환경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국내 조선사들의 환경설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배출량 저감을 위해 신기술을 장착하고 노후설비를 대거 교체해야 하는 다른 제조업처럼 ‘엄청난’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미 수년전부터 친환경 전담조직을 운영해오고 있고 세계 최고의 에코십을 건조하는 만큼 배출가스 관리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사도 보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한국기후변화대응전략연구소가 인증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사를 업계 최초로 육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가 올해는 지켜보면서 자사의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배출권 담당자들도 당장 배출권 매매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거래 초기라 가격 널뛰기가 심해 회사의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간은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3년차에 부족분에 대한 거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항해운 업체 IMO 조치에 촉각.. 시장기반조치 논의 ‘주춤’,
글로벌 해운 탄소배출량 지속 감소 추세
한편 배출권 거래제에 해당되지 않은 외항해운 기업들은 국내 제도보다는 국제 환경규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와 에너지·목표관리제에 외항해운 업체들은 제외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재 목표관리제에 포함된 해운운송 기업은 쌍용해운과 씨월드고속훼리 2개사로 이들은 내항운송 및 연안해운 전문 기업이다.


해운산업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시장기반조치(MBM, Market-Based Measures)는 2008년 3월 국제해사기구IMO가 MEPC(환경보호위원회) 57차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친 기간동안 IMO는 MEPC 60차 회의까지 시장기반조치를 대략 7가지 방안으로 압축했다.
 

각 방안을 살펴보면 덴마크 등이 제안한 △국제온실가스펀드(GHG Fund)가 있다. 흔히 탄소세라고 불리우는 GHG는 선박 연료유 구매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조성된 기금으로 타 산업분야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감축목표를 달성한다는 방법이다. 노르웨이, 프랑스 등이 제안한 △배출권거래제ETS는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개념으로 국제해운에 대해 탄소배출허용 총량을 정하고 경매를 통해 배출권을 판매·구매하는 방법이다. 일본은 △효율인센티브제도를 주장하고 있는데 현존선은 탄소세로, 신조선은 EEDI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방식이고, 자메이카 등이 제안한 △항만세는 선박이 항만에 입항할때 탄소배출량에 비례하는 세금을 항만당국에 납부하는 제도이다. 이외에도 △강제적 선박온실가스 감축규제는 현존선의 선령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배출량을 규제하는 제도이고 △환불제도는 개발도상국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제안이다.
 

2010년 MEPC 60차 회의까지 활발히 진행됐던 해운산업의 시장기반조치 논의는 이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각 방안에 대한 국가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IMO MEPC에서 질산화물 규제, ECA(배출제한지역), 선박평형수 등에 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시장기반조치에 대한 논의는 아무래도 각국의 입장차가 크다보니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MEPC 67차 회의에서는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인 ‘IMO GHG Study 2014'를 승인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도 국제해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 9,600만톤으로 이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2.2%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7년 2.7%에 비해 0.5% 감소한 것으로 국제해운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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