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국, 한국을 중심으로

I. 서론
용선계약 하에서 선주의 가장 중요한 권리는 운임이나 용선료 및 기타 비용을 용선자로부터 수취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 권리가 침해될 경우, 선주는 손해배상을 위하여 여러 방안을 고려하게 된다. 그 중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은 재용선료(sub-hire)나 운임, 또는 화물에 유치권Lien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는 용선자가 선박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 행사할 수 있고, 용선자의 자산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며, 대부분의 표준용선계약서에는 선주의 유치권을 제공하고 있다.

선주가 용선계약 조항에 따라 화물 유치권(Lien on cargo)을 행사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운임이나 재용선료의 유치권 행사와는 달리 화물 유치권은 화물이라는 물건에 대하여 물권적 권리인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행사하려는 국가의 물권법 혹은 해상법에서 규정하는 유치권의 요건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화물 유치권의 잘못된 행사는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수 있는 위험이 발생되므로, 선주의 화물 유치권 행사는 신중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적법한 화물 유치권 행사를 위하여 용선계약에 주로 사용되는 준거법인 영국법상 Lien clause의 효과와 한국과 중국에서의 화물유치권의 행사 및 주의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영국법상 Lien clause의 효과
대부분의 용선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Lien clause의 효과는 용선 계약서의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는 용선 계약서의 준거법으로 널리 사용되는 영국법에 따라 Lien clause의 효과를 다루도록 한다.

(1) 계약상의 Lien
Lien clause에 기한 Lien 행사는 계약상의 권리이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화물이 용선자의 소유가 아닌 경우, 화물 유치권 행사는 무효가 될 것이다.
이러한 화물유치권의 제한은 제 3자의 동의를 통하여 해결된다. 동의의 형태는 대개 선하증권의 약관이나, Lien clause가 삽입된 용선 계약서가 선하증권에 포함된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이미 영국 판례에서도 인용한 바 있다.1)
 

(2) 시기와 장소
화물유치권 행사를 위하여 선주는 유치권 행사의 시기와 장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하항 도착 이전에 선박의 운항을 중지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유효한 유치권 행사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The Mihalios Xilas2) 사건에서, 선주는 양하지가 아닌 연료 수급항에서 화물 유치권을 행사하였는데, Donaldson 판사는 화물 유치권의 성질은 화물의 소유나 점유의 이전을 거절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3), 양하항 도착 이전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항차 수행의 거절일 뿐, 화물의 소유나 점유의 이전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4)


또한 장소에 대하여는 실제 선박이 접안을 요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Chrysovalandou Doy 판결에서 위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고 있다. 동 판결에서, 법원은 선박이 묘박지에서 화물 유치권 행사를 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로서, 굳이 접안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킬 필요도 없으며, 몇몇 국가의 현지법에 따라서 접안하면 화물을 강제로 양하해야 하는 위험이 선주에게 부과될 수 있음을 들었다. 또한 선박유치권이 적법하다면 체선료 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5) 이 점은 유치권 행사시 체선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용선자의 대항에 대하여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화물 유치권 통지의 요건
유치권의 행사에는 통지가 필요하다. 운임이나 체선료, 용선료의 미지급 등 유치권을 형성하는 것과, 형성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르며, 선주는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적절한 통지를 용선자 및 기타 관련 당사자들에 해야만 그 시점부터 유치권의 행사가 인정이 될 것이다. 단순한 작업 거부나 용선자의 지시 이행을 거절하는 것으로는 유치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선주가 계약위반 위험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영국 중재판결에서 이러한 위험이 잘 나타나는데, 선장이 용선료 미지급을 이유로 06:36시부터 양하작업 거부를 하였고 10:48시에 선주가 용선자에 유치권 행사 통보를 한 사안에서, 중재인들은 06:36시부터 1048시는 선주의 계약위반이며 유효한 유치권행사는 10:48시 이후부터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6)


이러한 선주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선주는 유치권 행사 이전에 적절한 통지를 하여야 하며 통지의 내용에 관하여는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으나,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이 권고된다.

1. 용선계약서 하에는 선주는 화물에 대해 계약 유치권 행사를 할 권리가 있음
2. 선주는 본 통지까지 약정된 (용선료/운임/체선료 기타) 비용을 받지 못하였음
3. 위 비용은 지급 기한이 되었음

 

(4) 유치권 행사 통보 이후 화물처리방안
유치권 행사 통보 이후 화물은 선박에 보관할 수도 있으나, 양하 이후 인도를 거절하는 방식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선주가 해당 화물에 대한 점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유치권 행사가 장기화될 경우, 점유의 확보를 위하여 선주는 보세창고나 빈 야적장을 수배할 필요가 있다. 용선자나 선하증권 소지인이 지정한 부두에 화물을 야적하는 경우는 점유의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경우든 선주의 화물관리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므로 화물의 수량이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유치권행사를 위한 선주의 비용은 용선자로부터 구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7)

 

III. 한국에서의 화물 유치권 행사와 범위
유치권은 실제 물건이나 유가증권의 점유에 따라 발생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계약상의 화물유치권이 적법하다 하더라도 실제 행사하려는 국가의 법이 이러한 유치권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행사 가능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비록 영국 법원에서 화물유치권을 인정받을지라도 그 사이 행사국가의 법에 따라 점유를 상실하는 경우, 영국법상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유치권이 상실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화물유치권의 행사는 해당국가의 법에 크게 좌우되며, 우선 한국에서의 화물유치권의 행사와 범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상법의 범위
우리상법 제 807조와 제 808조에서 운송물에 대한 유치권 및 운송물 경매권을 인정하고 있다. 관련 조문은 아래와 같다.

제807조 (수하인의 의무, 선장의 유치권) ①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는 운송계약 또는 선하증권의 취지에 따라 운임,부수비용,체당금,체선료, 운송물의 가액에 따른 공동해손 또는 해난구조로 인한 부담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선장은 제1항에 따른 금액의 지급과 상환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을 인도할 의무가 없다.

제808조 (운송인의 운송물경매권) ① 운송인은 제807조제1항에 따른 금액의 지급을 받기 위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운송물을 경매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②선장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후에도 운송인은 그 운송물에 대하여 제1항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인도한 날부터 30일을 경과하거나 제3자가 그 운송물의 점유를 취득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한 위 조문은 제 3절 항해용선, 제 4절 정기용선편에도 준용되어 있어 항해용선 및 정기용선계약하에서 인정되는 선주의 유치권행사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선주에게 화물의 유치권 뿐 아니라 경매권까지 인정함으로써 선주의 이익을 폭넓게 하고 있다.

 

(2) 실제적인 적용
운송계약의 준거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을 적용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는 국제사법 제19조와 22조에서 언급하는 물권의 준거법이 준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제 19조에서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또는 등기하여야 하는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따르고, 제 22조에서 이동 중의 물건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그 목적지법에 따른다고 한 바, 우리나라에 양하된 화물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는 국내법을 적용함에 있어 흠결이 없을 것이다. 이는 국내법상 선주에게 경매권까지 인정하므로, 선주는 유치권 행사와 더불어 화물경매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강력한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경우에도 운송인은 그 운송물에 대하여 경매권 및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선주가 보관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부득이한 경우의 인도를 통한 유치권이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이 경우 화물의 소유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묻지 않는다. 다만, 유치권 행사의 기본이 화물의 점유를 유지하는 것이므로, 점유의 이탈은 곧 유치권의 소멸을 뜻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선주의 경매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VI. 중국에서의 화물유치권 행사와 범위
중국 해상법 제87조와 제88조에도 선장의 유치권 행사 및 경매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다른 조문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1) 중국 해상법의 범위
중국 해상법 제 87조와 제88조는 다음과 같이 선장의 유치권 및 경매권을 규정하고 있다.8)
 

Article 87 If the freight, contribution in general average, demurrage to be paid to the carrier and other necessary charges paid by the carrier on behalf of the owner of the goods as well as other charges to be paid to the carrier have not been paid in full, nor has appropriate security been given, the carrier may have a lien, to a reasonable extent, on the goods.
 

Article 88 If the goods under lien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Article 87 of this Code have not been taken delivery of within 60 days from the next day of the ship's arrival at the port of discharge, the carrier may apply to the court for an order on the selling the goods by auction; where the goods are perishable or the expenses for keeping such goods would exceed their value, the carrier may apply for an earlier sale by auction
 

The Proceeds from the auction sale shall be used to pay off the expenses for the storage and auction sale of the goods, the freight and other related charges to be paid to the carrier. If the proceeds fall short of such expenses, the carrier is entitled to claim the difference from the shipper, whereas any amount in surplus shall be refunded to the shipper. If there is no way to make the refund and such surplus amount has not been claimed at the end of one full year after the auction sale, it shall go to the State Treasury.

 

위 조문만 보면 국내법과 큰 차이는 없으나, 다음 사항에 대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

(2) 중국 해상법에서의 화물유치권의 제한사항
선주는 유치권 행사 이전, 용선자에게 담보 제공을 요구하여야 한다. 조문해석상 담보가 제공되지 않은 경우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주의 화물유치권 행사는 화물이 미수운임이나 금원의 책임을 지는 자의 소유여야 가능하다. 즉, 화물유치권 행사 당시 이미 화물의 소유권이 제 3자에게 이전된 경우, 화물유치권 행사가 불법이 될 여지가 높다. 이 경우 선하증권 소지인은 법원에 화물의 반출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대개 법원에서 쉽게 허가가 나는 편이다. 선주의 화물유치권 행사는 무효가 되며, 오히려 화물인도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을 수 있다. 화물의 소유권을 따지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이므로 중국에서 화물유치권 행사시 이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화물유치권이 성립한다 하더라도, 아래 조항에 따라 선하증권 소지인은 선적지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하여는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선주가 화물유치권 행사로 인해 확보할 수 있는 비용은 양하지에서 발생한 비용으로 제한될 여지가 높다.
 

Article 78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arrier and the holder of the bill of lading with respect to their rights and obligations shall be defined by the clauses of the bill of lading

Neither the consignee nor the holder of the bill of lading shall be liable for the demurrage, dead freight and all other expenses in respect of loading occurred at the loading port unless the bill of lading clearly states that the aforesaid demurrage, dead freight and all other expenses shall be borne by the consignee and the holder of the bill of lading.

위를 종합하면, 중국에서 화물유치권의 행사를 위하여는 선하증권에 해당 용선계약서가 포함되어 있음을 명확히 하고(예를 들면 C/P date와 계약당사자를 선하증권 전면에 기재), 선하증권 전면에 선하증권 소지인도 용선료, 운임 및 및 기타비용의 채무자임을 기재하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의 화물유치권 행사는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입항 전부터 중국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

 

V. 결어
위와 같이 화물유치권 행사는 계약상의 유치권행사 조건도 달성하여야 하나, 실제 행사하려는 국가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아야 하므로 실제 행사에 있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주의가 필요하다. 유치권 행사에는 곧 용선자의 Counter claim(지시불이행으로 인한 계약위반 등) 혹은 화물인도지연에 대한 위험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오는 관계로, 적법한 유치권 행사가 이루어져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측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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