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클리노미터’의 활용법

 
 
지난 번(해양한국 2014.12월호 147P) 제안에 이어 이번엔 디지털 인클리노미터다. 우선 ‘디지털’이라는 말이 자극하는 나의 기억은 카시오 시계다. 시침, 분침, 초침이 돌아가는 시계만 있던 세상에서 카시오 디지털 손목시계는 신세계였다. 시계가 디지털화하면서 100미터 달리기 기록을 재던 스톱와치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디지털 시계가 갖고 있는 생래적인 부가기능이 스톱와치 기능을 대신해버린 것이다.
‘인클리노미터’는 경사계라고 번역해야 할 것 같은데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워낙 보편화되어 있다. 부채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판에 시계추처럼 바늘이 하나 달려있는 형상이다. 배마다 선교 정중앙 벽면에 붙여놓고 배가 좌우로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또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바르게 서있는지를 재는 장치이다.

이 장치는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중에는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짐이 잘 실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쓰임새를 갖고 있다. 또한 파도치는 대양을 항해할 때는 파도에 배가 얼마나 기우는지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그 밖에 인클리노미터 활용법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주기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즉, 추가 정중앙을 지나는 순간 스톱와치 단추를 누르고 추가 한쪽으로 갔다가 반대쪽으로 돌아온 후 다시 정중앙을 지나는 순간 스톱와치 단추를 눌러 배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롤링 주기가 몇 초인지 측정한다. 이렇게 롤링 주기가 측정되고 선박의 너비가 얼마인지만 알면 바로 본선의 GM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래 수식이 바로 그 수식이다. 여기서 T는 롤링 주기(초)이고, B는 선폭(미터), GM(미터)이 바로 복원력이다.

지난 번 제안에서도 쓴 내용이지만, 사물인터넷이란 센싱기술과 통신기술의 융합이다. 인클리노미터로부터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가공하여 통신망을 통해 전달하는 것 역시 이번 제안의 포인트이다.
인클리노미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우선, 시시각각 변하는 배의 기울기가 중요한 정보다. 몇 시 몇 분 몇 초에 본선이 우현으로 15。 기울어져 있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정보다. 그리고 최대로 몇도까지 기울었는지 또한 중요한 정보이다. 아울러 이번 제안과 직접 연관되는 사항으로서 배가 흔들거리는 주기가 몇 초인지 또한 인클리노미터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중차대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인클리노미터에서 얻은 정보를 어떻게 가공해야 하는가.

첫째, 정확한 시각과 그 시각에 배가 몇 도 기울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 이는 인클리노미터의 디지털화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이 경사정보의 기록은 사고 상황의 이해나 사고원인의 분석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일정기간을 정해 항해기록장치VDR에 반드시 기록보관 해야 할 정보다.

둘째, 최대 경사각도에 대한 정보는 황천항해 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배가 대각도로 경사되면 경사 중심점이 하방으로 이동하면서 복원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극심한 선체 롤링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가장 중요함) 롤링주기를 센싱하고 그 정보를 기초로 계산된 복원력GM은 본선 선원이 하시라도 볼 수 있도록 표시되어야 한다. 물론 VDR에 기록되어야 함은 물론 해양수산부나, 국민안전처의 상황실로 전송되어야 한다. 이에 추가하여 GM이 일정(통상 15센티미터) 이하가 되면 알람이 울리고 상황실에서는 전복위험의 가능성이 높은 선박임을 인지하고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스마트폰이야 말로 최단 시간 내에 전 지구를 덮은 문명의 기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위에서 말한 기능은 스마트폰 앱만 만들어도 가능하다. 이미 모든 스마트폰에는 클리노미터 기능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는 사람 누구라도 앱만 다운받아 설치하고, 자신이 탄 배의 폭만 입력한 후, 앱을 실행시켜 배 한곳에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배가 몇 도로 기우는지, 배가 몇 초 만에 한 번씩 흔들리는지 따라서 배의 복원력GM이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맨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국의 컴퓨터 도사님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바이다.

끝으로, 요즈음 컴퓨팅 환경 변화 중 주목할 점이 ‘클라우딩’이라는 개념이다. 단말기에 있던 저장기능을 한 곳으로 모아놓은 개념이다. 문서를 작성하여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에 저장했다가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컴퓨터로든지 열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VDR의 개념도 바꿔야 한다. VDR에 저장할 항해기록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사고 후에 VDR을 회수했네, 못했네 이런 걱정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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