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쇼센미츠이’

 
 
140여년의 역사와 해운종합백화점
쇼센미츠이(이하, MOL)는 NYK와 함께 일본해운을 이끌어 온 쌍두마차이다. 1878년 석탄수송을 시작한 동사는 2014년, 13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4년 해운집약으로 오사카상선과 미츠이선박이 합병하였고, 1999년에는 나빅스라인과 합병하여 오늘날의 MOL이 완성되었다. 동사는 해운의 종합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컨테이너, 자동차전용선, 탱커, LNG, 크루즈 등 다양한 선종을 보유, 사업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도모하였다. 1965년에는 일본 최초의 자동차전용선인 오파마마루, 1989년에는 일본최초의 외항크루즈선인 후지마루를 취항시키는 등 어디까지나 해운을 중심으로 사업다각화를 도모하여 왔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부문은 벌크선으로 해운호황기인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동사의 이익의 대부분은 벌크선의 몫이었다.

동사의 발전은 여타 일본 대형선사와 마찬가지로 일본정부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지원, 철강과 발전, 석유와 자동차 등 국내 대형화주와의 장기수송계약, 컨테이너와 벌크선, 탱커 등 선종포트폴리오의 다양화 등의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안정경영을 지향하던 동사의 경영전략은 2000년대의 해운호황기에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2000년대 말의 경영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중심으로 논하기로 한다.
 

안정경영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물류업을 중심으로 육상과 항공으로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종합물류회사를 지향한 NYK에 비하여 MOL은 자원운반선 분야에 집중하였다. 전통적으로 일본 대형선사들의 중심사업은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한 정기선분야다. 하지만 MOL은 사업의 중심축을 자원수송분야로 옮기기 위하여 1980년대부터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LNG선에 대한 투자이다.
동사가 LNG선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83년으로 일본의 대형 6사가 공유하는 공유선 형태로 5척이 도입되었는데 그 중에서 동사는 1.6척분의 지분을 가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도 탱커나 LNG선에 집중 투자하여 NYK를 제치고 동 분야에서 일본 최대가 되었다. 1996년에는 일본의 대형 5사가 매년 600만톤의 LNG를 25년간 장기수송하는 카타르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때 NYK와 동사의 지분율은 36.5%로 동일하였다. 1999년에는 일본선사로는 처음으로 카타르 사무소를 설치하였는데 여기에는 LNG프로젝트에 대한 적응이라는 관점과 함께 장래성 있는 삼국간 수송을 개척한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2002년 당시 MOL의 상무가 닛케이신문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건조분을 포함하여 LNG선 50척으로 국내외 신규시장을 개척하여 세계 최대의 LNG선 운항회사의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규시장 개척은 삼국간 수송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2003년에 MOL은 카타르에서 일본 대형3사 등과 함께 25년 장기수송계약을 획득하였다. LNG장기수송계약은 안정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으로 시황에 좌우되기 쉬운 정기선으로부터 사업의 중심축을 완전히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국화주 위주 경영에서 삼국간 수송으로 중심축을 바꾸면서 LNG선에 머무르지 않고 벌크선 전반으로 확대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에 시작된 중국 바오산철강과의 장기운송계약이다. LNG의 성공사례로 삼국간 수송에 자신감을 더한 동사는 서호주 15년 철광석 장기수송계약을 맺었다. 철광석을 비롯한 벌크선부문은 전통적으로 MOL이 매우 강한 분야로 2003년말 이미 10만톤이상 벌크선을 30척 발주하는 등 다가올 해운시황 급등에 순조롭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장기수송계약에 기초하여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식의 전통적인 일본선사의 경영방식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기대하는 스타일로 변화하였음을 말해준다. 해운버블을 불러온 중국수요 급증을 사전에 예측한 동사의 해운시황예측력(동사는 이를 인텔리전스-intelligence라고 함)은 2004년 이후의 해운호황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를 통해 일본해운업계 만년 서열 2위에 있던 동사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NYK를 누르고 1위의 자리에 올라선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 4월 시점의 자료를 살펴보면 선대규모는 53,329천톤(NYK 47,594천톤)으로 세계 1위, 매출액은 1조5684억(21643억)으로 2위였지만 영업이익 1680억(1049억), 경상이익 1823억(1075억), 순이익 1209억(650억) 등 발군의 영업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기존의 일본선사의 경영기본자세와는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고도의 해운시황예측력이 뒷받침된 ‘선견지명’이 있다고 불릴 정도였으나 일부에서는 ‘도박경영博打經營’이라는 야유도 받았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2008년 9월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한 해운불황이 시작되자 도박경영은 현실이 되었다. 동사가 2007년부터 2008년에 대량발주한 케이프사이즈는 높은 선가로 인하여 운항비용도 높고 또 장기계약이 없는 프리선박이 50% 이상이었기 때문에 시황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현재도 동사의 프리선 비율은 타사가 2할 정도인데 비하여 3할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하여 2011년부터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였다. 2012년(2013년 3월 결산)은 1778억엔의 적자를 기록, 1위의 자리를 다시 NYK에 넘겨주었고 동사의 장기채가 1년 사이에 2번이나 등급절하되었고 회사채 조달금리도 5년장기국채에 0.2%정도 플러스했던 것이 1%로 급등할 정도로 시장평가도 나빠졌다.

이에 2014년 3월 결산에서 흑자전환을 지상명제로 2012년에 벌크선 130척의 선가조정과 용선료의 시가조정으로 1010억엔의 손실을 경영개선을 위하여 일시에 부실을 털어냈다. 이로 인하여 2014년에는 약 400억엔의 경상이익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벌크선, 자동차전용선, 탱커의 감사상각기간을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여 연간 감가상각비가 약 100억엔 감소, 감속운항으로 인한 연비절약 등으로 약 76억엔의 경비절감도 실현하였다. 또 보유선박의 선적을 싱가포르로 이적하여 면세효과를 극대화하였다. 여기에 2013년은 일본선사에게 최대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엔저가 시작되었다. 1엔의 엔저로 동사는 20억엔 정도의 수익증가를 예상하는데, 2014년 3월 결산시에 엔저로 인하여 310억엔의 수익이 증가된 결과, 동사는 2014년 3월기에 약 600억엔의 경영흑자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가 된 프리선도 170척에서 120척으로 축소하였다. 하지만 프리선은 시황이 호전되면 이익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NYK를 추월할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의 MOL은 NYK와 같은 안정지향경영으로 회귀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동사의 중기경영계획은 기존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서 전통적인 일본선사의 안전지향경영으로 선회하였음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동사가 2014년 3월 발표한 중기경영계획인 ‘STEER FOR 2020’에 따르면 동사는 ‘세계해운을 선도하는 강력하고 유연한 MOL그룹을 지향’하면서 ‘3가지 변혁을 통한 확실한 성장을 메인테마’로 삼고 있다. 3가지의 변혁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변혁, 사업모델의 변혁, 사업영역의 변혁을 말하는데 포트폴리오 변혁은 LNG선 등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장기안정수익을 획득 가능한 분야에 경영자원을 조기에 많이 투입하는 것을 말하고, 모델변혁은 싱가포르 등 최적지에 사업거점 및 항로망을 전개하여 경쟁력 강화 및 비용절감을 도모하는 것을 말하며, 사업영역의 변혁은 해상운송과 수직연계된 선박운항기술, 선박관리기술을 집적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여 가치사슬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하여 2019년의 매출액 목표는 2조1천억엔, 경상이익 1400억엔(그 중에서 안정수익 750억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사점
MOL의 안정지향경영으로의 노선전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계열사인 다이치쥬오기센의 채무초과로 인하여 동사가 위기를 완전히 탈출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일부 의문이 있다. 하지만 동사의 위기탈출방식은 우리 선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특히 다양한 사업분야를 갖고 있는 대형선사의 경우, 호황일 때 불황을 준비해야 하고 일시적인 시황변동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도록 장기수송계약에 기초한 안정경영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해운시황 리스크 못지않게 그룹사의 사업운영, 환율변동과 같은 시장리스크에 대한 대응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MOL이 자랑하는 시황예측력은 동사를 일본 제1의 선사로 성장도 시켰지만 경영위기가 왔다는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 선사나 연구기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우수한 인재가 중심이 된 시황예측이라고 할지라도 해운이 경기사이클의 변동이 격심한 산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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