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0년만에 파업, 삼성重 임단협 지지부진

19년간 지켜오던 현대중공업의 무분규 기록이 깨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 11월 27일 부분파업에 돌입했으며 12월 24일 현재(기사시점)까지 3차 부분파업을 진행한 상태이다. 우려됐던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의 연대파업은 불가능해졌지만 앞으로 교섭상황에 따라 2015년에도 파업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노동자들도 임금단체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일부 노동자들이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등 국내 조선업계는 경영난과 더불어 노사관계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 11월 27일 1차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1994년 파업 이후 20년 만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내 노조 사무실에서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파업을 결정한 후 그날 1시간 잔업을 거부하며 중앙쟁대위 출범식을 겸한 집회를 열었었다. 당초 11월 7일 돌입하려던 파업은 회사측의 불법시비에 휘말려 파업을 유보했으나 20일이 지난 11월 27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표면적인 갈등 원인은 임금단체협약이다. 사측은 △기본급 3만 7,000원(호봉승급분 2만 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통상임금 100%(회사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정기상여금 700% 통상임금에 포함(매월 50%씩 연말 100% 지급) △월차폐지안 철회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임금 13만 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2만 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 50여 가지를 제시했다.

 

현대重 노사 70여차례 만났지만 임금상승분 합의 ‘평행선’
당시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실리노조 12년 동안 회사의 안을 받아들여왔다. 수조원의 흑자가 나도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며 “동종사와 현대자동차보다 임금을 적게 인상해도 인내한 데 대해 올해는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 24일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3차례의 부분파업을 진행한 상태이다. 이와 별개로 같은날 오전 10시부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는 노사 교섭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70차 교섭이 진행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4년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7개월동안 총 70여차례에 걸쳐 교섭을 거듭했으나 쟁점인 임금인상 부문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연대파업까지 예상됐던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12월 중순 임단협에 합의함으로써 현대중공업 노사도 많은 부문에서 의견을 좁히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연내(2014년)타결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사업안 구상에 차질은 물론 퇴직자에 대한 소급적용 불가 문제 등 노사 모두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가능하면 연내에 타결하자는데 노사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 조만간 잠정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삼성重, 임단협 난항.. 노동자 협의회 재구성 중
삼성중공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다. 원칙적으로 삼성중공업에는 노조가 없고, 노동자협의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 협의회는 2014년 8월 파업 집회를 열고 1,000여명이 부분파업을 벌였다.
 

노동자협의회의 주요 요구는 성과금 지급과 관련한 노사합의 이행과 무리한 업무감사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노사합의에 따르면 매년 7월과 12월 반기마다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면 각각 100%의 성과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노동자협의회 측은 그러나 회사측이 상반기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지난달 50%의 성과금만 지급했다. 노동자협의회는 “상반기에 회사가 제시한 성과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회사가 해양플랜트와 관련해 장래의 손실을 뜻하는 공사손실충당금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이 났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이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업무감사에 대한 반발도 컸다. 노동자협의회는 인력감축을 목표로 무리하게 감사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6월에는 감사를 받던 과장급 직원이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동자협의회는 업무감사에서 비위행위가 적발된 것을 이유로 2014년에만 30여명의 직원이 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부분파업 이후 삼성중공업 노동자 협의회의 집행부가 조합원 찬반투표에 의해 사퇴했고 현재는 새 집행부 구성절차를 거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전 집행부의 임기가 11월 말이어서 12월 말에나 임금협상 타결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임단협 타결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측은 지난 10월 말 △상여금 600% 통상임금 포함 △기본급 0.5% 및 정기 승급 1.24% 인상 △일시금 460만원 및 상품권 50만원 △정년 60세 연장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협의회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기본급 및 상여금 추가 인상, 직급수당 신설과 휴가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업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임단협에 큰 난항을 겪었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12월 5일 임단협에 타결했다. 총 38차례의 교섭결과 도출된 2차 합의안에 서명한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도 12월 12일 임단협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합의안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합의까지 여러차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삼호중공업 측은 “최악의 경영환경에 직면한 현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연내 타결을 통한 노사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해 올해 임단협을 어렵게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파업을 향한 두개의 시선.. 귀족노조? 운영실책 노조에 떠넘기기?
이렇듯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와 삼성의 노사합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2014년 현대중공업은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삼성중공업 역시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조선업계의 파업과 임단협 난항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가지로 나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라는 입장과 ‘어렵지만 오죽하면..’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파업이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기본급 ‘10만원’에서 입장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노조는 줄곧 기본급 13만 2,013원 인상을 고수하고 있고, 사측은 기본급 3만 7,000원 인상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동자 1명에게는 10만원이지만 회사 전체로 보면 그 금액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 전 직원 2만 6,000명의 기본급을 일괄적으로 13만원 올릴 경우 회사는 연 686억원의 인건비를 추가적으로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귀족노조’라는 사회적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라는 기업명이 가진 대기업 근로자 이미지와 ‘조선소 근로자=고소득 근로자’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조선소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귀족노조가 파업한다”는 시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목소리이다. 올해 조선사 경영난의 주범은 과거 무리하게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저가수주분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양분야의 경험없이 뛰어들면서 나타난 실수이기도 했지만, 국내 업체간의 무리한 수주경쟁으로 인해 비합리적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주했던 탓이 컸다. 이에 대해 한 조선 전문가는 “근로자들은 뼈빠지게 일하는데 윗사람들이 잘못해 회사가 큰 손해를 입었다. 그러면서 그 손해를 근로자들 임금으로 메우려고 하면 어느 근로자가 가만히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구랍 23일과 24일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위해 만났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또 다시 실패했다. 임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협상에서는 어느정도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최종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그룹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최종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안도 2014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극적인 돌파구 없이는 해는 넘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임단협이 해를 넘길 경우 노조는 전면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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