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주감소 속 LNG·LPG 운반선 수주 ‘증가’

우리 조선사 가스선 점유율 70% 넘어

 
 
꾸준하게 발주됐던 해양플랜트 열기가 사그라지고 상선 수주도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올 한해, 늘어난 가스선 수주가 우리 조선사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BIG3 조선사들이 가스선 시장에서만 100억달러가 넘는 수주실적을 거둔 것.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과 야말 프로젝트 등 가스선 발주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침체된 조선시장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10월말까지 전세계 조선업계의 신조선 수주실적은 총 1,498척·9,480만dwt로 지난해에 비해 약 23.9%가 감소했다. 그러나 가스선 물량은 크게 늘었다. LPG선은 380만dwt가 수주되며 2013년 총 수주량인 320만dwt를 상회했고, LNG선도 320만dwt가 수주돼 전년 동기 대비 9%가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가스선 시장이 활기를 나타내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가스선 수주 점유율도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11월 현재까지 우리나라 조선업체의 LNG운반선 수주량은 29척으로 전세계 발주량인 총 42척의 70%를 차지했으며 LPG운반선은 전세계 발주량인 80척 중 58척을 수주하며 72.5%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조선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약 26억달러 규모의 가스선 28척을 수주했다. LNG선 수주는 3척에 그쳤으나 초대형가스선(VLGC)는 25척을 수주해 국내 조선소 중 가장많은 수주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본선사와의 LNG선 수주계약도 연말내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가스선 시장에서 26척을 수주했다. 동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동사가 수주한 가스선은 LNG선 14척과 LNGC 12척이다.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은 척당 3,200만달러에 달하는 야말 프로젝트발 쇄빙LNG선 수주로, 아직 5척분의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동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선박은 세계 최초로 건조되는 쇄빙LNG선으로 최대 두께가 2.1m에 달하는 북극해 얼음을 깨고 운항하는 17만㎥급 ‘아크-7’ 아이스클래스 선형. 북극항로 개발에 따라 꾸준한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동 선형을 세계 최초로 수주함에 따라 또 다른 고부가가치 선박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가스공사가 발주한 LNG선 수주에도 성공하고, 굴지의 해외 선사와도 10척 이내의 LNG선 협상에 나서고 있어 연말까지 추가수주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2척의 가스선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최초의 VLEC(초대형에탄운반선) 6척과 FLNG(부유식 LNG 생산·저장·재기화 설비) 1기를 수주하며, 수주척수는 적지만 수주금액은 대우조선에 이어 2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VLEC의 경우 향후 시장전망에서 꾸준한 발주수요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오일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에탄의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에탄 잉여량이 최대 7억bd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운반하는 VLEC도 기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6척 이외에 추가로 30여척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향후 연간 2조원 내외의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셰일가스 개발, 러-야말 프로젝트, 아시아 수요 ‘견조’
이처럼 가스선 발주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야말 프로젝트와 같은 러시아의 가스 수출, 그리고 동아시아의 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은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2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세계 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된 김연규 한양대학교 교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셰일가스 수출량은 2021년까지 9Bcf/d로 연간 7,312만톤에 달한다. 이를 운반하기 위한 LNG선은 약 146척에 달한다. 또한 업계에서는 약 100여척의 LNG선 수요가 2015~2016년에 나누어 발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2년여간은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셰일가스 수송을 위한 국내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셰일가스 유전에 50% 지분으로 참여했고, 한국석유공사도 미국 이글포드(Eagle Ford) 광구 지분의 23.7%를 인수했다. 또한 가스공사는 지난달 미국 샤빈패스(Sabine Pass)에서 도입할 예정인 연간 280만톤의 셰일가스 수송을 위한 LNG선 운영선사·조선사 입찰도 성공리에 마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셰일가스 수출을 허가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이를 운송하기 위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FERC가 승인한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인 사빈패스와 카메론, 프리포트, 코브 포인트 등 4개의 프로젝트 외에도 14개 셰일가스 프로젝트가 FERC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와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가 지역의 LNG 개발도 진행되고 있어서 셰일가스 개발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붐이 있다면 러시아에서는 야말 프로젝트가 있다. 야말 프로젝트는 2017~2018년 사이에 러시아 야말 반도의 천연가스를 채취해 생산·수출하는 프로젝트로 총 1,650만톤의 LNG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이 15척의 쇄빙 LNG선을 수주해 이른바 ‘잭 팟(Jack pot)’을 터트렸고, 동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향후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추가 가스선 수요는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ASEAN 국가 등 개발도상국의 가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화력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어 가스운송을 위한 선박 발주를 크게 늘리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 경쟁력 우위, 일본은 위협적

다행인 점은 LNG선을 포함한 가스선 수주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의 60%가 국내에서 수주됐다.
특히 경쟁국인 중국 조선소들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벌크선 등 기술력 비중이 떨어지는 선박을 주로 수주하고 있어 아직 가스선 시장에서는 우리 조선사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국내 조선업체들은 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한 선별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그에 따른 상품 수출 등으로 가스선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내년에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조선업계는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력선종은 소형 가스선 건조에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에는 일본 조선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공동 투자해 LNG선 전문 회사인 ‘MI LNG’를 설립하는 등 확대되는 LNG선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MI LNG社는 연간 8척의 LNG선 건조능력을 갖추고 기존 모스Moss 타입과 멤브레인Membrane 타입 외에 ‘Sayaendo’ 타입을 독자 개발해 에너지 절감형 LNG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가스선은 한국 조선업계가 우위에 있지만, 소형 가스선 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일본이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면서, “설계 도면도 안보고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의 건조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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