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재발견

경쟁력 높은 ‘광업·자동차’산업 물류 잠재력 주목
대중국 물동량 급증, 국내외 물류기업 투자 확대

 
 
빈곤과 절망의 땅으로 여겨져 왔던 아프리카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아프리카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은 단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물류인프라와 투자환경을 기반으로 한 남아공은 단순한 자원공급지를 뛰어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물류시장의 ‘핫스팟(Hot Spot)’으로 급부상 중이다. 국내외 물류기업들은 광업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물류 잠재력을 지닌 남아공을 전략기지로 삼고 아프리카 물류시장에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5%대의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가 국제교역의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 등의 잠재력을 보유했음에도 빈곤과 기아, 내란과 전쟁 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아시아, 유럽, 미국 중심의 수출입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했으며 물류시장에서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중국과 남아프리카 간 교역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내년에 동남아시아와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측되고,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성장률은 2015년 5.5%로 증가할 전망이다.

날로 커지는 아프리카 시장을 놓고 과거 식민 종주국이던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시장 선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중 일본기업은 남아공 광산기업의 지분참여로 안정적인 광물자원 수입기반을 구축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일본국제협력은행은 10년간 12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남아공에서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남아공의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대규모 광산 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국가개발은행CDB은 남아공 국영 물류기업인 트랜스넷Transnet에 철도, 항만 등의 개보수를 위해 약 5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을 기점으로 정부차원에서 아프리카와 전략적 협력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규모는 총 누계의 1.4%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GDP는 2010년 1조 7,000억달러에서 2060년 15조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은 1,667달러에서 5,600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1억 9,000만 명으로 증가해 중남미의 약 3배에 이를 전망이며, 빈곤층이 감소하는 동시에 구매력을 갖춘 소비계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 더반항 확장 조감도
남아공 더반항 확장 조감도


브릭스 5번째 회원국, 아프리카 최대 시장 ‘남아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3% 성장세를 보인 아프리카 최대 시장이다. 남아공의 2013년 GDP는 3,843억달러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총 GDP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0년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와 함께 2011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이어 브릭스BRICS 회원국이 됨으로써 아프리카 대표국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갔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가 1차 산업만 발달한 반면 남아공은 제조업 분야가 발달해 자본재와 산업재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즉, 나머지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잠재 성장성을 가진 미래형 시장이 아니라, 아프리카 내 구매력을 갖춘 인구 5,000만명의 ‘현재형 소비시장’으로 평가받으므로 외국인들의 손꼽히는 투자 선호지역으로 부상했다. 총 320여개의 아프리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중 현재 남아공에서는 12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광업·자동차산업 물류발전 가능성 커
남아공에서는 광업과 자동차산업과 연계된 물류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정부와 GAIN, Frontier Advisory가 최근 공동 발간한 ‘남아프리카 운송 및 물류부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의 물류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해 일찍부터 광업이 발달했으며 광업부문은 남아공 GDP의 8.8%, 수출액의 50%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은 16억톤의 철광석을 보유한 세계 11위 철광석 생산국으로서 철강업을 제 1의 제조업으로 적극 육성 중이다. 철강업은 제조업 총 생산량의 약 22%를 차지한다.

남아공의 또 다른 전략산업은 바로 자동차부문이다. 남아공은 BMW, 벤츠, 도요타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생산공장을 유치한 세계 24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자동차산업은 전체 GDP의 6.8%를 차지하며 수출의 비중이 총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다.

남아공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 미국, 보츠와나, 독일, 일본 등이며 주요 수입국은 중국, 독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등이다. 2014년 상반기 남아공의 수출은 444억 4,600만달러, 수입은 488억, 8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남아공의 17위 수출대상국이자 13위의 수입대상국(2013년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국 교역규모는 43.2억달러(2012년 기준)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 경유, 건설중장비, 합성수지, 무선전화기 등이고 주요 수입품목은 철광, 석탄, 금은 및 백금, 동제품, 알루미늄 등이다. 현재 남아공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한화, LG인터내셔널 등 2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아프리카에는 프로젝트 물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프로젝트 물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 물류경쟁력 ‘34위’…아프리카 중 최고
남아공의 물류경쟁력은 2014년 세계은행 물류성과지수에서 160개국 가운데 34위로 나타났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프리카 대륙 남단 끝에 위치한 남아공의  운송 및 물류인프라 여건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양호한 편에 속한다. 2010년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프로젝트로 인해 항공 및 철도, 도로 네트워크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해 온 덕분이기도 하다.

남아공은 더반, 케이프타운, 포트엘리자베스 3곳의 대형항만을 포함해 벌크 및 가스 전용터미널 등 총 8곳의 항만을 갖추고 있으며 요하네스버그, 더반, 케이프타운을 중심으로 3곳의 국제공항을 두고 있다. 남아공의 수출화물 약 96%가 해상을 통해 처리된다.

남아공의 항만 8곳은 연간 1만 3,000대의 선박과 약 1.9억 톤의 화물처리능력을 갖추었으며 이중 더반항은 남반구의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로 연간 27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밖에 포트엘리자베스 인근에서 2009년 개장한 응쿠라(Ngqura)항은 남아공 최초의 심해항만(수심 16.5m)으로 8,000~9,000teu급 슈퍼 포스트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의 접안이 가능하다. 리차드베이항은 석탄 등을 처리하는 최대 벌크화물터미널로 꼽힌다.

그러나 남아프리카의 물류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높은 물류비용과 비효율적인 항만 및 철도시설, 노동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곳곳에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DHL의 남아프리카 물류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항만들은 시설부족으로 인해 하역 효율성이 저하되면서 선박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남아공 화주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한 예로 남아공에서 자동차를 수출하는 다임러Daimler와 VMW 등을 포함한 수출입업체들은 처리능력이 초과된 더반항을 우회하여 이스트런던(East London)항과 포트엘리자베스(Port Elizabeth)항을 이용하거나 인접국인 나미비아의 월비스베이(Walvis Bay)항, 모잠비크의 마푸토항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남아공 항만의 비효율적인 운영과 높은 요율, 복잡하고 느린 통관절차, 부족한 내륙 연결성 등이 물동량 증가를 비롯한 물류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남아공 정부는 항만, 철도, 도로 등 대대적인 물류인프라의 확충을 추진 중이다. 물류인프라 프로젝트에는 오는 3년 동안 약 80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통요충지인 요하네스버그 지역에서는 5-10년간 수십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예정돼 있다. 남아공 정부는 민간 투자자, 건설 및 장비공급업체, 전문컨설턴트, 오퍼레이터 등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부족한 자금과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항만 개발과 관련해서는 현재 더반항에서 컨터미널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며 리차드베이항에서도 투자개발이 이뤄지는 중이다. 더반항은 2050년 완공을 목표로 800헥타르를 추가개발하고 있으며 처리능력을 최대 950만teu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단계 개발은 오는 2019년까지 추진된다. 이와 동시에 남아공 무역산업부는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s, SEZ)을 개발하여 물류를 포함한 농업, 석유 및 가스,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유럽계 포워더 4PL 서비스, 남아공 입지 선점
남아공 물류시장은 이미 유럽계 포워더 및 3자물류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DHL, DB쉥커, 퀴네앤드나겔, 엑스퍼다이터스, Bollore Africa Logistics, 판알피나, DACHSER 등 유럽계 포워더들은 남아공에 물류거점을 구축하고 유럽과 아프리카간 물동량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계 포워더인 유센로지스틱스가 요하네스버그에 사무소를 오픈하며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합류했다.

이들은 주로 물류 허브도시인 요하네스버그에 사무소를 두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전체의 물류를 총괄하고 있다. 더반, 케이프타운, 이스트런던, 포트엘리자베스 등 항만도시 뿐 아니라 구아텡Guateng, 시센Sishen 등 도심지역에 거점별 물류센터를 구축해 네트워크의 연결성도 높였다.

남아공에서 활동하는 물류기업들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와 4PL서비스 역량을 갖춘 글로벌 회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자동차, 광물, 석유 및 화학 프로젝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의 대표적인 제조업인 자동차산업과 관련, DHL 등이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JIT방식의 CKD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운송 중 도난을 막기 위한 특수 컨테이너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주요 산업인 광업부문에서도 DACHSER 등이 광산기업들에게 특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남아공에 진출한 해외 물류기업들은 남아공을 거점으로 한 아프리카 물류시장 발전 가능성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글로벌 교역의 성장엔진으로 내다보고 장기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DHL은 최근 남아공에 3,000만유로를 투자해 최첨단 물류센터를 건설하기로 하는 등 남아프리카 포워딩 및 물류 사업을 확장키로 했으며, DP월드, APM터미널, Bollore Africa Logistcs 등은 남아공의 주요 항만 터미널을 개발, 운영 중이며 전체 아프리카 지역 항만사업에 계속해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中-남아공 물동량 증가, 선사 서비스 확대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중국과 남아공 간의 교역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교역규모는 2001년 106억달러에서 2013년 2,102억달러로 12년간 19.8배가 증가했다. 중국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광물자원, 원유, 목재 등 원자재를 수입하고, 전자기기, 기계류 등 자본재와 의류 등 소비재를 수출하고 있다. 양국의 교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물류 및 운송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해운선사들은 중국-남아프리카 간 늘어나는 물동량에 대응하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11월부터 아시아-남아프리카 노선의 직기항 서비스 2개 노선을 추가하며 남아프리카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아시아와 남아공을 연결하는 신규 서비스 2개 노선은 SF1(South Africa Express 1 Central)과 SF2 (South Africa Express 2 South)로 한진해운은 선복교환 방식으로 참여한다. 두 노선은 에버그린과 코스코, PIL, MOL과 K라인이 공동운항 중이며 4,000~4,500teu급 컨테이너선 15척이 배선되고 있다. SF1은 평균 선형 4,300teu급 선박 7척이 운항 중이며 노선은 상하이-닝보-지룽-싱가포르-더반-싱가포르-상하이 순이다. SF2는 평균 선형 4,000teu급 선박 8척이 운항하며 기항지는 가오슝-샤먼-홍콩-서커우-싱가포르-포트클랑-더반-케이프타운-포트클랑-싱가포르-가오슝이다.

머스크의 극동-남미서안-남아프리카 서비스에는 CMA CGM이 올해 슬롯차터로 참여하면서 한층 강화됐다. 동 서비스에는 평균 7,400teu급 21척의 선박이 투입돼 아시아와 남미 서안 그리고 남아프리카를 연결한다.
아프리카 내 한국 물류기업의 진출은 아직 미미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늘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2010년부터 이집트·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이후 동아프리카 케냐,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까지 물류거점을 세우는 등 아프리카 전역을 잇는 물류 사업망을 구축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중국 물류기업 스마트카고를 인수하면서 아프리카 물류시장 진출을 적극 노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건설·플랜트 프로젝트 운송에 강점을 두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업 노하우를 갖고 있는 스마트카고를 기반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해운기업 중에는 폴라리스쉬핑이 남아공 정부와 합작선사 설립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남아공 원자재 해운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기업 파트너십 전략, 성공 지름길
남아공은 아프리카 공략의 전초기지로서 많은 제조 및 물류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남아공은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공업기반이 양호하며, 금융업이 발달돼 있는 장점이 있으나 높은 실업률과 노사분규, 불안한 치안은 부정적인 요소로 지목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단 남아프리카에서의 사업을 시작하려면 전력공급 불안, 부정부패와 불투명성, 범죄 및 치안, 빈번한 파업 및 높은 실업률 등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리스크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흑인경제우대법(B-BBEE법), 현지 시장의 이해, 정부기관과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로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남아공은 앞으로 광업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더 높은 물류 수요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외 물류기업들이 미래성장엔진으로 남아공에서의 투자를 강화하고 시장 입지를 굳혀나가는 것을 볼 때 최후의 미개척지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부상한 남아공의 전략적 가치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