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매몰된 해사산업계...선방과 고전

 
 
2014년 해사산업계에는 사실 이슈가 꽤 많았지만 세월호가 몰고온 안전문제에 묻혀 대부분 조용한 가운데 화두로 등장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운과 항만, 조선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주변환경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었다.

해운에서는 장기불황으로 체질이 약해진 국적대형선사들의 고전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운업에 대한 대량화물화주의 진입 문이 열렸다. 고유가로 해운업 경영환경을 무겁게 압박해온 유가가 에너지시장의 판도변화 동향에 의해 하락을 지속했고, 미국의 셰일혁명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면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이프 벌크시장에 영향을 미칠 발레막스급의 중국입항이 허용됐으며, 정기선업계의 4대 메가 얼라이언스의 등장, 국가간 FTA 시장확대로 인한 리퍼컨시장의 확대도 주목할만했다.

항만물류에서도 부산항의 세계순위 하락과 컨테이너하역요금 인가제, 부산북항의 통합,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해송 가능성, 포워더의 통관관련 이슈등 여러 현안이 업계를 압박했다.

세계 최고를 달리던 국내 조선도 중국에 뒤처지고 국내 최고를 구가하던 현대중공업이 위기를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유례없는 모습이 목격됐다. 에코십을 통해 활로를 얻은 조선사도 있지만 철옹성 같기만 하던 메이저 조선사의 흔들리는 모습이 충격적이기도 한 한해였다.

<해운>= △세월호 침몰사고와 여파와 해상안전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사실상 개방 △대형선사의 구조조정과 중견선사의 약진 △ 선박보증기구 추진과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에코십 항진과 유가하락, 셰일혁명 △해수부, 신성장동력 크루즈·북극해항로 육성책 △발레막스급 벌크선의 중국입항과 여파

<항만·물류>= △컨테이너 하역요금의 인가제 전환 △부산북항 통합 운영 경과, 절반의 성공 △세계 6위로 내려앉은 부산항, 타개책 △부산항 유류중계지 무산과 글로벌 항만 LNG 벙커링시장 선점경쟁 △급증하는 해외직구와 해상운송 가능성 △물류업계의 블루오션 아세안시장 △포워더 통관 세금계산서 공방

<조선·해양플랜트>= △한국조선, 중국에 처지고 엔저효과 위협 △국내 조선사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 위기와 대처 △불황에 맞선 중소조선소의 수주전략과 경과 △해양플랜트 부진과 저가수주 △조선 新트렌드-LNG연료선, LNG벙커링, 쇄빙LNG선 △조선업계도 안전이슈 부각 △1년만에 찾아온 수주불황

<국제 뉴스>= △정기선업계의 도전, 리퍼컨시장과 FTA △파나마운하, 수에즈운하 확장과 니카라과운항 착공 △글로벌 컨선사의 부익부 빈익빈 △해적 빈발지역 소말리아해역에서 동남아 해역으로 이전 △선박대형화와 시장확대로 격전지 부상한 亞역내항로 △유럽과 북미지역 컨터미널의 적체현상 심화 △정기선업계 4대 얼라이언스 경쟁시대 돌입

2014 해사산업계별 주요 이슈 -<해운>

▶‘세월호’ 침몰 참사와 여파, 해상안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인천-제주간 카페리선박의 침몰사고는 사망 및 실종 등 304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로 세계 재난사의 한편으로 기록됐다.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선내 비상대응조치와 구난대처까지 총체적인 부실 진단이 나온 세월호 참사의 여파는 해당업계인 연안 여객선업계를 넘어 해운업 전반과 국민생활은 물론 국가경제에까지 깊고 넓은 파장을 미쳤다.

세월호 사고의 안전문제와 관련있는 기관·단체장이 잇따라 사퇴하고, 관련자들의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연안여객선과는 사업내용과 안전관리시스템이 다른 외항해운업계도 주요단체가 왜곡된 사회적인 시선과 부당한 의혹 제기로 인해 6개월여간 업무가 중지되다시피 하는 등 올한해 해사산업계는 세월호의 후폭풍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관련 수색은 사고발생 209일째인 11월 11일에서야 중단됐으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마련된 세월호 3법(‘유병언법’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도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승인된 이후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세월호를 운항한 청해진해운의 유병언 회장은 총체적인 안전부실로 판명된 선박안전에 대한 경영주로서의 책임 수사를 위해 추적받던중 변사체로 발견돼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그의 일가와 주변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그러나 유병언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가족들의 상속포기 선언, 청해진해운의 파산 등 그의 재산을 통해 세월호 사고의 사후 처리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구조를 담당했던 해양경찰청은 부실대응의 책임을 지고 해체되어 국가안전처 신설의 배경이 됐다.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해경은 국가안전처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소속돼 정보수사권을 배제한 해양경비와 구조 등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으로, 관련 본부장에 경찰청 차장 출신이 내정됐다. 국가안전처에 소속된 해경의 코스트 가드 기능이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적절한 조치로서 과연 해상의 안전을 지켜나갈 수 있을 지는 관련업계뿐만 아닌 전국민의 관심사다.

세월호는 해운 종사자들의 ‘자존감’에 큰 ‘손상’을 입혔다. 이윤추구에 급급한 청해진해운의 안전불감 대응으로 인한 침몰사고이후 승선 선원들이 보인 비상대응 및 구난조치가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여객을 비상탈출시킬 골든 타임에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조는커녕 탈출 지시조차 내리지 않고 먼저 하선한 행동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급기야 대통령이 사형을 언급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서 해운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며 선원들이 묵묵히 위험한 바다를 가르며 선박은 물론 우리가 먹고 입고 누리는 많은 물자들의 안전한 운송을 책임져왔다. 따라서 수출입 역군으로서 자부심도 컸던 선원들은 세월호로 인해 선원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직업인식 하락의 우려까지 하게 됐다. 국회에서는 선원의 처벌에 대한 규정 강화 입법안이 우후죽순으로 발의되는 등 선원직에 대한 특수성이 묻힌 대응책들은 선원직 수급에 대한 우려마저 낳게 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처벌보다 양질의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이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이고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세월호는 연안 여객선은 물론 국제 여객선과 상선 등 전선박에 걸쳐 안전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연안 여객선들의 안전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는 ‘여객선 공영제’와 선박 현대화, 안전장비 설치 강화, 승선인원의 확인 시스템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지만, 세월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상안전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을 갖게한 사고였다. IMO의 안전규정이 강화되고 중국 등 여러나라에서도 해상안전의 강화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사산업계 전반이 세월호 사고 이후 여름까지 거의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행보를 보여야 했다. 매년 5월 31일 열렸던 ‘바다의 날’ 행사가 취소되며, 관련 산하단체 및 기관의 행사들도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됐다. 참사와 직접 연관된 연안해운업계는 물론 외항해운업계와 관련단체들도 공식적인 업무행사까지 자제하며 세월호로 경색된 분위기에 휘말려 침체기를 보내야 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이후 줄곧 사고현장에서 기거하며 사후처리 책임의지를 보였다. 3월 6일 취임한 지 40일만에 세월호 참사를 당한 이주영 장관은 11월 18일에서야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 장관은 사고이후 이발을 하지 않는 등 근신 행보로 평소보다 ‘초췌한 장발’의 모습이 국감에서 드러나는 등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업의 일각에서는 장관이 사고현장을 그렇게 오래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바다관련 행정의 현안들이 안전문제에 매몰돼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수백명의 생명이 배와 함께 침몰하는 과정을 온국민이 지켜본 ‘가공可恐할’ 참사에 대한 주무부처의 막중한 책임이 이 장관의 현장사수 등 진정성 있는 대처 덕에(?) 상당히 경감되었다는 인상이 일반적인 것 같다.

사고처리 현장을 지키던 해수부 장관은 진도에 거처를 둔 채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를 시작으로 9월부터 일부 행사에 참석하는 등 해수부의 다른 업무에도 적극 나섰다. 이를 기화로 해사산업계도 서서히 세월호발 침체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각종 세미나와 행사들이 재개되고 조금씩 정상화를 향한 행보를 보였다. 특정 사고결과에 갇혀 전 산업계가 매도되는 양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해운업계는 해운과 선원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도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세월호는 해사산업계 기관·단체장 인사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정부, 국회 밀착 의혹이 제기되고, 일부 관행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함에 따라 기관·단체장의 인사에 공직 및 정계 출신의 인사가 부담스런 상황이 되자 여러 단체장의 인사가 지연돼오다 최근에서야 인선이 추진되고 있다. 사고관련 기관으로 주목받은 한국선급 회장 선임이 진행 중이며,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은 최근 해운업계 출신이 선임됐다. 인천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 사장의 선임도 최근에 단행됐는데, 해운계와 학계 출신이 각각 선임됐다. 해수부 산하의 또다른 단체장 선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최근 인사 결과로 보면 민간 출신이 여론상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해사산업계의 최근 인사상황에 대해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성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출신만으로 후보를 배제하는 인선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며, 공공성의 유지가 중요한 기관에서 민간출신의 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시선이 모이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국민의 안전에 대한 기본인식을 점검하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후 대책으로 내놓은 해상안전 방안과 조치들이 과연 실효를 거둘 지는 더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각종 대책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수립중인 만큼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실효적인 안전개선정책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사실상 개방

정부가 3월초 M&A 활성화 방안으로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 중인 해운기업의 인수를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화주의 해운업 진출이 사실상 허용됐다. 국내 해운업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M&A 대상이 된 주요 선사들이 새로운 경영주를 찾는데도 어려움이 지속되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기관과의 협의 끝에 내린 특단의 조치이다.

정부는 전략적 투자자의 해운업에 대한 M&A를 통한 시장진입 제한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원유와 제철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탄 등 국가전략화물인 대량화물 화주의 재무구조조정 중에 있는 해운기업에 대한 인수가 명시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3자물류 촉진이라는 물류정책 기조와 선화주간 상생협력 유지를 위해 화주의 자기화물 운송규모를 30%로 제한한다는 단서를 달아 정책시행의 명분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는 갖추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올해 대형 국적선사의 핵심사업이 외국의 자본에 매각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 해운기업이 해외자본에 값싸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힘입어 추진됐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국해운의 관련기업이 투자자를 알 수 없는 해외자본이 중심이 된 사모펀드에 넘어가느니 대량화주라도 국내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고민과 마침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던 규제개선 정책 물결에 휩쓸려 ‘해운업의 진입규제 완화정책’은 그렇게 추진됐고 업계도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통해 2013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현재 M&A를 추진하고 있는 팬오션의 인수전에 하림그룹이 뛰어들었다. 해운업계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하림의 적극적인 홍보 기세가 시선을 모았다. 하림은 팬오션을 인수해 곡물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표하며, “국내 조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글로벌 곡물사업은 필수이며, 안정적인 수요와 운송 기반을 갖춘 기업간 결합이 필요하다”는 골자의 자료발표를 통해 팬오션의 인수전에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해운은 삼라건설을 모태로 진덕산업과, 티케이케미칼, 우방, 경남방직 등 삼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지 벌써 1년을 넘겼으며, 팬오션의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12월초 윤곽이 드러날 예정인 팬오션의 M&A 결과는 연말 해운업계와 재계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미 해운업계에는 화주기업의 2자물류 격인 SK해운과 현대글로비스, 대림코퍼레이션 등 해운기업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문호의 개방은 전문해운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 해운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게 한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해운산업에 외부자금의 수혈을 통한 재무 건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문호가 개방된 지금, 해운업에 진출한 화주는 본업을 영위하고 있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돼야하고 전업 해운기업과 화주가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한국 해운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귀감 사례로는 일본선사와 화주 간의 협력적 공생관계가 소개되고 있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와 관련기업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도 보다 심도있는 연구와 이해를 통해 ‘한국적인 선화주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할 때이다.

▶대형선사의 구조조정과 중견선사의 약진

최근 몇년간 국내 해운업계는 ‘대형선사의 고전’과 ‘중견선사의 약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정기선 해운업계의 국내 대표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어려움은 좀처럼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무개선을 위해 양사는 주요사업을 매각하는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벌크부문의 대표선사인 팬오션은 또한번의 법정관리와 주인 바꾸기의 굴곡진 운명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말 3조 3,000억원의 재무개선 자구안을 내놓은 이후 올해 하반기까지 80%의 이행률을 달성했다. 그룹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6,000억원), LNG사업부문 매각(9,700억원), 부산신항 터미널 투자자 교체(2,500억원) 등 사업부문 매각으로 1조 2,200억원을 확보하는 한편 금융사 매각과 지분 및 부동산 등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외자유치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계속 추진해왔다. 특히 알짜사업인 LNG선사업의 매각은 과거 자동차선사업의 매각 아픔을 재현하는 듯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현대상선은 사업의 구조조정은 물론 조직원의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돼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임원진의 인사가 잦았다.

한진해운도 과거 거양해운 흡수로 확대됐던 벌크전용선 사업의 지분 76%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재무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안을 강구해왔다. 한진해운이 매각한 벌크선 사업부의 전용선은 모두 36척이며, 벌크 및 LNG선박으로 구성돼 있다. 동사는 현물 참여를 통해 2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경영권은 4월말 최은영 회장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어갔다. 조양호 회장은 이후 국제적인 활동을 통해 한진해운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회사의 재무개선을 위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매각해야만 했으며, 핵심사업인 컨테이너정기선업계가 머스크를 비롯한 글로벌선사들의 비용경쟁 구도에서 사업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어 한국해운의 근심거리가 되어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근대 해운의 역사와 괘를 같이해온 고려해운과 흥아해운, 남성해운, 천경해운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정기선업계의 근해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어려운 해운환경에 잘 대응해나가고 있다. 이들 선사는 대형선사들과는 달리 최근 몇 년간 신조발주해놓았던 신조선박을 인도받아 서비스 강화와 비용절감 등을 단계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다. 또한 전용선 부문에서 한국해운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폴라리스쉬핑과 정기선부문을 뛰어 넘어 벌크와 탱커부문까지 확장하면서도 꾸준히 이익을 이어가고 있는 장금상선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합작으로 부정기 선사 설립도 추진하는등 사업확대를 지속하며 성장하고 있다.

▶선박보증기구 추진과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해운업계가 희망하던 선박금융전문기관의 설립은 해운보증기구와 해양금융종합센터의 설립으로 가닥을 잡아 추진돼왔다.

그 결과 해운보증기구는 5,500억원의 규모로 정부와 해운업계가 비슷한 규모의 출자를 통해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기금 형태로 추진을 원했으나 올해 2월 정부가 별도 법의 제·개정의 필요없이 보험업법에 근거해 인가를 받아 산업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한다는 큰 틀의 방향이 마련됐다. 그러나 재원 마련 기간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간 입장이 조금 다르다. 해운업계는 어려운 해운환경을 감안해 10년간 순차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형편인데 정부는 5년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해수부를 비롯한 기재부, 산업통자부, 금융위원회 등 부처의 차관 회의에서 해운보증기구 출연금 규모를 논의한 결과, 1,000억원으로 출발할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동 기구의 재원조달방안으로 산업은행(300억), 수출입은행(300억), 해운업계(300억), 한국전력(100억) 등이 재원을 마련해 출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정부의 당초 출자예산보다는 규모가 큰 편이다.

동 기구는 선박금융 대출금 중 후순위 채무에 대한 보증보험을 제공하고 선박의 구매와 관리, 운용 등 선박은행 기능 수행을 주업무로 하는데, 일반 회사채 보증이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제외되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선박의 담보가치를 보증하는 LTV 보증상품 개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해운보증기구에 대한 해운업계의 기대는 한풀꺽인 상태이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얘기되는 상황이다.

이에반해 부산에 자리잡은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이미 하반기부터 업무를 개시하고 가시적인 성과까지 냈다. 동 센터는 11월 10일 공식 개소식과 함께 기념 세미나도 열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의 인력을 중심으로 설립된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해운, 기자재 등 종합 해양금융 공동지원을 목표로 77명으로 조직돼 있다. 3개 기관간 협력강화를 통해 해양금융 허브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가진 동 센터는 이미 현대중공업과 컨테이너 8척을 구매 계약한 그리스 오션벌크컨테이너사와 선박금융을 최초로 공동지원하는 실적을 올렸다고 홍보하고 나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동 센터가 국내 해운업계에게 필요한 금융인프라로서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다. 3개 기관이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외국선사의 선박건조에 더 관심과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그밖에 금융관련 정부의 지원책은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한 P-CBO와 대형선사를 위한 회사채 차환발행건이 있다. 올 상반기까지 P-CBO는 10개선사에 269억원, 회사채 차환발행은 6,880억원의 규모로 진행됐다. P-CBO 지원은 1년 연장돼 2조원이 추가로 발행될 예정이라지만 해운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편입기준으로 더 많은 중견 및 중소선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에코십 항진航進과 유가하락, 셰일혁명

해상물동량의 수요둔화와 공급과잉은 에너지 효율선, 일명 에코십을 등장시켰다. 컨테이너선에서 탱커, 벌크선 등 다양한 선종에 걸쳐 에너지 효율선이 신조 발주되거나 에너지 효율선으로 개조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유입된 에코십은 선주에게 비용절감의 선물을 안겨주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정된 물동량을 놓고 점점 격화되어가고 있는 공급경쟁에서 해운기업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요소는 고정비용의 절감뿐이어서 글로벌선사는 물론 중소형 선사들도 에너지 효율선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됐다.

에코십에 대한 니즈는 해운기업 뿐만 아니라 자원및 곡물 등 세계적인 화주들의 요구가 더욱 강하다. 이들은 운송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구환경의 개선과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추구와 기업이미지 제고용으로 에코십을 주문하고 있다. 해운의 장기불황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선업계도 최근 몇 년간 에코십 특수를 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소 중견선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신조선박에 에코십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일부 선박은 이미 시장에 유입돼 비용절감의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도 에코십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지원의 폭을 넓히겠다는 정책방향을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국적선사 지원을 목표로 해운금융팀을 신설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에코십 프로젝트도 그에 속한다. 국적선사들이 고효율의 친환경 에코십을 도입할 수 있도록 후순위 대출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올해 하반기들어 지속돼온 ‘유가하락’은 선사의 비용부문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있다. 그동안 고유가로 인해 공급과잉 속에서도 높은 비용부담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웠던 해운기업들에게 유가하락은 숨통을 터주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경제적으로는 금리인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유가하락은 글로벌 수요 약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유가하락이 선사에게 비용경감의 기회를 주는 것은 반갑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올해 에너지시장의 최대 이슈는 단연 ‘셰일혁명’이며, 이를 통해 에너지시장의 변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과 수출은 유가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개발에 성공한 셰일가스가 국내 공급은 물론 해외 수출을 시작하면 세계 에너지시장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셰일혁명이 셰일가스에서 그치지 않고 타이트 오일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2009년 세계 1위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고 내년에는 세계 1위의 원유생산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국의 자원생산력 향상은 세계 원유와 가스교역시장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태평양항로 물류시대가 재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 에너지시장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한 미국은 원유와 가스의 수출에도 자국선박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고 있어 해운국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해수부, 신성장해운업 크루즈, 북극해항로 육성책

해양수산부는 해운업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크루즈산업 육성과 북극해 항로 개발 지원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추진 경과는 그다지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아시아지역의 경제성장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아시아권역의 크루즈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크루즈산업에서 아시아시장이 각광받고 있고, 우리나라를 기항하는 크루즈선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지리적인 이점으로 인해 중국과 일본 관광객은 물론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크루즈 기항지로 부상해 국제포럼도 두차례나 열렸다. 부산 역시 크루즈 산업에 대한 기대가 큰 가운데 부산 북항 재개발지구에 신 국제여객터미널이 내년초 개장되면 크루즈기항에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을 배후로 둔 인천항에도 크루즈선 기항이 부쩍 잦아졌다.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유입 크루즈선 여행객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89% 증가했다. 항만별로는 제주 102%, 부산 65%, 인천 73%가 늘었으며 올해는 예년에 없었던 광양항에의 크루즈 기항 인원이 생겨났을 정도로 많은 크루즈 여행객이 한국을 찾았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크루즈선을 통해 한국을 찾자 각 항만의 크루즈 인프라 미흡상황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국내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한 크루즈산업육성법 제정추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세계 해사산업계에서 북극해 항로가 이슈가 되자 북극항로에서 운항 가능한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북극해항로 개발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꼽아 시범사업자로 현대글로비스를 선정해 시험운항까지 마친 상태이다.

북극해 항로 개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더욱 높다. 올해 10월에는 서울에서 개최된 쇄빙선박 국제 컨퍼런스는 이같은 상황이 투영돼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북극해항로 시범운항을 했던 현대글로비스가 운항사례를 소개했으며, 일본 NYK도 북극권 선박수송현황과 일본선주들의 시험사례를 소개했다. 우리보다 북극해항로 개발에 먼저 나선 일본은 이미 쇄빙선(Ice Class Vessel) 36척을 보유, 운영하고 있다. 벌크·광탄선을 비롯해 냉동선, 자동차선, 기타 화물선, 탱커, 가스선 등으로 벌크와 가스 관련선박이 주종이며, 일본은 야말 LNG 프로젝트로 인해 가스선의 북극해항로 이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북극권을 통항한 선박은 총 71척이나 된다. 국제사회는 ‘야말 프로젝트’의 성사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북극권 항로는 더욱 활기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북극권 항로의 활성화 기대는 광양항과 울산항, 동해 등 국내 항만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의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항만들간에 북극해항로의 거점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모색되고 있는 것. 동해항은 수도권에서 극동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 일본 중북부를 잇는 최단거리 대북방 무역전초기지라며 야말지역과 연계한 북극해 가스자원 중심항 부상을 기대하며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준비동향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시험운항에서 기항했던 광양항도 여수권의 자원항만들과의 연계를 통해 북극해 관련 자원항만 허브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발레막스급 벌크선의 중국입항과 여파

중국의 입항 금지로 중국항만에 기항할 수 없었던 브라질 에너지사 발레의 40만dwt급 광탄선이 결국 중국항만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올해 9월 중국선사들이 발레막스급 24척에 대한 25년간 장기운송계약(COA)을 발레와 체결함으로써 케이프사이즈 벌크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발레막스 벌크선이 중국항만에 입항하게 된 것이다.

발레막스급으로 불리는 40만dwt급 벌크선은 발레사가 브라질에서 아시아(중국)로 운송되는 철광석의 운송비를 절감해 호주 철광석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사선대로 신조발주해 시장에 내놓은 선박으로, 총 35척이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발주돼 인도됐다.

그러나 막상 발레막스급이 처음 나온 2년여전 중국은 중국행 철광석 수송선인 발레막스의 입항을 안정성을 이유로 허용치 않았고, 그에따라 발레사는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마련했다. 사실상 중국선사들의 견제때문이라는 소문과 함께 금지돼온 발레막스의 중국입항은 올해 9월 12일 COSCO와 China Merchant Groups가 발레와 발레막스급에 대한 장기수송계약을 맺음으로써 사실상 허용됐다. COSCO가 동급 4척을 용선하고 10척은 신조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며 CMES는 10척의 신조를 통해 수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안으로 4척이 중국항만에 입항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복규모가 발레막스급의 절반인 케이프선 시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레막스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케이프시장의 운임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조되는 20척의 선박이 시장에 유입되는 시기에 따라 그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련업계의 우려가 깊다. 브라질발 중국행 철광석의 운임이 하락하면 중국으로 수입될 철광석의 호주와 브라질의 비중도 지금과는 판세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철광석 운송시장에서 케이프사이즈의 비중과 역할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레막스급 선박의 중국항만 입항은 철광석 운임하락을 야기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수송시장의 경쟁구조 자체의 변화까지 유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케이프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외 선사들은 발레막스를 둘러싼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한편 발레는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해협에 전용 철광석 터미널을 마련하고 최근 개장했다. 2.2km의 길이에 달하는 부두는 철광석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고 연간 3,000만톤의 철광석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동 터미널은 4만톤의 철광석 운송이 가능한 8척의 발레막스 선박이 입항한 바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항만에의 발레막스 기항은 말레이시아의 발레막스 전용터미널의 운용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도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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