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산업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조선업체들도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고 있다. STX다롄이 중국인민법원의 법정관리를 받고 있으며, 2009년 다롄에 지어진 대양조선은 중국 조선소인 DSIC(다롄선박중공업)에 최근 인수됐다. 중국 웨이하이 지역의 삼진조선도 중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이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조선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업체에 인수되거나 최종 파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중국 조선산업은 정부주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TX 다롄 전경
STX 다롄 전경

지난해부터 정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中 조선업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조선공업구조조정 및 업그레이드 촉진을 위한 실시 방안’을 발표하고 10월 구조조정안의 강제 시행에 나섰다. 올해에는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업체들을 선별해 폐업시키거나 추가적인 M&A와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조선업 설비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3년간은 생산설비 증설도 통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조선업체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STX 다롄이 올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삼진조선과 대양조선등도 파산이나 경영권 상실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TX다롄 법정관리, 대양조선 DSIC에 인수, 삼진조선 파산위기

업계에 따르면, STX다롄조선유한공사(이하, STX다롄)는 6월 26일 중국인민법원으로부터 한국내 기업회생절차에 해당하는 ‘중정重整’ 절차가 진행 중이다. 동 결정에 따라 STX다롄을 포함한 STX다롄집단(조선, 중공업, 해양중공업, 엔진, 금속, 중형장비유한공사)은 각 법인별로 중국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을 통해 경영 정상화 작업을 시작한다. 절차가 진행되면 STX다롄집단에 제기된 금융 채무 및 상거래 채무소송, 강제 집행 등에 대한 절차가 중지된다. 또 세금채권과 보통채권에 우선해 직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과 사회보험비용 등 직원채권을 우선 상환받을 수 있게 된다.


STX다롄 이외에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조선소의 경영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롄에 진출한 대양조선은 중국 최대 조선업체인 CSIC(중국선박중공업집단) 산하의 DSIC(다롄선박중공업)에 인수됐다. 대양조선은 국내 해운업체인 대양상선이 2005년부터 1억달러를 투자해 2009년 완공된 조선소이다. 동 야드는 30만dwt급과 10만dwt급 드라이독(Dry dock) 2개와 400톤급 크레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수리조선 능력은 150~180척에 달하며, 대양조선은 조선소 완공 이후 수리조선업을 진행하다 최근 잭업리그 등 해양플랜트 신조를 준비해 왔다.


중국 웨이하이에 진출한 삼진조선 역시 중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이다. 삼진조선은 올 8월 중국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이미 재정문제가 심각해 상당수의 신조선 계약물량을 건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 웨이하이 중급 인민법원이 채권자인 ICBC은행 요청에 따라 삼진조선에 파산을 선고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삼진조선에 대한 1차 채권단 집회는 오는 12월 25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1월 선박블록 건조로 출발한 삼진조선은 2006년 신조시장에 진출해 PCTC(자동차운반선), 벌크선,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탱커는 물론 중량물운반선 등을 건조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꾸준한 수주로 올해 1월에는 수주잔량 기준 세계 25위 조선소에 랭크되기도 했다. 앞서 2007년 중국 다롄에 진출했던 오리엔탈정공도 2년만인 2009년에 현지 국영기업에 매각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들의 저가수주 공세로 국내 조선사의 수입성이 악화됐으며, 중국 현지 노동력의 임금상승으로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中 구조조정 2단계.. LNG탱커 집중 공략 ‘선택과 집중’
한편 중국 조선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합리화와 설비 과잉을 막고, LNG탱커 등 주력선종 제작에 몰두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제2의 발전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제 해운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조선소 수는 2008년 620개에서 올 1분기 482개로 20% 이상 감소했다. 중국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1차 목표였던 생산설비 합리화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중국 조선산업은 자국선박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신규 LNG탱커 수주 목표를 100억 달러로 설정했다. 이는 그간 글로벌 탱커선 시장의 주요 공급국이던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미국 선급협회ABS에 따르면, 2020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LNG 선박 중 약 20%가 넘는 선박이 중국에서 건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LNG 수입터미널 가동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국내 제작함으로써 공급체인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고, 조선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제작할 수 있는 기량과 기술을 발전시킬 가장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해 LNG 탱커를 포함한 세계 첨단선박 시장의 1/4을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中 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조선업계 구조조정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선박 공급과잉 상태 해소에 따른 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국내 조선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력이 없는 중소형 조선소에게는 ‘생존 여부’가 걸려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 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중국 중소형 조선소,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에게도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조선산업의 저성장 시기가 시작돼 국내 대형 조선사들도 올해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 없는 조선소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中 최대 민간 조선사, Rongsheng중공업 국영 조선소 매각 가능성
한편 최근 공시된 中 민간 최대 조선사인 Rongsheng 중공그룹의 합병 추진 발표는 중국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얼만큼 속도를 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동사는 2009년 이후 무리한 해양산업 진출 등으로 실적과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상태로, 동 그룹은 올해 8월 거래가 정지됐고 조선부문의 핵심인 Jiangsu Rongsheng 중공업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동 조선사의 인수자로 중국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 산하의 Shanghai Waigaoqiao 조선SWS이 새주인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SWS가 Rongsheng 중공업의 인수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양사의 합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해양산업의 목표를 조선해양‘大國’에서 조선해양‘强國’으로 전환하고 내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급속성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3대 조선기지를 세계적 기지로 육성하며, 해양플랜트 세계시장 점유율 20% 이상, 선박 기자재 국산화율 80% 이상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선박금융에서 발휘되고 있는 중국의 막강한 자금력은 이미 세계 금융산업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업체수가 많아 다층적 업계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영 조선소들은 선종별 특화구조를 이뤄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해양지원선박(OSV) 건조도 2010년 이후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크루즈선은 중국 조선업체들이 자국 수요를 겨냥해 크루즈선 건조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2013년 이후 오프쇼어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미 드릴십, FPSO 등 국내 기업이 독점했던 시장에도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에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조선 및 오프쇼어 시장, 기자재 시장에서 보다 차별화되고 고부가가치 기술이 접목된 고품질 제품으로의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일반 상선, 기자재에 이어 중국이 오프셔어 부문도 관련시장에 본격 진입함으로써 가격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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