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우리 해양플랜트 업계에 2개의 큰 뉴스가 연이어 터졌다. 삼성중공업과 포스코플랜텍이 그 주인공.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역량 강화를 위해 그룹 계열사인 삼성ENG와 합병을 선언한 반면, 포스코플랜텍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신규 수주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해양플랜트를 두고 한쪽은 몸집을 대폭 키우고, 다른 한쪽은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결정을 내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重·삼성ENG 합병 결의, 12월 1일 합병 목표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 목표, 매출규모 2위 조선해양업체 탄생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하 삼성ENG)은 9월 1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조선 BIG 3중 하나이자 세계 드릴십 건조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중공업의 합병소식은 전세계 조선업계를 들썩이게 할 만한 소식이었다.


양사는 오는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2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합병비율은 1: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ENG 주식 1주당 삼성重 주식 2.36주를 삼성ENG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합병 이후에는 새로운 비전에 걸맞는 사명 변경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重의 해양플랜트 제작 노하우와 삼성ENG의 강점인 육상플랜트 역량을 한 데 모아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가 합병되면 지난해 매출기준 조선업계 3위인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에 이어 매출 2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14조 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ENG는 9조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들이 합치면 총 25조원 규모로 15조원 규모인 대우조선해양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한편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54조원이다.


삼성重은 양사가 각각 해양플랜트와 석유화학 등 육상플랜트에 특화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중복되는 부문이 많지 않다는 점과 향후 양사의 고객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합병 결정이 그룹차원의 대대적인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양사의 플랜트 노하우가 합쳐지면 오일메이저를 비롯한 고객에게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해양플랜트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 조선·해양사업 대폭 ‘축소’ 발표, 고강도 구조조정, 해양사업 ‘부실사업’으로 분류
포스코플랜텍은 9월 1일 고강도 자구계획 추진의지를 밝히며, 조선·해양사업 분야 축소를 결정했다. 포스코플랜텍 측은 조선해양 분야의 업황 악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잠정적인 수주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동사는 일부 직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9월 한달동안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운영 업체였던 성진지오텍을 흡수합병하면서 해양산업에 뛰어들었으나, 매달 70~8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본원 사업인 화공과 철강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면서, 그룹 내에서 ‘부실사업’으로 평가된 해양사업은 정리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19일 그룹사인 포스코는 2014년 기업설명회에서 ‘사업 구조조정 및 재무건전화’를 골자로 하는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업황 부진 해양플랜트, 같은 원인 다른 행보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듯 해양플랜트를 두고 삼성重과 포스코플랜텍이 다른 전략을 펼치는 것에 대해 이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삼성重의 경우 주력사업이 조선해양산업이고 그 중에서도 상선 건조보다는 드릴십 등 해양설비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인 반면, 포스코플랜텍은 철강과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육상플랜트가 주력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重의 해양플랜트 부문 강화와 포스코플랜텍의 해양플랜트 구조조정은 같은 잣대로 비교·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해양플랜트의 수주 감소와 이에 따른 경영 악화가 삼성重과 포스코플랜텍 경영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 2분기까지 조선업계 경영실적을 확인해보면, 해양플랜트는 분명 조선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황기 저가로 수주한 품목의 영향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수주마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플랜텍의 경우, 해양산업 축소 이유에 대해 해양산업 업황 부진이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반면 삼성重은 해양산업 시너지 창출 및 경쟁력 강화를 이번 합병의 주된 목적으로 밝혔으나 그 이면에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로 인한 실적악화가 있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重은 올 상반기 6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또 현금창출능력(EBITA)은 지난해 말 1조 2,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3월에는 마이너스 2,912억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6월 말 기준으로 보유 현금은 1조 4,000억원,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30%p 치솟은 220%를 웃돌고 있다. 동사는 올 들어 진행된 그룹차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을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합병 대상인 삼성ENG의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 ENG는 지난해 1조원넘는 적자를 냈으며, 부채비율은 53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때 업계에서는 삼성ENG를 해체해 플랜트 분야는 삼성重에, 건설부문은 삼성물산에 통폐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重의 해외 저가수주분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삼성ENG를 해체하기 보다는 양사를 합병해 규모를 키우고 플랜트 분야의 노하우를 결합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업계·증권가, 삼성重 합병 대부분 ‘부정적’
“단기 효과 미흡, 중단기 시너지는 기대”
이제 업계의 관심은 삼성重과 삼성ENG의 ‘메가톤’급 합병이 어떠한 효과를 낼 것인지에 몰리고 있다. 증권가 의견은 대부분 “당장의 실효성은 없다”는 쪽이 우세하지만, “중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9월 2일 보고서를 통해 "양사 합병이 시너지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컨퍼런스콜을 통해 나온 것은 단기 시너지보단 중장기 시너지 가능성에 대해서만 논의됐을 뿐"이라며 "육상과 해양플랜트부문에서 공통분모는 일부 주요부품 구매에 국한돼 있다"고 진단했다. 관리부문 역시 아직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구체적인 협의가 없는 것을 감안할 때 시급한 구조적 결합에만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은 "합병을 통한 전략조정 가능성, 단기 마찰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변동성이 클 수 있으며 양사 시너지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현재로선 시너지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 증권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노무라증권은 "양사간 합병이 잠재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주주들의 지분은 희석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 충당금 설정 이후 삼성중공업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의 이익 가시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합병을 통해 노리고자 하는 해양설계 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합병을 통한 질적 설장은 어렵다.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重은 흐려지는 해양산업의 전망과 능력의 문제로 투자판단의 고려대상에서 점차 배제돼 갈 것”이라면서, “삼성重과 삼성ENG 모두 해양분야의 기본설계 능력이 없으며, 오히려 상선분야에서 삼성重의 기술격차는 경쟁사에 비해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동양증권은 “양사의 합병후에도 탑 사이드(Top-side) 기본설계 능력을 얻기 어렵고 부채비율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프로젝트의 안정적 수행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궁극적으로 필요로하는 탑 사이드 기본설계 능력은 이번 합병을 통해서도 얻기 어려워 보인다"며 "합병 후에도 양사의 재무구조 이슈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양산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포스코 그룹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면서, “그간 몸집불리기에 치중했던 포스코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플랜텍 측은 “지속적인 적자를 냈던 해양산업 등을 정리하고 본원 산업인 화공·플랜트 산업분야에 집중하면서, 2015년에는 흑자전환할 것”이라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직원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만큼 원가절감과 효율성 제고로 빠른 시일내에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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