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과 EPA 발효, 몽골·터키·한중일 FTA 동시다발 추진
현 FTA 발효국 비중 19% 2018년까지 70%대로 확대 계획

동아시아 국가중 일본은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에서 후발주자이다. 그동안 자유무역화보다 포괄적인 경제협력협정(EPA) 형태로 국제교역 확대를 추진해온 일본이 최근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자유 무역화를 추진하면서 국제교역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연간 1조 5,470억불(2013년) 수출입 교역액을 기록하는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2002년 싱가폴을 시작으로 올해 7월까지 총 15개국과 EPA를 체결, 발효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미국 주도의 다자간 FTA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 협상에도 참여하는 한편 EU와의 FTA 협상 개시를 비롯해 몽골, 캐나다, 터키, 한중일 등 다수의 국가들과 동시다발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제3의 개국’로 일컬어질 정도로 최근 일본이 아베노믹스 기치하에 경제재건을 위해 다각도로 대외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인데, FTA 발효국의 비중을 현재 19%에서 2018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일본정부의 계획만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유무역화정책에 뒤늦은 시동이 걸렸다고 하지만, 일본이 국제교역 확대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결코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이 농업의 개방에 대한 부담 등 요인으로 그동안 FT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포괄적인 경제협력협정(EPA)형태로 싱가폴(2002년)을 비롯해 멕시코(2005년), 말레이시아(2006년), 칠레(2007년), 태국(2007년), 인도네시아(2008년), 브루나이(2008년), ASEAN(2008년), 필리핀(2008년), 스위스(2009년), 베트남(2009년), 인도(2011년), 페루(2012년)와 EPA를 꾸준히 순차적으로 체결, 발효했으며, 호주와 올해(2014년) 7월 EPA 체결에 서명했다. 특히 ASEAN을 중심으로 한 교역확대는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도 있다.

국내 국제무역연구원와 일본 외무성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일본이 체결한 13건의 FTA 가운데 ASEAN 국가와의 FTA가 8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가 수로는 일본의 FTA 발효 상대 15개국 가운데 10개국이 ASEAN 국가로 나타났다.

2012년도 이후 일본은 페루와의 FTA를 발효하고, 몽골, 캐나다, 콜롬비아, 한중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EU 등과의 FTA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TPP 협상에 참가하고 있으며 터키와는 FTA 출범을 위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FTA는 그간 추진해왔던 EPA 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본이 EPA를 내세우는 이유는 협정이 상품과 서비스 개방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분야를 포괄해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 면에서 우리나라가 규정하고 있는 FTA 개념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일본 자유무역화 EPA와 TPP, FTA, RCEP 형태로 진행
일본 정부가 구분하고 있는 FTA와 EPA의 정의를 들여다보면, FTA(Free Trade Agreement)는 특정 국가나 지역간 물품의 관세나 서비스 무역장벽 등을 삭감,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정이며, EPA(
Econimic Partnership Agreement)는 무역 자유화와 더불어 투자, 인력이동, 지적재산 보호, 경쟁정책 등의 규범을 제정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요소 등을 포함하는 등 폭넓은 경제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협정이라고 정의돼 있다. 사실상 명칭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EPA라는 명칭하에 FTA와 각종 경제협력을 내포하는 것에 대해 “농산물을 중심으로 개방에 민감한 자국내 여론을 감안하는 한편, 공산품을 중심으로 일본의 관세가 이미 낮아 관세철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무역협정 상대국에게 다양한 기대 효과를 제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국제무역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렇듯 일본의 자유무역화는 EPA와 TPP, FTA, RCEP 등의 서로 다른 명칭하에서 포괄적인 경제협력을 통한 무역확대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일본이 아시아국가들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진행해온 EPA 발효에 따른 투자 및 서비스동향과 효과에 대해 일본 외무성 경제국이 발표한 자료(관련 그래프 참조)를 살펴봤다. 이 자료에 따르면, EPA에 의해 관세를 철폐했거나 감소된 품목은 해당국가간의 무역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여러 나라와 승용차, 자동차 부품, 열연 및 강연강판 등의 수출이 증가했고 수입품은 나라에 따라 다양한 가운데 수산물과 과일, 커피 등 식료품 등이 주류이다.

日외무성, 2011년 EPA의 특혜관세율 이용수출건수 12만건
일본이 2011년 EPA의 특혜관세율을 이용해 수출한 건수는 약 12만건이며, EPA 발효국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당 이용건수도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비스와 투자 관련 규제 자유화와 투명성 확보 등에 따라 서비스 무역의 증가와 직접투자건수가 증가했다. 일본 외무성은 “EPA 발효를 통해 자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대책이 강화 또는 개선됐으며, 경제적 이익의 손실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EPA 발효 상대국과의 세관수속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해져 비용과 노력이 경감됐는데, 특히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의 무역촉진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효국에 진출한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개선, 해결하기 위한 협의의 장을 설치해 기업을 지원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정비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히고 있다.

가장 먼저 EPA가 발효된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동향은 EPA 발효 초기년도 수입위주의 교역경향에서 최근에는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서비스 무역동향 역시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관세철폐로 일본에서 싱가포르로 수출된 맥주의 무역액은 2001년 0.6억엔에서 2011년에는 3.4억엔으로 5.9배 증가했고 플라스틱 등 제품의 수입액은 2001년 116억엔에서 2011년에는 255억엔으로 2.2배 증가했다.

싱가포르, 멕시코 등 EPA 발효국간 수출입 교역액 급증
2005년에 EPA가 발효된 멕시코는 자동차수출의 경우 2004년 827억엔에서 2011년에는 944.7억엔으로 14.2% 교역액이 증가했으며, 열연 및 강연강판은 2004년 67.1억엔에서 2011년에는 186.3억엔으로 2.8배 늘어났다. 돼지고기 및 돼지고기제품의 수입은 2005년 3만5,198톤에서 2010년 4만858톤으로 16배 증가했고, 아스파라가스와 아보카도, 호박 등의 수입금액도 1.5-7배 가량 늘었다.

말레이시아(2006년 발효)는 일본에서 승용차와 자동차부품, 오토바이 등이 수출됐으며 승용차의 경우 2005년 703.3억엔이던 수출액이 2011년에는 841.7억엔으로 20% 늘었고 자동차부품도 2005년 693.5억엔에서 2010년에는 873억엔으로 25% 증가했다. 반면 바나나와 망고의 수입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칠레와의 2007년 EPA 발효로 일본은 칠레로의 열연 및 강연강판 수출이 2006년에 비해 2011년에는 2.1배(5.7억엔) 증가했고 승용차는 2006년에 비해 2010년에는 43.8%(928.3억엔)가 증가한 수출액을 기록했다. 칠레에서 일본으로 수입된 품목은 냉동 은연어, 송어, 보틀와인, 벌크와인 등으로 EPA 발효전인 2006년에 비해 냉동생선류 17.5%, 와인류는 1.9-2.4배 증가했다.

칠레와 같은 해 EPA가 발효된 태국과 일본간 수출입 교역량도 크게 증가했다. 일본의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2006년에 비해 2011년에는 35.8% 증가했고 태국으로 수출된 일본의 사과도 같은 기간 34.9% 증가율을 보였다. 타이에서 수입된 물품으로는 새우와 새우조제품, 망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새우는 같은기간 48.6%의 수입교역액 증가율을 보였다.

2008년 발효된 인도네시아는 승용차와 자동차부품의 2011년의 수출금액이 2007년에 비해 각각 32.8%, 87.3% 증가했고, 코코아의 수입액도 같은 기간 증가율이 2배 증가됐다. 브루나이도 2008년 EPA가 발효됐으며, 일본의 수출품은 원동기와 통신기가 주요품목이고 이들의 수출액은 2007년에 비해 2011년에는 약 2.5-7배가 증가했다. 브루나이에서 일본에 수입된 화물은 액화천연가스와 원유 등으로 수입액은 99.7%를 차지하고 있다.

필리핀과의 EPA 발효도 2008년에 이루어졌고, 이후 이후 강판과 승용차의 수출이 대폭 증가하고 새우제품과 바나나의 수입도 9-10% 가량 증가했다. 2009년 발효된 스위스에는 보석 장식품의 수출이 2008년에 비해 2011년에는 172.1억엔의 수출액을 올려 6.6배 증가했고 스위스의 인스턴트 커피가 같은 기간 3.3억엔으로 2배 증가했다.
역시 2009년에 발효된 베트남에는 강판의 수출이 관세철폐로 2008년 527.6억엔에서 2011년에는 658.1억으로 수출금액이 25% 증가했고 의류와 의류 부속품은 같은 기간 1.6배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새우 등의 수입액도 25% 늘어났다.

인도와 페루 등 일본이 최근 EPA 발효시킨 나라들 간의 수출입 교역액의 변화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해당 국가간 수출입 시장 접근환경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1년 기준 EPA발효국 교역비중 18.6%
인도와의 EPA는 2011년 8월에 발효됐다. 이로써 일본은 인도와 광공업품과 농림수산품의 수출 시장접근이 개선됐으며 인도에서의 광공업품과 농림수산품(두리안, 아스파라가스, 스위트 콘) 등 수입시장에 대한 환경도 개선됐다.

일본은 2012년 3월에 페루와의 EPA를 발효시켰다. 이로써 일본에서 승용차와 오토바이, 철강제품, 전기·전자제품, 의약품 등의 수출시장 진출 환경이 개선됐고 페루로부터 돼지고기와 닭고기, 아스파라가스 등의 농산품과 제재 등 임산품 등의 수입시장 환경이 개선됐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13개 국가 및 지역과 EPA가 발효돼 있는 일본은 전체 무역액 가운데 2011년 기준 EPA발효국의 비중은 1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EPA 발효국과의 무역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오다가 세계적 불황으로 교역량이 급감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IMF 자료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의 무역파트너로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8%로 중국(18.1%)에 이은 두 번째 큰 교역국이었다. 이는 EU(12.9%)와 미국(10.8%)를 앞서는 비중이다. 또한 일본에게 무역파트너로서 아세안의 비중 또한 중국(20.6%)에 이은 두 번째(14.8%)로 크게 나타났다. 미국(11.9%)과 중동(11.1%), EU(10.5%)보다 큰 존재감이다. 투자부문에서도 일본기업의 아세안지역 투자는 2011년까지 다른 지역보다 꾸준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이 이들 국가와 EPA를 추진해 관세를 철폐하고 교역에 장애가 여러가지 요인들을 상호 협의해 발효한 결과이며, 일본은 지금도 아세안국가들과 서비스부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기치아래 1-2년새 TPP참여 FTA에도 적극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경제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정부는 최근 1-2년 사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와 EU와의 FTA 협상을 시작했다. 또한 한중일 FTA를 비롯해 페루, 몽골,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등과 동시에 FTA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FTA를 통해 무역자유화와 구조개혁, 농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올해 3월 발표한 ‘주요국 FTA 추진현황과 2014년 전망’자료에 따르면, TPP에서 농업개방의 유예 가능성을 타진한 일본이 2013년 7월 협상에 공식 참가했다. 그러나 일본 농산물과 미국 자동차 시장개방을 둘러싸고 양국의 입장차가 좀처럼 합의점을 보지 못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의 관련 합의는 TPP 협상 타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에상되고 있다.

TPP는 포괄적이고 자유화 수준이 높은 다자간 FTA로 P5란 명칭으로 90년대말부터 미국이 주도해오다가 2005년 P4로 바뀌어 2006년 5월 오픈형 FTA로 출범했다. 2010년에 미국이 참여했고, 일본의 참여로 현재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TPP의 주요 협상분야는 상품시장 접근, 원산지규정, SPS, TBT, 무역구제, 정부조달, 지재권, 경쟁정책, 국경간 서비스무역, 투자등 21개 분야(23개의 워킹그룹 운영)이며, 참여국은 캐나다, 미국, 멕시코,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페루, 칠레 등이다.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적 타당성 효과분석을 시행하는 등 참여시 경제성을 따지며 참여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상 일본의 FTA(편의상) 추진현황을 살펴본 결과, 그동안 아세안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확대 강화해온 일본이 1-2년전부터 미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FTA인 TPP를 참가하고 EU와도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한편, 한중일간은 물론 몽골과 캐나다, 콜롬비아, 터키 등과의 FTA 추진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행보는 주변국보다 늦은 FTA 추진에 따라 불리한 국제교역 여건을 만회하기 위한 공세로 풀이되고 있다.

TPP 협상과 EU와의 FTA 협상이 급진전을 보이고 타국과의 FTA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FTA 발효국과의 교역비중을 4년후인 2018년까지 70%까지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일본정부의 목표는 실현가능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일본의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 공세는 우리나라의 국제교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와 관련업계도 일본정부의 국제 경제협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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