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돌아본 외항해운업계의 상황진단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 시급”

외항해운업계가 장기불황과 세월호 관련 왜곡된 사회 인식과 오해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도 엄혹한 시기에 내항해운과는 시장여건과 안전관리 체계가 전혀 다른 외항해운에 대한 사회일반의 혼돈으로 제기된 여러 의혹에 휩싸이면서 업계 대표단체인 선주협회는 조직의 에너지 손실과 기능마비의 지경까지 이르렀으며, 그 여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선박은행 조성과 톤세제의 일몰 연장 추진, 캠코선박펀드의 연장및 해운보증기구 추진 등 외항해운의 핵심현안인 해운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주요 정책의 방향을 설정했다. 선주협회도 하반기에는 외항해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개선하고 해운에 대한 바른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해운의 위기상황과 세월호 관련 곤경의 중심에서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선주협회 사무국의 CEO인 김영무 전무를 8월 11일 만나 외항해운업계의 당면 현안들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겪고 있는 어려움, 그리고 외항해운업계의 안전 및 선원관리의 내용과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그는 선박은행의 조성에 대해 “해운보증기구와의 연계를 통해 벌크 중견 및 중소선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톤세제 연장에 대해서는 “해운업계의 이익 대변을 넘어서 우리 해운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해수부와 함께 해운보증기구 설립과정에서 해운업계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선주협회는 정책개발을 위해 국회와 정당한 정책토론회와 세미나를 했을 뿐”이라며 “정책개발에 있어 국회가 중요한 장이기에 국민으로서 해운업계가 관련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면 정부및 국회와 함께 외항해운업계에 필요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한국해운의 발전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무 전무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73년 배재고 졸업 △77년 한국해양대학 항해과 졸업 △77-79년 한국해군 복무 △91년 World Maritime University 졸업 △79년-82년 대한선주, 조양상선 승선근무(1항사) △83년 선주협회 입사 △2003년 선협 상무이사 △2008년-현재 선협 전무이사 △현재, 관세청행정발전위원회 위원, 해양수산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 위험물검사원 이사,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이사, 한국해사재단 상임이사, 한국선급회원 및 수수료위원회 위원, 부산항발전협의회 운영위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이사 △상훈, 85년 해운항만청장 표창, 95년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표창, 2013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정부의 새 경제팀이 중고선 매입 선박은행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 내용과 관련 견해는?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립, 지난 7월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내용중 해운업계가 관심을 모은 부분은 선박은행(Tonnage Bank)의 조성이다. 해운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해운보증기구와 연계하여 1조원 규모의 중고선을 매입하는 선박은행을 설립한다는 계획인데, 선박은행이 설립되면 해운업계의 위기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금년 말로 종료예정이던 캠코선박펀드의 연장을 건의하였으며 정부에서 이를 수용하여 선박은행의 설립을 발표한 것이다. 선박은행은 선박운용회사가 모집한 자금을 출자하여 선박투자사(선박펀드)를 설립하고, 선박투자사는 후순위 대출을, 금융기관은 선순위 대출을 SPC에 제공하며, SPC는 해운사로부터 선박을 매입한 후 용선계약을 체결해 그 선박을 대선해 주는 구조로 그동안의 캠코선박펀드와 유사하게 운영될 것이다.

특히 조만간 설립될 해운보증기구는 민간선박투자사의 후순위 대출금액의 일정 수준을 보증하여 신용보강을 지원하는 등 선박은행과 해운보증기구가 상호 보완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은행은 선령이 낮으며 영업 현금 흐름이 좋은 벌크, 탱커 등을 위주로 지원한다고 한다. 선박은행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벌크 중견 및 중소선사들에게 힘을 보탤 것으로 생각한다.

-해운보증기구는 LTV 및 선박은행 기능이 빠지는 등 본래 취지와는 달리 추진될 예정이어서 해운계 일각에서 회의론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에 대한 견해는?
우리 협회는 해사금융 전문기관 설립을 위해 2010년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필요성 연구’ 및 2012년 ‘해운보증기구 설립방안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여 정부에 적극 건의하는 한편 ‘바다와경제포럼’과 설립방안을 협의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선박금융공사 설립공약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19일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하기로 결정, 추진 중이다. 당초 해운보증기금 설립 방안을 검토했으나, 별도의 법 제·개정 필요없이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업 인가를 받아 산업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재원은 5,500억원 규모로, 정부측에서 2,700억원을 출자하고 해운업계가 2,800억원을 출자한다는 계획이며, 해운업계의 재원은 가능하면 5년 이내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해운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해운업계의 재원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협회는 10년간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5년으로 추진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한편 기구가 일단 출범하면 출자를 희망하는 해운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정부의 내년도 출자금액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에서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자금액이 결정되지 않고 있어 우리 협회에서는 해운보증기구가 일정대로 설립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다.

해운보증기구는 선박금융 대출금 중 후순위 채무에 대한 보증보험을 제공하고, 선박의 구매와 관리, 운용 등 선박은행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일반 회사채 보증이 리스크 관리 어려움 등의 이유로 업무에서 제외되었고,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선박의 담보가치를 보증하는 LTV 보증상품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아쉽다. 이에 협회는 해수부와 함께 해운보증기구 설립과정에서 해운업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몰에 걸린 톤세제도의 연장이 기재부에서 채택됐는데, 향후 전망은?
해운불황의 장기화로 야기된 해운위기 극복을 위해서 톤세제의 존속이 반드시 필요하다. 톤세제가 폐지될 경우, 국적선사의 해외 이적으로 해운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특히 해운업계가 톤세제도 존속을 바라는 이유는 고가인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톤세제도를 통해 절감된 자금을 사내에 유보한 뒤 선박확보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톤세제도를 도입한 이후 상선대가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세계 5위의 해운국으로 도약한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톤세제도로 확보된 선박으로 수출입항로에서 영업함으로써 외화획득에 기여하고 있으며, 정부도 안정적인 세원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절감된 자금을 재원으로 해 선박발주 시 국내 조선소에 대부분 발주함으로써 국내 조선소 일감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운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부창출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톤세제도의 연장은 해운업계의 이익 대변을 넘어 우리 해운·항만·조선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톤세제도는 96년 네덜란드가 도입한 이후,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대만, 덴마크 등 20여개 주요 해운국이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일몰제로 실시중인 톤세제도가 경쟁국에서는 모두 영속적 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전세계 상선대 10척 중 9척이 톤세제도나 해운부문에 대한 저조세정책 등으로 세금을 감면받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획재정부도 톤세제도가 한국상선대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8월 6일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톤세 적용기한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5년 연장키로 하고, 톤세제도의 적용대상을 관광진흥 및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제순항여객운송사업’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 세법 개정안은 앞으로 입법예고와 부처 협의를 거쳐 9월 중순 국무회의에 상정돼 통과되면 9월 23일까지 정기국회에 제출돼 금년말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경쟁하는 해운산업의 특성상 국내에서만 통하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 해운업과 같이 국제경쟁에 완전 노출된 산업은 안전, 법규, 정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톤세제는 영구화돼야 한다.

-그밖에 올해 외항해운업계의 주요 현안은?
상기 이슈 이외에도 P-CBO(신규발행채권 담보부증권) 지원 연장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다. 다행히 우리 협회의 건의와 해수부와 금융위원회의 노력으로 시장안정 P-CBO 지원이 1년 연장되어 2조원이 추가로 발행될 예정이다. 시장안정 P-CBO 지원대책은 회사채 차환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최후의 안전판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선사의 회사채 차환발행에 6,880억원이 지원됐으며, 중소·중견선사의 P-CBO 발행을 위해 2013년 7개 선사, 611억원, 2014년 상반기 10개 선사, 269억원이 지원 승인됐다. 그러나 해운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편입기준으로 인해 많은 중견 및 중소선사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이의 개선을 위해 협회는 금융위원회에 개선을 건의하는 등 계속 노력 중이다.

수출입은행도 해운선사들의 선박 발주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에코십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만큼, 국적선사들이 초대형선과 에코선박을 발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에서는 머스크라인 16억$, CSAV사 1억 7,000만$, 스콜피오탱커스 3억$의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약 60억$에 달하는 자금을 해외선사에게 제공했다. 반면 국적선사에게는 7억$의 자금만을 지원하는 등 해외선사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 해운기업들은 현재의 유동성 위기에 발목이 잡혀 지금이 저가의 선박을 확보하여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적기임에도 불구하고 선박투자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14일 한국경제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면 우리 금융기관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국내기업이 먼저라는 독 은행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독일의 금융기관들은 독일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고 리먼사태를 촉발한 바 있는 미국식의 글로벌 금융을 자제하고 국내 기업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의 대표격인 수출입은행도 해외선사 위주의 글로벌 금융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내기업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빅3 컨선사들의 P3 Network와 관련하여 협회는 대응 T/F팀을 구성해 해수부, 공정거래위 등에 건의서를 제출해 불허를 요청했으며, 중국선주협회 등과의 공동 대응으로 중국 상무부와 국내 공정거래위의 P3 Network 불허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머스크와 MSC가 2M이라는 얼라이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또한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커 해수부에 건의를 통해 정부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다.

1992년 한-대만 단교 이후 우리 컨선사들의 접근이 차단되고 있는 일-대만항로에 대해서도 올해 3월 한-대만 해운물류 협력회의 개최, 6월 한-대만 선주협회 사무국 회의 개최 등을 통해 국적선사 참여를 계속 추진하고 있으나 세월호 이후 그 업무추진이 지지부진해 업무집중을 못한 것이 아쉽다.

한전 발전자회사와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등 국내 대량화주들과의 상생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5개 발전자회사와는 매분기별로 상생협의회를 개최, 장기운송 확대방안과 현안에 대한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타 대량화주들과도 상생협의회 구성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3자물류 활성화를 위해 글로비스 등 2자물류 업체와 해운기업간 상생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3자물류 상생발전기구 설립 또한 하반기 중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연초 “통일은 대박”을 언급한 이후 정부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를 발족했고, 해수부도 남북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협회 역시 통일을 대비한 해운산업 발전과제 연구를 위해 지난 4월에 KMI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향후 통일한국 해운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산업지원을 개최하는 등 통일한국에 대비한 해운산업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 확산으로 세계 5위의 한국해운의 위상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들로부터 비리의 주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다. 실추된 해운산업에 대한 이미지 쇄신과 연안해운과 혼돈되어 음양의 피해를 입고 있는 외항해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 협회의 역량을 대국민 해운홍보에 집중해 해운산업에 대한 우리사회의 올바른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금융위기 이후 계속 상황이 좋지 않은 외항해운업계의 올해 시황도 예상만큼 좋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해운업계의 시황과 우리해운계의 실상은?

세계 유수 해운시황 분석기관들은 금년에는 해운시황이 다소 회복되는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3분기 중간지점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도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선복과잉 현상이 크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선박연료유 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해운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 등은 일찍이 컨선박의 대형화와 환경 친화적인 신조선 건조에 매진하면서 수익성을 내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금융권의 구조조정 강요로 알짜 자산매각에 정신이 없다.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선을 매각했고 현대상선은 LNG운송사업부문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한편, 일부 선사들은 터미널이나 컨테이너 박스까지 매각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선사에게 안정된 수입원을 보장함으로써 불황기에 선사의 버팀목이 되는 것들이어서 이의 매각은 생존에 중요한 수단을 상실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선박확보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수익을 내는 중견해운기업들도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2013년도 실적을 보면 183개 회원사 중 101개 선사가 흑자를 기록했으며,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 등 중견 벌크선사와 연근해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중소·중견 컨선사들은 금융위기 이후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흑자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대형화주인 POSCO가 최근에 중소선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운임을 올려줬다는 소식이다. 선화주 상생협력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POSCO의 해운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수출입은행도 친환경 선박을 건조, 우리 해운업계에 용선해주는 선박은행의 기능 수행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니, 조속한 시일 내에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연안해운과는 여러 가지로 여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외항해운업계와 선주협회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 사회적인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지금은 어떠한 상황?
연안과 외항은 말 그대로 바다를 통한 운송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내용은 천양지차이다. 연안해운은 국내 물류 내지 교통분야여서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국내에서 이루어지지만, 국제적으로 수급이 조정되는 외항해운은 내항에 비해 시장이 훨씬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내항여객선업계는 경쟁을 부추기기보다는 안정적인 교통·물류를 촉진, 조장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 과정에서 운송서비스의 품질 저하에 대해 서비스 제공자가 둔감해진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항은 무한경쟁의 국제시장에서 서비스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이다. 로비를 통해서 뭘 좀 완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무한경쟁의 국제시장에서 화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고품질의 서비스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

외·내항의 본질적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언론의 혼돈으로 갖가지 의혹에 시달린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8월 7일자 문화일보는 내항여객선의 제한선령을 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2009년의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이 선주협회의 정·관계 로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선주협회 회원사에는 내항여객선업체가 단 하나도 없다. 우리 협회가 그런 로비를 벌일 리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단순한 팩트를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러한 혼돈과 억측으로 인한 오해와 의혹을 해소하느라 조직의 에너지를 상당부분 손실했다는 것이 어려웠던 점이다. 금년에 설립된 바다와경제 조찬포럼이 2회 개최 이후 중단되었고, 매년 6월 개최하던 사장단 연찬회도 개최할 수 없었으며, 우리 협회를 비롯한 16개 단체 합동으로 준비해온 해양사고방지세미나와 해양산업총연합회 활동, ‘바다의 날’ 행사 등 여러 가지 행사나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올 한해의 중간점검에 해당되는 절차가 빠졌다고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는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오해를 불식시키고 외항해운산업의 중요성과 협회의 역할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우리 업계와 바다와경제포럼과의 각종 활동에 대해서 제기된 의혹이 많은데 결코 입법로비나 불법적인 활동은 없었다. 이 포럼은 각종 상임위 의원들이 정책개발자로 참여하여 선진정책을 개발하는 말 그대로 포럼일 뿐이다. 우리 협회나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이 포럼과 해운 또는 해양산업의 중요성과 미래 비젼을 제시하고 다양한 경쟁국과 대등한 여건 마련을 위한 정책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하였다.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산업의 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선박과 항만을 시찰하기도 하고 또 돌아와서는 정책세미나를 개최하여 해운산업의 저변을 두텁게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화주를 대상으로도 펼치고 있다. 화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운송되는지, 해운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화주들의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선화주 합동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긴밀한 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해운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금융권이나 언론계도 해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매년 선상토론회나 항만시찰 등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일들은 단기간에 어떤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하는 사업인데 일단 전면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이런 활동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번 시련을 통해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더욱 철저히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여건이나 안전점검을 위한 규제 등 내·외항해운은 다르지만 일반 국민들이 이를 잘 몰라 선주협회도 4개월여 불필요한 곤경에 처했었다. 선주협회가 앞으로 대외 홍보의 방향성을 고민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향후 홍보계획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해운비리, 해피아 등 해운과 관련된 많은 부정적인 보도들이 있었다. 물론 해운업의 부정적인 면을 질책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는 기사도 있었으나, 사실 확인 없이 선정적으로 무분별하게 보도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해운담당 기자들은 내외항의 차이를 잘 알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사회부나 정치부에서 기사를 쓰다 보니 협회가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사게 되었고, 세월호 사고로 해운산업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아졌으나 협회에서 적극 대응할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이 컸다.

지금은 외항과 내항에 대해 어느 정도는 구분이 되어 보도되고 있다고 본다. 협회도 외항해운업에 대한 오보가 나가면, 해당 언론사에 사실 확인을 통해 정정을 요청하고 있으며, 향후 외항해운산업의 특성을 부각시켜서 어려움에 빠진 외항해운을 살릴 수 있는 보다 양질의 홍보를 해나갈 생각이다. 이번 사고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해양안전에 대한 의식 제고를 위해 해양소년단연맹과 함께 해양안전교육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보다 안전한 해양문화를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는 한편,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는 외항산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 및 지원을 위해 홍보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일간지와 경제지 등 언론을 통해 외항해운 산업에 대한 칼럼 게재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항해운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특집기사도 준비 중이다.

-세월호 사고는 국제적으로도 선박의 안전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 외항해운업계 역시 안전문제를 재점검했을 것이다. 선협 회원사의 해상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및 대응에는 어떤 변화가?
언급했듯이 외항해운은 시장 자체가 무한경쟁의 국제시장이며 안전기준도 글로벌하다. 안전기준의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 메커니즘도 국제적이며 독립적이다. 따라서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현행 안전기준이 확 바뀐다거나 할 것은 없다. 더군다나 사고의 원인이나 경과가 다 밝혀지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뀔 것은 없다. 2012년 1월 발생해 최근 인양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도 관련 재발방지를 위한 규정개정 등을 IMO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 24시간 이상 장기 항해하는 여객선에 신규 탑승한 여객의 출항 전 소집훈련이나 손상복원성 규정 강화 등의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세월호는 아직도 마무리가 안 된 사고다. 사고의 교훈을 제도에 반영하는 일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다. 사고원인과 구조활동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진행된 뒤,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서 설비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 있다면 정부가 IMO에 제출하여 규정을 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선박이 출항 전에 안전에 필요한 만큼의 GM(복원력) 확보 여부를 개관적으로 간편하게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창안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외항해운업계는 사고 직후 긴급 회장단 회의, 해무위원회 등을 신속히 개최하여 업계의견을 교환하며, 국제안전관리규약에 따라 자체 구축한 사고예방 및 안전확보 시스템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점검했다. 미흡한 점이나 허점을 재차 확인하고, 실천하기 힘든 불요불급한 절차들은 실효성 있게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내항선박은 육상에서 멀리 떨어져 항해하는 것이 아니기에 구조 등 지원을 신속히 받을 수 있는 점에서 여러 가지 설비기준이나 인적요건이 조금씩 완화돼왔다. 차제에 전면 재검토를 통해 필요한 부분은 강화해야 한다.

-무책임한 행동을 한 선원들로 인해, 대부분의 선량하고 착실한 선원들에 대한 인식 추락이 해운업계의 어려움과 고민의 하나일 것이다. 선주협회는 선원관련 고민이 더 많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외항해운업계의 선원상과 해상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선원정책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책임감 없는 선원의 행태, 열악할 것 같은 근무환경과 처우, 무지막지한 책임과 사회적 비난, 이런 편견과 억측들이 한데 어우러져 선원에 대한 비하, 선원직에 대한 기피와 더불어 해운이나 선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망각이나 무시, 또는 외면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날까 걱정된다. 사고 이후 쏟아져 나오는 의원발의 개정 법률안의 다수가 선원에 대한 벌칙강화이다. 세월호 관련 법률안 80여개 중에 10여개 법안이 선원법 개정안이며 이구동성으로 선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이다. 그 중, 사고 닷새만인 4월 21일 발의된 개정안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런 식으로 몰아쳐서 어느 누가 바다에 뜻을 품고 선원이 되려 하겠나?
그간 선주협회는 해운산업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해양인력양성 확대 필요성을 주창해왔다. 그 결과 올해 한국해대, 목포해대 양 대학의 해사대학 정원이 30명씩 증원됐으며 내년에는 약 100명씩 200명이 증원될 예정이고 ’17년 까지 최종 정원 500명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현상 때문에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엄연한 사실은 이 순간도 약 2만명의 상선 선원이 해운업의 최전선인 선박에서 묵묵히 임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비젼을 갖고 바다로 진출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겠다. 지금도 평균적으로 육상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은 편이긴 하나 조금 더 처우개선에 노력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선원퇴직연금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지원하고, 상생적인 노사관계를 위해서도 더욱 분발하려 한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선원의 투철한 직업의식이나 사명감 고취에도 힘쓸 예정이다. 일명, 씨맨십(seam
anship)은 건전한 상식과 투철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각종 업무에 임해서는 정해진 매뉴얼대로 충실히 시행하고 여러 가지 비상상황에 처해서는 반복된 훈련을 통해 체득된 대응요령이 부지불식간에 발현되는 상태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함께 안전교육과정 개선방안을 협의해 7월말부터 안전교육과정에 이론비중을 최소화해 실습교육 비중을 높이고, 평가제도 도입과 교육생 규모 축소(20명), 선원직업윤리(Good Seamanship) 교육 추가 등을 추진하게 됐다. 하반기 중에는 해양수산연수원뿐만 아니라 해양대학 등 해기교육기관의 교과과정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세월호는 연안해운에서도 유난히 특이한 사례인데 내항은 물론 외항해운업계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적 손실이 크다. 외항해운업계가 해상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더 소개한다면?
역린이라는 영화로 알려진 중용 23장이 떠오른다. ‘작고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해야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데, 국가개조나 혁신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작은 일 하나와 바로 연결된다는 각성을 주는 명구라 생각한다. 해상안전도 작고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하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뻔하고 상식적이어서 확인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이 없나 다시 돌아봐야 한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뭔가 확 달라져야 한다기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가 더 충만해져야 한다고 본다.

해양사고 30% 줄이기 해양안전실천본부 활동도 보다 내실을 기할 것이며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정부와 벌이고 있는 방선 캠페인도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올해로 29회째인 해양사고방지세미나도 가을에 개최, 안전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보령항 등 국내항만의 항로안전 문제나 안전한 도선에 대해서도 노력해나가는 한편, 해상강도에 대해서도 계속 주의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이제까지 펼쳐왔던 사업들을 지속해서 추진하되 세월호 사건이라는 참혹한 교훈을 동력으로 더욱 더 열과 성을 다하는 한편,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최고 경영층의 관심과 투자가 더 심화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직원에서 사무국 CEO 전무직까지 선주협회 경력을 통해 가장 어려웠던 일과 보람있던 기억을 회고한다면?
1983년 1월에 입사해 30여년을 선주협회에서 일해왔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에서 근무했고 대한선주와 조양상선에서 승선생활을 한 뒤, 선주협회에 들어왔다. 협회에서 평사원에서부터 실무책임자와 현재 전무직까지 한국해운의 현대사에 기록될 크고작은 많은 일들을 해온 것같다. 80년대는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와 IMO의 SOLAS, MARPOL, STCW 등 각종 국제협약들이 만들어지던 때라 국내 수용관련 업무를 했으며, 90년대초 WMU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2000년대까지 선박도입관세 철폐, 제주선박등록 특구 도입, 톤세제도 도입, 승선예비역제 도입, 해양대학교 정원 증원 등 우리 외항해운업계에 필요한 중요한 정책과 제도도입을 위한 실무를 해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2000년경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의 요청으로 해운산업 발전전략을 정리해 보고한 적이 있다. 그 시절 해운진흥 정책수단의 부재로 어려운 해운업계의 현실을 설명하고 부채비율 200% 예외적용, 선박펀드제 도입 및 수출입은행 자금 이용 등을 통한 선박금융제도 도입, 편의치적 허용, 톤세제도 도입, 외국인 선원 고용 자유화 등의 제도장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었다. 그중 여러 정책이 이후 실현됐고, 그 과정에 참여했던 것이 보람 있었다.

선주협회에 근무하면서 업무적으로 크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올해 겪은 일이 황당하고 어려웠다면 어려운 일로 기억될 것 같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외항해운업과는 다르고 언론이 제기한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린 입법 로비를 한 적이 없다. 의원들과 해외시찰을 한 것도 해운의 특성을 바로 알리고 정책개발을 위해 정당하게 설명하기 위한 순수한 의미에서 시행한 것이지 사리사욕을 위해 취한 일이 아니었다.

세월호를 계기로 주변환경이 상당히 불편했지만, 크게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는 생각치 않는다. 정책개발에 있어 국회가 중요한 장이기에 국민으로서 해운업계도 관련산업을 설명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정책개발을 위한 대 국회 활동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고난을 겪었다고 해서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국회, 정부와 함께 떳떳하게 새로운 해운정책을 개발해 우리 해운 및 해양산업이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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