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작용한 처방이었다”

 
 

 

Dr. Helen 그리스 에기안 대학 해운무역운송부문 교수 강연
6월 12일 KMI주최 ‘그리스해운 경쟁력및 해운산업 육성정책’


세계 최고의 해운국인 그리스해운의 성공가도는 기적일까 처방에 따른 결과일까? 그리스 대학 교수는 “타이밍과 운의 결과”라고 답했다.  


세계 제1위 선복보유국 그리스의 키오스섬에 위치한 에기안 대학(University of Aegean)의 해운무역운송부 Dr. Helen A Thanopoulou 교수가 지난 달 방한, 그리스해운 경쟁력의 역사적, 문화적, 정책적 배경을 짚고 그리스해운의 성공요인을 분석, 강연하는 자리를 가졌다. 6월 1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 주관으로 개최된 ‘그리스해운 경쟁력및 해운산업 육성정책 콜로키움’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소재 DMC 산학협력연구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20명 남짓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전통적인 해운강국이며 한국해운의 벤치마킹 대상국가중 하나인 그리스해운의 특징과 역사, 성공요인 등을 그리스 국립대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로부터 직접 학습할 수 있는 기회여서 주목할만했다. 주최측인 KMI도 “국내 해운업계가 처한 현실과 그리스해운의 경쟁력을 살펴보고 핵심 성공요인과 그리스 해운산업의 키포인트를 도출하기 위해 이번 강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키오스섬 그리스 10대 선주중 4대선주 본거지,
세계최대 선단보유지역, 2014년 현재 선단 규모 3,901척, 1억 7,098만gt, 2억 9,85만dwt

헬렌 교수는 그리스 해운연구클러스터인 키오스Chuos섬의 해운무역운송부STT를 소개한 뒤, ‘그리스해운의 성공은 기적인가 처방인가?’라는 국제 해운업계의 궁금증에 대해 ‘혼합물Ingredients’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그녀는 그리스가 보유하고 있는 해운의 현 도전과제와 그리스해운정책의 변화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특히 그리스해운은 그리스 국적선박 뿐만 아니라 편의치적된 그리스선주 보유 선박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전제했다. 현재 그리스해운에서 그리스국적 선단은 전체의 25%만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초에는 그리스국적 선단이 약 75%에 달했으나 이후 편의치적을 통해 국적선단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수많은 작은 섬을 부속하고 있는 그리스는 지리적인 특성상 섬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선단들 덕분에 1821년 독립한 나라이다. 그리스 유수의 선주들의 본거지인 키오스섬에 소재한 에기안 대학은 그리스해운의 역사와 특성, 정책, 미래에 대한 연구의 중심이다. 헬렌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에기안 대학은 1만 6,000명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으로서 5-6개의 학교와 16개의 학과가 있다.


헬렌 교수는 “키오섬은 선대가치 측면에서 그리스 10대 선주가운데 1위, 4위, 6위, 7위의 4개 선주가 포진해있는 섬으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성장 일변도의 최대 지역선단 점유율을 자랑하는 해운 본산지”라고 소개했다.


강연내용에 따르면, 키오스섬 선주들이 보유한 선단은 2014년 현재 3,901척(1억 7,098만gt, 2억 9,85만dwt)이며, 이는 2013년 3,677척(1억 5,599만gt, 2억 6,534만dwt)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또한 이 섬의 선단은 2012년 3,760척(1억 5,590만gt, 2억 6,405만dwt)였으며, 2011년에는 3,848척(1억 5,313만gt, 2억 6,168만dwt)였다. 선박수로는 최근 4년간 증감이 교차하지만 총톤수와 데드웨이트톤으로는 꾸준히 증가해오다가 올해들어 대폭 증대한 선단 규모를 볼 수 있다.


헬렌 교수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리스선단은 어떻게 형성됐으며 유지해나가고 있는지, 최근 그리스 해운의 변화와 도전내용은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갔다.

 

현대의 그리스해운 ‘유연성있고 탄력적 선대로 변화’
성공을 위한 ‘자가-영속처방(self-perpetuating recipe)’

오늘날 그리스해운은 “유연성 있고 탄력적인 선대로 변화해 있다”고 헬렌 교수는 진단했다. 그녀는 그리스 해운이 과거에 비해 (1)다양한 선단 (2)매우 젊은 선령 (3)평균보다 더욱 젊어진 선단 (4)LNG·컨테이너 선단 (5)국제주식시장 상장(30개사) 등의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하고, 특히 과거 가족중심의 선사경영에서 탈피해 기업화되는 해운기업 증가를 주목했다.


인구 1,000만명의 나라, 그리스가 내전은 물론 여러차례 전쟁의 피해를 보고 기업파산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해운국 지위를 획득하고 줄곧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전세계 해운업계의 궁금증일 것이다. 이와관련 에기안대학의 헬렌 교수는 ‘기적 또는 처방’이라는 워딩 하에 그리스해운의 성공스토리 비결이 줄곧 운이 좋았던 기적인지, 아니면 40여년간 그리스정부와 관련업계가 기울인 사업처방이나 정책의 결과인지를 역사와 문화, 정책, 외부변수 요인들을 기준해 정리했다.


헬렌 교수는 그리스해운을 말하려면 근대 그리스이전의 역사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가 독립국가가 되기 전에도 해운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그리스는 고린도 운하 등 동서양의 교역지로서 해상운송을 둘러싼 국제무역이 융성했던 시절이 있고 당시 해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듯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의 해운은 국가적으로 꾸준히 중요한 산업이었고 그리스 국민은 선원에서 선장, 선주로 성장을 꿈꾸는  사회 환경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스 두차례 세계대전 기간에 거듭 성장
헬렌 교수는 그리스 해운이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일본 선단이 부상하는 한편에서 영국의 해운력이 쇠퇴하고 노르웨이와 그리스해운이 힘을 더했다. 그리스해운은 세계대전 기간에 작은 선박을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투자당시 자본이 적어 조심해서 투자했고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소문을 통해 알려지며 더욱 확대됐다. 이후 그리스해운은 급행으로 성장과 성공을 이뤄내왔다. 특히 가족, 친지, 친구를 중심으로 해운사업에 대한 성공사례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확대된 그리스해운은 1914년 세계 13위에서 1938년 9위로 성장한 이후 급성장 가도를 달려 현재도 세계 1위를 자리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그리스해운의 직행express 성공배경으로 헬렌교수는 그리스에서 우수한 인력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성공판로가 좁았던 사회환경과 선박가격이 낮을 때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자본력의 부족, 혁신보다는 조용히 때를 기다려서 선도자를 따르는 사업문화 환경을 지적했다. 그리스인들이 자본력 부족과 기술미흡 상황에서 중고선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자본이 축적된 상태에서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추어 신조발주와 해운시장에 필요한 미래지향적 선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해운업 영위의 최대난제는 해운시장의 변동성이다. 그러나 “해운시장의 변동성이야말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최상의 창조자”라고 헬렌 교수는 지적한다. 지금도 많은 그리스해운업체들은 화물시황(선박가치)이 낮을 때 선박을 사들이는 과거 양 세계대전의 사이에 그리스해운업체 성공의 근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보도步道 의존(path dependence) 이론에 맞춘 성공을 위한 ‘자가-영속처방(self-perpetuating recipe)’이라고 헬렌 교수는 분석했다. 그리스해운은 대규모 계선된 선박을 도입했는데, 이는 1970년대에 반복된 그리스해운의 스토리이다.  세계대전이후 그리스해운은 전쟁시 임대해주었던 배의 비용도 받고 파괴된 선박에 대해서는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음으로써 현금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로써 확보한 노후선은 또 한차례 세계대전시에 선박수요로 사업이 확대되는 등 그리스 해운은 20세기에도 주요 격변과 기회를 통해 ‘타이밍과 운(timing and luck)'으로 창출된 성장의 패턴을 밟아왔다.

 

양 세계대전과 1973년 불황기 그리스해운엔 ‘타이밍’
그리스선단 특징-가족경영, 低-고정비용패턴, 네트워크화와 개별노력

헬렌 교수는 1973년의 해운 불황기도 그리스해운에는 타이밍으로 작용했으며, 이로써 1908년대초까지 그리스 국기를 단 그리스 보유선대의 비율이 최고를 자랑했다고 밝혔다. 타 선사들이 큰 손실을 본 불황기에 현금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인은 위기를 극복하며 성공을 이뤄왔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가? 헬렌 교수는 그리스해운이 성공을 지속해온  배경에는 그리스선단만의 패턴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 패턴요인으로 (1)가족경영 (2)성장을 위한 低-고정비용패턴 (3)잘 네트워크된 개별적 노력(가족과 친지 테이블에서 성공담을 전파하지만 실제 행동은 개인별로 결행) 등 3가지 특징을 지적했다. 특히 그리스해운인들은 현재 해운시장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며 성공한 선사에 선단운영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선단을 운영하지는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그리스해운 ‘역동적 성장’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와 선진국의 재정위기 등 최근 수년간의 위기상황에서도 그리스해운은 ‘역동적인’ 성장을 구가하며 그들만의 성공담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스해운은 2013년 오더북상 25%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 신조발주의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의 해운위기에도 그리스해운은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했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연간 10%의 성장률을 보인 것. 부가가치 선박의 점유율에서도 그리스해운은 최고의 자리를 점하고 있다. 컨테이너선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헬렌 교수는 그리스해운이 과거 수십년동안 적용해온 처방recipe의 주요 내용으로 이미  언급한 △좋은 타이밍good timing을 비롯해, △리스크 계산한 현금흐름 주의 △기회luck를 노린 투자와 임대 △선박의 경제적 생애 확대 등을 꼽았다. 아울러 그리스해운의 유연성과 탄성이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기회로 바꾸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리스해운의 성공신화는 “운이 작용한 레시피였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헬렌 교수는 그리스해운도 붕괴와 재건 등의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고 현재도 당국과제에 대한 도전과 변화 속에 있음을 지적했다. 세기말과 21세기 진입과정에서 그리스해운은 요구르트와 같이 선박에도 유통기한이 있음을 확인하고 선박의 경제적 생애, 즉 적당한 시기에 폐기하는 개념을 수용해 선단 전체의 선령을 점점더 젊게 가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아울러 현재 해운환경은 환경규제등 많은 것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그리스해운은 변화되는 환경에도 적극 부합하면서 과거 성장경험을 통해 얻은 그들만의 레시피도 잘 답습해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헬렌 교수는 그리스에서 해운은 국제수지 적자 해소에 기여하는 등 경제적 비중이 매우 높음을 강조했다. 그리스해운 수입의 규모가 그리스부채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녀는 그러나 그리스정부의 정책이 해운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때는 정책이 오히려 국부유출을 유발한 경우도 있었다며 1차 세계대전 기간에 얻은 이익에 대한 세금이 컸는데, 선박에 투자한 경우 환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톤세제도의 도입이나 외국인 선원의 고용정책 등은 해운업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성공적인 정책이었다고도 부연했다.


헬렌 교수는 한국과 그리스는 조선과 해운 서로 다른, 그러나 불가분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로서 양국이 앞으로도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반성공을 이루어내자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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