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화주 해운업 진입, 시장단편화 야기 국적선사 글로벌화 저해”

 
 
‘日선사 안정성장 비결-대량화물 장기계약운송업으로 안정과 성장 실현- 보고서 내

해운의 장기 불황기를 거치면서 에너지효율 제고를 통한 비용절감과 대량화물의 장기운송계약을 통한 안정적 수입확보가 세계 해운업계의 경영안정화 키워드로 고착되는 추세이다. 특히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전략물자인 대량화물의 장기운송계약은 경기 변동성이 큰 해운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중요한 완충제 역할을 한다.

이에 세계 각국은 자국선사의 자국화물 수송을 추구하고 있으며, 일본이 그 대표적인 나라다. 일본의 주요선사들은 장기운송선박의 보유비중이 높고 자국화물의 적취율도 높다. 이를 통해 일본선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수입의 안정 기반은 여러 선사들이 도산(또는 관리상태)한 최근 5년여 불황기에도 건재하는 이유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대량화물의 국적선 적취율 제고와 장기운송계약 물량의 확보가 선사들의 ‘생존과제’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선사의 대량화물 장기운송계약 확보가 경영 안정화의 핵심요인으로 부각되자, 연구및 학계에서 이를 통해 안정과 성장을 실현하고 있는 일본선사들의 성장비결에 대한 관심이 높다. 3월에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이 일본 해운계의 안정적인 성장비결로 대량화물 대상의 장기계약운송업을 연구한 보고서를 냈다. 이는 최근 대형 국적선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용선 부문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는 상황과 해운업에의 대량화물 화주 진입이 규제완화 측면에서 추진될 국면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장균 위원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 보고서에서 장기계약운송사업이 일본 선사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로 △선화주, 정부, 조선소 등 자국 기관간 공생적 생태계 형성으로 선사 적은 리스크부담으로 선박확충 △지명입찰방식으로 선사 선정, 외국선사 진입제한 일본선사 장기계약운송 유지 △장기계약운송업 통해 재무안정화 △이를 통한 원가경쟁력 토대 위에 외국해상운송시장에서 성장전략 전개 등을 꼽고, 한국해운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미 해운업계는 물론 관련학자들이 누차 강조해온 일본해운의 안정성장 사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국내 해운업이 타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3월 12일 이장균 위원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동 보고서를 낸 취지와 내용,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에 대한 의견 등 한국해운의 발전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이 위원은 “해운업의 장기발전방향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불황기에도 해운강국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해운의 저력인 자국 대량화물의 장기운송계약 실태를 짚고 한국해운의 발전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전략물자중 철광석과 석탄은 일본선사 적취율이 90%, 원유는 80% 수준에 달하며 일본선사의 운임수입중 자국화물의 운송비중은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부정기선이 62%(2012년), 유조선은 78%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일본선사들의 재무안정화를 지탱하고 있는 자국 전략물자의 장기계약운송의 중요성은 ‘운임안정형사업NYK’ ‘안정이익사업MOL’등의 표현에서 잘 드러나 있다.

NYK의 경우 부정기선 전용선 사업이 전체사업에서 3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기선(22%), 물류및 항공운송(22%)을 훨씬 웃도는 비중이다. MOL도 부정기 전용선의 비중이 48%로 정기선(40%)보다 높은 비중을 점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선사들에게 전용선사업 부문은 수익안정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 위원은 일본 해운업에 장기계약운송업이 자리잡은 배경과 관련 “해외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하는 대량화물의 안정수송을 도모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됐다”면서 “1960년대 계획조선 시기에 일본개발은행이 ‘10년이상 적화보증’과 ‘10년내 투자회수 가능한 운임’을 전용선 건조의 융자조건으로 내세웠고, 대량화물 화주들은 이 조건을 수용하면서 해운업체와 계약, 일본 해운업계의 장기계약 방식이 형성됐다”고 설명하고 이를 통해 “일본 정부와 화주는 과거 경제성장으로 증가하는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었으며 해운업체는 자기부담이 거의 없이 선박을 확충하면서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됐다”고 일본의 선화주및 관련기관의 상생관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일본과 우리나라 선사의 자국화물 적취율 비교도 들어 있다. 수입화물은 일본선사의 자국화물 적취율이 65-71%(2011-2012)인데 비해 한국선사의 자국화물 적취율은 45-19%(2008-9)이며, 수출화물은 일본선사가 같은 기간 26-34%이며 한국선사는 동기간 37-39%로 나타났다. 비교 시점이 동일하지 않아 분석의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일본선사들의 자국화물 수입적취율이 한국보다 크게 높음은 알 수 있다.

또한 일본 3대 대량화물의 수입량에서 일본선사의 적취율은 철광석의 경우 92.5%(2011년), 석탄 90%, 원유 82.7%(일본국토교통성 자료)로 높다. 같은 기간 일본선사의 자국화물 수송량과 운임수입을 비교한 동 자료에 따르면, 일본선사의 부정기선 자국화물수송량은 2011년 기준 64%에 운임수입은 66%를 차지했으며, 유조선은 수송량 71%에 운임수입 70%를 점한데 비해 컨테이너선은 자국화물 수송량 21%에 운임수입 25%를 점한 것은 나타났다.

이장균 위원은 “일본선사들은 장기계약수송업을 통해 획득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외국해상운송 시장에서 적극적인 성장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일본 해상수출입 물량이 최근 12년간 0%의 정체를 보인데 비해 일본선사의 같은기간 삼국간 수송량은 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선사들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발전 5개사에서 18척의 선박이 총 20억달러(연간 1,653만톤 수송)의 매출을 올리는 장기운송계약을 맺어 사회적으로 국부유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상 일본 해운업계의 사례를 통해 이 위원은 국내 해운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대량화물의 장기계약운송업 기반으로 한 해운업 발전전략 모색 △ 전략물자(대량화물) 운송에 선화주, 조선소, 정책금융기관 등 호혜적 생태계 형성 강구 △선사의 우수한 서비스제공으로 화주와 신뢰형성 거래유지에 최선의 노력으로 상생적 사업환경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M&A 통한) 진입에 대해, 이장균 위원은 “시장의 구조조정 논리에 의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적인 조치이지, 해운의 장기발전을 위해 나온 조치는 아니다”라며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입하면 대량화물시장이 2PL과 3PL로 나뉘어지는 ‘시장 단편화’ 현상을 야기하고 그로인해 해운전문 선사들이 글로벌선사로 성장하지 못하고 로컬선사에 머물게 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자가화물 30% 규제 방침에 대해서도 그는 “해운업에 진입한 대량화물 화주들이 타 기업의 대량화물시장에 상호 진입하지는 않을 것”을 내다보고 “따라서 대량화물 시장은 외형적으로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는 3PL과 2PL시장으로 쪼개어져 시장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그는 2PL업체는 모기업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기업의 생리상 경쟁력있는 운임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며, 해운업계에 2PL 진입문호 개방은 해운업 전체가 더 커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한 타 산업계의 사례를 들어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이 가져올 폐해를 걱정했다. 그는 ‘해외매각보다는 국내 2PL이 낫다’는 차선책이 선택됐는데, 이는 정부와 기업 모두 현실의 구조조정 국면에 매몰돼 금융시장의 논리로 해법을 찾고 전문 해운선사들의 사업기반을 흔드는 문제라는 해운산업의 발전 측면은 외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실의 여건에 맞춘 정책수립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운발전의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국내 해운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장균 위원 약력>
△1961년생 △79년 청주고 졸업 △85년 중앙대학 경영학과 졸업, 동대학 대학원 경영학 박사(2002년) △87년-89년 효성그룹 근무 △89년 7월-현재 현대그룹 현대경제연구원 근무, 현재 산업연구본부 수석연구위원 △04년-현재 산자부 국가기술인력지도사업 e-비즈니스업종 인적자원개발협의체 위원 △07년-현재 KDI 경제전문가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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