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생산요소를 활용하면 도산 위기의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창조경제는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전략”으로 정의될 수 있다1). 해운산업과 연관해서 말하면 새로운 해운시장 창출과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상력, ICT와 같은 창조적 생산요소를 투입하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 각 분야에서 이러한 창조경제를 추진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해운산업의 창조경제 구현은 매우 미흡하며 심지어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또한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인지 가늠조차도 하기 어렵다.

  60년이 넘은 전통의 해운산업으로서 인력과 자본과 같은 기존의 생산요소로는 성장에서 성숙으로 이어가는 산업발전이 어렵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형선사의 부도와 함께 해운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도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전통의 해운산업에 과학기술이나 창의성과 같은 새로운 생산요소가 투입돼야 할 시점이다. 해운산업에서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해운산업에서 과학기술 개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수산 R&D 중장기 계획2)에 따르면 올해부터 7년간 7조원에 달하는 예산가운데 산업진흥을 위한 비중이 52%로서 전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 산출액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해운업과 직접 관련된 연구개발은 3.5%에 불과하다.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운산업의 경우 R&D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을 반영하더라도 3.5% 수준으로는 산업진흥을 위한 R&D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세계 수위의 해운사는 에너지 효율을 위한 선박운항 기술개발과 운항으로 불황 가운데서도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선제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친환경 고효율 선박엔진과 운항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비용경쟁 패러다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가스연료 추진 선박기술, 현존선 운항최적화 기술 그리고 U기반 해운물류 시스템 기반기술 중 컨테이너에 인터넷IP를 장착하는 것이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연구개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선 추진하겠다는 20개 중점기술에 포함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고비용구조를 고려할 때 운송 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매우 시급하다. 현재의 연구개발 계획을 조정해서라도 나머지 2개의 기술이 우선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이고 기본적인 기술 개발을 포함해서 현재의 3.5% 수준을 2~3배 이상 확대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일정한 항해조건에 적합한 최적 선형의 개발 기술도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창조경제의 성장 엔진인 상상력과 신기술이 미래 해운업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해운, 조선, 조선기자재, 금융, 대학, 연구소, 관련기관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기술개발 협의체가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008년에 설립된 덴마크의 Green Ship of the Future(GSF)와 2013년에 설립된 일본의 Maritime Innovation Japan Corporation(MIJAC)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GSF는 머스크와 선박엔진 제작사인 만디젤, 오덴세 조선소가 주축이 되어 친환경 및 고효율 선박운항 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친환경·고효율 엔진과 폐열회수장치 등 10여종의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MIJAC는 같은 목적으로 NYK와 몇몇 조선소가 주축이 되어 법인을 설립했으며 출자자와 별도로 선용품제조업체, 연구소, 일본정책투자은행, 국토교통성, 화주, 대학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친환경 에너지 절약기술, 선박설계 컨설팅 등 5개의 연구개발 및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공급자주도형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족하는 연구개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들 두 기관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는 여건을 정비한 사례이다. 현재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에 산업화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상상력 발굴과 발굴된 아이디어의 사업화 보다는 기존 R&D 성과의 홍보, 확산에 주력하고 있어 창조경제 개념과는 완전히 부합되지 않는다.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발굴하고 연구개발을 통해서 사업화단계까지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성장이 멈춘 우리나라 해운업의 미래발전을 위해서는 법인체이든 단순한 네트워크이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협의체가 시급하다.

 세 번째는 전사적으로 창조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창조경제 개념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중요한 생산요소로 활용하고 있어 자칫 해당분야의 기술자에게 한정된 경제 개념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해운기업 상황을 보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대형기업은 유동성 부족으로 신규투자는 거의 불가능하고 그나마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도 고효율을 위한 추가 부담을 감내하지 않는것 같다. 하지만 불황일수록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운임수준이 매우 낮은 지금의 불황기에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불황기에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나 시스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사내에서 채택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운항 담당자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전사적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조직과 업무분담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CEO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상에서 제안한 몇 가지 방안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다른 이유에서 많이 강조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 개념을 해운산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극심한 불황을 이겨낼 길은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창출이고, 그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해운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을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아이디어가 연구개발로 발전돼 사업화까지 연결될 수 있는 체제를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으로 구축하고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해운업 창조경제 개념을 어느 한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전사적 관점에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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