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화산암 독도에는 ‘바나나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데, 웬 바나나 타령인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국가인구 대비 최다의 해외동포(약 700만)를 가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미국사회에 살고 있는 한국계 젊은 세대들은 한국인일까 미국인일까?

 

필자가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Tacoma)에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질문 중에 “교수님,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2세들 우리끼리 서로 무어라고 부르는 줄 아세요?”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 살았던 차세대가 아닌 나로서는 당연히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바나나(banana)라고 불러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바나나’라는 용어가 이상하여 도대체 바나나가 무슨 뜻이냐고 재차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명인즉 “우리들의 겉모양은 노란색(한국인)인데, 그 속은 흰색(미국인)’이라 마치 바나나와 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바나나’라는 단어 하나 속에 한국계 젊은 세대들의 ‘삶의 현실과 고뇌’가 전부 내습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 보았다.

 

“여러분들은 독도(Dokdo)문제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예(YES)”하는 대답과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그게 무엇인데요?”라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아니 그것도 모르냐라는 표정을 짓는) 다른 동료가 “그것 있잖아 한국하고 일본하고……싸우는 것…”하면서 애써 부연설명을 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개인은 국적(Nationality)을 기준으로 내·외국인으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국적을 부여하는 기준이 국가마다 차이가 있어 때로는 이중국적(二重國籍) 내지 무국적(無國籍)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혈통주의로서 부모의 피를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속지주의로서 출생한 곳을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일부 산모(産母)들이 ‘원정출산’을 미국으로 가는 이유도 자기 자식에게 미국의 시민권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뱃속의 태아는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들의 일방적 의지(?)에 의해 법률적 이중국적의 ‘신종 바나나’가 되어 버린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역(逆)원정출산’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으로 가서 태어난 그들은 국제법적으로 국제고아인 무국적자가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의 젊은 세대는 이민 내지 출생에 의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 법률적으로 미국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들이 독도문제를 알고 있는가 없는가는 그들의 국적을 결정해 주는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러나 독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들의 몸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에 ‘토종 바나나의 고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동해(East sea) 한 가운데에 있는 ‘외로운 섬 하나 독도와 미국에 사는 젊은 한인세대와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영토”이며 이들은 대한민국의 “고유의 피”라는 선천적 운명에서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조국의 안타까운 소식에 대해 한민족 차세대들은 정서적으로 이민 1세대  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차세대들이 조국의 문제에 대해 진정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면 이들이 바로 독도를 지킬 수 있는 최대의 수호천사(守護天使)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자위대를 파견하는 군사대국이며, 세계최고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G7국가이며, 유엔(UN)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외교대국이라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막강한 힘을 가진 일본의 권력자들과 우익세력이 수십년에 걸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한민국은 그때마다 일본측 주장을 ‘망언(an absurd remark)’이라고 말하고 외교적 채널을 통해 ‘항의(protest)’하였으나 전혀 들은 채도 하지 않는다. 2007년 5월 현재 일본은 대한민국의 사료에 나오는 ‘우산도(독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1952년 대일강화조약에서 독도를 한국측에 반환하지 않았다’고 중앙정부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미국을 비롯한 192개의 유엔 회원국들도 한국민의 감정과 동일하게 일본 총리들의 발언을 ‘망언(妄言)’으로 이해해 줄 것인가는 지극히 의문이다.

 

그들은 ‘한글’도 모를 뿐만 아니라 비밀암호보다도 해독하기 어려운 한자(漢字)로 된 ‘세종실록지리지’의 날조 여부를 조사할 이유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영어가 완벽한 한국계의 미국 젊은 세대에게 이제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들이 ‘독도의 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이것을 영어로 설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와도 영토분쟁을 하고 있어, 그들에게도 일본측 주장의 허구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이제 더 이상 ‘바나나 차세대’가 아니라 ‘한민족독도홍보대사 차세대’가 되어 우리 한민족들이 단결해서 살아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만화에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가 있듯이 ‘독도전사 5형제’가 미국 한인사회에서 나오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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