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斷想
올해는 단풍이 더욱 짙다. 산야가 온통 붉게 물들었다. 은행잎은 또 얼마나 노란지 황금빛으로 눈이 부시다. 풀냄새 싱그러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오솔길 따라 산책 하노라니,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노랗고 빨간 벚나무와 각종 낙엽들이 원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철따라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인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아낌없이 주는 자연에게 외경심이 든다.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단풍.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마지막 몸까지 주고 가는 성자聖者에 비유하기도 한다. 찢어지는 아픔과 두려움을 이기고 떨어져 썩어가는 낙엽. 인간도 낙엽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 시인이 여행을 떠나면 자신도 풍경이 되듯이 자연 속에선 누구나 철인哲人이 되나 보다. 이렇듯 가을이 되면 감상에 젖는 까닭은 인생의 겨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1월 12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약칭 18기 3중전회)로 시진핑 시대가 본격 발진하였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기반을 다지고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방안들이 제시되었다. 세계 2강에 걸맞는 군사외교적인 위상 제고와 인민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정부의 규제를 줄이고 지방정부와 민간에게 중앙정부의 권한을 위임하는 간정방권簡政放權을 내세웠다. 이는 행정권에 의존하던 경제 메커니즘을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에 맡기고, 국유기업을 민영기업으로 점차 돌리며, 제조 위주에서 소비 진작으로 바꾸어 인민의 풍요로운 생활을 돕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또한 사법체제를 개혁하여 법의 권위와 질서를 확립하여 권력의 부패와 범죄의 범람도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개혁 개방의 과실이 특권층에 편중되어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그 열매를 국민들과 제때 나누지 못하면 소외층과 소수민족의 반발과 저항을 일으켜 기존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배층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 같다. 아베정부 이후 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 G2로 우리 앞에 우뚝 다가선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나라의 앞날은 남북관계 만큼이나 불확실하나 정가의 여야반목과 보혁갈등은 끝이 없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샌드위치 이론처럼, 열강 틈에서 쇠락의 길을 걸은 구한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도 국민의 자각과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에코십과 해운경쟁력
11월 콤파스에 일본선급ClassNK의 업무집행위원 고제키 요시노리(河關良則)와 NK의 한국사무소 오이시 신야大石信哉 부장이 나와 ‘에코십(Eco-ship) 관련 신기술(Eco-ship with New Technology)’을 발표하였다. 통역은 니폰페인트의 한국사무소 대표 이재한 사장이 맡았다. 해운업은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기순환적 요인도 있겠지만, 결국은 수요공급의 논리로, 선복량 증가가 물동량 증가를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사업이란 수지가 맞아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도 선주들이 배를 계속 짓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선박건조가와 에코십. 작금의 해운불황이 조선불황으로 이어져 신조선가가 호황기의 절반 내지 2/3 선으로 내려가자 선주들이 선박확보의 호기로 삼았고, 조선소들은 일감확보라는 차원에서 수요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라는 국제추세와 맞물려 등장한 것이 에코십이다. 에너지 감축으로 인한 원가절감과 엄격해지는 국제규제에 적합한 친환경 선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에코십이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선박금융전문인력양성 교육생들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에 갔는데, 이 불황에도 선대들이 꽉꽉 차서 놀랐다. 다름 아닌 그린십(Green-ship) 때문이었다.

 

대우조선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을 위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과 연비를 높이는 친환경 고효율의 그린십 개발과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낮추고 연료효율은 높이는 친환경 고효율 신기술 개발과, 폐열회수장치로 선박추진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하여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 선박엔진과 연결된 추진축에 발전용 코일을 설치하여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발전하는 샤프트 제너레이터 시스템, 친환경 선박 평형수 정화장치로 자외선 살균처리기와 필터를 통해 생태계의 교란과 오염을 일으키는 선박평형수를 정화시켜 오염물질 배출을 낮추고 최소화 하는 시스템이다. 이밖에도 파도저항을 최소화하는 최적화 선형을 개발하여 공기방울에 의한 공동cavitation 현상을 최소화 하고 이를 프로펠러와 러더에 적용하여 10% 이상의 연료를 절감하였는데, 이런 노력에 의해 머스크 같은 유수선사들로부터 에코십을 대량수주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에코십을 건조하여 통일된 최적기준이 없고, 이로 인해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일본은 일본선급ClassNK이 제정한 표준화 기준을 정부가 수용하고 각 조선소에 이를 권고하여 선박건조에 적용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상이 콤파스에 NK의 에코십 담당 실무자를 초청한 이유이다. 일본선급의 에코십 관련 통합 신기술을 발표자료 중심으로 소개한다. 


 
1. NK의 연구활동
입급실적 2억톤으로 지난해 세계 1위에 오른 NK는 다양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첫째는 안전문제, 둘째 환경보호, 셋째 에너지와 자원, 넷째 라이프 사이클 지원 업무이다. 또한 연구기법과 목표를 IT 분석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기술을 통한 기술 최적화, 혁신, 플랫폼 구축, 기술발전 구현에 두고 있다. NK는 연간수입의 15%를 R&D 분야에 투자하여 해사기술 연구개발에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데, 금년에는 4천만달러를 R&D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금년 1월까지 합동연구개발(joint R&D) 79건을 완성했고 111건 진행, 54건이 계획중이다. R&D 예산의 절반 이상이 해사산업의 새로운 스마트 테크놀로지와 그린 테크놀로지 개발을 위한 해사관련업체들과의 합동 프로젝트에 쓰인다. NK의 연구 파트너를 보면, 해사산업체와 대학들로 한국의 현대상선 울산대학 부산대학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일본의 NMRI(National Maritime Research Institute in Japan)와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하여 NMRI의 400미터 실험수조와 대형 캐비테이션 터널, 심해선거 같은 연구시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2. 왜 연료효율이 필요한가?
2013년 연료유가가 톤당 650달러까지 치솟아 1999년의 100달러에 비해 6~7배가 된다. 1999년도 파나막스형 벌크선의 선가와 유가를 비교해 보면, 신조가격 2,400만달러의 선박이 하루 연료소비량 35톤으로 연간 250일을 운항하면 선령 25년 선박은 총 연료유가가 2,180만달러가 되어 선가와 유가가 거의 같아져 누적 연료비(lifetime fuel cost)가 선가의 100%에 이른다. 해운컨설턴트 클락슨의 발표다. 그것이 2013년에는 신조가 2,900만달러의 선박은 연료유가가 톤당 650달러이므로 누적 연료비가 1억4,300만달러나 되어 선가의 500%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연료비를 20%만 줄여도 1,200만달러가 절감되어 누적 연료비는 선가 이하인 2,860만달러에 이르게 된다.


일본정부의 온실가스인 GHG(Green House Gas) 절감 프로젝트를 보면, 조선소에서 12% 해운회사가 7% 정부와 선급이 7% 기자재제조업체에서 11% 해서 37%를 절감하고자 하는데, 국토교통성이 R&D 프로젝트로 22% 절감목표를 세워 이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선박과 온실가스 배출 절감선박의 비율은 30% 정도이다. 국제협약에 의한 2025년까지의 온실가스 절감목표가 30%이므로 일본은 이를 12년 앞당겨 2013년에 달성하게 된다. 항목별 절감내역을 보면, 일본정부와 NK가 각자 추진하고 있는데, 우선 선체구조 개발에서 정부안 4% NK 2%이고 선체마찰은 각각 3%, 추진효율 향상도 3%, 엔진효율과 폐열활용 4%, 전기와 자연력 혼합Hybrid 3%와 2%, 운항효율 개선 각각 5%로 정부 22%, NK는 19%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NK의 에코십 전략
NK의 에코십 방안을 소개하며, 일본 국가 R&D 프로젝트를 통한 첨단 그린십 기술을 NK 입급선에 실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축적된 기술들은 이미 입증한 실용지식이므로 선박건조 및 운항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EEDI 같은 빠르고 독특한 에너지 효율이 입증된 서비스로써, 규정들은 새로운 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IMO 틀 안에서 실천하고, 온실가스(연료소비) 절감에 관한 향상된 기술서비스를 제공하여 그린십에 관한 한 NK는 독보적인 선급기관으로 발돋움하였다.


NK의 22가지 전체 프로젝트들은 4가지 핵심 신기술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개량 디젤엔진(Improved Diesel Engines), 둘째 혼합 터보차저, 셋째 기포 윤활유(Air Lubrication), 넷째 저마찰 페인트이다. 기계식과 전자식은 수리와 열효율 면에서 각자 장단점이 있으나 향후 검토하여 대처할 계획이다. 우선 미쓰이엔진이 개발한 개량 디젤엔진은 9%를 절감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3가지 기술은 전자제어 메인 엔진의 최적화로 2%, 배출열 재생으로 5%, 저유황연료의 최적화로 2% 합해서 총 9%를 절감한다. 이와 함께 배출가스 중에 질소산화물 NOx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최적연소로 CO₂를 소형선은 3.0%, 대형선은 3.7% 절감하고, 방출열 재생으로 CO₂를 4% 또한 배출가스분리시스템에 의해 1%를 절감하다. 실험결과 연료최적화로 3% 배출열 재생으로 5% 증류최적화로 2% 해서 총 10%를 절감하는데, 이것을 에코십 건조에 반영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혼합 터보차저 장착으로 CO₂3%를 절감하는데, 터보차저에서 발생하는 잉여 에너지를 유압펌프를 통해 크랭크 축에 전달하고 이것으로 크랭크축 끝에 있는 유압 모터를 돌려주면 이것이 다시 크랭크 축의 회전을 돕는 장치이다. 이는 대형선뿐만 아니라 소형선도 장착이 가능하고 장소가 협소해도 설치가 용이하다. 이를 개관하면, 터보차저 회전샤프트에 의한 발전기는 통상 항해 동안 디젤 제너레이터를 돌리지 않고도 주기적 변환기에 의해 전력을 제공한다. 이에 대한 실험을, NK가 일본 조선소에서 18만톤급 벌크선에 대해 실시하였다. 절감목표는 3%였는데, 실험결과는 3%에다가 병렬진행으로 1.8%가 추가되었다. 이는 장차 에코십의 표준의장(standard outfit)이 될 것이다.


다음은 기포 윤활유 방식이다. 이는 미쓰비시에 의해 개발된 MALS(Mitsubishi Air Lubrication System)로 선저에 발생하는 기포를 흐르게 하여 윤활작용으로 마찰을 줄이고 속도를 증가시켜 10%의 연료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실제 선체실험에 의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입증되었다. 거품의 흐름이 관측되고, 물살을 가르는 힘이 측정되고, 프로펠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기포가 앞뒤로 흘러 프로펠러 위의 기포가 약간 증가하나 MALS 장치의 개폐로 인해 큰 차이가 없어져 프로펠러의 추진력은 별로 줄지 않을 것이다. 미쓰비시 기포 윤활유 시스템에 의해 해상실험에서 12%, 운항시 7% 각각 절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페리선의 경우 해상실험에서 5% 절감하였고, 실제운항 실험을 금년중 시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것이 9만 5,000톤급 벌크선과 크루즈선 및 자동차전용선에도 적용되며, 이에 대한 투자회수는 5~6년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NK는 또한 니폰페인트가 개발한 저 마찰 페인트 A-LF-Sea를 사용하고 있다. A-LF-Sea는 기존의 저 마찰 페인트 기술을 대체한 새로운 하이드로 젤(hydro-gel) 기술을 사용한 한층 향상 발전된 페인트로 10% 원료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니폰페인트가 푸른 지느러미 참치(Blue-fin Tuna)를 보고 고안해낸 것으로 4%로부터 8~10%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재래 A/F 페인트를 발전시켜 필름 같은 틈을 메운 LF-Sea 페인트에서 덧칠로 더욱 매끄러운 필름처럼 한층 향상된 A-LF-Sea 페인트로 개선하여 그 효과가 새로운 워터 트래핑 기술(water trapping technology)로 8%, 코팅 기술로 2% 해서 모두 10%의 연료를 절감한다. A-LF-Sea의 발전과정을 보면, 2009년에 실시한 초기실험에서 증명된 8% 절감이며, 이어 모델선 실험에서 하이드로 젤과 워터 트랩 공법(mechanism)으로 7%, 실습선 실험에서 7.5%에 이어 4척의 자동차전용선PCC 실험에서 7~8% 절감이 입증되었다. VLCC의 경우엔 10%를 절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의 상업적 적용은 2013년 4월에 이루어졌다.  

 

 4. 에코십에 대한 전망
결론적으로 해운산업 환경은 연료유가 인상과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에 직면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화 기술은 연료유 소비절감에 대한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억제에 관한 환경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따라 NK와 NK의 연구개발 프로젝트 협력업체들은 연료유 소비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표준화 작업에 더욱 노력하여 이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한해를 보내며......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을 읽었다. 이 책은 미국 재무부 비서실장, 구글 부회장,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차기 여성 대통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셰릴 샌드버그가 세계 여성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린 인(lean in)의 사전적 의미는 ‘기대다, 기울다, 의지하다’라는 뜻이나, 이 책은 시종 기대지 말라, 기울지 말라, 의지하지 말고 오히려 ‘취하라, 달려들어라, 지배하라’고 권유한다. 여성들도 남성처럼 일할 수 있으며, 혹시 힘이 부치면 남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을 공유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셰릴은 자신이 여성해방가나 페미니스트가 아닌 평범한 여성이지만, 린 인 함으로써 가정과 직장 두 가지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다른 여자들도 가사와 업무 두 가지에 달려들어 모두 성취해보라고 조언한다. 최근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의 여성진출이 괄목할 만하다. 남성 전유물과 같던 특수분야에도 여성들이 참여하여 잘해내고 있다. 특정 분야와 직책에의 여성진출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로 일반화 되어 있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벌써 세밑, 2013이 저물고 있다. 한 장 남은 캘린더가 덩그마니 걸려 있다. 새해의 설렘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데, 벌써 그렇게 됐나? 세월은 나이만큼의 속도로 흐른다더니 실감이 난다. 한해를 돌아보니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앞선다. 많은 일을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한두 가지라도 가슴에 남는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특히 주변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정겹게 건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60억 인류 중에 극히 일부인 선택된 사람들이다. 어쩜 하늘이 보내준 천사일지도 모르는데도, 손 한번 잡아주고 친절한 말 한마디 나눌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니 후회스럽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말. 입 밖에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것 같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말이 있는가 하면, 상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평생 아파하며 살아가게 하는 나쁜 말도 있다.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가려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렇게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떤 작가는 너무 말을 많이 하여 식은땀이 난다고 고백했다.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어 담을 수가 없다. 말은 보석과 같아 잘 다듬으면 영롱한 빛을 발하며 남을 즐겁게 하지만, 거친 말 험한 말은 상대의 가슴을 도려내는 비수와 같다. “시의적절한 말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서에 나오는 말이다. 한해를 보내며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말은 없었는지 곰곰 되새겨 본다. 특히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 이웃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소외된 주변 사람들에게 말 한 마디라도 친절히 하여 희망과 용기를 주자고, 한해를 보내며 스스로 다짐한다.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강풍의 중심지 레이테 섬의 타클로반은 도시 전체가 초토화 됐다. 인명과 재산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TV로 본 피해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금년은 태풍이 없는 해로 기록될 정도로 모든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갔다. 농사도 가격폭락을 걱정할 정도로 대풍이다.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우리나라로 올 태풍이 필리핀으로 가 그들이 대신 고생한다는 심정으로 필리핀 이재민들을 힘써 도우면 어떨까? 지난 한해 성원해주신 해양한국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3년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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