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기업이 장기적으로 믿고 따를 정책 필요하다”

 
 

 

해운위기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학계와 연구기관이 주관하는 논의의 장이 늘었다. 한국해운물류학회가 최근 개최한 ‘해운정책포럼’도 그 한 예이다. 이날 포럼은 해운산업을 둘러싼 산학연정産學硏政이 한자리에 모여 해운위기 극복방안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한 자리였다. 동 학회는 산학협력의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 연간 네 차례 정책포럼을 열어 학회가 산업계의 발전을 돕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등 견제이론을 제공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해나갈 방침이다.


1982년에 발족한 해운물류학회는 당시 위기에 처했던 해운의 합리화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30여년간 선주협회와 함께 해운업의 전문화, 무분별한 대외개방에 대한 대응, 신규 개장항만의 발전방안 모색, 국제마케팅페어 등 국내 해운항만물류산업의 성장을 학문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최근 학회활동의 부진으로 인해 관련산업계의 기대를 충족하는 연구가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같은 학회의 위축상황에서 올해 3월 신임회장에 취임한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는 과거 해사산업계의 발전에 적극 조력하며 협력해온 동 학회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선주협회와 함께 진행한 해운정책포럼을 시작으로 동 학회는 학회활동의 활성화와 국제화를 통해 해운물류업계의 이해와 주목을 제고하고 나아가 국내 해사산업계의 발전을 돕는 조력 기능을 다각도로 강화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유동물류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종길 회장은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상학박사를 취득했고 일본과 싱가폴 등에서 국제 해양정책을 연구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해운과 선박금융 전문 학자로서 한일간 해운과 선박금융의 비교를 통해 기회가 닿는대로 한국해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종길 해운물류학회장으로부터 한국해운물류의 장기발전을 위한 조언과 함께 동 학회의 그간 활동내용과 성과, 학회활동의 강화계획, 그리고 한일 해운및 선박금융의 특징 비교를 통한 한국해운의 개선점과 현 해운위기의 대응해법 등을 들었다.


그는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선사가 믿고 따를 해운정책이 필요하며, 정책의 실효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행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내후년까지 버틸수 있도록 수출입은행, 캠코, 산업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길 회장 프로필>
△1984년 한국해양대학 항해학과 졸업 △97년 일본 메이지대학 대학원 상학박사 △2004-2006년 일본해양정책연구재단 연구원 △2011년 12-2012년 2월 싱가포르 난양공대 방문연구원 △2012년부터 일본해사신문 서울지국 명예지국장 △2013년 현재 성결대학교 유통물류학부 교수(산학협력단장) △2013년 3월부터 제11대 한국해운물류학회장


-작금의 한국해운의 위기대응 해법에 대해
해운위기 대응책은 거시적인 시점에서 한국해운의 장래비전을 고려한 장기적 시점의 정책을 수립하여 위기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운업계의 산업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정책당국이 장기적인 시점에서 해운산업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운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용선체인의 해체, 업종별 전문화를 통한 글로벌 초대형 운항선사 육성, 선주사와 운항사의 역할 분담을 통한 선박금융의 내실화, 해운과 조선의 공생발전을 주도하는 국책선박금융기관의 역할확립 등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필요성은 있었지만 장기적인 시점에서 산업구조 전반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런 대책들이 없이는 위기가 반복적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그리고 정책은 실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해운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불경기를 겪고 있다. 우리 해운이 경험한 불경기는 1984년의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를 불러온 불황,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온 불황, 그리고 최근의 불황이다. 그런데 과거의 불황과 금번의 차이점은 전세계적인 불황이긴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이 입게 되는 피해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국내 금융기관을 관리하는 정책당국이 금번 불황에 대해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데 문제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기대응에는 적절한 타이밍을 맞춘 정책이 실시되어야만 효과가 있다. 해운보증기금설립 등의 논의가 길어지다보니 지금 당장 필요한 자금이 수혈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후년까지 버틸수 있도록 수출입은행, 캠코,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 해운과 선박금융 관련 전문연구자로서 한일 양국 정부의 해운정책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한국해운의 개선점에 대해
일본해운의 성장요인을 크게 4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안정적인 선박금융, 둘째는 선박관리-선주-운항사의 역할분담과 공생관계를 구축한 산업구조, 셋째는 장기적인 시점의 정책시행과 해운조선의 공생관계 구축, 넷째는 해운산업과 화주산업의 협력을 통한 다양화로 선사가 해운경기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강한 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철저하게 국민경제의 장기비전에 기초한 해운정책을 실시해 왔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내외 금리 차이로 인한 이자보전도 불사했다. 지금은 일본 국내의 금리가 워낙 낮아서 잘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일본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자금이 부족했고 국내 금리가 높아 자국선사들이 선복확보가 어려웠다. 이때 일본 선사에게 일본정부가 이자를 보전해 주어 거의 무이자로 선복을 확보하도록 지원했었다. 선박금융도 국책금융기관의 초장기저리 융자가 주류로 민간은행은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이 선박금융까지 관여하는 것은 최근 사례이다. 일본의 대형 민간은행들도 외국선사에 대한 선박금융에서는 실패할 정도로 민간은행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국책은행의 초저금리의 건실한 선박금융을 활용해 해운업계 전체의 기초체력을 다져왔다. 국책은행이 참여하기 때문에 선박금융 운용 기조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되어온 것이다.


조양상선과 야마시타신니혼기센이 그 좋은 사례이다. 컨선의 대형화와 해운불황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두 선사 모두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조양상선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잃었지만 일본정부의 해운정책에 충실하게 따른 야마시타신니혼기센은 나빅스라인이란 이름으로 쇼센미츠이에 흡수합병되면서 일본선사들은 오히려 시장에서의 상대적인 지위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일본정부의 정책에 따른 선사는 철저하게 지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선사가 장기적으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최근 일본 해운계와 정부의 해운정책의 특징과 변화, 그리고 시사점은
최근 일본해운의 가장 큰 특징은 엔저흐름에 따른 수익회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점, 물류에 중점을 둔 1990년대 말부터의 흐름을 해상유전 개발과 그에 따른 수송으로 전환하는 해양산업 중시, 셰일가스를 비롯한 새로운 화물수송 수요에 적극 대처, 일본조선소의 경쟁력 회복과 일본선주의 선복확보를 연계한 선박금융 실시 등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현재 우리 업계가 환율변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새로운 수송수요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못한다면 몇 년 뒤에 해운시황이 연화軟化된다고 하더라도 설 자리를 일본선사에 다 내어주고 국제화는 커녕 일본선사의 하청수송인적인 역할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대표선사인 니혼유센은 노르웨이선사 크누센을 3년전에 인수하여 북해유전에서 개발되는 원유수송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브라질 해저유전개발도 일본조선소와 선사가 합동으로 진출하는 등 해양개발에 조선업과 해운업의 협조가 강화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코기센의 도산은 일본 해운당국이나 금융관계자들에게 대한해운의 도산보다 미친 영향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료화물 수송업체로 대형 국책기업의 장기화물운송업체인 동사가 도산하는 것을 한국정부가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선주들이 커미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고 한국해운에 대한 일본해운관계자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정부도 장기비전에 기초한 정책 기조하에서 정책합의 도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최선책이 아니더라도 차선책을 도출, 한번 정해진 기준은 적극적으로 지킨다는 점이 우리가 참조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동 학회의 활동이 전통적인 학술세미나를 벗어난 포럼 등 해운업계의 현안 관련 논의의 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학회 활동의 계획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한국해운물류학회는 그 첫 과제가 1980년 초반의 해운불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였다. 해운물류업계의 산학협력에서 학회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학회활동이 대학교수들이 주축이 된 논문을 쓸 수 있는 연구가 중심이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연구자금 지원이 부족한 해운부문에 대한 연구가 소홀해지면서 업계의 기대를 충족하는 연구가 적었다고 할 것이다. 학계는 산업계가 발전하도록 돕고 또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견제하는 이론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해운물류학회의 좋은 전통을 되살린다는 차원에서 금년부터 연 4회 정책책임자와 업계전문가, 학계의 중진들을 모시고 ‘해운정책포럼’을 한국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초에 해수부 전기정 해운물류국장을 모시고 해운불황 극복대책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동 학회의 회원 등 운용현황과 애로및 개선점에 대해
한국해운물류학회는 2013년 7월 현재, 회원수가 750명이다. 그 중에서 해운기업이나 관련단체 등의 단체(기업)회원이 100여사가 있다. 설립 초기에는 해운업계의 정책대응을 위한 학계의 역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 회원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국책연구기관의 설립과 활동으로 상대적으로 회원사의 지원이 줄어든 상태로 현재는 회원들의 회비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지원금 확보가 회장으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앞으로는 해운물류업계의 이해와 주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학회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학회전용 사무실 및 전임연구원 확보 등을 장기적인 시점에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한 신진 연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해운물류학계의 선배학자들의 이름을 내건 학술연구상을 제정할 계획이다.

 

-한국해운물류학회의 연혁과 그간 활동내용및 해운물류에 기여도는
30년 역사가 말해 주듯이 한국해운물류학회는 관련학회 중에서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82년 발족 당시의 발기인에는 한동호, 윤상송, 박현규, 서병기, 이준수, 민성규, 최재수, 이원철 등 한국해운의 산증인들이 참여했다. 선주협회 회의실에서 설립총회를 열고 해운합리화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등 한국해운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간 우리 학회는 선주협회와 함께 해운산업의 전문화, 외국기업의 무분별한 국내시장 진입에 대한 대응책 제시 등을 함께 해왔고, 포항영일만항, 광양항, 당진항 등 신규 개장하는 항만들의 발전방안 모색 및 대외홍보를 위한 국제마케팅페어 개최 등을 통하여 국내 항만산업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앞으로도 해운정책의 국제비교 연구를 통한 정책수립지원, 국내항만의 해외진출 및 해외 수요자에 대한 홍보를 위한 마케팅전략수립 지원 등의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동 학회의 사업내용과 외국학회와의 교류 및 국제화에 대해
현재 우리 학회는 한글학술지인 ‘해운물류연구’, 영문학술지인 ‘AJSL’을 연 4회씩 발간하고 있다. 한국해운물류연구의 국제화를 위하여 국제학술지인 AJSL(Asian Journal of Shipping and Logistics)을 2008년부터 발간하고 있다. 본 학술지는 유명 학술지 색인목록인 SCOPUS에 등재되어 있고 해외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투고가 이어질 정도로 명성이 높다. 아울러 한글학술지인 ‘해운물류연구’도 요약본의 충실화를 통하여 SCOPUS 등재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외국학회와의 국제교류를 위하여 일본해운경제학회, 대만의 중화항운협회와 정기적인 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해운의 중심이 동아시아이고 주요 연구자들의 대부분도 이들 지역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리 학회는 한국의 틀을 넘어 전세계 해운물류연구의 좌표를 제시하는 중심학회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IAME 등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유럽지역 연구자의 참여도 끌어낼 계획이다.


우리 학회는 학술대회를 연간 4회(국내 3회, 국제 1회) 개최하고 있다. 그 동안 연간 2회 개최되던 학회를 3회로 늘려서 신진 연구자의 발표기회 확대에 주력하였고 업계전문가와의 교류 증대를 위해 앞서 말씀드린 해운정책포럼을 신설하였다. 또 연 1회 국제학술대회로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sian Shipping and Logistics’를 개최하고 있다. 금년도에는 일본코베대학과 공동으로 일본 코베에서 8월 30일부터 2일간 전세계에서 70여명의 연구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본 학회는 학술활동에 대한 지원으로 초정학술상을 제정하여 2년마다 최우수 논문에 대한 시상과 5년마다 우수저술에 대해 시상해 오고 있다. 또 금년부터는 ‘대학(원)생 해운물류논문경진대회’를 개최하여 우수 신진연구자에 대한 시상을 실시하고 있다. 본 학회가 무엇보다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우수해운물류업체에 시상으로 ‘해운물류경영대상’을 매일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엄격한 심사를 거쳐  1개사에만 시상하는 제도로 해당기업이 없으면 시상하지 않는 등 시상의 질적 관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어 여느 학회와는 차별화해왔다. 참고로 작년에는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 수상했다.


또한 해운학, 해사법학 또는 해운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현저한 분에게는 ‘해사문화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해운산업에 대한 공로를 기리는 시상으로 관산학官産學 관계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으로는 유일무이하다. 그 동안 수상자로는 윤상송, 한동호, 남동희, 황부길, 김선모, 허동식, 이시형, 서병기, 이맹기, 이준수, 손태현, 박현규, 박종규, 강창성, 조중훈, 신태범, 조정제, 홍성문, 배순태, 김상진, 배병태, 정영훈, 최재수, 이윤수, 장두찬 등 해운산업의 기라성같은 분들이 계시다. 이분들이 계셨기에 우리 해운산업의 기초가 단단히 설 수 있었고 본 학회도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운업에 공로가 크신 분을 기리는 해사문화상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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