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안전 책임지는 ‘선박의 눈과 귀’

선박운항·항만운영정보 제공…해양사고 예방
15개 VTS센터 272명 근무, 매년 25명 선발


일반 대중에게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해양관련 직업을 취재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우리나라 전국 항만에는 바닷길을 오가는 배들의 입출항과 정박 등을 안내하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 : Vessel Traffic Service)가 있다. 해상교통관제센터는 해양사고 예방과 효율적인 항만운영 지원을 위한 센터로 레이더, AIS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선박의 운항상황을 관찰하고 안전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바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해상교통관제사는 항만의 얼굴이자 바닷길 길잡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상교통관제사의 역할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근무하는 해상교통관제사(VTSO : Vessel Traffic Services Operator)는 365일 24시간 선박의 눈과 귀가 되어 선박의 안전운항을 돕는 역할을 한다.  바닷길을 오가는 컨테이너선, 위험물 운반선, 여객선 등이 입출항 신고를 하면 해상교통관제사는 선박들의 위치를 탐지하는 레이더,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CCTV, 선박과 통신을 위한 VHF(Very High Frequency) 등 첨단 과학장비를 통해 운항선박의 해상교통상황을 파악하고 항로이탈, 위험구역접근, 충돌위험 등으로부터 해양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해상교통관제사는 원활한 해상교통과 안전운항을 위해 관제구역 내 운항선박에 대해 선박운항 현황, 입출항 우선순위, 선석·정박지 지정, 도선·예선 운항계획 등 해상교통정보와 항만운영정보를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권고나 지시를 하기도 한다. 또한 해양사고나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초동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새부 관제사교육훈련센터 교육모습
해새부 관제사교육훈련센터 교육모습
5급 항해사 면허, 1년 이상 승선경력 갖춰야

해상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5급 이상 항해사 면허를 소지한 후 1년 이상의 승선경력을 쌓은 후 해양수산부 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면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되며, 이후 10주 관제사 기본교육을 수료하고, 전국에 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에 배치되어 현장직무교육을 마쳐야 한다.

해상교통관제업무는 항만운영의 특성 상 24시간 주ㆍ야간 교대업무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관제구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과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침착하고 정확한 대응능력을 갖춰야 한다. 각 항만에서는 국내선 뿐 아니라 외국적 선박과도 잦은 교신이 이루어지므로 영어 의사소통능력도 필요하다. 또한 업무특성상 전문성 뿐 아니라 사명감이 요구된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해상교통관제업무는 2시간 간격으로 교대근무를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전 근무를 섰던 관제사들의 휴식시간이다. 휴식시간이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긴급상황을 대비해 관제센터 내에서 다음 교대근무를 준비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2005년부터 IMO국제해사기구와 IALA국제항로표지협회에 맞는 VTS 교육시설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갖추고 해상교통관제사 자격인증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2005~2012년까지 총 36회 445명이 수료했으며, 교육과정은 관제사 자격인증 기본교육(10주), 재교육(2주), 선임관제사 교육(2주), 현장직무교육훈련 강사과정 등 4개 전문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2004년 9월에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관제사 교육용 시뮬레이터장비를 구축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전국 15개 VTS센터 272명 관제사 근무

1993년 포항항에서 시작한 해상교통관제는 2013년 현재 부산, 인천 등 전국 15개 해상교통관제센터로 확대되어 272명의 관제사가 근무하고 있다. 관제센터별로 12~24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진출도 활발해 총 인원의 12.8%인 35명의 여성관제사가 일하고 있다. 관제사가 20명이 넘는 센터는 부산(23명), 인천(24명), 여수(24명), 마산(23명), 울산(22명) 5곳이다.
본부는 관제운영과 시설담당 2개의 계로 나누어 관제 정책수립, 시설 구축, 예산, 교육훈련,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지방해양항만청은 관제센터장 이하 관제시설 담당(1~3명), 관제운영 교대근무조(3개조, 조당 관제사 4~5명)가 구성되어 항만별 관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각 조마다 선임 관제장이 조장으로 한명씩 구성되어 있다.

관제센터의 주요 장비는 선박의 위치 추적을 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선박과 무선통신을 위한 초단파대 무선전화VHF, 단측파대 무선전화SSB, 조난신호자동수신을 위한 디지털 선택호출장치(VHF-DSC), 선박관제용 CCTV와 레이더 사이트와 센터 사이를 연결하는 무선통신 중계망MW 등과 관제운영을 위한 운영콘솔들로 구성되어 있다. 부대시설 장비로는 무정전전원장치UPS, 비상발전기 등의 전원시설과 통신용 철탑 등이 있으며 레이더 사이트와 VTS 센터 사이의 전송 수단으로 M/W(Micro
wave) 전송장치를 이용하는 구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매년 25명 이상 관제사 채용

우리나라 전국 무역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의 척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해상교통관제서비스 수요도 점차 증가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상교통관제사는 해상안전과 해양환경 보호는 물론 궁극적으로 해운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막중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선박의 대형화, 고속화 등으로 해양사고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해상교통관제서비스를 통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한 최첨단 수면비행선박의 상용화가 가시화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해상교통안전을 위한 해상교통관제사의 역할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매년 평균 25명 이상의 해상교통관제사를 채용하고 있다. 최근 4년간 해상교통관제 인력 채용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27명, 2010년 17명, 2011년 28명, 2012년 29명 등 총 101명이다.

 

 
 
“한꺼번에 많은 선박이 움직일 텐데 레이더 잘 확인하시고 주의하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6월 19일 오후 1시 무렵 인천해상교통관제센터 6층 관제실은 항행 중인 선박들과 한국어와 영어로 무선교신이 한창이다. 마침 시정주의보가 해제돼 정박지에 대기 중이던 많은 선박들이 항만에 순서대로 입항하고 있었다. 관제실 모니터에는 이들 선박을 가리키는 노란색 세모꼴 표시가 두드러졌다. 인천 연안부두 월미도에 있는 인천VTS센터에서 홍석인 관제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홍 관제사는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를 졸업하고 3년간 승선한 후 2006년부터 해상교통관제사로 일하고 있다.

▶해상교통관제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대학 3학년 때 상선에 실습항해사 자격으로 첫 승선을 했다. 그 때 선장과 해상교통관제센터가 긴밀하게 협조하며 입출항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선박의 항만 입항 시 일어나는 관제사와 선박간의 즉각적이고 신속한 항해정보 소통에 큰 흥미를 느꼈고 선박관제가 마치 살아있는 생태계 같았다. 2003년 졸업하여 항해사로 3년간 일한 이후 해상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2006년 해양수산부에 관제사로 임용됐다. 현재 인천VTS센터에서 24시간 해상교통관제 교대근무는 물론 관제 교대근무를 지원하기 위한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타 센터와 비교했을 때 인천VTS센터의 특성은
인천항 해역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조류가 상당히 세고 섬들이 많아 항로가 협소하여 선박 통항량이 집중되면 해양사고 위험성이 높다. 시정 500미터 이하로 시정주의보가 발령되면 모든 선박은 입출항이 전면 통제되고 운항 중인 선박은 안전한 장소에 정박대기해야 한다. 인천대교(66m), 영종대교(35m) 높이를 감안해 안전거리를 두고 항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선은 경제성을 위한 배이고 스케줄이 생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항만 내 제한 속력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선박은 스케줄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달리다 엔진이 꺼진 적도 있었다. 선박의 안전을 위해 과속은 삼가주시면 좋겠다.
인천VTS는 선박운항자와 관제사 간 업무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선박운항자들을 대상으로 해상교통관제 체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해상교통관제사의 전망은
해상교통관제사는 아직 역사가 길지 않지만 전망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선박이 대형화되고 고속화되면서 충돌화 위험이 커지고 사고피해액도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VTS가 관여해서 사고발생률을 낮추고 항만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VTS가 생기고 나서 관제구역의 사고가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VTS의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VTM(Vessel Traffic Managemant; 전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VTS의 상위개념)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 중이다. VTM은 아직 IMO에서 회원국 간 이견으로 용어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으나 확실한 것은 기존 'Services'에서 'Management'의 차원으로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항만중심 VTS가 이뤄졌지만 향후 혼잡한 연안구역, 항만과 항만 사이의 항로에서도 VTS 구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기에 관제공백이 없는 반면 선박은 VTS 구역이 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유럽에서는 선박도 항공기처럼 육상에서 컨트롤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TS가 갖고 있는 정보를 선박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양방향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관제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관제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솔직히 어려운 근무환경이다. 주야 24시간 교대로 근무해야 하고 낮은 직급(9급)으로 채용되고 있고, 승진 적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해상교통관제사의 한마디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사명감이 생기게 된다. 선박 한 척이 사고 날 경우에 어마어마한 해양사고가 발생하지만 관제사 한 사람이 선장을 보조해서 선박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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